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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게임이 준비되었습니다.]

       [편사 VS 권왕]

       [20초 뒤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마지막 상대는 도현이 아는 이였다.

       

       여러 대회에서 도현을 박살낸 친한 동생.

       

       권왕 원챔 유저인 권존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권존은 도현을 보자마자 너스레를 떨었다.

       

       “형. 요새 빡시게 게임하더니 점수 많이 올렸네.”

       “지금 너만 잡으면 프로 리그야.”

       “진짜?!”

       

       맵은.

       신전이었다.

       

       권존은 정면전에 한해서는 아피스의 프로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런 상대를 아무런 변수가 없는 신전 맵에서 만났다는 건 가히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봐줄 생각 없지?”

       

       뭣보다 도현은 권존을 상대로 약했다.

       

       대회건 랭크게임이건 간에 도현이 권존을 적으로 만나 승리로 거둔 적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형. 내가 형 만나러 온 거 보면 몰라? 나 한 번만 더 지면 강등이야.”

       

       물러설 곳이 없다는 권존의 말에 도현은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그래. 알겠다.”

       

       평소라면 권존의 얼굴을 보자마자 속으로 체념했을 도현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권존이 작아 보였다.

       

       오늘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깨달음을 얻은 지금이라면.

       

       부담감은 없었다.

       

       설령 지더라도 다시 올라오면 그만이니까.

       

       기회는 이번뿐 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도현이 얻은 것은 며칠 만에 휘발되어버릴 가벼운 지식이 아니라 몸에 새겨져 평생토록 남을 무언가였으니까.

       

       [게임시작]

       

       권존은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채찍이 움직이기도 전에 거리를 좁혀 도현을 박살낼 생각인 것이다.

       

       이전이라면 도현은 저 접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달랐다.

       

       도현은 권존이 달려드는 앞에다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에 닿아 바닥이 부서졌고, 그에 따라 사람의 손만한 돌덩이들이 비산했다.

       

       돌에 얻어맞은 권존의 움직임이 일순이나마 멈췄다.

       

       권존이란 이름의 기병이 가속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젠 도현의 차례였다.

       

       그가 손을 움직이자 채찍이 권존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권존은 자신의 눈을 믿지 않았다.

       

       편사가 쓰는 채찍은 뱀과 같다.

       

       단순히 그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뱀처럼 음습한 거짓말쟁이란 이야기였다.

       

       보이는 것을 믿어선 안 된다. 언제 어디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른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어디지.

       

       어딜까.

       

       이 형 평소 성격이면 다리를 노리는 게 맞는데 오늘은 뭔가 다르단 말이지.

       

       기껏 좁힌 거리를 포기하는 건 아쉽지만 일단 뒤로 물러날까.

       

       당장은 안전한 선택을 하면서 상황을 보자.

       

       그리 결심하고 권존이 발을 뒤로 움직인 순간 그의 발목에 무언가가 걸렸다.

       

       도현의 채찍이었다.

       

       “씹!”

       

       채찍이 당겨지며 중심이 흐트러진다.

       

       권존의 반사신경은 뛰어난 편이었지만 아예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대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바닥에 떨어졌다.

       

       쿠웅.

       

       등에서 충격을 느끼기 무섭게 권존이 몸을 굴렀다.

       

       그러자 권존이 있던 차리에 채찍이 내리 꽂혔다.

       

       그는 자신이 피한 채찍의 소리를 들으며 기시감을 느꼈다.

       

       저 채찍 소리는 평소 도현이 휘두르던 것과는 달랐다.

       

       원래 도현이 사용하던 채찍도 위협적이었지만 소름을 돋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권존은 저 채찍 한 방을 맞는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저걸 어디서 봤지?

       

       분명 봤어. 그것도 얼마 전에.

       

       아.

       

       “형. 화령을 따라하는 거야?”

       “화령이 아니다. 화령‘님’이다.”

       “하. 씨. 아주 마교도가 다 되셨구만?!”

       

       그 영상이 좀 쩔긴 했지.

       

       이 형 실력이 왜 이렇게 늘었나 했는데 그거 보고 뭔가 깨달음이라도 얻었나.

       

       “안 오냐?”

       “갑니다. 가요.”

       

       권존은 도현을 상대하며 그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도.

       

       살짝 손짓을 했을 뿐인데 쏘아지는 폭탄과 채찍질도.

