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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올리비아는 곧바로 암시장으로 뛰어갔다.

       

       “여기, 그쪽이 부탁했던 정보네. 한 번 확인해보시게.”

       “…….”

       

       암시장의 주인이 올리비아에게 두꺼운 서류철을 건넸다.

       

       근 2년간 동부 연합과 관련된 소문의 수는 무려 487개. 미쳤다고 저걸 다 외울 생각은 없었다. 정확한 순서가 기억나지 않을 뿐, 저 중에 뭐가 자신이 퍼트렸던 소문인지는 구분할 수 있었다.

       

       ‘아, 맞네. 이거였다. 이거랑, 이거도.’

       

       그렇게 추리고 추린게 총 스물 세 개. 

       

       ‘됐다. 외웠다.’

       

       올리비아는 확인을 마치자마자 미련없이 암시장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류철을 태워버렸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남은 시간 : 3분 11초]

       

       금탑 근처에 도착하자 타이머가 차감되기 시작했다. 멜리나는 집무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비서가 올리비아를 가로막았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우우웅.

        

       집무실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깨달음이라도 얻으신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탑주님을 수십년 동안 모셨지만, 이런 적은 처음인지라…….”

       

       하긴, 이번에 건네준 것까지 치면 벌써 네 번째 편린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멜리나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슬슬 진리에 대해 감을 잡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감을 잡은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한치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주 흐린 안개를 거니는 정도로 바뀐 정도랄까.

       

       둘 다 주변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안개 속에서는 빛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족의 발전이다.

       

       올리비아가 문 너머를 가리켰다.

       

       “아마 내일 아침까지는 여기 계셔야 할거에요.”

       “……내일 아침까지 말씀이십니까?”

       “그보다 더 길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여기서 혼자 이러고 계시지 마시고, 빨리 가서 다른 분들도 데려오세요.”

       

       비서가 망설였다.

       

       “그, 그래도…….”

       “그동안 제가 지키고 있을게요.”

       “그, 그러면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비서가 반색하며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탁탁탁…….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올리비아는 슬쩍, 집무실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아주 살짝만.’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작게 열린 문 틈 사이로, 황금빛 기운이 새어나왔다. 닿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정순한 마나였다.

       

       -고오오오오.

       

       올리비아는 문틈으로 집무실 내부를 엿보았다. 방 안은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했다. 그런 황금빛의 한가운데서, 멜리나가 평온한 얼굴로 허공에 정좌하고 있었다.

       

       멜리나의 몸이 점점 더 높이 떠올랐다. 몸에서 황금빛이 더 많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마력은 마치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멜리나의 마력이 허공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본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았네.’

       

       아직 진리에 닿은 것은 아니다. 다만, 진리에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마법사는 자연에서부터 마나를 가져와 체내에 갈무리한다. 그렇게 갈무리한 마나를, 마력이라고 부른다.

       

       마법사에게 마나는 하등 의미가 없다. 마나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력에 비하면 효율이 압도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평생에 걸쳐 마력을 모은다. 한계까지 쌓고, 담을 그릇을 넓히고, 다시 한계까지 쌓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한다.

       

       멜리나는 이 과정을 200년의 세월동안 반복해왔다. 그랬기 때문에 대륙 최강의 마법사였다.

       

       하지만 진리는 다르다.

       

       진리에 닿으려면, 그동안 쌓았던 모든 마력을 버려야 한다. 버리고 버려서, 마지막 한 줌까지 쏟아부어야 한다.

       

       그것이 첫 단계다.

       

       화면 너머의 플레이어에게는 그저 귀찮은 과정의 일부일 뿐이지만, 대마법사들에게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확신이 없으니까.

       

       버린다고 다시 채워지리라는 확신이.

       

       남는 것은 오직 두려움 뿐.

       

       모든 것을 잃고,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거라는 두려움.

       

       – 고오오오오.

       

       하지만 멜리나는 두려움을 딛고 나아갔다.

       

       무엇이 그녀에게 저런 용기를 불어넣었을까.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타악.

       

       올리비아는 문을 닫았다. 타이밍 맞게 비서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올리비아는 그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서둘러 제 방으로 향했다.

       

       [남은 시간 : 00분 03초]

       

       다음엔 얼마나 바뀌어있을지, 참으로 기대되었다.

       

       

       

       *****

       

       

       

       멜리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더없이 맑은 금빛으로 빛났다.

       

       “…….”

       

       몸이 가벼웠다. 오랫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체내에 남은 마력은 전무했다. 하지만 멜리나의 얼굴에는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해보였다.

       

       “이런 것이었구나. 이런 기분이었어.”

       

       멜리나가 황홀하다는 얼굴로 창 밖을 응시했다.

