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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시훈은 규칙적인 일과를 지키는 것을 매우 선호했다. 일정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성실한 방송이, 스트리머 ‘레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새벽 3시 경까지 방송을 진행하더라도, 늦어도 오전 10시에는 반드시 기상해서 가벼운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요리한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팬카페를 탐방하고, 이어서 나오나 커뮤니티들의 이슈를 간단히 확인하려던 순간.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일과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듯이 핸드폰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레반님!!! 이번 듀오 영상 소스 완전 좋아요!]

        [그런데 나머지 판들은 너무 빡겜 승리 느낌이라]

        [좀 억까당하는 느낌으로 지는 영상도 하나 있는 게 지금 타이밍상 좋을 거 같아서요!!]

        [첫 판을 지긴 했지만 레반님은 진짜 잘 하셨잖아요? 캐리 대 캐리 구도로 편집해서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패배! 하면 영상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상대 1인칭도 있으면 구도 좋을 텐데 제가 아크님 편집자한테 연락해볼까요??]

        [저번에 아크님이랑 대회하실 때 연락처 교환 해뒀거든요ㅎㅎㅎㅎ]

        [아 혹시 아따먹? 이 분이랑은 모르시는 사이시죠??]

         

        잠시, 자신의 편집자가 불과 5~10초 사이에 쏟아내듯 보내온 톡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에 열심인 건 정말 고마운데.’

         

        방송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역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그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텐션.

         

        그래도, 결국 자신의 지튜브를 위한 일이었다.

         

       [네, 아크님 연락해볼게요] 라고 짧게 답장한 레반은, 남은 파스타를 포크로 말아 입에 밀어넣으며 다시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양손검 기사 플레이가 제법 인상적이었던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동안 보여왔던 기행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탓이었을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따먹은 온갖 나오나 관련 커뮤니티에서 제법 화제가 되고 있었다.

         

        특히, 이마에 카메라를 붙인 채 진행한 방송과, 도댓을 1:1로 찍어누른 기사 미러전 영상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인기글에 등극할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노를 저어야 할 상황에서, 도망이라도 친듯이 일주일 째 무단휴방 중이라는 사실조차도 주목도를 높이고 있었다. 허니*터칩 전략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생방송을 본 입장에서, 어째서인지 이 휴방조차도 그녀 답다는 생각을 하며- 레반은 새로 올라온 게시글(‘흔한 도적충 인성.clip’)에 첨부된 영상을 재생했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부캐 ‘빌드깎는노인’이 농락……당하는 영상도, 곁가지로 화제가 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영상으로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새삼 혈압이 오르는 플레이.

         

        ‘다시……붙는다면.’

       

       동시에, 압도적인 피지컬과, 어지간한 사람들은 캐치도 못할 심리전이 엿보이는 교전 기술이, 가슴을 끓게 했다.

         

        절대 엮여선 안 된다는 강렬한 감이 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잊은지 오래. 레반은, 식사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게시판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돌려보고 있었다.

         

        .

        .

        .

         

        [(귓) 레반: 아크님, 방송 중이신가요?]

        [(귓) 아크: 아 아닙니다! 무슨 일이세요?]

        [(귓) 레반: 혹시 저번에 우리 큐 겹친 게임 기억나시나요?]

        [(귓) 아크: 아……네.]

        [(귓) 레반: 다름이 아니라 혹시]

        [(귓) 아크: 저도 어떻게 된 건진 잘 몰라요 ㅠㅠㅠㅠ죄송해요]

        [(귓) 레반: 네??]

        [(귓) 레반: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튜브 올려도 괜찮을지 여쭤보려 했어요]

        [(귓) 레반: 비방으로 쉬실 때 하신 게임이라 혹시 신경쓰이실까봐]

        [(귓) 아크: 아]

        [(귓) 아크: 네네 괜찮아요. 원본 영상 필요하시면 말씀 주세요. 아따먹님도 영상 녹화하셨을 거예요.]

        [(귓) 레반: 네, 감사합니다. 아따먹님은 다음에 방송하실 때 한 번 여쭤봐야겠네요.]

        [(귓) 레반: 그런데 일주일째 휴방 중이시던데, 혹시 무슨 일 있으신 건지 아시나요?]

        [(귓) 아크: 저도 궁금하긴 한데, 물어보기 무서워서요…….]

        

       [(귓) 레반: 아… 네. 감사합니다.]

       

       

        * * * *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뺨을 간질이며 지나갔다.

