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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모두에게 박수를 받으며 돌아오는 마하나.

         

       그런 마하나를 껴안고 ‘오구오구 잘했어요~’하며 칭찬하는 유세하.

         

       그리고 다시 그의 손길에 좋아하는 마하나까지.

         

       두 사람의 따스한 풍경을 바라보던 문보라는 생각하였다.

         

       이것 참 놀랍다고.

         

       경기장 너머 아이언 라이노의 시신이 산산이 부서져 간다.

         

       두개골 부분이 움푹 들어가 으스러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내려찍은듯한 자국이었다.

         

       마하나는 부족할 거라는 생각에 단검으로 급소 부위를 여러 번 공격하였지만.

       문보라가 보기엔 어차피 저 일격이 들어간 이상 승패는 결정지은 지 오래다.

         

       ‘믿기 어렵네요.’

         

       <가디언> 대다수는 공격 스킬이 없는 퓨어탱커이다.

         

       <글래디에이터>, <창기사> 같은 딜탱의 역할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디언> 응시자의 평가는 예상외의 변수를 봐주는 유틸기로, 시험 합격을 판가름하는 게 많았다.

         

       이건 유세하에게도 직접 설명한 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한, 단독으로 보스를 격파하는 딜링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물론, 환상으로 빚어진 보스이기에 원본보다 현저하게 약하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대단한 거였다.

         

       ‘[방패 밀치기]라고 했던가요?’

         

       들어본 적 없는 스킬이다.

         

       아마 가디언 중에서도 일부만 배울 수 있는 파생 스킬이겠지.

         

       하지만 고작 그것만으로는 저만한 위력은 설명할 수 없다.

         

       ‘룬의 힘.’

         

       아마도 처음 마하나를 보았을 때 느꼈던 이질적인 기운.

         

       즉, 레어 보스의 [룬]일 확률이 높았다.

         

       ‘…다행입니다. 마하나씨.’

         

       문보라는 좋아하는 마하나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이걸로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자신은 틀렸다.

         

       재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함부로 평가하였던 <설빙>은 깨갱 하며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딱히 틀린 것에 부끄럽거나 성장을 질투하는 등의 감정은 전혀 없다.

       오히려 순수하게 마하나가 이곳까지 올라온 것에 기뻤다.

       분명 그녀는 앞길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

         

       ‘천만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다른 의미의 불길함은 커졌다.

         

       ‘……’

         

       문보라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의심이라 불리는 악감정의 씨앗.

         

       대상은 마하나가 아닌 옆에서 좋아하는 유세하.

         

       ‘…분명 마하나씨가 저리 성장하게 도와준 건 그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레어 보스의 룬’도 그가 그녀에게 건네준 것으로 보였다.

         

       과연, 이만한 성장.

       그것도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가능한 건가?

         

       ‘말이 안 됩니다.’

         

       문보라는 모든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헌터 생활과 높은 통계로 나타나 있는 헌터들의 성장을 고려해본다.

         

       결과는 불가능.

         

       불순물투성이이었던 마하나가 제한된 시간 안에 저리 성장하는 건,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낮은 기적 같은 일이다.

         

       만약 유세하가 [4대 클랜] 급의 대형 클랜 마스터의 자식이거나, 혈족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온갖 영약을 돈으로 사들여 적절하게 먹이고 훈련한다면 혹시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문보라는 알고 있다.

       그는 그러한 것과는 전혀 연이 없다고.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불가능.

         

       하지만, 딱 한 가지.

         

       이 모든 것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유일한 예외가 있다.

         

       문보라는 감았던 눈을 뜨며 불길한 그 단어를 상기하였다.

         

       ‘……마인.’

         

       이곳과는 전혀 다른 이계의 존재들.

       흔히 ‘악마’라고 불리는 자들과 계약하여 ‘마기’라는 미증유의 힘을 얻은 자들.

         

       <마인>이라면 가능하다.

         

       악마와의 계약은 반드시 대가를 바쳐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보기엔 마하나는 그런 대가를 바친 기색은 없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유세하가 악마와 계약하여 성장에 대한 대가를 대신 치러줬다는 가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계약을 맺으면 좋든 싫든 무조건 마인이 되지요.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문보라의 예측상, 아마 <빌런> 클랜의 조직원이 그에게 접근하여, 악마와의 계약을 빌미로 한 사기극을 벌인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 <마인>이 된 그는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게 된 거고.

         

       ‘마기가 새어 나오지도, 느껴지지도 않은 이유는 꽤 규모가 큰 [범죄 클랜]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실제로 스파이 목적으로 침입한 <빌런> 또는 <마인>이 이곳 입학 시험장 어딘가에 있을 거다.

         

       유세하가 구태여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의 입학을 고집한 것도,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라면 이해 가능했다.

         

       문보라는 이는 꽤 앞뒤가 맞는 설명이라고 여겼다.

