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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모노폴리 제작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얼음, 흙이나 돌, 흑백 환상으로 만들어진 만큼 세세하지도 않았고, 대충 이건 주택이고 이건 빌딩으로 하자는 식으로 정해서 하는 식이었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신나게 모노폴리를 즐기고 있었다.

       

       

       “주사위 굴려! 얼음이라 점점 녹는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이거 얼음 주사위잖아. 굴리다가 마법으로 중간에 얼리면 주사위 숫자를 조절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니 손모가지 얼려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어.”

       

       

       “걸렸네? 통행세 내놔.”

       

       

       “이런 씨………어? 보드게임판이 무너지는데?”

       

       

       “니가 방금 발로 찼잖아! 이거 결국 흙이라 부숴진다고!”

       

       

       “그나저나 방금 네 땅이 사라졌는데 통행세를 안 내도 되는 거 아닐까?”

       

       

       “이 새끼 잡아.”

       

       

       “야! 환상 흐트러진다! 정신 똑바로 세워!”

       

       

       “글레시아하고 테라 놈들 편하게도 게임하네! 우리는 마법 유지하고 모노폴리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이게 마법 수련이냐 보드게임이냐.”

       

       

       “팝콘! 방금 막 튀긴 팝콘 있어요! 대가는 모노폴리 1회 이용권!”

       

       

       “지금 모노폴리 양보하기는 싫은데, 외상 가능해?”

       

       

       “니 머리를 구워주랴?”

       

       

       건물 하나, 그리고 주변 토지를 통째로 보드게임 동아리에서 쓸 수 있는 만큼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었음에도 공간은 충분했다.

       

       

       이 정도의 부지를 동아리 하나를 위해 할당해준 아카데미가 대단한 걸까, 아니면 지금 가장 화제인 모노폴리를 고려해서 크게 잡아준 걸까.

       

       

       어차피 기숙사나 강의실에 비하면 외진 곳이라 시끄러워도 별 문제 없었다.

       

       

       글레시아, 테라, 아르케가 각각의 모노폴리를 만들어 플레이했고, 그 사이사이를 아그니의 학생들이 오가며 팝콘과 모노폴리 이용권을 교환하고 있었으니.

       

       

       이게 동아리인지 시장바닥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앤드류, 보드게임 동아리 회장을 맡겨도 되겠습니까? 학생회장 일 때문에 바쁘시다면 어쩔 수 없───”

       

       

       “무조건 하겠습니다. 어차피 학생회장은 별로 할 일이 없거든요.”

       

       

       “……그렇습니까?”

       

       

       “부회장만 셋이라 걔네들이 다 알아서 합니다. 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하극상만 좀 막아주면 끝이죠.”

       

       

       중간에 이상한 말이 들린 것 같지만, 학생회장의 보드게임 사랑은 확실히 진심인 것 같았다. 내게 로데릭의 일을 귀띔해주고 나서 바로 모노폴리를 하러 갔으니까.

       

       

       지금도 내 말에 대답하자마자 다시 모노폴리에 집중하는 것까지.

       

       

       말만 번지르르한 어느 형과는 다른 진짜 플레이어였다.

       

       

       “………….”

       

       

       그럼.

       

       

       동아리도 딱히 내가 한 건 없지만 해결됐으니.

       

       

       ‘로데릭 형.’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확실히 들어야 할 차례였다.

       

       

       하지만 따로 형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아르케 마탑의 교수를 만나러 갔던 아델라와, 알아서 주변을 돌아다니던 물호랑이.

       

       

       그리고 내게 달려온 샐리까지 합류하니 바로 답이 나왔으니까.

       

       

       “그, 그 자식이라면 나, 나투라 기숙사로 돌아갔어요.”

       

       

       “나투라 기숙사? 보드게임 동아리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저, 저한테 보여줄 게 있다면서………그, 그걸 보면 저도 협력할 거라고…….”

       

       

       “………보여줄 거라.”

       

       

       “거, 걱정 마세요 도련님! 그, 그 자식이 뭘 가져왔든 전 하, 항상 도련님 편이니까요……!!”

