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4

        윈터러의 1주일이나 이른 테러.

        추가로, 그녀가 인질로 잡은 일본 총리.

        

        어이가 없어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으나…

        

        

        -멈칫.

        

        ‘…나 때문인가?’

        

        

        문득 든 생각.

        나, 어제 빌런들 신나게 때려눕혔잖아. 다섯이나.

        

        직후에 게이트가 터져서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윈터러 입장에서 생각하면?

        

        테러 동료가 적에게 잡힌 상황.

        심지어 상대편엔 최면 교배 아저씨 포함.

        이 상황에서 그녀가 동료들을 믿을 리가 없었다.

       ​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그년들 내 계획 전부 불겠구나! 최면 당해서, 눈가에 하트 띄워놓고! 야한 만화처럼!

        

        즉, 그녀가 습격을 앞당긴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내 카타나가 일으킨 나비 효과였다.

        

        

        ‘스구루 형님이 온 이유는… 스승님 때문이구나!!’

        

        

        추가로, 일본 총리씩이나 되는 자가 막 온 이유?

        

        어제 스승님, 결계 깨시느라 힘 좀 쓰셨잖아.

        그거 보고 ‘왜 니노미야가 저기?’ 한 거겠지.

        

        왜 직접 왔는지는…

        뭐, 형님은 스승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니까.

        혹시 탈주했을까 걱정돼서 직접 찾아온 모양.

        

        스승님과 내 표정이 쌍으로 심각해졌다.

        

        

        “제자야. 저 자가 죽는다면….”

        “좋게 풀려야 한일 외교 전쟁. 일이 잘 안 풀리면 국지전에, 최악의 경우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도요.”

        

        

        일본의 총리가 한국의 빌런 테러에 휘말려 사망?

        다른 나라라면 모를까, 각성자 최강국인 한국에서?

        하필 총리가 몰래 방문한 날 테러가 일어나?

        

        작위적일 정도의 우연 아닌가.

        이게 기막힌 비극이라 생각하는 사람보다, 한국이 우연을 가장해 총리를 암살했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게 분명했다.

        마침 사이 나쁜 국가기도 하니 동기도 충분하고.

        

        나야 이게 우연이 아닌 걸 알지만, 남들 보기엔 이리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여파는, 그야말로 세계를 전란으로 불태우기 충분할 거고.

        

        

        ‘게다가… 스구루 형님이 힘 안 써주면, 나랑 스승님 결혼은 훨씬 힘들 테니까.’

        

        

        개인적으로도 꼭 살려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

        ‘사람은 모두 사랑할 권리가 있다’라며 나와 스승님의 결혼을 강력하게 지지해 준 사람이니까.

        

        은인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무조건 살려야 해요.”

        “그래.”

        

        

        때문에 스승님과 난 의기투합.

        ‘반드시 살려야 한다’ 모드가 되었다.

        

        …윈터러의 테러는 내 탓이고, 총리가 붙잡힌 이유는 스승님 탓.

        어째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무튼.

        

        얼른 이사장에게 눈치를 줬다.

        

        

        “다시 말하지. 빌런과 협상은 없다. 인질을 놓고 얌전히 투항한다면, 그땐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스킬 ‘완전 최면’을 발동. 실패했습니다.]

        

        “……?”

        

        

        여기 좀 보라는 의미로, 걸릴 리 없는 최면 한 방.

        이사장의 눈이 홱 내게 향했다.

        바빠 죽겠는데 뭐 하는 짓이냐는 듯. 신경질적으로.

        

        포스트잇 하나를 척 들어 올렸다.

        

        

        [당황 금지. 인질, 일본 총리 본인. 윈터러 접촉 필수. 통화 종료 요망.]

        “……흠. 아니, 10분 내로 갈 테니, 허튼 수작 말고 기다리도록.”

        

        

        그걸 본 이사장은 즉시 통화 종료.

        직후, 이사장실에 경악이 터져 나왔다.

        

        

        “……일본 총리가 왜 인질로 잡힌 거란 말이냐!!”

        “총리!? 대통령 비슷한 사람 아니에요!!?”

        “뉴스에 그런 말 따위….”

        “스승님이 확인했어. 확실하게 총리 본인이야.”

        

        

        아랑곳 않고 빠르게 브리핑했다.

        윈터러는 모르는 모양이지만, 윈터러가 잡은 인질은 일본 총리.

        죽게 내버려두면 고작 테러로 안 끝난다는 걸.

       ​

        이사장이 머리를 싸맸다.

        

        

        “…폭탄만 해도 머리 아픈데, 인질까지 살려야 한다니.”

        “설하연. 폭탄이란 건 무슨 소리지?”

        “윈터러가 그러더군. 전국 각지에 얼음 폭탄을 설치했다. 자신이 죽으면 폭발하니, 헛수작 말라고.”

