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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첫 수업까지 남은 기간──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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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마 커밍아웃 이후, 핑발레즈의 태도가 살짝 바뀌었다.

       

       “커피 드십니까?”

       

       “어, 우유 넣어서.”

       

       은근히 살짝 더 챙겨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랑 핑발레즈 사이에 놓여 있었던 장벽이 좀 얇아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핑발레즈의 패션도 단둘이 있을 때는 좀 편해졌다. 밖에 나갈 때에는 풀 정장 풀 단추를 여전히 고집하지만, 안에서는 단추도 두어 개 풀고 다니고, 정장 외투도 벗어두고 그렇다.

       

       나는 그런 행동이⋯⋯ 신뢰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몽마라는 종족적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분명 답답했겠지. 이전에 잘 때에도 풀 정장 차림으로 자는 거 보고 이게 무슨 광기냐 싶었는데, 광기가 아니라 신념이요 노력이었다.

       

       마침 또, 나는 유나 덕분에 성욕 억제 마법이라는 단단한 안전장치가 있지 않던가.

       

       핑발레즈가 내 앞에서나마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기를 바랐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가벼운 차림으로. 

       

       “드시죠.”

       

       “어, 땡큐⋯⋯ 잠깐만.”

       

       “예? 뭔가 문제라도.”

       

       “너 정장 바지 어디 갔는데.”

       

       핑발레즈의 하반신이 휑했다.

       

       정장 바지는 어디로 사라지고, 새까만 스타킹만 남아 있었다. 검은 스타킹 너머로 흰색 팬티가 아주 잘 보였다. 

       

       “아, 불편해서요.”

       

       핑발레즈가 태연하게 말했다.

       

       편하게 다니길 바란다고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편하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망치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때리고 있으려니, 핑발레즈는 그 차림 그대로 소파에 엎드려 누워버렸다. 그러고는 쭉 뻗은 각선미를 자랑하며 다리를 까닥거렸다.

       

       “내가 마법진을 안 껐나⋯⋯?”

       

       아닌데. 마법진은 개조까지 뚝딱 끝내뒀다. 내가 발동하기 전까지는 아카데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고, 발동하더라도 핑발레즈에 대한 예외 처리는 끝내뒀다. 

       

       마법진 NTR 사실을 파악한 누군지 모를 세력이, 하루 만에 그만한 마법진을 새로 하나 만들어서 발동이라도 한 건가. 아닌데. 그건 대마법사가 와도 좀 빡셀 텐데. 

       

       상황 파악을 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내게, 핑발레즈가 대뜸 추가타를 갈겼다.

       

       “때려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뭘, 또 뭘.”

       

       “엉덩이요.”

       

       “아니 그때 이후로 시간 날 때마다 미친 소리야 뭔데?!”

       

       내가 공포에 질려 펄쩍 뛰자, 핑발레즈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눈을 은근히 가늘게 뜨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표정 말이다. 그러면서 엎드린 채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친구로 봐주신다길래.”

       

       “⋯⋯⋯⋯.”

       

       딜교였구나!

       

       친구에게 짓궂은 장난을 걸어오는 것처럼, 핑발레즈도 장난기가 동한 모양이다. 하기사, 여태까지 핑발레즈가 이런 무빙을 치면 나는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르고 하며 도망가지 않았던가.

       

       자강두천으로 팽팽하게 이어지던 신경전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핑발레즈는 지금 내게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무차별 폭격을 날리고 있었다.

       

       몽마로 태어나서 친구 없이 살다가, 성욕억제마법 걸 줄 아는 친구를 만나서 신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딜교를 맞는 각은 좋지 않았다.

       

       뭐가 좋지 않았냐면, 내 기분이 좋지 않다.

       

       맞고만 있지 않겠다.

       

       “『덧씌우기 : 성별반전』.”

       

       “?”

       

       유혹으로 맞짱 뜨는 게 소원이라면 상대해 주마.

       

       옆머리를 정리해서 쓸어 넘겼다. 치렁치렁한 흑발이 흩날렸다. 핑발레즈가 절대 영역에 약하다는 사실은 진작에 파악한 지 오래였다.

       

       팬티가 아슬아슬 보일 듯 안 보이는 스커트 아래로 스타킹 벗기 모션부터 조져버리면서 유혹전쟁을 시작하려고 할 때, 옆에서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아아앙!!”

