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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잠정 은퇴긴 하지만 사정상 그렇게 됐네요 ㅠㅠ. 당분간은 드라마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 같아요.]

         

         

       ……거짓말.

         

       소문이 진짜였다고?

         

       설소영. 그녀는 일단 다급히 사정을 물었다. 그가 힘든 일이 있어 은퇴를 선택한 거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소영 씨도 저 말고 다른 작가님들 작품에 출연해봐야죠.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자신이 걱정하건 말건 이번에도 그는 그녀를 밀어냈다.

       거기에다가 뒤에 이어지는 말이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였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 출연해보라고?

         

       지금까지 설소영의 연기 인생은 모두 그의 작품과 함께했고, 순수하게도 그녀는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작품의 출연한다는 의사를 내비쳤을 때, 그가 했던 말을 설소영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 그것이 자신이 마약 사건에 연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설소영은 그의 그런 행동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그가 자신의 배우 인생을 책임져 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해줬을 때처럼.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제 그의 말에는 더 이상 따뜻함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차갑다.

         

       마치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부정하듯, 처음 문자를 나누기 전처럼 그저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돌아간 것 같았다.

         

       때문에 설소영의 호흡이 서서히 가빠진다. 휴대폰을 간절히 쥐고 있던 가녀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만, 설소영의 이런 상태를 알 리가 없는 상대방은 그러거나 말거나 이어서 문자를 보내왔다.

         

         

       [첫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제가 쓴 드라마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앞으로 927 작가가 아닌 한 명의 팬으로서 소영 씨를 응원할게요. 그럼 이만.]

       

         

       그리고.

         

       누가 봐도 작별을 고하는 듯한 이 문자가 그에게서 온 마지막 문자였다.

         

         

       “안 돼…….”

         

         

       그렇기에 설소영은 반사적으로 이런 문자를 작성했다.

         

         

         

       [……작가님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이것은 그들 사이에 은연중에 지켜지고 있던 룰을 그녀가 먼저 언급한 것이었다.

         

       설소영과 927 작가는 지금까지 통화를 딱 한 번 나누었고, 그것조차도 그녀를 응원해주기 위해서 927 작가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설소영은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이 자신과의 통화를 별로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문자만으로도 대화가 잘 이루어졌기에 설소영은 딱히 이 건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어쩌면 또 힘든 상황이 다가왔을 때, 그때처럼 또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걸어주길 내심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 문자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기에 그녀는 927 작가와의 통화를 강렬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5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어째서인지 그에게서 그럴듯한 답장은 오지 않았다.

         

       현재 시간은 오후 11시.

         

       설소영은 그가 언제 잠에 빠져드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아마 오후 11시 30분에서 12시쯤.

       

       항상 답장이 안 오는 시점이 그 시점이었고, 이만 자러 간다는 문자가 이쯤에 온다.

         

       즉, 지금처럼 그가 자신의 문자에 대답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뜻이었다.

         

         

       뚜루루루루-

         

         

       설소영은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때의 그녀는 만약 상대방이 통화를 받더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다.

         

       그저 간절히 비는 것이다.

         

       작별을 고하는 그 말이 부디 마지막이 아니기를……

         

       비록 스토리 작가와 배우의 관계가 지금 끝이 나더라도, 이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를……

         

         

       뚜루루루루-

         

       

       신호음이 이어진다.

       계속.

       고작 몇 분이었지만 지금의 설소영에겐 영겁의 기다림과도 같았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도 좋다.

       

       설령 그것이 욕이든, 원망이든 뭐든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니…….

         

       제발.

         

         

       뚝-

         

         

       그때 신호음이 바뀌며 순간 설소영의 얼굴에 희망이 들어섰다.

         

       허나,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설소영은 그 이후로도 계속 문자와 전화를 걸었다.

       어젯밤 11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벽이 서서히 밝아올 때까지 그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 동안 어떠한 답장도 오지 않았고……

         

       설소영은 쥐고 있던 휴대폰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927 작가님이 은퇴했다.

       스토리 작가와 배우로서의 접점도 사라졌는데 심지어 연락마저도 끊겼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끝.

         

       지난 2년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이 나버렸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 설소영은 가슴에서 어떠한 통증을 느꼈다.

         

       이윽고, 그 통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작가님…….”

         

         

       뚝- 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침대의 시트에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

         

         

         

       아니, 뭔데.

         

       단잠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니 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생전 전화 한 번 안 걸어오던 여자에게서 부재중 전화만 13건.

         

       문자만 30건은 넘었다.

         

       ……얘 밤샌 건가? 분명 영광고등학교도 오늘이 신입생 입학식일 텐데?

         

       어쨌든.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일단 문자의 내용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상당히 장문의 문자가 많았고, 중간중간 짧은 문자도 보였다.

         

       대충 내용을 읽어 보니 나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많았다. 오히려 미안해야 하는 쪽은 이쪽인데 조금 얼떨떨한 상황.

