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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탁!

     

     

    마지막 합을 끝으로 목검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하늘로 날아간 목검은 빙글빙글 돌다 먼발치에 떨어졌다.

     

    “후우…”

     

    그와 동시에 갤리아스가 한숨을 내쉰다.

     

    “…스승이 누구라고?”

     

    내 맨 목에 목검을 겨누며 갤리아스가 묻는다.

     

    나도 패배를 시인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250년의 시간은 이길수가 없었다. 이토록 능수능란한 검술은 처음 경험했다.

     

    이렇게 벽에 마주하는 기분은 오래전 아담 형과 싸운 이후 오랜만이다.

     

     

    “…저희 단장이요.”

     

    갤리아스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내 옆에 자리했다.

     

    그리 좋지 못한 표정으로 그가 한탄했다.

     

    “…재능이란 정말 불공평하구나. 기껏해야 10년이나 검을 잡았을 네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니.”

     

    갤리아스는 정말 분한 표정으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딱히 나를 위해 빈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흘러나오는 콧방귀를 멈출순 없었다.

     

    “내내 봐주셨으면서 무슨…”

     

    “더 봐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 그래. 내 지난 세월은 대체 뭐가 되는지.”

     

    “…”

     

    “네가 사선을 많이 넘겼기에 벌어지는 차이일까?”

     

    나는 갤리아스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대련을 져놓고 조언을 해줄만큼 뻔뻔하지는 못했다.

     

     

    “…”

     

    숨을 고르며 침묵하는 나의 등을 갤리아스가 툭툭 친다.

     

    “재밌었어, 부단장. 다음에 기회가 나면 또 대련해보자고. 어쩌면 내가 자네의 마을을 방문할지도 모르고.”

     

    왔던것만큼 깔끔하게 갤리아스는 끝을 맺었다.

     

    정말 검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배울게 많은 시간이었다. 흉내내고 싶은 기술들과 생각해볼법한 관점들이 생겨났다.

     

    갤리아스는 목검을 줏으며 말했다.

     

    “그리고 결혼 축하해. 아르윈과…”

     

    그러던 그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

     

    “…아르윈과 탈 없이 행복하게 살아. 오해하기 쉽지만…착한 아이야.”

     

    이내 묘한 조언이 하나 포함된 덕담을 건넨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의 인사를 받아들이며, 떠나가는 갤리아스의 등을 바라보았다.

     

     

    ****

     

     

    하루는 그렇게 흘러 저녁이 된다.

     

    셀레브리엔의 영지는 조용했다. 작게 열기로 한 결혼식인만큼 구경을 위해 모이는 일은 없었다.

     

    조금은 독립적인 엘프들의 성향도 한몫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엘프 입장에서 누군가가 인족과 혼인을 올리는게 그다지 축하할 만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뭐가 되었든 엘프들은 내 모습을 볼때마다 세계수를 지켜줘서 고맙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어찌됐건 나는 마지막 준비를 하러 임시 숙소에 들렸다.

     

    -똑똑.

     

    숙소에는 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는 네르가 앉아있었다.

     

    “왔어, 베르그?”

     

    네르가 나의 등장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 있으면 혼인식이겠네? 아까 아르윈님 봤는데 예쁘시더라.”

     

    어째서인지 기분이 밝아보였다. 표정도 그리 나쁘지 않고 목소리에는 힘도 담겨 있다.

     

    “…”

     

    어쩌면 내가 너무 걱정을 많이 했나 싶다.

     

    네르는 계속해서 조잘대며 말을 했다. 내게 다가와 옷도 매만져준다.

     

    “여기 뭐 묻었다.”

     

    “…”

     

    “앞으로 아르윈님이랑도 같이 살게 되겠구나. 기대된다. 나도 또 한 명의 친한 친구가 생기겠지? 아, 내 첫 친구는 너야 베르그.”

     

    하지만 그녀의 말들이 이어질수록 그 속에 담긴 어색함도 보였다.

     

    원체 이런 말을 안하던 그녀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그 기이함에 내 눈은 그녀의 흰꼬리를 찾았다.

     

    “…”

     

    아니나 다를까 축 쳐진 꼬리가 땅바닥을 쓸고 있다.

     

    네르는 나름의 노력으로 무리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역시나 일부다처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한 명만 사랑하는 늑인족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음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면서 밝은척 기운을 내는게 짠하다.

     

    네르가 얼마나 요령이 없는 사람인지 계속해서 실감한다.

     

     

    네르는 내가 다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밝은척을 이어나갔다.

