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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다시, 보육원.

     대외적으로 보육원의 화이트들은 제국에서 온 이들이라고 알려지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제국에서 데려왔지만, 제국인이면 안 된다고. 지금은.’

     아직 제국과 정식 수교도 맺지 않았는데 제국의 아이들이 왔다?

     -협곡을 열어준 것도 아닌데 제국 아이들이 어떻게 지브롤터에 들어온 겁니까? 몰래 열어줬구나! 반역이다!!

     이는 분명 구설에 오를 일이다.

     ‘그래서 당장은 말을 배우지 못한 돌연변이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

     백발은 제국에서는 황가의 피를 가진 여아를 상징하지만, 왕국에서는 돌연변이에 가까운 색깔이다.

     그러니 적당히 숨겨야 했다.

     백발 소녀들이 지브롤터에 여럿 모였다는 소문이 퍼져, 제국 아이들이 아니냐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게 제어해야 한다.

     머리카락은 숨길 수 있다.

     ‘당장은 하얀 게 보였지만, 어떻게 얼버무릴 수는 있어.’

     머리카락의 뿌리는 어떻게 할 수 없어도, 염료를 이용해 머리카락 색을 물들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언어는 안 되지.’

     제국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들을 왕국의 고아들로 이해해야 한다.

     ‘당장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왕국 출신이라고 오해해줬으면 좋겠고.’

     최소한 왕국 언어를 그 나이에 맞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기존 보육원 아이들과는 어울려서는 안 된다.

     -도련님. 이 아이들, 너무 똑똑해서 무서울 지경이에요. 벌써 다들 10살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니까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정도면 보육원 아이들과 어울려도 큰 문제는 없겠어요! 일상 대화는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미르딘 부인이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바와 같이, 화이트들은 상당히 빠르게 왕국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출신에 대해서는?

     -아이마다 각자 서로 다르게 만들어놨고, 아이들도 잘 이해했답니다!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심지어 가짜 고향에 대한 배경지식까지 미르딘 부인에게 배워, 아이들은 순식간에 왕국 출신 고아로 세탁되었다.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해서?

     그것도 있지만, 아이들 자신도 준비가 어느정도 되어 있었다.

     ‘영악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알고 보니, 다들 은근히 왕국어를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더라.

     ‘하긴. 에르윈 회장이 왕국에 보낼 아이들을 뽑는데, 왕국어를 아예 못하는 애들로 보내지도 않았겠지.’

     다들 기초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에르윈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왕국어를 어느정도 공부해 놓고, 이곳에 와서는 왕국어를 아예 모르는 척 연기를 하고 있었더라.

     ‘황실 핏줄이라고 해도 언어를 배우는 게 그렇게 빠를 리가 없는데. 그것도 9명 모두.’

     우리의 순진한 미르딘 부인은 자신이 천재들을 가르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겠지.

     하지만 그녀에게 자세한 내막을 알려줄 생각은 없다.

     화이트들이 자기 무기를 숨길 정도로 똑똑하다.

     이용 가치는 더 높아지고, 황태자의 첩자가 아니라 내 수족으로 삼으면 그게 곧 내 그림자가 된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

     재능은 보장되어 있다.

     몸에 흐르는 혈액의 절반은 황태자의 피고, 나머지 절반은 예쁘거나 유능한 여인들의 피다.

     ‘재능있는 수족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에르윈 회장의 피가 마스터 급 재능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중급-막말로 하급 기사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

     ‘황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정도로 내 편이 되었을 때의 이득과 희망을 가지게 된다면, 이보다 더 믿음직한 칼날이 또 없어.’

     화이트들을 내 편으로 만든다.

     그를 위해 몇 가지 계획을 짜내 본 결과.

     나는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나의 동생, 누아르 지브롤터의 제안을 이용하기로 했다.

     -형. 애들이, 자꾸 걔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화이트들의 미모에 홀린 아이들이 어떻게 인사라도 하고 싶어하는 청춘을 이용한다.

     -그래? 그러면 애들 다 모아. 아니다. 보육원장에게 지시해서, 강당에 모이라고 해야겠어.

     -어, 지, 진짜?

     -아버지에게도 말해둘 테니, 너는 내일 훈련생들 데리고 보육원으로 와. 아침에.