       

       노란색 고양이가 온몸의 털이란 털은 다 부풀리면서 짜증을 냈다. 보라색 눈동자에서 서러움이 막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변신을 풀고 후다닥 달려갔다.

       

       “우리 껄룩이, 무슨 일 있어? 아빠를 왜 자꾸 부른담.”

       

       “⋯⋯웬 고양이입니까?”

       

       “아, 어제 오다 주웠어. 이상하게 정이 가더라고.”

       

       껄룩이의 이곳저곳을 쓰다듬어주며 달랬다. 야생 고양이어서 그런가, 흠칫흠칫 놀라다가도, 이내 골골송을 부르면서 내 손에 몸을 치대왔다. 

       

       유혹전쟁은 미뤄졌지만, 원한은 잊지 않는다. 두고 보자 핑발레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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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가 됐다.

       

       내일은 『환상 마법 대응』 첫 강의가 열린다. 그리고 내가 학생이 아니라 교수였다. 평생 안 해본 일을 하려니까 약간은 긴장되고 그랬다.

       

       하지만, 괜찮았다. 내게는 모든 긴장을 풀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 있었으니까.

       

       이건⋯⋯ TRPG다.

       

       전생에 입사 면접 볼 때도 그랬다. 사실 이 상황은 TRPG고 내가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말이 술술 나왔다. 검증된 방법이었다.

       

       나는 교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려는 거다. 어떤 교수일까, 어떤⋯⋯ 캐릭터가 이 상황에서 가장 어울릴까. 아마, 조금 신비하게 구는 편이 먹힐 것 같았다.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실눈캐 느낌 말이다.

       

       이 캐릭터성은 장점이 있다. 어디에서 갑자기 마검이 묻힌 지도를 가져온다든가, 혼자서 ‘그거 아십니까? 아카데미에 천마신공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같은 출처불명의 소문을 지껄여도 납득이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나는 이미 수상하다. 마검 챙긴 성녀가 내 뒤를 쫒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어차피 이미 수상하면, 그냥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수상해 버리는 게 나을 터다.

       

       좋아, 다음. 

       

       첫 수업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 수업에서의 목적을 간단하게 정리하자. 

       

       1) 환상 마법 바이럴로 자색 마탑의 위상을 높이기

       2) 『이세계 탐험』강의에 호기심 갖게 만들기

       3) 수강생들이 환상 마법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법을 익히게 만들기

       4) 실전경험 보충

       

       음.

       

       뭔가⋯⋯ 뭔가 보였다. 모든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수가. 예리한 각이. 나는 옆에서 빈둥대는 핑발레즈를 불렀다.

       

       “야, 핑발레즈야.”

       

       “네, 언니.”

       

       “그래 자기야. 몽마면 사람 꿈속에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매커니즘이 어떻게 되냐 그거.”

       

       “낭군님. 꿈에 숨어드는 건 몽마의 종족적인 특징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체와 허상을 오갈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자기 몸을 정보 덩어리로 바꿔 표적의 몸에 기생하는 겁니다.”

       

       “알려줘서 고마워 여보.”

       

       “별말씀을. 오빠.”

       

       어떻게 한마디를 안 지려고 드냐. 

       

       하여간, 느낌은 알았다. 환상 마법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았다. 마법진은 이런저런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배터리 겸 확성기로 쓰기로 했다.

       

       아카데미 전역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능이 있으니, 여기서 시전한 마법을 마우스 딸깍 한 번으로 아카데미 전체에 퍼트릴 수 있는 것이다.

       

       흐릿하게 짜 올렸다. 타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좋은 꿈을 보여주는 멋진 친구. 약간의 지성을 부여하고, 자율성은 희박하게. 내 명령에 따르는 정보 덩어리. 이름은 클래식하게 지었다.

       

       “『샌드맨』.”

       

       말하자면 인공 정령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샌드맨이 보여주는 환상 마법의 강도는 일부러 낮춰두었다. 예민한 사람은 충분히 환상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래야 수업이 되지 않겠는가.

       

       전생, 학기 초의 기억을 떠올렸다. 배정받은 중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수준을 파악하겠다며 쪽지 시험을 뿌리던 선생님의 얼굴이 아직 선명했다. 그땐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었다.