       

       집요할 정도로 권존의 의도를 막아서는 수들도.

       

       변화한 도현의 앞에서 권존은 속수무책이었다.

       

       [승리]

       [기준을 달성하셨습니다. PST 00:00을 기준으로 프로 리그에 편입됩니다.]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길에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도현은 자신의 앞에 떠오른 문구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이 프로 리그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꿈만 같았다.

       

       서서히 현실감이 차오르자 도현이 웃음을 지었다.

       

       눈물을 흘렸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신전이 터지도록 소리를 쳤다.

       

       수 년 동안 도전했던 목표를 이루었다는 걸 세상에 알렸다.

       

       여태 도현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아는 권존은 옆에 서서 가만 그 환호성을 지켜봐 주었다.

       

       [패배]

       [기준에서 떨어져 PST 00:00을 기준으로 챌린저 리그로 강등됩니다.]

       

       어찌 보면 프로 리그에서 떨어져버린 권존을 놀리는 행위나 다름 없었지만 권존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저 형은 이제 보답 받을 차례가 됐으니까.

       

       뭣보다 다음 번에 직접 떨어트림으로써 되갚아 주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한참이나 지랄발광을 하던 도현은 어느 시점이 지난 후 부끄러움이 몰려왔는지 다급히 일어나선 헛기침을 내뱉었다.

       

       권존은 놀리는 대신 어른스럽게 대처를 했다.

       

       자신의 추태를 지인에게 보여 부끄러울 도현을 위해 주제를 바꾼 것이다.

       

       “형. 이번에 데케이님이 여는 대회에 나오죠?”

       

       이런 배려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전 도현이 지랄을 하던 모습을 모두 다 녹화해두었기 때문에.

       

       그는 이 장면을 가지고 도현을 두고두고 놀려먹을 생각이었다.

       

       “천하제일 무술대회? 나가지. 나 맨날 나가서 광탈하고 오잖아.”

       

       권존의 속마음을 모르는 도현은 기꺼이 권존의 배려에 올라탔다.

       

       “이번에 화령도 나오더라고요.”

       

       화령님이?

       

       도현은 권존의 말을 듣자마자 인터넷 창을 열어서는 대회의 참가인원을 확인했다.

       

       있었다.

       

       맨 마지막에 적혀 있었다.

       

       화령이라는 이름이 분명 그곳에 있었다.

       

       그러면 나 화령님 앞에서 편술을 펼치게 되는 건가?

       

       “열심히 해야겠다.”

       

       도현은 계획을 세웠다.

       

       화령의 앞에서 자신의 채찍을 보이고 그녀에게 감사를 전할 계획을.

       

       인정을 해줘도, 해주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기적을 선사해준 화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을 뿐이었다.

       

       당신은 나의 신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기왕에 인정받으면 좀 더 좋긴 하겠지만.

       

       이미 시간은 세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하는 도현이기에 본래라면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도현은 다시 한 번 랭크게임을 돌리러 갔다.

       

       조금이라도 더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하린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그녀가 어느 정도 무의 이치를 따라는 것에 익숙해졌단 사실이었다.

       

       그녀는 단순히 무의 동작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무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익히고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기야 하다만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머잖아 성과를 이루겠구나.”

       “그 머지않아라는 게 몇 개월쯤인가요?”

       “개월이라니? 당연히 년 단위지.”

       

       내가 그리 대답을 하자 하린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 생각한 듯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나는 참으로 친절하게도 똑같은 답을 되돌려 주었다.

       

       적게 잡아도 몇 년은 걸려야 빛을 볼 것이라고.

       

       이것도 그녀의 특수성을 생각해 짧게 쳐 준 것이었다.

       

       하린은 내기를 쌓을 필요가 없다. 그녀는 어차피 다른 무인의 몸을 빌릴 뿐이니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롯이 깨달음 뿐이다. 보통의 무인들이 거쳐야 할 절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몇 년이다. 만일 하린이 평범한 무림의 아해였다면 내 최소한 수십 년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본디 무라는 것은 느리지만 느리기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이 느린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바쳐야 한다.

       

       대개 그 대가라는 것은 파멸이었다.

       

       이 곳이 무림이었다면 힘을 얻기 위해 외도를 택하는 걸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하린 그대는 어디까지나 취미로 무를 익힐 뿐인 현대의 아해지 않더냐.