     -지, 진짜지?! 나 애들한테 얘기해도 되는 거지?

     -물론. 내가 설마 동생에게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서 쪽팔리게 만들까?

     그렇게.

     -얘들아! 내일, 큰 거 온다! 뭐냐고? 알 필요 없어! 그냥 기대만 해!

     누아르가 기사 후보생은 물론이거니와 보육원 아이들에게도 호언장담한 덕분에.

     

     나는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보육원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 * *

     

     “아아. 모두, 다 모였군.”

     보육원 건물의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대강당.

     100명의 아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기에 넉넉한 공간의 앞.

     “오늘 너희를 모은 건 다름이 아니라, 너희가 궁금해할 부분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다.”

     나는 연단 위에 올라, 협곡의 아이들 모두의 시선을 전부 받으며 입을 열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였군.”

     아침 훈련을 마치고 연무장에서 목검을 휘둘러야 했을 기사 후보생도.

     지하에서 꽃을 관리하며 식물 연구를 하던 미래의 연금술사 예비역도.

     

     무술이나 연금술에는 재능은 없지만 일단 제국식 아카데미 교육 체계를 주입 당하고 있는 미래의 첩자들도.

     모두, 대강당에 모여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안심해라. 정규 수업이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따로 보강은 없다. 하디스 경이나 메릴리 원장, 칼스 선생도 쉬어야 할 때가 있으니.”

     비록 내가 앞에 섰다는 것에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업을 빼먹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 있어 흥미와 관심을 돋운다.

     “물론,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지하로 보내겠다.”

     “히, 히익…!”

     “마침 솜누스 꽃이 많이 남아서 말이야.”

     경고는, 한 번이면 충분하겠지.

     

     “아카데미식 수업은 익숙해졌나? 익숙해져야 할 거야. 너희들의 희망찬 미래를 위하여.”

     

     현재.

     “지브롤터의 기사든 행정관이든 집사든, 시험을 통과할 수준과 최소한의 교양 없이는 받아줄 생각 없거든. 잘 배우고 있도록.”

     보육원의 아이들은 오전에 제국식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을 듣는다.

     “잔소리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고. 오늘 내가 너희들을 소집한 건 어떤 이들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웅성웅성.

     고요했던 강당에 소란이 인다.

     여자아이들은 곤혹스러워하고, 남자아이들은 서로 눈을 빛내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자식들.’

     그레이 지브롤터를 향한 두려움조차도 억누르게 만드는, 생물이 본능적으로 가진 욕망.

     “로버트 경. 들어오라고 해.”

     “예.”

     끼이익.

     대강당의 문이 열리며, 밖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온다.

     저벅, 저벅.

     새로이 들어오는 11명의 소녀.

     검정과 하양이 섞인 메이드복을 입은 채, 다소곳한 자세로 일렬로 들어와 내 뒤로 늘어선다.

     약 한 명, 백발이 아닌 금발인 소녀가 있지만 다른 소녀와는 다른 기품 같은 게 느껴져 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히힛.”

     한 명.

     긴장감 없이, 눈을 반짝이며 보육원의 아이들을 전부 훑고 있는 소녀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소녀도 그저 웃기만 할 뿐 딱히 뭔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하기로 했다. 소개하지. 보육원의 관리를 책임질 견습메이드들이다.”

     메이드.

     ‘견습’이라는 단어에, 다들 의아함을 내비친다.

     “이들은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갈 곳이 없어 지브롤터에 온 아이들이다.”

     돌려 말하지만, 고아라는 뜻.

     “그러나 보육원은 다 찼고, 이들을 맡긴 이를 생각해서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지만 너희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이들이니, 함부로 건드리면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경고.

     “여기 있는 둘은 내 전속이다. 금발 쪽은 자베스. 은발 쪽은-”

     “엘리, 예요!!”

     아스타시아가 손을 번쩍 들며 자신을 ‘엘리’라는 가명으로 소개했다.

     “헉…!”

     그리고, 강당이 멈췄다.

     조금 전까지 견습메이드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아이들이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눈만 좌우로 구르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엘리.”

     “네, 도련님!”

     “지금은, 조용히.”

     “앗, 네! 알았어요. 히힛.”

