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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잠깐 빌릴게요.」

         

       에스텔은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디모나는 입술을 콱 깨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도와 이단심판관.

         

       제 집에서는 강아지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 격차가 너무 컸다. 디모나는 우는 듯 웃으며 나를 보내주었다. 절대 넘어가지 말라고,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속닥거리기까지 했다.

         

       근데 어쩌냐.

         

       달에 내가 버는 양이 몇 배는 많은데.

         

       뭐, 어차피 넘어갈 생각도 없었다. 이미 라의 교단에서 기반을 다 잡았는데, 저쪽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지.

         

       나는 물끄러미 눈앞의 사람을 쳐다보았다. 카페에 앉아 시킨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며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어린아이.

       물론 성인이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몸은 작고 귀엽지만, 그렇다고 마냥 귀여운 것도 아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적과 아군을 철저히 구별한다. 그리고 아군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할 시, 곧바로 폐기한다.

         

       철저한 합리주의자.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아군은 시나리오 중에서 대부분 이자벨라였다.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고 했었나.

         

       놀랍게도 저쪽이 언니다.

         

       "…냠."

         

       에스텔이 바로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다. 오물거리는 게 무척 귀여웠다.

       입에 칠칠 맞게 묻히면서 먹기까지. 휴지를 건네 살며시 입을 닦아주었다. 그녀가 익숙한 듯 입술을 약간 내밀었다.

         

       "근데 저 뱀 교단으로 안 넘어갈 건데요?"

       "알고 있어."

       "……? 근데 왜 찾아왔어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후기는?"

       "…너. 뱀 교단이랑 어울려."

       "좋은 의미죠?"

       "나쁜 의미."

         

       에스텔이 삼 층 석탑처럼 높이 쌓여 있던 아이스크림을 말끔히 비웠다.

         

       "이자벨라에게 왜 접근한 거야?"

       "그냥 우연찮게 얻어걸려서요."

       "처음부터 눈의 악마를 노린 거야?"

       "우리 쪽 상단 털려서 쫓다 보니 마주친 건데요?"

       "내부고발은 왜 했어?"

       "부조리를 참을 수 없었던 정의로운 마음에."

       "진짜?"

       "진짜죠."

         

       이것저것 캐묻던 에스텔의 고운 아미가 조금 일그러졌다.

         

       "악인도 선인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

       "완벽히 한쪽으로 기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상황 따라 달라지는 거고, 관점 따라 달라지는 거지."

       "그 말이 맞아. 그러니 물을게."

         

       에스텔이 스푼에 남은 아이스크림을 핥았다.

         

       "이자벨라가 만약, 뱀 교단에서 쫓겨나면 어떡할 거야?"

       "…쫓겨나요?"

         

       내 우량주가?!

         

       "가정. 대답을 원해."

       "그냥 뭐, 적당히 도와줄 거 같은데요?"

       "라의 교단으로 끌어들일 거야?"

       "설마요. 에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달에 몇 번 찾아갈 거야?"

       "…한 세 번?"

       "난 서른한 번. 내가 이겼네."

         

       우쭐해하는 게 제법 웃겼다. 한 사람에게만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모에 포인트였지.

       나는 나온 커피를 홀짝였다.

         

       "그래서? 궁금증을 풀렸어요?"

       "풀리기도 했고, 건네야 할 것도 있어."

       "건네야 할 거?"

         

       …설마.

         

       -서, 선물 준비했다고 했잖아요…그동안 자하드는 자기 몸을 너무 혹사했으니까…나라도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이런 예쁜이를 봤나!

         

       "뭔데요?!"

       "그 전에 먼저, 하나만 확인하고 싶어."

       "…뭐를요?"

       "네 수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하고 내 옷깃을 잡았다.

         

       "너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궁금해."

         

         

         

         

       . . .

         

         

         

         

       수준 확인.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일방적인 폭력에 가까웠다.

         

       "크윽?!"

         

       '어둠을 내리찍는 묵직함 – 스텀프(Stomp)'가 깨졌다. 몸에 두른 성법들이 모조리 박살 나 바닥에 흩어졌다.

         

       에스텔의 몸에서 그림자 성력이 떨어졌다. 검을 휘둘러 잔존해 있던 성력을 털어 냈다.

         

       "…놀라워."

         

       감정이 없던 어조에 살짝 놀라움이 내려앉았다.

         

       "이자벨라에게 들었던 것보다 더 강해."

       "후드려 패놓고 잘도 그런 말 하시네요."

         

       바닥났던 성력이 다시금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계다. 반나절을 넘게 싸워서 몸에 힘이 하나 없었다.

       에스텔이 쳐놓은 신성 결계가 아니었다면, 드웨인의 귀에 들어갔을 게 분명한 싸움.