        

        

        이사장의 고민은, 윈터러의 악질적인 테러 수법 때문.

        

        그녀의 테러 방식은 이러했다.

        

        첫 번째. 번화가,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어두운 골목길에 폭탄들을 잔뜩 설치한다.

        두 번째. 설하연을 불러오지 않으면 전부 터트리겠다 협박한다.

        

        

        “그렇다고 내가 가면, 보나 마나 죽이려 들 게 뻔한데….”

        

        

        세 번째. 현장에 설하연이 나타나면, 대화를 하자며 끌어들임.

        이후 근처에 숨은 빌런들과 함께 일시 공격.

        

        이 3연타 탓에 게임에서 이사장은 툭하면 윈터러와 동귀어진했다.

        그럼 나라가 빌런 천국이 되어 난이도가 급증하고.

        

        플레이어가 함께 싸워, 설하연을 살려둔 채 승리하면?

        그래도 폭탄이 터지는 건 막을 수 없다.

        만 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나와, 이사장은 영향력을 완벽하게 잃고.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보스였다.

        

        

        ‘그래서 토요일 날, 하루 종일 폭탄 해체하려 했는데….’

        

        

        반대로, 알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다회차를 상정하고 만든 건지, 폭탄이 터지는 위치는 늘 고정.

        게임에서 친절하게 주소까지 불러주지 않는가.

        

        1회차 때 내가 그랬듯, 플레이어는 미리 가서 마력을 흩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윈터러 본인이야 뭐, 우리가 갈 것도 없이 각성자들이 떼로 몰려들어 잡으면 되고.

        

        

        ‘쓰읍. 폭탄이랑, 인질….’

        

        

        문제는, 2회차인 지금은 상황이 휠씬 악랄하다는 것.

        

        폭탄? 해체 못 하고 그대로. 윈터러가 눈 한 번 깜빡하면 터지고, 스승님이 잽싸게 죽여도 터짐.

        인질? 일본 총리. 죽으면 망함.

        

        괜히 백전노장의 이사장이 머리를 싸매는 게 아니었다.

        

        2회차 최면 교배 아저씨인 나 또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머리가 복잡…

        

        

        -꼬옥.

        

        “아빠, 할머니. 왜 그래?”

        “…하루야?”

        “표정 안 좋아. 하루처럼 웃어. 배시시.”

        

        

        심각한 와중, 하루가 끼어들었다.

        우릴 달래주고자 세상 해맑은 미소를 띄운.

        

        얼핏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짓으로 보였지만,

        

        

        “하루야. 지금 그럴 때가….”

        “———우리 하루 최고!!!!”

        

        

        덕분에 번뜩였다.

        이 막막한 상황을 해결 가능한, 단 하나 뿐인 해답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유, 유진…?”

        “…….”

        ‘앨리스는 어제 보니까 벌써 실력이 쓸만했지. 장인어른 때릴 때 보니, 시아도 비슷한 경지일 테고.’

        

        

        대비하지 못한 테러.

        이걸 넘기기 위해 필요한 건, 이 자리에 있는 여섯 전부.

        

        그림자를 넘나드는 시아. 화염을 다루는 앨리스.

        최강의 칼, 스승님. 백전노장, 이사장.

        최면 교배 아저씨, 나.

        

        마지막으로…

        

        

        ‘하루가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야.’

        

        

        한때 윈터러의 수하였던 자.

        저번 테러에서, 능력에 비해 너무도 쉽게 잡혀버린 인형.

        내 수양딸. 서하루.

        

        승기가 보였다.

        

        

        “저한테 작전이 있어요. 잘 되면 폭탄 하나도 안 터트리고, 총리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

        

        

        내 선언에 술렁이는 주변.

        시아도, 앨리스도. 스승님조차 눈을 크게 떴다.

        

        반면, 이사장은 눈을 빛내며 웃었다.

        날 보는 눈에 꿀이 뚝뚝 떨어졌다.

        

        

        “하, 하핫! 유진 네가 또?”

        “예. 작전의 기초는….”

        “시간 모자라니, 설명은 됐네. 내가 뭘 하면 되나.”

        

        

        시원시원한 승낙은 덤.

        저번 주에 입학한 신입생한테 보이기엔 과한 신뢰라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뭐, 믿는 만큼 보답할 테니까. 상관 없나.

        

        

        “예. 우선 제 핸드폰 봐주세요.”

        “지도 내비게이션 앱? 이게 무슨.”

        “여기 즐겨찾기 해둔 곳들, 윈터러가 폭탄 설치한 장소예요.”

        “뭐?! 아니, 그걸 어찌.”

        “제 능력 EX급. 설명하기엔 시간 부족.”

        “……나중에 듣지.”

        

        

        우선, 내일을 위해 휴대폰에 미리 찍어둔 장소들을 보여줬다.