       

       

       샐리가 말해주기를, 첫째 형은 샐리를 찾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샐리에게 ‘이야기’를 요청했다고.

       

       

       ‘계승권이라.’

       

       

       결국 우려했던 문제였다. 어제 처음 형이 날 찾아왔을 때 나눌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쩐지 프레드릭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더라니.

       

       

       그 존댓말과 기묘할 정도의 숭배 때문에 그 부분을 그냥 넘겨버렸다. 보드게임도 보드게임이지만, 계승권 문제는 무조건 이야기했어야 했을 텐데도.

       

       

       ……애초에 그걸 위해 연기한 거겠지.

       

       

       ‘보드게임에 푹 빠져 동생에게 존댓말을 하며 찬양하는 형’을.

       

       

       “그럼 지금 기숙사로 가면 되겠네.”

       

       

       “ㄴ, 네!”

       

       

       하지만 신경쓰이는 건 그것 하나만이 아니다.

       

       

       왜 하필 첫째 형은 샐리에게 접근했을까.

       

       

       ‘나보다 샐리에게 물어보는 게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해서? 당장 어제도 형을 위협했던 샐리인데?’

       

       

       당장 지금처럼 샐리가 내게 와서 보고하면 연기고 뭐고 전부 소용없어질 게 뻔하다. 당연히 노리는 게 있었을 터였다.

       

       

       아니면, 확실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일까.

       

       

       샐리를 설득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낼, ‘보여줄 것’이 있어서?

       

       

       샐리가 내게 보고하지도 않을 정도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문이 쌓여갔지만.

       

       

       결국 생각으로는 풀릴 수 없는 의문이었다.

       

       

       역시, 형을 직접 만나는 수밖에.

       

       

       그리고 그를 위해.

       

       

       “아델라, 호랑아.”

       

       

       “네, 당신.”

       

       

       [으릉.]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나 또한.

       

       

       준비가 필요했다.

       

       

       

       *

       

       

       

       나투라 기숙사.

       

       

       나투라 마탑이 생명과 관련된 마법을 다루는 만큼, 어디까지나 나투라의 이름만 달고 있다 하더라도 나투라의 기숙사는 숲 속에 위치해 있었다.

       

       

       아예 지하 기숙사인 테라와 1년 내내 여름인 아그니, 반대로 1년 내내 겨울인 글레시아, 빛과 어둠의 경계선에 있는 아르케, 5년 전만 하더라도 공중에 떠 있었다는 아스트론 기숙사에 비교하면 숲 속에 있는 것 쯤이야 굉장히 평범한 기숙사였다.

       

       

       거기에 나투라의 마법을 연구하기 쉽게 과거에 나투라의 마탑주가 직접 와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으니, 아예 기숙사에서 마법 연구를 하는 학생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러한 나투라 기숙사의 최상층.

       

       

       로데릭 바이런은 그의 방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

       

       

       다른 학생들은 홀에 설치된 모노폴리 때문에 전부 1층으로 몰려가 최상층에는 로데릭 말고 아무도 없었다.

       

       

       본래 최상층에 위치한 방은 수석이 혼자 쓰는 것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로데릭과 학생회장 앤드류 2명이 모두 공동 수석이었으니까.

       

       

       전 과목 만점에 실기 점수까지 최고로 받은 터라 어쩔 수 없이 전통에 따라 서로를 룸메이트로 두고 같은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방은 원래도 넓었으나 교수들이 특별히 더 넓혀주었고, 서로의 공간은 명확히 나눠져 사용하고 있었으니.

       

       

       학기 초 앤드류가 로데릭에게 말을 붙이려 일주일 동안 노력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이후로 대화도 하지 않는 터라 서로를 무시하고 사는 중이었다.

       

       

       그렇게 나눠진 방 안에서 가장 은밀한 곳에 마법으로 숨겨두었던 물건을 꺼내려던 그 순간.

       

       

       “여기가 형 방이야?”

       

       

       “………!!”

       

       

       로데릭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나를 일으켰다.

       

       

       익숙하고,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지만 한 손에 마법을 띄운 채 경계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카일을 볼 수 있었다.

       

       

       “아……카일 님. 무슨 일이십니까?”

       

       

       “다시 존댓말이네, 형.”