       

       “아아…….”

       

       형형색색의 마나로 가득찬 세계.

       

       -두근.

       

       멜리나는 심장 박동이 묘하게 달라졌음을 느꼈다. 혈관을 따라 마나가 순환했다. 마치 자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그녀는 모든 마력을 포기한 대가로, 마나를 얻었다.

       

       “아하.”

       

       멜리나가 사춘기 소녀처럼 웃었다. 

       

       “버리는 것이 아니었구나!”

       

       대양(大洋)에 황금빛 색소를 수백 포대씩 퍼부은들, 색깔은 변하지 않는다.

       

       대양은 여전히 푸르다.

       

       “섞여서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그릇을 깨뜨려 대양의 일부가 되었으니, 이제 그녀의 단전은 세계였다.

       

       올리비아는 세계를 이런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녀의 세계는 이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자신은 이제야 진리에 한 발짝 다가갔을 뿐이니까.

       

       멜리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보여줘야 되겠구나.”

       

       아직 새벽이되, 지평선 끝에 해가 떠오르는 새벽이었다. 부지런한 제자라면 이미 일어났을 것이다.

       

       멜리나는 집무실 문을 슬며시 열었다.

       

       “타, 탑주님?”

       “쉿. 조용히 하거라.”

       

       멜리나의 얼굴에 그려진 온화한 미소에, 비서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올리비아는 아직 자고 있느냐?”

       “……예.”

       

       멜리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순간이동으로 한 번에 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걸어가고 싶었다.

       

       타악.

       

       멜리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생각했다.

       

       ‘전부 다 네 덕이다.’

       

       마력을 절반쯤 버렸을 때, 끔찍한 두려움이 멜리나를 덮쳤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는다는 두려움.

       

       하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이 하나 있었다.

       

       아낌없이 베푼 자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한다는 두려움.

       

       그 때부터 마력에 미련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

       

       잃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들이부었다.

       

       만약 올리비아가 없었더라면, 평생 진리의 근처도 가지 못하고 죽었을것이다.

       

       진리에 도달하려면, 평생 또한 쌓은 마력보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야 했으므로.

       

       예전의 멜리나였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느새 침실에 도착한 멜리나였다.

       

       “……스승님?”

       “자자, 누워 있거라.”

       

       멜리나가 손가락으로 올리비아의 머리를 쓸었다.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단 말이냐.’

       

       멜리나의 손길을 묵묵히 지켜보던 올리비아가 물었다.

       

       “스승님.”

       “왜 그러느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그것이…….”

       

       기쁜 마음으로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려던 멜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

       

       설명을 요구하는 푸른 눈동자.

       

       -멈칫.

       

       동시에 멜리나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하루가 지났구나.’

       

       감사받아 마땅할 제자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나중에 말해주마.”

       “나중에 언제요?”

       “음…….”

       

       물론 이 아이도 자신의 제자다. 그저 현자로서의 면모를 무의식 속에 감추고 있을 뿐.

       

       하지만…….

       

       “네가 나를 가르칠 정도로 성장하면, 그 때 알려주마.”

       “……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너라면 반드시 그렇게 될테니까.”

       

       멜리나는 다시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아니었다.

       

       ‘벌써 들으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

       

       멜리나는 오늘 일을 잠시 아껴두기로 했다.

       

       스승을 만나기 위해 어쩌면 시간까지 넘나들었을, 사랑해 마지않는 제자를 위해.

       

       “자, 이제 일어나자꾸나.”

       

       멜리나는 여느 날처럼 수업을 시작했다.

       

       해가 뜨고 지고, 다시 뜨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달에 가까워졌을 무렵.

       

       “오늘이구나.”

       

       제자가 스승이 되고, 스승이 제자가 되는 날.

       

       아끼는 제자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자가 되는 날.

       

       그리고.

       

       [남은 시간 : 160분 00초]

       

       올리비아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남은 시간 : 159분 59초]

       

       타이머는 켜지기 무섭게 차감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일어났느냐?”

       

       멜리나의 손길은 따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굴에는 자애가 넘치는 미소가 피어있었다. 평생 무감정으로 살았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정도로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멜리나 디비아에]

       – 레벨 : 97

       – 호감도 : 50(+80)

       – 직업 : 시간과 공간의 대마법사

       – 칭호 : 구도자, 금색 마탑주, 제국의 수호자

       

       “자자, 빨리 눈 뜨거라. 네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단다.”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같은 얼굴.

       

       거기서 올리비아는 확신했다.

       

       “축하드려요, 스승님.”

       

       일이 아주 잘 풀렸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Ilham Senjaya님이 좋은 추석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곁에 없을 때 애정이 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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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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