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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새로운 지역은 언제나 환영이다.

        

       백연영의 말대로 동쪽 지역으로 향했다.

        

       늪지대 상부에 도전해도 나쁠 건 없지만, 거길 점령한다고 해도 그다지 얻는 이득이 없을 거 같다. 끽 해봐야 칭호 하나가 더 늘어나겠지.

        

       그리고 늪지대 상부를 점령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바리오닉스만 해도 지금의 내가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였다.

        

       아노돈토보다 더 무겁고, 유타랍토르보다 더 거대한 공룡이었으니까.

        

       게다가 놈보다 강한 녀석이 존재할 확률이 낮지도 않다.

        

       과장 좀 보태서, 늪지대 하부의 피라냐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거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바리오닉스보다 강한 녀석들이 튀어나올 확률을 배제해선 안 된다.

        

       물론 불확실하다는 건 내가 향하고 있는 밀림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도 바리오닉스보다 더 강한 적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게다가 내게 익숙하지 않은 지형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곳에는 확실히 얻어갈 게 있었다.

        

       백연영이 인정한 기연이 있다는 뜻이다.

        

       공청석유와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힘을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다.

        

       요새 몸보신을 안 한 지 꽤 되긴 했지.

        

       만약, 정말로 한 달 만에 네필라 쥐라시카를 치료하고 투스와 푸스도 아라크네로 진화된다고 치자.

        

       나로서는 좋은 일이긴 한데, 약간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미들이 나보다 강해진다면 어떨까.

        

       물론 그렇다고 나를 함부로 대하진 않을 거다.

        

       내가 업어서 키우기도 했고 거미들은 날 숭배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유 모를 불안감이 있다.

        

       거미줄로 칭칭 묶인 채, 거미의 엉덩이를 하루 종일 때려줘야 할 거 같은 기분.

        

       꼬리를 매일 상납해야 할 거 같은 기분.

        

       그리고 네필라 쥐라시카의 그 상태들이 한 번에 해결될 거 같은 기분.

        

       “게겍!”

        

       이건 거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도마뱀의 존엄성을 챙기기 위해선 더 강해져야 한다.

        

       거미들이 나보다 강해진다면, 그날 이후로 나의 위엄은 땅에 박히고 말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일단 상태부터 점검해 보자.

        

       【고모도 LV6】

       HP: 920/920

       MP: 390/390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은룡굴의 주인」

       「늪지대(하부)의 주인」

        

       늪지대의 주인은 아직 남아 있구나.

        

       내 자리를 차지한 녀석이 나타나지 않은 걸까?

        

       아니면 한 번 획득하면 쭉 이어지는 걸까.

        

       전자여도 큰 상관은 없었다.

        

       카이만 같은 녀석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몇 번 토닥토닥해주면 내단을 토해낼 테니까.

        

       내 레벨은 아직 6이다.

        

       고모도가 된 이후에 그럴듯한 강적을 쓰러트리지 않기도 했지만, 그래도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나름 데이노니쿠스 같은, 악어왕도마뱀일 때는 잡을 엄두를 내기도 힘든 녀석들을 먹이로 삼고 그랬는데.

        

       큰 힘에는 큰 경험치가 필요한 법.

        

       고모도쯤 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다.

        

       아노돈토를 내가 쓰러트렸다면 적어도 10레벨은 됐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

        

       이 상태라면 다음 진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거다.

        

       그래도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내가 원하는 결과물로 유도할 수 있으니까.

        

       물론 고모도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도통 감이 잡히진 않지만, 방향성을 정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꾸준히 두 발로 걸어, 도마뱀을 벗어난 수각류의 길로 간다던가.

        

       아니면 이름에 용이 들어간 스킬과 무공을 꾸준히 연습해 전설의 영물, 용의 길을 걷는다던가.

        

       용이 될 확률은 매우 낮을 거다.

       

       그러나 티타노보아도 히드라와 비슷한 존재로 진화했다.

       

       그런 걸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킬】

       「용조수」「소룡등천보」「소주천」「백독불침」「백란심법」「벽호공」「고룡각」

       「용린LV5」「역린 LV1」「독 생성 LV4」「독 모으기 LV2」…….

       __________________________

       

       용의 이름을 가진 스킬과 무공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무공의 끄트머리에 있는 고룡각이 눈에 띈다.

        

       결국 고룡각을 익히고 말았다.

        

       백연영이 보여준 것과 같은 위력을 낼 순 없지만, 용조수가 통하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난 것에 의의가 있다.

        

       날 위해 희생해 준 유타랍토르에게 잠시 묵념을 보냈다.

        

       그래도 동굴은 돌려받았으니까 만족할 거다.

        

       조금 야윈 거 같긴 한데, 금방 살이 찌겠지.

       

       백연영이 나름 먹이도 챙겨줬고.

       

       물론 갑자기 털이 필요하다면서 깃털을 몽땅 뽑긴 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 상태를 보자.

       

       내 레벨은 비록 6이지만 결코 약하진 않았다.

        

       이 세상 도마뱀 중에는 내가 제일 강하지 않을까.

        

       일단 이 고모도라는 종은 덩치가 큰 코모도왕도마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설 속 영물이라 칭하기엔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어도, 코모도부터가 최상위 포식자다.

       

       그 상위호환인 고모도는 약하고 싶어도 약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악어왕도마뱀이나 물왕도마뱀이 치타라면 코모도왕도마뱀은 표범이나 재규어 정도는 될 거다. 그리고 고모도는 호랑이 정도 될 테고.