       

       

       “그야 당연합니다. 이제 단 둘이니까요. 조금 전 동아리에서는 반말로 했던 점을 다시 사과드립니다.”

       

       

       “아무튼, 그런데 왜 방으로 온 거야? 형 말대로 학생들이랑 모노폴리를 만들다 어느 순간 보니까 형이 없더라고. 혹시 몰라서 형 방까지 온 건데.”

       

       

       “죄송합니다. 잠시 챙겨갈 물건이 있었던 터라. 모노폴리가 완성되었다면 저도 가서 즐길───”

       

       

       순간.

       

       

       공손하게 존댓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던 로데릭이 멈칫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서 방을 둘러보았고, 카일과 문 밖을 번갈아 바라보고서는.

       

       

       “……들켰군.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바로 인정하네.”

       

       

       “괜히 더 연기해봤자 의미 없을 테니까. 간파당하고……포위당한 이상 말이야.”

       

       

       마법과 오러에 재능을 가진 천재가, 무능력자 동생을 상대로 포위당했다는 말.

       

       

       하지만 절대 틀린 말이 아니였다.

       

       

       카일 바이런의 발밑에는 조그만 물웅덩이가 있었고, 문 밖에는 고위 마법사가 친 방음 결계가 방을 덮고 있었으니.

       

       

       거기에 어느 순간부터 목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殺氣)에 로데릭은 조용히 카일을 마주보았다.

       

       

       “어떻게 안 거지? 내 연기가 어색했나?”

       

       

       “형, 아무리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해도 동생에게 존댓말을 하는 건 심하잖아. 거기에 형은 하찮고 나는 천재라며 낯간지러운 말로 숭배까지 하고.”

       

       

       “그게 너를 방심시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건만………정도가 과했나 보군.”

       

       

       “연기가 아니여도 말 잘하네, 형.”

       

       

       “난 딱히 과묵한 게 아니다.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으니 입을 닫을 뿐.”

       

       

       한없이 날이 서있는 대화였지만, 그건 역설적이게도 두 형제가 처음으로 하는 대화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고, 어제의 대화는 그저 연기일 뿐이었으니.

       

       

       형은 손에서 마법을 놓지 않았고 동생은 포위를 풀지 않았다.

       

       

       “그 연기도 그렇고, 동아리 이야기도 눈속임이었구나.”

       

       

       “네 관심을 돌리려 했었지. 그 사이에 네 본심을 알아낼 생각이었건만……설마 하루도 채 안 되어 이렇게 될 줄은.”

       

       

       “난 형이 정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

       

       

       잠시 말을 나눈 형제는.

       

       

       서로를 노려보는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다. 

       

       

       “계승권 때문이야?”

       

       

       “잘 알고 있군. 샐리가 이야기했나?”

       

       

       “처음 형이 찾아올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 면에서 형 연기는 훌륭했다 할 수 있겠네. 적당한 수준이었다면……눈치채기 힘들었을 거야.”

       

       

       “결국 내 실수일 뿐이지. 그나저나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우웅.

       

       

       나투라는 생명의 마법을 연구하는 만큼, 생명을 살리는 방법도 알지만 반대로 죽이는 법도 누구보다 잘 안다.

       

       

       때문에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도, 가장 많은 생명을 죽이는 것도 그들이었으니.

       

       

       옛날부터 전쟁으로 힘을 키워온 마탑답게 로데릭의 손에서 피어난 죽음의 마법이 카일을 노렸다.

       

       

       “말해라, 카일. 가주가 되려 하는 거냐?”

       

       

       “……결국 그거네.”

       

       

       “지난 20년간 조용하던 삼남이 움직였다. 가주님의 환심을 사고, 유명세를 얻었으며, 차남을 치워버리고 그 계승권을 손에 넣었지. 내가 널 경계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난 가주 자리에 관심이 없어. 내가 신경쓰는 건 보드게임 뿐이야.”

       

       

       “그래, 그건 알고 있다. 그러니 네가 만든 보드게임을 좋아한다며 연기했던 것이니까. 허나.”

       

       

       여전히 죽음의 마법을 겨눈 로데릭이.