         

       나는 그대로 대자로 뻗었다. 숨을 몰아쉬었다.

         

       역시 경험이 쌓이고, 스펙도 쌓였다 생각했는데…사도한테는 안 되나.

         

       에스텔은 전장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이기도 하니까 뭐, 당연한 결과겠지.

         

       "그래서요?"

         

       에스텔이 내 코를 살짝 건드렸다.

         

       "합격."

       "뭐가 합격인데요?"

       "급할 때 이자벨라의 방패가 되어 줘. 그럼 선물을 줄게."

       "아니 뭐…일단 챙기기는 할 건데…이자벨라가 그렇게 적이 많아요?"

       "많아. 나가의 품 내부에는 그녀를 무능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 그녀보다는 그녀의 부하들이 문제야."

         

       에스텔이 눈을 찌푸렸다.

         

       "내가 버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듣지 않아. 나는 이자벨라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그래서 최악은 교단에서 쫓겨날 수 있다?"

       "그럴 경우는 오지 않을 거야. 내가 막을 거니까. 넌 보험이야."

         

       에스텔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그림자 보옥]

       섭취할 수 있는 형태의 영약입니다.

       설화 속, 가장 오래 살았던 뱀은 구슬은 하나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악한 짐승에게 이를 빼앗긴 뱀은 그와 비슷한 구슬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실패물. 하지만 신의 입장에서 실패물일 뿐, 인간의 처지에서는 보물과 다름없었습니다.

       가장 어둡고 음침한 동굴 속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백 년에 오로지 하나의 구슬만을 빗을 수 있습니다. 현재 뱀 교단들 사이에는 동굴의 위치도, 그림자 보옥의 존재 자체도 모두 불투명합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믿을만한 사람과 함께 복용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강렬한 환각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강력한 폭주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몸의 한계가 강제로 넓혀집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성력의 한계가 강제로 넓혀집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성력의 순환이 더욱 매끄러워집니다.

       -그림자 보옥을 섭취 시, '검은 늪 – 파벨라(Favela) (A)'를 습득합니다.

         

         

       와 씨!

         

       이걸 갑자기 얻는다고?! 안 그래도 그림자 성법 쪽이 유독 빈약하다 느꼈는데, 그걸 만회할 찬스다!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느는 것이나 다름없지!

         

       "물어볼 게 있어."

       "뭐, 뭔데요?!"

       "어째서 나랑 싸울 때 나가의 성법을 쓰지 않은 거야?"

       "그야…제 그림자 성법 숙련도는 형편없으니까요?"

       "써야 늘어. 이자벨라가 가르쳐준 걸 활용해. 쓰지 않으면 늘지 않아."

       "그렇긴 해도…이래봬도 제가 라의 이단심문관이라…대놓고 쓰기엔 눈치가…"

       "성력을 숨길 수만 있으면 되는 거지?"

         

       그녀가 검집 채 검을 들어 올렸다.

         

       "일단 한숨 자."

       "예?"

         

       쾅.

         

       대가리를 얻어맞았다.

         

         

         

       . . .

         

         

         

       "일어나."

       "크업?!"

         

       벌떡 일어섰다. 눈앞에는 에스텔이 서 있었다. 뉘엿뉘엿 지고 있던 해는 어느새 완전히 사라지고 달이 떠 있었다.

         

       "말도 없이 머리를 때리는 게 어디 있어요?"

       "하지만 덕분에 전부 끝."

         

       끝?

         

       나는 성력을 일으켰다. 손끝에 타오르는 성화에는 나와 나보다 강한 존재들이 눈치챌 수 있었던 그림자 성력의 끝자락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뭐야. 어떻게 한 거에요?"

       "바꿨어. 성력의 통로."

       "뭘 멋대로 바꿔?!"

       "이상 없어?"

       "이상은 없는데…"

       "그럼 됐어."

       "막무가내네! 진짜!"

         

       마이페이스인 건 알았는데 나보다 심하잖아?!

         

       나는 일단 상태창을 켰다. 몸 상태를 점검부터 해야지. 나 원.

         

         

       [자하드 발튼] [레벨 : 58]

       [종족 : ???] [직업 : ???]

         

       [직업 고유 스킬]

       -태양신의 사랑 : 보유한 태양신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태양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태양신의 축복 : 태양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태양신의 기도 : 정신오염이 통하지 않는다.

         

       [직업 고유 스킬]

       -뱀신의 사랑 : 보유한 뱀신과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뱀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뱀신의 축복 : 뱀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뱀신의 기도 :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된다.