       

        머리가 흩날리는 것만 아니었다면, 더 기분이 좋았을 텐데.

       

        무려 일주일만의 외출이었지만,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하루종일 침대에만 박혀있다보니, 조금 갑갑해서 무작정 나왔을 뿐.

       

        아무리 오래 방에 박혀 있어도 멀쩡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는 바깥 바람을 꼭 쐬고 싶어진다.

       

        이예나의 생활 습관이었을까.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대충 모아쥐고, 주머니에 있던 고무줄로 묶었다. 이제는 나름 능숙해졌다고 자부한다. 처음 시도했을 때는……진짜 머리카락이 한 웅큼은 빠지는 줄 알았지만.

       

        제법 옛날 일이다. 그 때 어깨까지 왔던 머리가, 어느새 날개뼈까지 닿아있을 정도로.

       

        그러고보면, 여자가 머리를 기르려면 신경을 정말 많이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역시 세상만사 유전자 빨인지,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샴푸와 린스만 사용하는데도 머릿결은 처음과 같이 부드러웠다.

       

        그래도, 무한정 기를 수는 없으니까- 조만간 미용실을 알아보긴 해야겠다는 생각 따위를 하고 있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학교 종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정처없이 걷다보니, 근처 초등학교 인근까지 온 모양이었다.

       

        저번에 지도로 봤을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짧게 잡아도 집에서 30분 거리는 떨어진 곳이다.

       

        돌아갈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몸이 아주 약한 건 아니지만, 오래 걷는 건 고통스럽더라.

       

        특히……가슴 인대가.

       

        이렇게 멀리 올 생각이었다면, 저번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스포츠 브라라도 입고 나왔을 텐데…….

       

        계획성이 부족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소 충동적이었던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것도 다 호르몬 탓이 아닐까. 이제 막 끝난 참이니, 아직 무슨 잔여 호르몬이 나오고 있을 수도 있잖아.

       

       옅은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몸을 스트레칭했다. 기왕 멀리까지 온 김에, 조금 둘러보기라도 해야겠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평행세계로 오며 전생과 달라진 것이 나오나 뿐만은 아니었다. 사소하게는, 지역번호도 달랐으니까.

       

       그렇기에 어색한 티를 내지 않고 원활히 적응하기 위해, 무엇이든 기회가 될 때면 직접 조금씩이라도 체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기회를 피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겠노라고 다짐했었고.

       

        그런 원칙 세우지 말 걸.

       

       다시 한번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초등학교 정문 근처를 서성이며 기웃거리고 있자니, 학교보안관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서있던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냥 초등학교 구경 좀 하려는 사람입니다.

       

        무해한 사람임을 어필하기 위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최대한 활짝 웃어보였으나-

       

        더 수상해보였던 걸까.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나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선을 나에게 눌러 붙이기라도 한 듯한 아저씨의 눈을 피해, 눈물을 머금고 그냥 지나가려던 사람인 것처럼 정문을 지나쳐갔다.

       

        마지막으로 흘긋 시선을 던져 보니,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매정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아. 이러면 저렇게 경계하며 뚫어져라 쳐다볼 만도 하네.

       

        내 기억 속의 초등학교는, 오후에는 무서운 고등학생 형들이 와서 농구골대를 점유하고, 저녁에는 아주머니들이 몰려와서 앞뒤로 박수를 치며 산책하는 곳이었는데.

       

        세계가 달라진 탓인지, 단순 세대 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초등학교는 엄중한 경비 하에 있는 시설인 모양이었다.

        

       같은 태극기 아래 이렇게 다를 수가.

       

        그러고 보면, 여기에서도 국민의례는 하려나. 전생에, 이젠 어지간하면 행사를 시작할 때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났다.

       

        다음에 검색해보고……여기서도 비슷했다면, 방송에서 얘기를 꺼내봐야지. 모두 다 함께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건 좋은 방송 소재 아니겠는가.

       

        방송.

       

        의외로, 쉬는 동안 방송 생각이 제법 자주 나더라.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뛰어났기 때문인 듯도 싶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즐거웠기 때문이겠지.

       

        다음 방송은 언제가 되려나.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나면, 열심히 해봐야지.

         

        .

        .

        .

          

        아크와의 듀오로부터, 약 열흘.

         

        끙끙 앓는 와중에도 이따금씩 커뮤니티와 트리위키는 들어가보았다. 방송을 끈 상태로 시도한 건전한 시청자참여였으니 논란이 생길 이유는 없지만- 스트리머란, 온갖 음해와 억까에 시달리는 직종이니까. 