       

       

       다른 손을 카일에게 내밀었다.

       

       

       “지금 내게 널 해칠 생각따위 없으니 내 손을 잡으라 하면, 잡겠나?”

       

       

       “………날 노린 마법은 그대로네.”

       

       

       “네 메이드, 그 물의 정령, 아르케 마탑의 고위 마법사가 내게는 이 죽음의 마법과 같다. 언제든 날 노릴 수 있고, 날 죽여 네가 가주가 될 수 있는 비수.”

       

       

       네가 아카데미에 온 것도 그 일환이 아니였냐, 라는 이어지는 말.

       

       

       그건 로데릭이 카일에게 가지는 생각 그 자체였다.

       

       

       카일은 그저 보드게임을 퍼트리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건 그대로 로데릭에게 위협이 된다.

       

       

       카일이 보드게임 제작자로 유명해질수록, 카일 ‘바이런’이란 이름 또한 유명해지니까. 결국 카일 바이런은 보드게임 제작자이기 앞서 바이런 자작가의 귀족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10년 뒤의 미래에 바이런 자작가를 말할 때 로데릭 바이런이 아니라 카일 바이런만이 생각난다면.

       

       

       그가 가주가 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형, 하지만 형도 알잖아? 그렇다고 내가 계승권을 포기할 수도 없는 거.”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카일 바이런이 계승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계승권을 포기한다면 로데릭 또한 카일을 이 정도로 경계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가문 차원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로데릭이 차기 가주로 여겨진다 해도 프레드릭에게 계승권이 있던 건 혹시 모를 일을 위해서였다. 로데릭에게 무슨 일이 생겨 가문을 잇지 못하게 될 경우를.

       

       

       차남은, 카일은 그렇기에 존재하는 스페어다. 그건 안전 장치와 같기에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 로데릭이 죽기라도 하면 바이런 자작가는 큰 혼란에 봉착할 테니까.

       

       

       프레드릭이 호적에서 파이고 은광에 들어간 이상 카일이 계승권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해진 셈이었다.

       

       

       “그러니 널 계속 경계하는 수밖에.”

       

       

       “……계속, 이렇게?”

       

       

       “내가 가주가 된 후에도 계속 말이다.”

       

       

       “난 정말 가주 자리에 관심이 없어.”

       

       

       “네가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건 안다. 하지만 오히려 그를 위해 가주 자리를 노릴 수도 있지. 의심과 경계라는 게 그렇다.”

       

       

       “…………….”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설령 가주가 된다 한들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 카일이 쌓은 유명세와 인맥만 해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는 얼마나 갈 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결국 두 형제가 서로를 믿고 대할 일 따위는 없겠지. 로데릭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고 카일은.

       

       

       그런 로데릭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하나만 물을게, 형.”

       

       

       “대답을 들을 수 없어도 상관없다면.”

       

       

       “형이 대표로 나섰던 모노폴리.”

       

       

       “………….”

       

       

       “그것도 연기였어? 전부 날 속이기 위한 거였어?”

       

       

       어쩌면 다소 생뚱맞다고 여겨질 수 있는 질문.

       

       

       하지만 로데릭은 카일이 어떤 인간인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기에, 그게 얼마나 중요한 질문인지 알 수 있었다.

       

       

       모노폴리. 그가 나투라의 대표로 나서고, 우승까지 할 정도로 연구했던 보드게임.

       

       

       로데릭이 모노폴리에 쏟은 모든 시간과 열정은.

       

       

       “……네가 이 말을 믿을지는 모르겠다만.”

       

       

       “형?”

       

       

       “넌 내가 했던 말이 연기이고, 거짓일 뿐이라 했었지. 하지만………널 천재라고 말했던 그것만은 진심이었다. 그러니 모노폴리와 같은 보드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 테니까.”

       

       

       “………….”

       

       

       “널 경계하는 것과는 별개로 모노폴리는 썩 유쾌한 보드게임이었다. 카일갈리는 취향이 아니였다만.”

       

       

       저 말까지 카일을 경계하고 속이기 위한 연기일 뿐일까? 아니면 로데릭이 유일하게 말한 진심일까.