         

       [사도]

       -뒤섞인 성흔 (A) : 모든 마를 밀어낸다. 타인에게 성흔을 부여할 수 있다. 휘하의 사제들이 뒤섞이며, 일부 신체가 뒤틀릴 수 있다. (5/20)

       -뒤섞인 신성 (A) : 두 가지 신성이 뒤섞였다. 사용법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다른 이들의 눈에 들키지 않는다.. 두 가지 신성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으며, 성력의 성질을 원하는 것으로 맞바꿀 수 있다.

       -치료 (B) : 치료와 전투를 병행할 수 있다. 세간은 이를 '불사자의 싸움'이라 칭한다.

       -축복 (B) : 상태 이상 저항력이 크게 늘어나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신체능력이 크게 상승하며, 성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한다.

         

       [라의 교단]

       -성화 (A) : 신성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악을 정화하고, 태울 수 없는 것을 일부 태울 수 있다. 불꽃의 크기와 한계는 성력에 비례한다. 효율이 크게 증가했으며, 세세한 형태까지 설정할 수 있다.

       -불의 기도 (B) : 기도를 하면 긴 시간 동안 체온이 유지된다.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

       -성수 제조 (C) : 물에 성력을 담는다. 몸의 치유력을 활성화하며, 마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성스러운 벽 (B) : 일부 구역을 차단할 수 있다. 피부 위에 얇게 발라, 불을 휘감을 수 있다. 갑옷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하며, 기준치 이하의 충격을 상쇄한다.

       -불의 속삭임 (B) : 무기의 성능이 높아진다. 불꽃이 내려앉으며, 타인의 무기에도 부여할 수 있다. 마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

       -정화 (C) : 저주를 몰아내며, 오염된 것을 정화한다.

       -절벽을 타오르는 불 – 길로틴(Guillotine) (A) : 황금 시대의 성기사들은 도끼의 끝자락으로 악마를 뇌를 후벼 파는 걸 즐겼다. 적을 전면에서 박살 내며, 도끼의 끝 부분에 폭발의 화염이 감돈다.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형과 비교하면 파괴력이 다소 떨어진다.

       -빛을 삼키는 불 – 루인(Luin) (A) : 황금 시대의 성기사들은 악마의 몸을 구멍투성이로 만드는 것을 즐겼다. 신묘한 변화가 일품이며, 압축된 화염의 불꽃은 두꺼운 철벽도 뚫을 수 있다.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형과 비교하면 파괴력이 다소 떨어진다.

       -어둠을 내리찍는 묵직함 – 스텀프(Stomp) (S) : 부르라. 그러면 답할지니. 아인스발터가 가로되 라의 짓밟음으로 터져나간 악마의 수만 육십 둘에 이르렀으라.

       -재의 왕관 (EX) : 공물을 바쳐 태양신과 관련된 스킬의 등급을 올린다.

         

       [나가의 교단]

       -영련 (C) : 조용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어둠에 스며들 수 있으며,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비늘의 기도 (C) : 기도를 하면 일정 시간 동안 인기척이 사라진다.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독액 생성 (C) : 체내에서 복통을 유발하는 독액을 제조할 수 있다.

       -뱀의 속삭임 (C) : 물건의 외형이 일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물건을 숨길 수 있으며, 잡고 있는 물건에만 해당한다.

       -침식 (C) : 정신에 스며들어, 타인의 정신에 암시를 흘린다.

       -흑색 비늘 (B) : 뱀 교단의 기초적인 검술 '그림자의 노래'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으며, 검을 익힌 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은 늪 – 파벨라(Favela)(A) : 나가의 직속 신도 중 일부만이 습득할 수 있다는 단검술의 정수. 이는 비밀로 묻혀 오직 소수에게만 전달되었으니. 다른 말로는 뱀의 독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용 스킬]

       -고기 요리법(C) : 고기를 맛있게 굽는다.

       -해산물 요리법 (B) : 요리할 수 없는 해산물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음료수 제조법 (C) : 맛있는 음료수를 만들 수 있다.

         

         

       바꼈다.

         

       뱀 교단의 스킬이 하나 덧붙여졌을 뿐만 아니라, 스킬 하나의 문구 자체가 바뀌었다.

         

       [뒤섞인 신성 (A) : 두 가지 신성이 뒤섞였다. 사용법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다른 이들의 눈에 들키지 않는다.. 두 가지 신성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으며, 성력의 성질을 원하는 것으로 맞바꿀 수 있다.]

         

       "…오호라."

         

       이제는 들킬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건가? 거기다가 애매하게 나뉘어 있던 그림자 성력과 태양의 성력이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손끝에서 타오르던 붉은 불꽃이 한순간 검게 뒤덮였다.

         

       성력의 전환 또한 자유롭다. 그림자 불꽃은 머지않아 꺼졌다. 에스텔이 말했다.

