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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그렇습니다 가주님.”

         

       당가주의 시선은 아무리 봐도 우호적인 모양새가 아니었다. 뭐지? 기선 제압인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울분이 느껴지는 눈빛인데.

         

       “풍영대주.”

         

       당가주 옆에 시립하고 있던 중년 무인이 재빨리 상을 깔았다. 나에게 있어 익숙한 주사위 골패 목잔 등이었다.

         

       “우선 한 판 두지.”

         

       “저와, 가주님이 말입니까?”

         

       아니 갑자기 얼굴을 보자마자 도박을? 그것도 당가의 가주님이랑?

         

       두둑한 포상을 생각하며 부푼 가슴을 안고 입장한 가주전에서 갑자기 도박이라니 갑자기 꺾어진 도박 드리프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티 내지 말고 들으시게.]

         

       전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렇네! 내 사천낭인 중 가장 도박을 잘 하는 사람을 불러 달라 했으니 자격을 시험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돌아가는 사정은 모르겠지만 일단 거의 눈에서 불을 뿜고 있는 당가주에게 거슬러가면서 도박판을 거부해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일단 자리에 앉으며 전음을 들었다.

         

       [당가타에서는 암기나 독의 소유권을 걸고 내기도박을 하곤 한다네. 그런데 요새 도경이가 어디서 도박을 배워왔는지 무패 행진을 하지 뭔가? 그래서 가주님이 도경이를 제지하고자 도경이와 도박을 했다네. 결과는 지금 가주님의 눈빛을 보면 알겠지?]

         

       아니 당도경이 그렇게 도박을 잘 하게 됐다고?

         

       깨달음 도중에는 학습능력이 극대화 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가의 사람들까지 털어 먹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놀라운데. 내가 당도경에게 도박기술을 전수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 원리의 설명도 없이 단순히 동작만을 반복해서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나저나 당도경 이 자식은 대체 무슨 짓을 벌인거야. 눈치 없어? 도박판에서 무려 가주님의 암기를 털어먹었다고?

         

       “그럼..염치불고하고 한번 솜씨를 보이겠습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전력을 보여야 하는 장소라는 것은 확실했다. 애초에 진심을 숨기는 것은 당도경에게도 들켰으니까 당가주한테 통할 리도 없고. 내가 당가에 소환된 이유도 당도경보다 더 도박 잘 하는 사람을 초빙한 것 같으니까.

         

       우선 골패로 짧게 [쌍패]를 몇 돌렸다. 현대의 블랙잭과 같은 놀이로써 두 장의 패로 21의 숫자를 맞추는 도박이다. 거기에 족보가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섯다와 블랙잭의 혼용도박일수도 있겠군.

         

       포커카드가 없는 이 무림에서 기본적인 도박실력을 확인하기에는 쌍패만한 것이 없었다.

         

       고작 몇 판에 불과했지만 엿볼 수 있었던 당가주의 도박 실력은 생각보다 탄탄했다. 이 정도 짬밥이면 아무리 당도경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탈탈 털릴 수가 없는데?

         

       이전에도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아무리 도박의 신이라도 10할 이기는 도박은 불가능하다. 10할의 승률은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못해야 가능하다.

         

       “크흠. 길게 하는 도박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겠구만.”

         

       성질 급한 양반 같으니. 정식 도박 같은 것은 됐으니 도박기술이나 보이라는 소리였기에 나는 즉시 골패를 내려놓았다.

         

       당가주가 원하는 도박은 역시 야바위일 것 같았기에 잔을 집어 들었다.

         

       “잔은 4개. 주사위는 2개. 동의 하십니까.”

         

       “크흠, 자네가 조금 불리한 조건이 아닌가 싶은데.”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불리한 조건이다. 주사위가 2개면 운행 경로는 말도 안될 정도로 복잡해지니까. 실질적으로는 난이도가 4배 이상 차이 난다고 봐야 했다.

         

       “하하, 이래도 도박기술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요.”

         

       당가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박이라는 건 손재주만이 전부가 아니다. 당도경에게는 잃어주고 싶어서 손재주만 쓴 거지 사실 도박기술이란 도박을 하기 위한 중요 요소들을 모두 조율할 수 있게 짜여 있다.

         

       상대방의 집중력을 흔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에 불과하다.

         

       그렇게 간단한 심리전을 걸며 도박을 진행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서 가주의 앞에 놓여 있던 가짜 돈은 모두 내 쪽에 쌓여 있었다.

         

       “허…”

         

       당가의 가주 당광렬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당가주 입장에서는 그럴 법도 했다.