     

    “아, 근데 나 결혼식에 참석은 하지 않아도 되지? 그건 좀 이상한 것 같아서…주인공은 너와 아르윈님이잖-”

     

    “-네르.”

     

    “…”

     

    이름 한번에 그녀의 입이 멎었다.

     

    눈도 마주하지 못하고 바닥을 바라본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다, 그녀의 코를 톡 올려쳤다.

     

    “윽…!”

     

    그 장난에 그녀가 당황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굳이 아르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영지에 돌아가면 하고 싶은거 없어?”

     

    대신에 이후의 일들을 묻는다.

     

    “…어?”

     

    “뭘 먹고 싶다던지, 배우고 싶은게 있다던지, 보고 싶은 지역이 있다던지 말이야.”

     

    일부다처제일만 제외한다면 네르는 이곳에 온걸 싫어하지 않는 듯 했다.

     

    어제만하더라도 일기까지 쓸 정도였다.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생각하고 있던 거야.”

     

    애초에 최근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스탁핀이 답답하다 말했던 그녀다. 그렇게 그녀가 곪게 둘 수는 없었다.

     

    그녀가 흥미를 느낄만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네르의 눈동자가 의문에 데구르르 구른다.

     

    “…난 잘…모르겠는데.”

     

    이제야 속에 숨겨놓았던 감정이 티가 난다. 기운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각해봐. 뭐든 좋으니까.”

     

    “…뭐든?”

     

    “응. 뭐든.”

     

    “…”

     

    네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곧 혼인식이 다가왔다.

     

    그녀를 두고 떠나야만 할 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도 침묵을 유지했다.

     

    어떻게 끝을 맺어야할지 모르겠다.

     

     

    침묵을 깬 건 네르였다.

     

    “…어제도 말했지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어쩌면 나를 아직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돌려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진 흰꼬리가 그녀의 기분을 더욱 잘 대변하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네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선택이었잖아?”

     

    “…”

     

    “…하지만 역시나 난 여기 있을게. 결혼식에 참석하는 건 이상한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고민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다.

     

    어차피 일어난 일, 나는 시원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알았어. 쉬고 있어.”

     

    “응. 이따가 보…”

     

    “…”

     

    네르는 이후 내가 오지 않으리라는 걸 잠시 잊은 듯 했다.

     

    오늘은 아르윈과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나는 굳이 입을 열어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지 않았다.

     

     

    “…아니, 내일 보자.”

     

    네르는 그렇게 마무리하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연스레 그녀의 쫑긋한 귀가 나를 향했다.

     

    “…”

     

    -슥슥.

     

    어젯밤 해주었던것처럼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블랙우드 영애라고 생각하면 못할일이었지만…그런 신분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내인 네르니까 이럴수가 있었다.

     

     

    네르는 몸을 흠칫 떤다.

     

    하지만 나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미소가 나왔다.

     

    나는 그렇게 그녀를 쓰다듬다,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

     

     

    혼인식은 세계수 앞에서 진행되기로 했다.

     

    간소하게 진행되기로 한만큼, 우리쪽에서는 나와 아담 형만이 참석했다.

     

    셀레브리엔은 아스칼과 아르윈만이 나타나기로 했다.

     

     

    이후에 인족의 혼인을 올리며 더 복잡한 과정을 다시 밟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일단 엘프의 방식대로는 이렇게만 하기로 한다.

     

     

    식이 진행되기 전, 나와 아담 형은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그래서, 대련은 잘 했어?”

     

    형이 물어온다.

     

    “…갤리아스?”

     

    “그래.”

     

    “못 이겼어. 평생 배워도 검으로는 못이길 것 같고.”

     

    형이 웃음을 터트렸다.

     

    “야, 이겨보려고 했다는게 더 웃기다. 250년간 검에만 몰두하신 분인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늘을 바라보니 노을이 지고 있다.

     

    혼인을 올리는 날이라 그런지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도 기억에 담았다.

     

    먼 훗날 추억할 날이 될게 분명했다.

     

     

    “…형, 이게 마지막이야.”

     

    그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뭐가.”

     

    “…아내 받는거.”

     

    형의 시선이 내 얼굴 옆면에 닿는게 느껴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피식 웃으며 약속했다.

     

    “그래. 알았다.”

     

     

    나는 다시 세계수로 눈길을 옮긴다.

     

    간소한 결혼식이었지만, 이 아래에서 혼인을 올린다는게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누구나 여기서 혼인을 올리는게 아니니까.

     

    아까본 노을처럼 잊지 못할 순간이 될것이었다.