       

        다행히도, 아크/논란 항목 따위는 개설되지 않았다. 아마, 아크의 평소 행실이 바른 덕분이지 않을까.

         

        반면,

        

       당혹스럽게도, 나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그 어디보다도, 내가 직접 만든, 시청자들이 모여있는 위게더 게시판에서의 여론이 특히 좋지 않았다.

         

        [작성자: 나오나르르]

        [제목: 🔥🔥🔥🔥🔥🔥🔥🔥]

        [이 시이1팔련 방송 대체 언제 키냐

         

        아크랑 듀오면 ㅈㄴ 맛도리 컨텐츠잖아

         

        왜 다른 스트리머 방송으로 봐야되냐고!!!]

        –     ㄹㅇ 기사 존나 맛있게 하던데 아ㅏㅏㅏㅏㅏㅏ

        –     1인칭 화면 개궁금했는데 대체 왜 방송을 안 키고 해

        –     ㄴ 솔직히 티키타카가 더 궁금했음 ㅠㅠㅠㅠ

        –     ㄴ 아크는 왜 방송 안 킨 거지……

        –     ㄴ 아크는 존나 열심히 방송하고 쉬는 휴방일이었으니까 이해가 되지만 방장은 진짜 시1팔

        –     아 스트리머 잘못 골라서 방송도 못 보네

       

       [작성자: 크르르못참겠다]

       [제목: 🔥🔥🔥🔥🔥🔥🔥🔥]

       [🔥🔥🔥🔥🔥🔥🔥🔥🔥🔥🔥🔥🔥🔥]

        –    🔥🔥🔥🔥🔥🔥🔥🔥🔥🔥🔥

        –     🔥🔥🔥🔥🔥🔥🔥🔥🔥🔥🔥

        –     🔥🔥🔥🔥🔥🔥🔥🔥🔥🔥

       

        [작성자: 갓따먹]

        [제목: 문 열어!!!!!!!!!!!!!]

        [문 좀 열어!!!!!!

         

        하루 방송하고 한참 쉬더니, 이젠 또 며칠 방송하는 척하다가 일주일째 무단 휴방이야

         

        문 좀 열어 시1발아!!!!]

        –     여긴 욕설 밴 안 함?

        –     ㄴ 방송도 안 하는데 게시판을 관리하겠냐

        –     ㄴ 그렇네 씨1발 문 좀 열어 미친년아!!!

        –     제발 공지라도 해줬으면 좋겠어

        –     ㄴ 예상 공지- 제목: 도적 좋죠? 내용: 도적 좋죠? 댓글: 도적 좋죠?

        –     ㄴ 개 시 발

       

       다른 곳도 아니고, 방송 보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가장 큰 불이 났다는 건……위험신호 아닐까. 광산에서 카나리아가 우는 것처럼.

        

       여러 요청 중 수용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부는 어렵겠지만.

         

       분노로 가득찬 게시판을 찬찬히 훑어 보니, 최소한 공지라도 남겨달라는 댓글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공지. 공지라. 

       

       아직 방송을 할 정도로 컨디션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아무렴. 공지 정도는 쓸 수 있다.

       

       길게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지.

        

        감사도 표해야 하고……설명할 것도 있고……양해도 구해야 하니까.

       

       좋아.

       

       업로드하고……이제 마저 쉬어야지.

       

       * * * *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오랜만이네요. 방송 공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위게더 게시판을 만든 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많이 활성화가 되었네요. 보기 좋습니다 😃.

         

        앞으로도 도적 관련 얘기를 힘껏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게시판 이름이 지금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의 위게더’인데, ‘도적부흥운동회’로 변경신청 넣어두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찾아오실 때 참고하시고요.

         

        아크님이랑 듀오를 한 건 그냥 도적부흥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비방 도적부흥운동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사회운동에는 양지에 드러낼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음 방송(미정)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드림]

        –     미친년1아 방송(미정)이면 공지를 왜 해

        –     ㄴ 애가 얼마나 정신이 나갔으면 1을 저기다가 집어넣냐

        –     아

        –     방송공지라며 미친년아……!

        –     아 싯 팔

        –     방송(미정)? 지금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     방송이 미정이면 시!@발 공지를 대체 왜 쓴 거냐?

        –     ㄴ 우리 꼴받으라고 쓴 거 아닐까?

        –     ㄴ 존나 성공적인 공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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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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