         

       확실히 당가주의 안법은 내가 경험한 모든 무림인들 중 가장 뛰어났다. 이것도 따라오나 싶은 부분까지 죄다 눈으로 쫒더라.

         

       정석적인 도박사라면 당가인을 상대로 도박하기가 꽤 어렵겠지. 어둠 속 인지의 사각 속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기술을 쓰는 것이 정석이고 당가의 안법과 동술은 그런 것들을 포착해 내는 것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당가주와의 도박을 통해 당도경이 왜 당가주를 위시한 당가의 도박인들을 모조리 털어 먹었는지 이해했다.

         

       이놈들도 초기의 당도경이랑 다를 바가 하나 없는 놈들이었다!

         

       뼛속까지 무공만능주의가 들어차 버린 자들!

         

       아니 동술이랑 안법을 아무리 수련하면 뭐 하냐고. 눈이 16k해상도에 300프레임으로 사물을 포착한다고 해도 사각에서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똑같다. 눈 성능이 아무리 좋아봐야 착시현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디 마술이 사람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서 사람을 속이던가? 아무리 눈을 부릅떠봐야 그게 보이겠냐고.

         

       당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법과 동술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더욱더 속임수에 빠지기 쉬웠다. 차라리 눈이라도 안 좋았으면 내가 속았을지 모른다는 의심이라도 하지 눈으로 보았다는 ‘착각’에 아주 강력한 확신을 가지는 당가인들은 내 도박방식과 극상성이다.

         

       눈의 성능에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 눈을 속여 넘기면 그걸로 끝.

         

       당도경이 쓰는 도박기술이라고 해 봐야 내가 쓰는 것의 복사본일테니 숙련도나 심리기술이 부족해도 그냥 상성빨로 다 털어버린 것 같다.

         

       “아직 부족하십니까?”

         

       막타나 치도록 할까. 당도경의 혈옥비를 빼앗았던 잔 뒤집기를 펼쳐 보였다. 이번에는 두 개의 잔으로 한 손으로 펼쳤다는 점이 다를까.

         

       어차피 한 사람만 속이면 그만이니까 잔이 여러 개 있을 필요도 없었다.

         

       당가주는 떨리는 손으로 잔을 짚었다. 왼쪽 잔. 그야 당가주의 눈에는 왼쪽 잔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을 테고 그대로 엎어진 것으로 보였겠지.

         

       그러니 왼쪽 잔을 골랐다. 그러나 당가주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고 있겠지. 자신의 눈으로 본 결과가 여태 틀렸으니 이번에도 틀렸을 것이라고.

         

       나는 손짓해 보이며 당가주를 채근했고 당가주는 눈을 질끈 감고는 잔을 열었다.

         

       “허..!”

         

       당연히 잔은 비어 있었다.

         

       “내가 졌군.”

         

       “보잘것없는 재주를 선보였습니다.”

         

       당가주는 무엇을 결심한 듯이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해 보였다. 나 역시 급하게 일어나 마주 포권을 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무협지에서 뭐만 하면 포권을 해 보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포권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예의 중에서는 최고 의미다.

         

       “선생, 시험해서 미안하오! 하지만 일이 워낙 중한지라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던 점을 용서하시게!”

         

       중한 일이라고? 나도 모르게 당가주 쪽을 응시했는데 당가주의 노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당가에서 도박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기껏해야 당도경한테 암기 좀 빼앗긴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아무리 당가주가 당도경에게 털렸어도 나를 부른다는 것은 좀 인과관계가 이상하기는 하다. 털렸으면 털린거지 나를 불러서 해결될 것이 있나?

         

       당연히 가주가 당도경에게 도박으로 털렸으면 망신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 중대사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

         

       당도경이 암기를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정말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당도경도 당가 사람 아닌가? 외부인인 내가 당도경과 내기를 통해 암기를 빼앗아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당가 사람들끼리니까 비전암기나 독으로 내기를 하는 거지 외부인이랑 할 리가 없잖아.

         

       “선생, 나를 좀 도와 주시겠소?”

         

       “허허,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그건 아주 간단하오!”

         

       당가주가 말했다.

         

       “본인에게 도박을 좀 가르쳐 주시오!”

         

       “….예?”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당광렬의 얼굴이 붉은 것을 보아하니 잘못 들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허, 허허..내 좀 말하기 민망한 일이긴 하구만.”

         

       당광렬이 애써 웃는 것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분위기 어쩔 건데.

         

       연장자가 민망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내 아부 본능, 아니 사회인으로서의 참된 성향이 꿈틀거렸다. 상황이 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당가의 가주와 함께 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당문의 가주라면 본래 사천낭인따리 호천안으로서는 까마득하게 올려 봐야 할 존재였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로서 어찌 연장자가 민망해 하는 모습을 볼 수만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서 분위기를 쇄신할 때였다.