       

       

       그걸 아는 건 결국 로데릭 본인 뿐일 테지만.

       

       

       “……형, 난 평생 형에게 경계받으며 살고 싶지는 않아. 프레드릭과 다르게 형에게는 억하심정도 없으니까.”

       

       

       “어차피 네가 계승권을 받은 이상, 네 의사와는 상관없다.”

       

       

       “그건 형 말대로 우리가 지금까지 서로 몰랐고,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뭐?”

       

       

       “그럼 지금부터라도 서로를 믿게 되면 되는 거잖아. 우리는 가족이니까.”

       

       

       무언가 결심한 눈빛으로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행동에 로데릭이 순간 카일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 행동이 어제 정반대로 이루어졌었다는 걸 그는 알까.

       

       

       하지만 어제 로데릭이 땅문서와 펜을 꺼냈듯.

       

       

       카일이 꺼낸 것 또한 카드뭉치였다.

       

       

       “……설마.”

       

       

       “같이 게임하자, 형.”

       

       

       “진심이냐?”

       

       

       “어차피 형이 날 계속 경계할 거라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보드게임은.

       

       

       누군가와 친해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니.

       

       

       “우리는 형제이지만 서로를 몰랐지, 형. 프레드릭하고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형이랑은 아직이잖아.”

       

       

       “…………….”

       

       

       “어때, 형.”

       

       

       

       “한 판 할래?”

       

       

       

       “………….”

       

       

       카일의 그 말에.

       

       

       로데릭은.

       

       

       “서로에게 칼을 겨눈 채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

       

       

       “그건 게임이 아니라 경계의 다른 형태일 뿐이야. 그러니.”

       

       

       우웅.

       

       

       죽음의 마법진을 더욱 크게 만들어낸 로데릭이 카일을 노려보았다.

       

       

       명확한 거절의 의사와 함꼐.

       

       

       “네가 정말 내 의심을 줄이고 싶다면 방에서 나가라. 네 발 밑의 정령도, 내 목을 노리는 메이드도, 문 밖의 마법사도……전부 불안하기 그지없으니까.”

       

       

       “………알았어, 형. 내일 보자.”

       

       

       “거절하지.”

       

       

       카일에게 축객령을 내렸으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메이드, 물의 정령, 고위 마법사와 함께 방을 떠났다.

        

       

       하지만 로데릭이 죽음의 마법을 거두는 일은 없었다.

       

       

       방 밖으로 나간 카일이 기숙사를 떠날 때까지도.

       

       

       혹시 모를 암습이나 기습을 경계하면서.

       

       

       “보드게임………하.”

       

       

       그렇게.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를 그의 동생을 비웃었다.

       

       

       하지만, 멍청한 건 아닌 듯 싶었다.

       

       

       로데릭의 말 중 유일하게.

       

       

       카일 또한 천재라 생각한다는 건………진심이었으니까.

       

       

       “………어차피.”

       

       

       연기가 들통난 이상, 내일부터는 서로 만날 일 없겠지만.

       

       

       

       *

       

       

       

       “형, 딱 한 판만 하자. 진짜 딱 한 판이면 돼. 정령 포커 이거 전에 했을 때 재밌지 않았어?”

       

       

       “…………….”

       

       

       “아니면 형이 좋아하는 모노폴리 할까? 내가 아델라한테 부탁해서 만들게!”

       

       

       로데릭의 생각이 깨지는 데는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아침, 로데릭이 강의를 듣기 위해 나투라의 기숙사를 나서자마자.

       

       

       ……온갖 보드게임을 들고 온 카일과 마주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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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Board Game Producer in Another World

Became a Board Game Produc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보드게임 제작자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oard Game Playing Guidelines] Using magic to break dice or tokens does not result in a draw.

Hallucination spells are not tolerated during the game. If caught, the consequences are your responsibility.

Asking spirits to peek at opponent’s cards is cheating. If the spirits are not participating in the game, kindly let them watch quietly.

Making noise by ringing a bell with your hand is acceptable. Using a bell to strike your opponent and make noise is not acceptable.

There is absolutely no racial discrimination, but when playing with Dwarves, please check the game board in advance. It may be a ‘special’ board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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