       

       굳이 생을 바쳐가며 무를 추구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그…. 그래도 몇 년 동안 제자리에 머문단 소리는 아니죠?”

       “당연하지. 다만 그 과정이 느리고 지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거면 충분해요!”

       

       그래. 긍정적이어서 참 보기 좋구나.

       

       자아. 그럼 그대의 성과도 확인을 했으니 가르침을 시작해볼까.

       

       방금 전 내 그대의 상승욕구를 보았으니 그대도 성실히 내 가르침에 응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저번처럼 무서운 건 아니죠?”

       “하린. 내가 두 번이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리라 생각하느냐?”

       

       허어. 이 몸을 무엇으로 보고.

       

       “그런 건 아니지만.”

       “걱정 말거라. 내 다른 이를 가르쳐 보며 감을 잡아 왔으니.”

       

       지난 번 엔리를 가르치며 현대의 아해를 어찌 굴려야 할 지 대충이나마 깨우쳤다.

       

       그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겠다.

       

       다만 하린 그대는 무에 관해 무지하던 엔리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자 아니더냐.

       

       그러니 대충 엔리에게 했던 것 몇 배 정도 수준으로 몰아 붙여주마.

       

       무얼. 걱정하지 말거라. 기절을 한다면 내 친절히 깨워줄 터이니.

       

       내 미소를 보고 하린도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몇 시간에 걸쳐 천천히 굴려주고 나니 하린은 지쳐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게 되었다.

       

       팔다리에 힘을 다 뺀 채 출 늘어진 그녀의 모습은 얼핏 목각인형처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 정도로 하면 적당하겠구나.

       

       중간중간 하린이 우는 소리를 내뱉기는 했다만 원래 가르침을 받는 이들은 대개 불평을 하기 마련이다.

       

       가르치는 자는 그런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자신의 판단 하에 모든 걸 결정해야지.

       

       “저어. 화령님.”

       “무어냐?”

       “엔리님은 이거 할 때 보상을 받았잖아요. 저는 뭐 없나요?”

       

       보상?

       

       그게 무슨 소리더냐.

       

       자네가 어디 엔리와 같은 상황인가.

       

       내 엔리는 무인이 아닌 아이에게 가혹함을 선사한 것이어서 마음을 쓴 것이다.

       

       허나 그대는 무인을 자칭하는 이가 아니더냐. 내 가르침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녔는지 잘 알 터인데 그런 소리를 하다니.

       

       “농담이에요. 그렇게 정색하지 마세요.”

       

       거짓말 말거라. 내 그대가 진심이었음을 모를 성 싶더냐.

       

       급히 철회하였기에 이 이상 추궁하지는 않겠다만 하린 그대는 좀 더 나를 공경할 필요가 있다.

       

       내 표정이 쉬이 풀리지 않자 하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화제를 꺼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려하는 것이 뻔히 보였지만 그 노력이 가상해 일단은 넘어가주었다.

       

       언제까지고 어색함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화령님도 이번에 대회 나오신다면서요?”

       “데케이가 여는 그것 말이더냐? 그래. 그러기로 했다.”

       

       돈은 그렇다치고 VR캡슐이 너무 탐이 나서 말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데케이가 대회의 보상으로 내건 것은 VR캡슐 중에서도 고급에 속하는 녀석이더구나.

       

       본래라면 구매를 하고 싶어도 수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는 것을 당장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니 나로서는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도 참가해요.”

       “그대도?”

       “화령님한테야 갓난애기로 보이겠지만 저 나름 알려진 유저거든요?”

       

       생각을 해보면 하린은 그 이름을 꺼내자마자 엔리가 알아챌 정도로 유명한 이였다.

       

       거기에 데케이와 같은 계급에 올라섰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데다가 다른 게임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중이라 했으니 대회에 참가한다하여 특이할 것도 없겠지.

       

       아직 갈 길이 먼 이 아이가 고수 소리를 듣는다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찌하겠는가.

       

       “그렇단 소리는 대회의 참가자들이 다 그대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야기인가?”

       “아뇨. 대부분은 저보다 잘하는 분이시죠. 열판을 하면 아슬아슬하게 세 판에서 네 판을 이길 정도?”

       

       그대보다 잘한다고 해봐야 한 수에서 두 수 높은 정도라는 소리겠구나.

       

       천하제일 무술 대회라는 거창한 이름치고는 참가자들이 약하지 않으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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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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