         

       “하하하, 혹시 당도경에게 가주 전용 암기라도 걸었다가 잃으신 모양입니다!”

         

       “….”

         

       “하하하하하하!”

         

       당가주님 지금 웃으셔야 할 타이밍입니다. 내가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기 위해 과장되게 껄껄댔지만…

         

       “…하…하하..”

         

       당광렬은 전혀 웃지 않았다.

         

       “아니…정말로?”

         

       내 물음에 당광렬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풍영대주 쪽을 바라보았더니 풍영대주 역시 슬쩍 시선을 피했다.

         

       “오…”

         

       내 입에서 절로 나온 신음성인지 감탄사인지 모를 말이 끝나고 난 뒤 대전에는 지독한 침묵만이 남았다.

         

       당광렬이 차마 입을 열지 못하자 풍영대주가 나섰다.

         

       “가주께서 그저 실수한 것 뿐이라네. 가주님께서도 너무 오래간만에 도박을 하시는 바람에 흥이 오르기도 하셨고 또 도경이와의 판이 격렬하기도 했고..”

         

       “허허허허허. 그러시군요.”

         

       절로 실소가 흘러 나오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사실 나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지난 세월 도박장을 드나들면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어디 한 둘 보았던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상실한 탓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던 이들은 수도 없이 보았다.

         

       이게 바로 도박의 마성이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광렬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을 수는 없었다.

         

       “…의도적으로 건 것은 아니었다네. 그저 마지막에 크게 한 판해서 본전을 치려다가 그만..그 암기첩들 사이에 가주용 암기가 한 정 섞여 있었지 뭔가.”

         

       내 시선이 달라진 것을 느꼈는지 당광렬이 주저리 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 뭐 결국 이성이 흐려져서 크게 걸었다가 도박판 속에서도 도박을 하고 장렬하게 산화했다는 흔해빠진 패배자의 항변이었다.

         

       “쓰읍, 상황은 알겠습니다.”

         

       사실 이몸 호천안.

         

       나만의 작은 자부심을 품고 있는 사실이 있으니.

         

       그건 바로 다른 사람들이 도박을 건전하게 즐기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우선 나는 도박에서 패가망신하고 장강물에 뛰어들 도박꾼들을 구제하는 전문 인력이기도 했다. 어차피 가지고 간 돈 다 털고 나와야 하니까. 기왕이면 절박한 자들에게 잃어 주는 편이 적선이라도 하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중증 도박 중독자들이야 내가 재난지원금을 쥐여줘도 다시 도박장에 방문해서 재물을 가져다 바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지막에 찾아온 행운에 감사하며 이성을 되찾은 이들도 있었다.

         

       내 활동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숙련도작을 할만한 수준 높은 도박사가 없는 날에는 어설프게 도박에 빠지려던 자들을 붙잡고 친히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현란한 도박 기술로 판 내내 농락해주며 도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음을 준 뒤에 마지막에 잃어주면? 상대방은 도박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운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짓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진짜의 도박 실력을 보여주고 그런 도박사도 돈을 잃는 것을 체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박이 주는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도박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사회로 복귀하는 친구들도 있고 아니면 주제를 깨닫고 소액 도박을 하며 건전한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친구가 되곤 했다.

         

       곰 같은 마누라와 너구리 같은 자식들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을 구해냈다는 성취감!

         

       도박장에서 펼쳐지는 나만의 작은 협행.

         

       오래간만에 피가 끓는 대상을 만났다.

         

       “건전한 도박!”

         

       “…야 낭인?”

         

       도박판에서 이성을 잃고 가주 전용 암기까지 걸어버리는 중증분노자 당광렬! 당광렬에게 부족한 것은 도박기술뿐만이 아니었다! 도박을 대하는 자세! 도박에 임하는 마음가짐! 도박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 부족!

         

       “당가주께서는 정신머리부터 썩어 빠졌습니다! 건전한 도박이야말로 건전한 가정을 이룩하는 길! 각오하시지요! 제가 뼛속까지 확실하게 개조 시켜 드리겠습니다!”

         

       ‘건전도박 단속반’으로서의 호천안이 깨어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인물 특: 뉴비 절단함.

    *유사 제품:(담배를 세상 맛있게 피우며)후~ 니들은 담배같은거 하지 마라. 건강에 안 좋으니까.

    [비공개]님 [10코인]후원 감사드립니다.

    [헤엄치는새]님 [30코인]후원 감사드립니다.

    귀여운 버드이모티콘에 힘을 받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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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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