       

       샌드맨은 쪽지 시험이 되어 줄 것이다. 학생들이 환상 마법에 얼마나 방비가 되어 있는지 알아볼 차례다. 나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회색 안개가 마법진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면, 복제된 샌드맨이 아카데미에 번져갈 것이다. 그리고 미리 입력해 둔 학생들을 찾아가, 그들이 바라는 꿈을 보여주겠지.

       

       자, 하나의 유령이 아카데미를 배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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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트는 눈을 떴다.

       

       “⋯⋯⋯⋯.”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뒷문을 열고 나가, 우물물 한 바가지를 펐다. 가볍게 세수하고, 물기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그러나 어딘가 멍한 느낌은 씻겨나가지 않았다.

       

       오늘이 언제였지. 오늘은⋯⋯ 그래, 『환상 마법 대응』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 개학이다. 아카데미 생활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베네트는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숨어들어, 알렉손의 제자가 되고, 정체를 들키지 않은 채로 2년째의 생활이 시작되었으니까. 인내의 시간은 이제 곧 끝난다. 

       

       가식을 떠는 것도 끝이다. 알렉손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청하는 것도, 아카데미에서 안면을 익힌 녀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결행일은 7월 초, 아카데미 기말 평가 직전이었다.

       

       7월 이전까지 최대한 공포와 불안을 부추겨 쌓고.

       

       『공포 먹는 시체꽃』이,『악몽 소환』을 시전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 흑마법사들은 목표를 이룰 것이고, 베네트는 약속받은 보상을 얻어낼 것이다.

       

       옷을 갖춰 입었다.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단검 두 자루와 장검 한 자루를 찼다. 그리고 기숙사를 나섰다. 『환상 마법 대응』 강의는, 수강생을 전부 수용 가능한 크기의 강당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걸었다. 주변에 같은 학생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이목구비가 오늘따라 흐리게만 보였다.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깜빡.

       

       눈을 감았다 뜨니 강당이었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흐른다. 멍하니 걷는 시간은, 때때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적당한 구석 자리에 앉았다. 너무 앞열도 아니고, 너무 뒷열도 아닌, 그러나 건물의 출구가 가까이 있는 위치다. 베네트는 언제나 신중했다.

       

       단상에 마법사가 올랐다. 그는 후드를 쓰고 있었다. 그렇지, 저자를 쫒기 위한 모임을 결성했었다. 성녀 타라와 니오레. 분명 그녀들도 같은 강의를 들을 텐데.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는 스파게티를 삶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이내 마법사의 목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배경음처럼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먹먹하게, 물에 잠긴 듯한 기분으로 있었다.

       

       그때, 베네트의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썩어들어가는 늪지대에서 피어난 새파란 독초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중독될 것 같은 불길한 색이었다.

       

       베네트는 그녀를 알았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공포 먹는 시체꽃』이다. 과거에 처형당한 흑마법사였지만, 부활했다.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거지. 베네트가 의문을 품을 때, 그녀는 곱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은 성공했어, 베네트.”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네가 열심히 해 준 덕분에, 충분한 공포가 모였거든. 사실⋯⋯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정말 열심히 해 줬으니까, 약속을 지킬게.”

       

       다행이다. 베네트는, 그녀가 순순히 돌려줄 확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베네트의 노력이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남을 기만하고, 때때로 무고한 이를 죽이고, 자신의 영혼을 뜯어가며 마법을 써 온 지난 세월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보상받았다. 감격스럽다. 

       

       “이제 돌려줄게.”

       

       “그래, 어서 돌려줘.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

       

       마음이 요동쳤다. 드디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공포 먹는 시체꽃』의 머리카락에서 천천히 녹색 물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원래의 색, 베네트보다는 살짝 옅은, 비단 같은 잿빛을 되찾았다. 마침내. 

       

       여동생의 몸을 빼앗아 부활한 『공포 먹는 시체꽃』이 빠져나갔다. 

       

       베네트는 벅차는 마음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베르다.”

       

       “⋯⋯⋯⋯.”

       

       “⋯⋯나야. 베네트. 오랜만이지? 오빠는 잘 지냈어. 그래⋯⋯.”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여동생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동생을 본 지도 5년은 넘게 흘렀으니까. 흐려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베네트는 눈을 내리깔았다.