     내가 아스타시아에게 주의를 주자, 다들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본다.

     “뭐. 왜?”

     바라던 반응이다.

     특히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에단의 눈이 제일 인상적이다.

     ‘역시, 효과적이야.’

     다른 이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아스타시아에게만 보여주는 특별한 반응.

     이를 통해 소문이 돌겠지.

     그레이 지브롤터가 엘리-아스타시아에게는 모든 것을 예외로 두더라.

     보는 눈빛이 심상찮고, 옆에 계속 끼고 다니더라.

     ‘반했다고 마음껏 착각해라. 그래야 내가 편하니.’

     그레이 지브롤터가 아끼는 전속 메이드라고 인식이 박힌다면, 그 누구도 아스타시아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껏 속아라.

     내가 아스타시아에게 반했다고.

     언젠가 소문이 협곡을 넘어 제국에 있는 황태자의 귀에까지 들어갈 수 있게.

     ‘그것이 너희들이 이 보육원에서 존재하는 가장 큰 가치일 테니.’

     아이들의 선입견에 따른 소문이 황제의 귀를 더럽히고 판단을 흐리게 만들 칼날이 될 것이다.

     “이 메이드들은 너희들의 생활을 관리해 줄 것이다. 청소, 빨래, 솜누스 수확, 기타 등등.”

     화이트들의 역할을 언급한 순간, 몇몇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하여튼.’

     인간이란, 언제나 계급을 나누기를 좋아한다.

     이 보육원 내에서도 남들이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준다는 생각이 드니, 바로 메이드들을 깔보려고 하는 기색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너희들의 생활을 보좌하되, 감시하고 파악하며 부정한 이를 잡아낼 나의 눈이 될 것이다.”

     그 저열한 인식은 순식간에 뒤집힌다.

     “부디, 내게 책잡힐 일은 하지 않기를 바라지.”

     같은 고아 출신이라고 해도, 그 소속이 누구냐에 따라 급이 달라지는 법.

     “그러면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 걸로 하고. 메릴리. 아이들과 소개를 맡겨도 되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를 네 보좌라고 생각해라.”

     나는 메이드 중 9번, 왼쪽 어깨에 주황색 견장을 차고 있는 화이트를 가리켰다.

     “이 아이가 이들의 대표다. 지금은.”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

     메릴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며 고개를 숙였다.

     “저 둘에 대해서는, 공사를 구분하면 되는 겁니까?”

     메릴리가 아스타시아와 나리아를 슬쩍 바라봤고, 나는 메릴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정확해. 어지간하면 내가 곁에 두겠지만.”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이 뒤는 제가 맡아서 진행하겠습니다.”

     메릴리는 옅게 웃으며 내게서 물러난 뒤, 9번을 향해 다가갔다.

     ‘알아서 잘하겠지.’

     지금까지 새로운 기수가 들어올 때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서로 친해지기 위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고, 메릴리는 그걸 이미 9번이나 직접 진행한 베테랑이다.

     그렇다면.

     “누아르?”

     “……!!”

     뒤에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던 누아르가 벌떡 일어났다.

     “너, 잠깐 나를 따라와라.”

     “어, 으, 응.”

     누아르는 최대한 근엄한 자세로, 하지만 어딘가 삐걱거리면서 나를 따라 나왔다.

     끼이익.

     문이 닫힌 순간.

     “…형.”

     

     누아르가 상당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쟤들, 혹시-”

     “너 말이다.”

     나는 누아르에게로 몸을 돌려, 바로 녀석의 어깨를 잡고 벽으로 밀었다.

     “설마, 너랑 같이 수련하는 기사 후보생들에게만 소개해 주려고 한 건 아니겠지?”

     “……!!”

     역시나.

     “너.”

     사람은, 근본이 변하지 않는다.

     “그런 걸로 사람을 구분하고, 여자를 이용해서 네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 거냐? 응?”

     미래.

     “따라와라.”

     누아르가 지브롤터 기사단이 아닌 자기 개인 기사단의 충성을 얻어냈던 방식.

     술. 여자. 그리고 백은.

     “그 안일한 생각, 뜯어고쳐 주지.”

     나는 누아르의 어깨를 토닥인 뒤, 보육원 1층 응접실을 가리키며 아래로 내려갔다.