         

       거기에다가 앞으로 자기가 더 잘할 테니까 한 번만 은퇴 건에 대해서 생각해 줄 수 없냐는 문자도 있었다.

         

       쓰으읍…….

         

       설마 내가 영구 은퇴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분명 잠정 은퇴라고 말한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당황스러운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냥 친분이 있다고 생각한 여자가 갑자기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어. 덤으로 문자도 많이.”

       “그걸 밤새도록?”

         

         

       나는 차무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 한빛예고의 입학식이 있는 만큼 함께 등교하기로 했는데 고민도 나누면 반이 된다고 조심스럽게 녀석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야, 서은우. 혹시 너네 사귀고 있는 사이인데 착각한 거 아니야? 네가 말한 상황은 누가 봐도 커플들의 전형적인 이별 상황이잖아.”

       “아니,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조금만 생각해봐. 세상에 어떤 여자가 특별하지도 않은 사이에 그렇게 집착을 하냐?”

       “어…….”

         

         

       어쩌면 녀석의 말대로 그냥 친분이 있는 것을 넘어서 조금 특별한 관계일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연애 쪽이 아닌 일 쪽인 관계 아닌가?

         

         

       “정 네 말대로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고백이라도 시원하게 한 번 박아보던가. 무조건 통할걸? 어쨌든 축하한다 서은우. 너 연애 고수인 나 덕분에 솔로 탈출한 거야 새갸.”

       “……? 너 모쏠이잖아.”

       “오, 진짜?”

         

         

       뻔뻔한 얼굴로 앞서 걸어가는 차무식.

       연애 고수는 개뿔.

       어쩌면 저놈에게 이런 유의 고민 상담을 했던 것 자체가 패착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되도록 빠르게 답장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설소영이 보낸 마지막 문자로부터 이제 딱 2시간이 지났다.

       

       워낙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미처 답장을 못 보내고 있었기에 일단 나는 어떠한 문자를 작성했다.

       

       내 은퇴 건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최소한 그녀에게는 확실하게 말해 두자.

       

       

       “야, 서은우. 빨리 안 오고 거기 서서 뭐하냐?”

       “잠깐만. 거의 다 적었어.”

       “키야~ 내 말 대로 고백 박냐? 나만 빼고 봄이 왔구만, 와버렸어…… 시발.”

       

       

       

       나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세상에 하소연하고 있는 차무식을 쳐다봤다.

       

       음, 잠깐만 저기 골목으로 들어가자고 말할까. 

       

       한 대만 때리게. 

       

       

       “확실히 한빛예고 건물이 예쁘긴 하네.”

         

         

       아쉽게도(?) 골목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한빛예고에 정문에 도착한 차무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빛예고의 건물은 보통의 학교와는 다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세련됐다. 그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다른 학생들도 건물만큼이나 화려하다.

         

       기본적으로 한빛예고는 두발 규정이 없다. 덕분에 각종 다양한 색의 헤어와 스타일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래. 굳이 예를 들면…….

         

         

       ─야, 저 금발 여자애 걔 아니야?

       ─설마 홍련(紅蓮)의 막내? 이번 실용무용과에 지원했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보네.

       ─진짜 한빛예고 오길 잘했다. 언제 국내 최고 걸그룹의 멤버랑 안면이 트겠어.

       ─에헤이 꿈이 크네. 쟤가 너 같은 놈이랑 대화를 왜 나누겠냐?

         

         

       옆에서 다른 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주제는 바로 건너편에서 정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한 여학생에 관한 것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이색적인 금발과 맑고 푸른 눈동자.

         

       순간 모델이 아닐까 착각했지만, 그녀의 본질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이돌이었다.

         

       현재 가장 핫한 걸그룹인 홍련의 막내이자, 밝은 에너지와 아름다움으로 홍련의 센터에서 맹활약 중인 아이돌.

         

       사실 나는 그런 그녀랑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플라이 하이의 캐스팅과 OST, 안무 제작을 위해 JYB 본사에 방문했을 때 그녀랑 몇 번 정도 대화를 나눴으니까.

         

       그렇다.

       그녀의 이름은 이다혜.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이번 한빛예고의 신입생으로 입학한 모양이다.

         

       하긴, JYB와 한빛예고는 거리만 따지고 보면 상당히 가깝다.

         

       아이돌로 활동 중인 이다혜의 입장에서도 한빛예고는 최고의 선택지겠지.

         

       일단 그런 것보다 문제가 하나 생겼다.

         

       부디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는데 건너편에서 자연스레 눈이 마주친 이다혜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쓰으읍…….

         

       근데 눈빛이 영 예사롭지 않다고 해야 하나?

         

       뭔가 저러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고 싶다.

         

       봐라.

       지금처럼 거침없이 뛰어오는 모습만 봐도 더더욱…….

         

       ……?

         

       왜 이다혜가 내 쪽으로 뛰어오는 거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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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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