        

       생긴 것도 코모도와 큰 차이가 있진 않다.

        

       다만, 나의 경우는 용린을 습득하고 있어 코모도와 차이가 나긴 난다.

        

       평상시에는 갑옷을 입고 있는 코모도라고 해야 할까.

        

       목이 조금 더 두껍고 근육이 더 붙은 코모도다.

        

       용린을 변형한다면 코모도와 거리가 더욱 멀어지게 된다.

        

       판타지 소설에 나올 법한 흑색 드래곤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많은 도마뱀을 봤지만, 이 상태의 나보다 잘생긴 도마뱀을 본 적이 없다.

        

       하품을 하면 브레스가 나갈 거 같은 생김새였다.

        

       “게에엥….”

        

       물론 하품을 해봐도 브레스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뚝뚝 떨어지는 침을 브레스라고 할 수 있을까.

        

       독이 섞여 있으니까 대충 포이즌 브레스.

        

       색도 청록색이 있으니까 그린 드래곤쯤 될 거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계속 걸으니, 백연영이 말한 밀림의 지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밀림.

        

       밀림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한다면 열대우림이자 정글이다.

        

       바사삭.

        

       내 키만 한 풀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야가 높은 게 유리할 테니, 이족보행을 했지만 그럼에도 이 풀들은 나보다 컸다.

        

       확실히 공룡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가, 풀의 크기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이만한 풀을 뜯어 먹는 공룡의 크기는 또 엄청 크겠지.

        

       그런 녀석을 사냥하는 육식 공룡은 더 클 테고.

        

       조금 긴장해야겠다.

        

       밀림은 역시나 덥고 습했다.

        

       군데군데 보이는 초식 공룡은 크기는 역시나 거대했다.

        

       나를 보고 긴장한 듯이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적어도 지형을 파악한 후에 사냥해야지.

        

       무턱대고 공격부터 하다간 무슨 꼴이 날지 모른다.

        

       그리고 저렇게 덩치가 큰 초식공룡과 정면에서 싸울 필요도 없었고.

        

       촤자자작!

        

       과연 밀림이라 그런가, 날아다니는 벌레들의 크기도 엄청나게 컸다.

        

       거의 밸로시랩터만 한 사마귀도 있었고, 익룡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커다란 잠자리들도 날아다녔다. 저 정도 크기면 지금의 나도 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거다.

        

       물론 벌레를 굳이 먹을 이유가 없어서 노리진 않았다.

        

       먹을 게 없던 때나 그런 걸 먹었지.

        

       고기도 구워 먹는 문명 도마뱀이 된 지 오래다.

        

       …가만, 이제 당소영이 없는데 어떻게 구워 먹지?

        

       벼락이라도 기다려야 하나.

        

       밀림에서의 시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키가 큰 식물이 잔뜩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일 거다.

        

       키가 큰 식물, 커다란 초식 공룡과 날아다니는 거대한 벌레들.

        

       밀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물 분포지만 뭔가 어색했다.

        

       한 가지 비어 있는 게 있다.

        

       그건 바로 포식자의 부재였다.

        

       거대한 초식 공룡까진 아니더라도 벌레들을 잡아 먹을만한 놈은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그런 공룡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곳곳에 다른 공룡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신선한 사체였다.

        

       곳곳에 커다란 발자국이 보였다.

        

       공룡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무언가가 달랐다.

        

       그래.

        

       이건 조류의 발자국이었다.

        

       이 정보들로 알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내 주변에 포식자가 있다.

        

       머리가 좋고 덩치가 큰 녀석으로.

        

       마치 데이노니쿠스?

        

       아니, 그것보다 더 위험한 녀석이었다.

        

       놈은 소리를 죽인 채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놈들도 실수를 저질렀으니까.

        

       풀숲에서 기습했다면 위험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이미 위치를 옮겼다.

        

       그나마 트인 장소로.

        

       놈들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선 모습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을 거다.

        

       “그르르….”

        

       낮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너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들어가겠다.

        

       경고의 의미였다.

        

       밀림은 조용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다양한 생명체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류, 혹은 익룡의 소리.

        

       멀리서 들리는 공룡의 포효 소리.

        

       벌레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소리.

        

       파바바바밧!

        

       “끼이이이익!”

       “끼기기기긱긱!”

        

       날 미행하던 건 하나가 아니었다.

        

       두 마리.

        

       그것도 꽤 위험한 녀석이었다.

        

       【티타니스 lv14】

        

       【티타니스 lv18】

        

       __________________________

       【티타니스】

        

       공포새의 일종으로 이름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의 티탄입니다.

       키는 1.4~2m까지 자라며 몸무게는 250kg 정도 나가는 거대한 공포새입니다.

       최대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는 다리는 공포새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끝이 구부러진 강력한 부리로 적의 두개골을 수직으로 쪼아 박살내는 위협적인 사냥꾼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끼에에에에엑!”

        

       흡사 수리와도 같은 포효를 내지르는 공포새.

        

       날지도 못하는 날개를 펼치고 깃털을 부풀려 날 위협했다.

       

       

       확실히 대단했다.

        

       저 포효소리와 덩치라면 웬만한 사냥감의 기를 꺾고 시작했겠지.

        

       “그르르르르…….”

        

       하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놈에게 진짜 포효가 무엇인지 알려줘야지.

        

       “게게게게겍!”

        

       와라, 두 마리 치킨.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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