        윈터러의 블러핑과는 달리, 오직 서울 내에만 찍힌 장소 스무 곳을.

        

        

        “전국이라 했는데, 전부 서울이네.”

        “빌런들이 전국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무튼, 이사장님은 이걸 해체하는 동안 버텨주세요.”

        “뭘 하면 되지?”

        “윈터러와 대화하며 시간을 끌어주세요. 인질을 죽이려 시도하기 직전까지, 최대한 오래. 더 힘들 것 같으면 신호해 주시고.”

        

        

        내 작전에서 이사장은 미끼 역할.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육감으로 느끼기에, 내가 끌 수 있는 시간은 20분 정도. 협회의 인력을 전부 파견해도 20분 내에 전부 해체하는 건 무리다만.”

        “괜찮아요. 우리에겐 앨리스랑 시아가 있으니까!”

        “…호오. 과연.”

        

        

        찌푸려진 미간, 내 말에 다시 펴지다.

        우리의 시선이 앨리스와 시아 쪽으로 향했다.

        

        둘이 곤혹했다.

        

        

        “얘랑 나?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유시아 생도. 자세히 묻진 않겠다만, 그림자 관련 능력이지? 곧 해가 지니, 그 틈을 타 고속 이동이 가능한가?”

        “…아!! 가, 가능해요!!”

        “유진, 전 왜.”

        “앨리스 넌 화염 마법 쓰잖아. 네가 그냥 마법진 불태워버리는 게 제일 빠르게 해체될 거야.”

        “……유진, 대단해요!!”

        

        

        둘의 표정은 빠르게 풀렸다.

        

        회귀 전에도 A급에, 이제는 S급 고유 재능 소지자들 아닌가.

        얼음 폭탄 터지기도 전에 날려버리기. 그림자를 넘나들며 초고속 앨리스 배송.

        이 정도는 충분히 자신 있는 모양.

        

        

        “수천 명의 목숨이 달린 일이야. 시아, 앨리스. 부탁해도 될까?”

        “이 불여시랑 같이 다니는 건 별로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나한테 맡겨.”

        “저흰 솔잎 동료잖아요! 맡겨만 주세요!”

        

        

        폭탄 해체 역할을 흔쾌히 받아들인 둘.

        

        기특한 아내들이 새삼 사랑스러워지는 가운데, 난 시선을 다른 쪽으로 향했다.

        이 계획의 조커 두 명이 있는 곳으로.

        

        

        “저랑 스승님. 그리고 하루는….”

        

        -소곤소곤.

        

        “알겠다.”

        “응. 하루, 아빠랑 비밀 요원 놀이. 두근두근.”

        

        

        대 테러 전용 작전. 준비 완료.

        

        

        * * *

        

        

        시아와 앨리스는 먼저 떠나기로 했다.

        가장 급한 사람들이니까.

        

        

        -덥석.

        

        “그럼 다녀올….”

        “흐읏!!? 시, 시아 양?”

        “하아? 뭔데.”

        “그, 그….”

       ​

        “손이 그, 가슴에 닿는데요?”

        “……니 지방 덩어리가 쓸데없이 큰 게 잘못이거든!!!?”

        

        

        급한 상황인데도 이건 못 참는 걸까.

        앨리스를 안아든 시아의 목소리는 오늘도 카랑카랑.

        

        시선을 피하고 있으려니, 둘은 순식간에 멀어졌다.

        

        

        “애초에 왜 이렇게 안는….”

        “이 편이 제일 빠르니까. 아무튼 유진, 끝나면 이사장님 폰으로 연락할게!!”

        

        -파아앗!!

        

        “이, 이러면 속옷 보이잖……!!”

        

        

        도플러 효과처럼 멀어지는 앨리스의 목소리와, 허벅지 사이로 은근슬쩍 보인 하얀색 천 쪼가리는 덤.

        

        …참. 바쁜 와중에도 내 아내들은 귀엽다니까.

        사랑해. 정말.

        

        아무튼. 막중한 책임을 지닌 둘이 떠난 후.

        우린 현장으로 향했다.

        아카데미 정문 바로 앞. 윈터러가 일으킨 번화가로.

        

        그리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이 대머리가 수박처럼 깨지기까지 십~ 구~ 칠~ 넷~.”

        “쯧. 숫자도 못 세나.”

        “…아핫. 존나 늦네요. 늙어서 그런가.”

        “이 나이쯤 되면 관절이 삐걱여서 말이지.”

        

        

        설하연과 윈터러.

        한국 최강 각성자와, 한국 최악의 빌런이 대립했다.

        

        

        “나와 할 말이 있다고? 어디 한번 지껄여보도록.”

        “———빌런들, 내가 지배할게. 살인 안 할게. 그러니까 우리 좀 그만 괴롭혀.”

        “……뭐?”

        

        

        전례 없는 테러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3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공주님안기를 번쩍

    + 시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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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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