       

       “⋯⋯역시, 꿈이었구나.”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다. 이건, 꿈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정신 공격이었다. 아카데미에 몽마가 숨어든 걸까.

       

       베네트는, 여동생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다. 그 간절함을, 몽마는 읽어낸 듯하여. 베네트는 실망과, 자괴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채로 칼을 뽑아 들었다.

       

       “⋯⋯꺼져.”

       

       여동생의 모습을 뒤집어쓴 존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삐그덕거리더니. 입이 기괴하게 쭉 찢어졌다.

       

       [어 떻 게 알 았 지.]

       

       베네트는 꿈에서 깨어났다.

       

       ===============================================================

       

       몽마에게 당한 사람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에 혼란을 겪는다. 베네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눈가가 축축했다. 여기는 꿈인가, 현실인가.

       

       서랍을 열어 일기장을 펼쳤다. 몽마의 꿈으로는 디테일을 구현해 낼 수 없다. 일기장의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갔다. 논리정연했고, 앞뒤가 안 맞는 부분도 없었다. 현실이리라.

       

       옷을 챙겨 입고, 무장하고, 밖으로 나섰다. 『환상 마법 대응』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 

       

       기분 나쁜 기시감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냈다. 대로를 따라 걷고 있으니,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성기사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몽마를 잡으려는 건가?”

       

       “그것도 있긴 한데⋯⋯ 대부분은 흑마법사 검거야.”

       

       뒤에서 들려 온 대답에 베네트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 봐도 낯부끄러운 복장의, 오늘따라 초췌해 보이는 얼굴을 한 성녀 타라였다. 눈동자에 얼룩진 슬픔이 보였다. 그녀도 몽마에게 당했던 걸까.

       

       “흑마법사 검거라니?”

       

       “단체로⋯⋯ 무슨 계획이 성공했느니 어쩌니 난리를 피워서. 뭘 잘못 먹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운이 좋았지. 빌어먹을 악몽만 빼면 멋진 하루야.”

       

       “⋯⋯⋯⋯.”

       

       머리가 아파왔다. 이 중요한 시기에, 아군 오사라도 일어난 건가. 

       

       도도도도.

       

       베네트와 타라의 모습을 본 니오레도, 화이트보드를 높게 치켜들며 합류했다. 악몽에 시달린 두 사람과는 다르게, 몹시 신나고 행복한 듯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되게 기분 좋아 보이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엄청 행복한 꿈을 꿨어요.]

       

       “⋯⋯⋯⋯.”

       

       “일단은, 소란은 성기사들에게 맡겨 두고. 수업을 들으러 가자. 난리를 부린 건 잔챙이들뿐이라서, 누가 더 나설 필요도 없더라.”

       

       성녀가 손을 휘휘 저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성녀 타라와 니오레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강의실로 향했다. 베네트는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

       

       강의실에 하나둘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베네트와 타라처럼 우울한 표정이었다. 이 기묘한 공통점에, 베네트의 마음속에서 의심이 부풀어 올랐다.

       

       “⋯⋯설마.”

       

       아침부터 이 소동을 일으킨 게⋯⋯.

       

       

       뚜벅. 뚜벅. 

       

       후드를 뒤집어쓴 마법사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후드 아래로 늘어진 새까만 머리카락, 그림자 속에서도 빛나는 듯한 붉은 눈.

       

       마법사는 단상에 서서,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간밤의 꿈은 달콤하셨나요?”

       

       “⋯⋯⋯⋯?”

       

       정적. 강의실이 단숨에 얼어붙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각입니다⋯⋯!! 오늘, 쪼매 몸이 안 좋아가지구⋯⋯.
    비축분을 좀 이따시만큼 만들어뒀었더라면, 큭⋯⋯!
    오늘은, 침대랑 한 몸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마이 프렌즈, 월요일에 만나요⋯⋯!

    +P.S
    큰 후원 해주신 분에게는⋯⋯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얼른 감사인사를 써서, 하루 빨리 닿지 않으면⋯⋯.

    +(12.30)
    절대 변장한 마탑주 유나가 아닌 수수께끼의 고양이의 이름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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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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