     

     

    “…온다.”

     

    아담 형이 속삭였다.

     

    고개를 돌리자, 그의 말대로 걸어오는 두 인물이 보였다.

     

    한 명은 아스칼 셀레브리엔, 엘프 장로.

     

     

    그 옆에 내 새로운 아내가 될 상대가 보였다.

     

    아르윈 셀레브리엔.

     

    나풀거리는 옷을 입고 걸어오고 있다.

     

    아직 단 한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해본 그녀였지만…이렇게 연을 맺게 된다.

     

     

    엘프답게 아름다운 미모가 눈에 띈다. 세세히 바라볼수록 그 사실이 강조된다.

     

    아르윈의 시선이 아주 천천히 나를 찾았다.

     

     

    우리의 눈이 맞는다.

     

    “…”

     

    “…”

     

    이번에 그녀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오랜시간 우리는 시선을 교환했다.

     

    동시에 나는 내가 평생을 책임져야할 그녀를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없을지언정, 아내가 된 이상 나는 그녀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

     

     

     

    아스칼이 제 이마를 가볍게 만지며 인사한다.

     

    아르윈도 그를 따라 처음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아담 형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았다.

     

    “부단장, 아니…베르그.”

     

    아스칼이 나를 불렀다.

     

    “상태는 어떤가.”

     

    “괜찮습니다.”

     

    아스칼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혹여라도 불편한게 있다면 말해주게. 절차들은 인족에 비해 간단하고 약소하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깊으니 말이야. 부부가 되는 날인만큼, 그 어떠한 불편함도 없는 날 혼인을 올리는게 중요해.”

     

     

    얼핏 엘프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마치 언제 식을 올리더라도 상관 없다는 느낌이다.

     

    식을 올리는 건 오랜 삶속에서도 특별한 의식인만큼…가장 좋은 날을 고르나보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다 좋구만. 아르윈, 너도 불편한 게 있다면 말하거라.”

     

    아르윈은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그녀의 눈동자는 나를 향해있다.

     

    “없어요.”

     

    “그래. 그럼 혼인식을 진행하지.”

     

     

    아담 형은 아스칼을 따라 그의 옆에 섰다.

     

    두 명이 우리의 식을 지켜보기로 한다.

     

     

    “이리 와서 서로 마주보고 서게.”

     

    아스칼이 식을 진행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세계수 근처에 서서,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나를 계속해서 마주한다.

     

     

    이내 주례를 하듯 옆에 선 엘프 장로가 품에서 싱그러운 나뭇잎을 두장 꺼냈다.

     

    한 장은 나에게, 남은 한 장은 아르윈에게 건넨다.

     

    그가 건넨 나뭇잎은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 특이함에 아스칼을 올려다보자, 그가 말했다.

     

    “이건 세계수의 이파리일세. 둘 다 받은 잎을 오른손에 올리게.”

     

    신기함도 잠시, 나는 그의 말을 따라 이파리를 손에 얹었다.

     

    아르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마치 서로에게 이파리를 건네주듯 그렇게 마주하며 서 있었다.

     

    “자. 이제 서로의 손을 잡게.”

     

    절차에 따라 나는 왼손으로 아르윈의 오른손을 잡았다.

     

    우리의 손 사이에는 세계수의 잎이 낀다.

     

    세계수잎이 따뜻해서 그럴까. 그녀의 손이 더 차갑게만 느껴진다.

     

    아르윈도 마찬가지로 제 왼손을 내 오른손 위에 덮었다.

     

     

    “식이 끝날때까지는 이 자세를 유지해야해.”

     

    아스칼이 당부했다.

     

     

    “알겠습니다.”

     

    아르윈도 이미 아는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러자 아스칼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숨을 크게 들이쉰 그가 조용히 말한다.

     

    “…세계수 앞에서 새로운 부부의 씨앗이 심어졌다. 인족의 베르그. 그리고 엘프족의 아르윈 셀레브리엔.”

     

    맞잡은 아르윈의 손이 움찔 떨린다. 그럴수록 나는 더 견고히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서로의 행복과 웃음이라는 비료를 통해 이 부부는 건강하고도 올곧게 자라길 기원한다. 남편인 베르그는 뿌리가 되어줘야 할것이고, 아내인 아르윈은 꽃이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둘 사이의 열매가 맺어,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존재가 태어나길 바란다.”

     

    나는 아스칼의 말들에 따라 마음을 다잡는다. 소중히 대해야할 사람이 늘었다는 걸 나는 이해해야만 했다.