     유리창에 비친 누아르의 표정은, 그야말로 처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와도 같았다.

     * * *

     누아르 지브롤터.

     

     미래의 소드마스터이며, 동시에 ‘방탕공자’라는 악명을 가졌던 존재.

     회귀 전, 내 가족들은 전부 사고뭉치였다.

     사고뭉치라는 표현이 그나마 가족으로서 최대한 그 수위를 낮춘 표현이며, 타인이었다면 아마 나는 온갖 쌍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누아르, 레타르.

     이 중 가장 나를 힘들게 만든 이는 누구인가.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매일 같이 사고를 치고 다녔던 ‘횟수’만 따지면-

     ‘이 새끼지.’

     별장에 한 번에 초대한 여자가 9명.

     그리고 이 녀석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여자를 갈아치운 놈이다.

     ‘그러니 혁명군의 함정에 걸렸지.’

     문란하게 놀았으나 관리는 철저하게 했지만, 나름 즐기겠다고 위생 부분은 철저하게 관리하고자 했다.

     ‘세인트 지오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지.’

     그래서 어느정도 검증된 여자들만 끼고 놀았었다.

     ‘문제는 이 녀석이 황제한테 이야기를 듣고, 피임은 개나 줘버렸다는 것.’

     책임없는 쾌락이었다.

     책임은 지브롤터 변경백, 그러니까 내게로 돌아왔다.

     ‘몇 명이었더라.’

     결국, 나는 한 달에 두세 번꼴로 ‘내가 누아르 지브롤터의 자식을 낳았습니다’라고 찾아오는 여인들을 저택 입구에서 맞이해야만 했다.

     진짜였던 경우도 있었고, 그걸 이용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당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설계된 함정이었다.

     ‘고귀한 핏줄의 여자가 누아르 죽이겠다고 스스로 매독을 걸고 누아르에게 안길 줄은.’

     설마 그런 여자가 스스로 병에 걸려서 누아르에게 안긴다는, 소위 ‘자폭’을 시도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무서운 여자야. 정말이지.’

     

     황제도.

     망국의 공주도.

     심지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한 여인이 복수를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내던진 암살.

     그렇게 누아르는 당해버렸고, 죽어버렸다.

     그러니.

     그런 존재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누아르. 결론부터 말하마.”

     나는 바짝 겁을 먹은 누아르에게 명단 하나를 내밀었다.

     “너.”

     “이건….”

     “이 중에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미리 골라둬라.”

     “…쟤들, 이름이야?”

     화이트들의 명단.

     “마리아. 에난시. 글로리아…. 와. 얘들…이름 되게 예쁘다.”

     나는 번호로 외우고 있는 이름과 복잡한 배경을, 이 녀석은 ‘미소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숨에 외워버렸다.

     “그, 그런데 형. 갑자기 이건….”

     “1명부터 9명. 없으면 마음대로 하고.”

     “뭐?”

     “너 좋을 대로 하라고.”

     나는.

     “마음에 들면 9명 전부 부인으로 들여도 좋고, 아니면 그냥 네 기사들 소꿉친구로 삼아서 기사들 충성을 받아내도 좋고.”

     “어, 어어….”

     나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나의 동생, 누아르야.”

     사람의 근본은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기에.

     “형이, 설마 네가 바라는 걸 모를 것 같냐?”

     “혀, 형…!”

     차라리,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판을 깔아줘야 한다.

     “대신.”

     그 판은, 철저히 통제되어야겠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는, 키스까지만 하도록.”

     “…….”

     누아르가,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인다.

     “키, 키스까지라니. 그, 그게 무슨 말일까. 하하하.”

     “기어오르지 마라. 발랑 까진 소리 하지 말고.”

     언제나 누아르는 변명할 때마다, 내게 모른척하며 딴소리를 했었다.

     “…….”

     “내가 네 수련생들이랑 하는 시시콜콜한 농담까지 입에 담아야겠어?”

     귀족 중에 일부, 그런 이들이 있다.

     평민과 함부로 어울릴 생각을 하지 말라고.

     “네가 그 녀석들과 나누는 이야기,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지금까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보육원 기사 후보생 중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도 일부 존재한다.

     “나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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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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