         

       “섞어 쓸 수 있도록 노력해 봐.”

       “…그게 가능할까요?”

       “섞인 이상 가능할 거야. 난이도는 최상. 네가 한 형상변환보다도 까다로워. 하지만 분명히 힘이 되어줄 터. 라와 나가, 둘 모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너만 쓸 수 있는 성법이 완성되겠지.”

         

       그건 게임 속에서도 못 본건데?

         

       그거까지 완성한다면…나…대체 얼마만큼 강해지는 걸까…?

         

       "나도 내가 두렵군…"

       "정신병자?"

       "고마워요. 에스텔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네요."

         

       에스텔이 손을 탁탁 털었다. 다시 보니 작은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져 있었다.

         

       "나가님의 계시는 모두 지켰어."

       -에스텔…착한 아이…귀여운 목덜미에 향기로운 체향까지…하아…하아…

         

       나가의 목소리는 무시했다.

         

       "이제 볼일은 끝난 건가요?"

       "하나 더 남았어."

       "또 뭔데요?"

       "너…"

         

       그녀가 달빛을 등졌다.

         

       "정말로 뱀 교단으로 올 생각 없어?"

       "네. 없는데요?"

       "즉답. 고민은 해볼 수 있잖아."

       "에스텔님도 제가 탐나나 보네요. 이런이런…"

       "갈래."

       "노, 농담."

         

       에스텔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일으켜 세워, 먼지를 툭툭 털어주었다.

         

       "이자벨라를 지켜달라는 약속, 잊지 말아 줘."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진짜 영입은 그걸로 끝이에요?"

       "아쉬워?"

       "아뇨. 이자벨라 말로는 어떻게든 데려갈 것처럼 느껴져서."

       "응이라고 대답했어도 나중에 데려갔을 거야. 지금은 아니야. 나가보다 라의 품이 더 안전해. 확실한 영입 제안은 자리를 잡고 할 거야."

         

       포기했다는 건 아니군.

         

       뭐, 상관없나. 어차피 들어갈 것도 아니었으니.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에스텔님. 만에 하나의 순간이 오면, 이자벨라는 제가 지킬게요."

       "…흠."

         

       에스텔이 등을 돌렸다.

         

       "약속해준 대가로 나도 하나 약속할게."

       "뭔데요?"

       "단 한 번. 내 선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네 소원을 들어줄게."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자주색 눈동자가 달빛과 섞여 신비롭게 빛났다.

         

       "뱀 교단 사도의 약속. 무거운 만큼 신중하게 써."

         

         

         

         

       . . .

         

         

         

       뱀 교단들이 떠났다. 이자벨라는 아쉬워했지만, 곧바로 기운을 차렸다.

         

       "다음에 만날 때 검을 겨루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아이. 대단하다. 다 컸네요. 이자벨라 누나."

       "애, 애 취급하지 마…"

         

       에스텔과는 시선을 한 번 교환하는 걸로 끝이었다. 약속을 잊지 말라는 것이겠지.

         

       떠들썩하던 이단심문소도 조용해졌다. 1군 이단심문관들 중, 뱀 교단 성기사들과 친분이 있던 사람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그 새끼…포커 진짜 잘 치긴 하더라."

       "다 따고 떠나던데."

       "개 같은 놈들…"

         

       한 번 등을 맞댄 사이라서 금방 어색함을 푼 것이겠지. 한 차례 넘어간 소란 속에서 나에게도 이변이 찾아왔다.

         

       언젠간 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

         

       "…교황청에서 명령이 떨어졌어요."

         

       디모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망가진 도시 파라메르 수색 임무…참가자 명단에 당신과 로즈메리의 이름이 섞여 있어요. 자하드."

         

       파라메르 수색 임무. 실종된 제국민을 수색하는 임무다.

         

       중요한 건…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제국 차원에서 소수의 인원을 내보내지만, 귀환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걸로 유명한 임무라는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뱀과 태양 챕터도 끝났네요! 드디어 파라메르 수색대 챕터 !
    다음화 보기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성기사가 성물을 독차지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 world where magic reigns supreme and the influence of gods wanes, a young boy finds himself unexpectedly thrust into the role of an acolyte in the declining Sun God’s Temple. Blessed with the divine stigma of the Sun God, he must navigate the temple’s internal politics, the hostility of his fellow acolytes, and the challenges that come with his newfound powers.

As he delves deeper into the mysteries of the temple, he discovers hidden secrets and powerful artifact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his destiny. With the guidance of an enigmatic senior acolyte and the unwavering faith in his own abilities, he sets out to prove his worth and carve his own path in a world that has all but forgotten the true power of the di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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