     

    “둘은 하나의 공동운명체가 될 것이다. 죽음이 서로를 갈라 놓을때까지…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아껴줄걸 맹세해야만 한다.”

     

    아스칼은 이내 나를 부른다.

     

    “베르그?”

     

    “네.”

     

    “자네 나름대로 아르윈에게 약조를 해보게. 세계수가 지켜보는 앞이니 거짓말을 해서는 안돼.”

     

    나는 잠시 세계수를 올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아르윈을 바라본다.

     

    차가운, 그리고 조금은 가라앉은 그녀의 눈매가 나를 향해있었다.

     

     

    어색했지만 이게 절차라니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나만의 맹세를 내뱉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행복하게 해드리고, 지켜 드리겠습니다.”

     

    실감나지 않는 그 맹세를 가슴에도 새긴다. 애초에 부부면 당연히 해줘야하는 것들이었다.

     

    아스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아르윈?”

     

    “…”

     

    “너도 마찬가지다.”

     

    “…”

     

    아르윈의 시선이 처음으로 날 떠난다. 잠시 땅을 그녀가 바라보았다.

     

    맞잡은 손을 통해 그녀의 감정이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이내 아르윈이 조용히, 또 간단히 말했다.

     

    “…당신을 위해 살겠습니다.”

     

     

    아스칼은 이내 눈을 감으며 무언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푸른색으로 빛나며, 복잡한 글자들이 적힌 작은 마법진이 손 앞에 형성된다.

     

     

    의식이 끝날때까지 현 자세를 유지해야한다는 아스칼의 말이 떠올라 나는 그대로 멈춰있었다.

     

    오로지 아르윈의 눈만을 바라보았다.

     

     

    아르윈도 마찬가지였다.

     

    며칠간 내 눈을 피했던 그녀였지만, 혼인을 올릴때만큼은 나를 피하지 않았다.

     

     

    “…후우.”

     

    이내 아스칼의 영창이 끝난다.

     

    그가 설명했다.

     

    “의식은 이걸로 끝났네. 둘은 부부가 되었어. 이제 손을 풀고 아래의 세계수잎을 확인하게.”

     

    가볍게 의식은 끝이 난다.

     

    나는 아스칼의 말을 따라 아르윈의 차가운 손을 놓았다.

     

     

    처음 받았을때와 달리, 내 이파리는 여기저기 조금씩 뜯겨 찢어져있었다.

     

    “앞으로 그 잎으로 서로의 상태를 알 수 있을걸세. 상대의 기분이나, 건강에 따라 이파리도 변하지.”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내 이파리가 이 상태인건 내 몸 상태 때문인 듯 했다.

     

    전투의 여파로 여기저기 찢어지고 긁혔으니 잎이 그에 따라 변한 것이다.

     

    “자. 서로 잎을 교환할 차례야.”

     

    아스칼이 말했다.

     

    마치 우리의 반지문화 같았다. 보다 실용적이긴 했지만.

     

     

    나는 아르윈에게 내 세계수 잎을 건넸고, 아르윈도 제 잎을 내게 주었다.

     

    “…”

     

    그리고 난, 받아든 아르윈의 세계수 잎 형태에 잠시 숨이 멎는다.

     

     

    시들해져 바싹 말라버린 그녀의 세계수잎.

     

    가만히 보아도 힘들어보이는 상태였다.

     

     

    내 눈이 아르윈을 찾았다.

     

    아르윈은 이번에도 곧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파리를 보았기 때문일까.

     

    이제와서는 그녀의 눈이 죽어 있는것만 같다.

     

     

    이 혼인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인지, 혹은 그 이전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그건 알수 없다.

     

    “…”

     

    하나 확실한건 그녀를 향한 연민이 피어나버렸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이파리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차가운 그녀의 손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그녀에게 애틋한 감정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이제는 내 아내가 된 그녀였다.

     

    이렇게 속이 썩어 문드러진 그녀를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은 가슴속에 묻어둔다.

     

    이파리를 보지 못한척, 품속에 넣어둔다.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것도 없었다.

    왜 이런 상태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노을은 저물어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들어가시죠.”

     

    내가 제안했다.

     

     

    아담 형과 아스칼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르윈도 나를 올려다보다…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볼드모트님! 9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저도 굳입니다.

    말랑백구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김고백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리자드맨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하트입니다.

    dms****_414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네. 언젠가는요. 정확히 언제가 될지 확답드리기는 어렵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일시적일지는 몰라도, 1위 감사드립니다. 한번도 인사드린적 없는 것 같네요. 여러분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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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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