         

       <의무 토벌>에서 처음 그와 마주했던 날.

         

       만약, 처음부터 유세하가 마인이라는 가정하에 생각해본다면.

         

       그에게 느꼈던 모든 의문이 단숨에 해결된다.

         

       ‘처음 발도하였을 때 보여주었던 소름 끼치는 감각, 압도적인 살의, 남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강함.’

         

       그것이 모두 ‘마’의 힘이라면?

       그리고 계약한 지 얼마 안 돼서 얻은 힘이라 익숙해지지 못했기에 실수한 거라면?

         

       실제로 ‘실버백’ 다음으로 상대한 ‘카파 라이노’의 경우.

       같은 [류참]이어도 그 정도로 방대한 살의는 없었다.

       위력과는 별개로 말이다.

         

       당연하지만 문보라가 의심병 말기 환자여서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미묘한 의심을 증폭시켜 구현해준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팽진아.

         

       일부러 유세하한테 말하지 않았던 마지막 자리에 앉은 여교수.

         

       A급 중에서도 최정상의 위치에 도달한 헌터였다.

         

       또한, 아카데미에서 이사장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서열 2위의 인물이기도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성공적으로 ‘브레이크 아웃’ 사건을 막고 나서 며칠 뒤.

         

       개인적으로 온 연락이 있었다.

         

       수상쩍은 증거물을 찾았기에 부디 협조를 바란다고.

         

       ‘그때 처음으로 마주하였지요.’

         

       자신을 아카데미 교수라고 소개한 팽진아가 꺼내 든 것인 두터운 짐승의 털가죽이었다.

         

       문보라가 보기엔 그것은 썩 익숙한 물건들이었다.

         

       ‘실버백의 가죽.’

         

       정확하게는 유세하가 베어 넘긴 부분만 도려내서 가져온 것이었다.

         

       듣자 하니, 원래는 아카데미에서 쓸 물품을 위해 수입한 재료였는데 발견한 거라고.

         

       문보라는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물어보았다.

         

       “…이걸 저한테 보여주시는 의도가 뭔가요?”

       “수상하다고 여기지 않나. 문보라 헌터.”

       “무슨…”

       “여기 절단된 면을 봐라.”

         

       팽진아는 설명하였다.

       말도 안 되는 절삭력과 예기.

       그저 날카로운 것에 잘려나갔다는 개념을 넘어선 ‘무언가’가 소름 끼치게 남아있다고.

         

       “나는 검이라고 불리는 무구에 20년의 세월을 바친 인물이다. 나름 잔뼈가 굵은 만큼 대다수의 검흔만으로도 실력자의 수준은 판가름할 수 있다.”

         

       “…그래서요?”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거다. 힘을 숨겼다거나 일부러 자제했다는 등의 개념이 아니다. 무려 한 달이나 지난 물품이다. 그런데도 소름 끼치는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것은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났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한, 이런 개념을 넘어선 힘을 쓰는 놈들은 그 녀석들밖에 없다.”

         

       “…설마.”

         

       “<마인>.”

         

       나는 유세하가 마인이 아닐까 의심된다.

         

       문보라는 부정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고.

         

       유세하같은 선한 사람이 마인일 리가.

         

       “…교단에 조사 보고는 하셨나요?”

         

       “당연히 했다. 허나, 문보라 헌터. 그대라면 잘 알고 있지 않나. ‘신성력’은 어디까지나 발산하는 ‘마기’에 한해서 힘을 발산하는 능력. 애초에 <마인> 또한 [신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 또한 ‘마신’을 모시는 숭배자들이니까.

         

       “<마인> 또한 크게 보자면 ‘성직자’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들에게 협조를 구해봤자 도움이 안 돼. 애초에…해줄 양반들이 아니기도 하고.”

       

        “…신성 모독으로 잡혀가셔도 전 모릅니다. 아, 아무튼 동의 못 하겠습니다. 유세하씨는 그런 성품이 되지 못하는…-”

         

       “-그렇기에 더 의심스러운 거다.”

         

       “…네?”

         

       “<마인>은 본인의 의지로 되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게 뭔지도 모르고 어느 순간 돼버린 놈들도 많다. 나는 유세하 헌터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협조하지 않은 문보라.

         

       하지만 최근 ‘사당’에서 단기간에 믿을 수 없는 성장을 보인 것을 보며, 최악의 가정을 상상하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제일 쉽고 확실하며, 빠른 방법은 이미 있다.

         

       <협회> 그리고 <클랜>의 감시관을 부르는 것.

         

       그들이 가진 기술력이라면, 유세하가 마인인지 아닌지 바로 판단 가능할 거다.

         

       다만, 어디까지나 그가 협조적이라는 전제하다.

         

       ‘…그가 정말로 마인이라면.’

         

       여기 있는 대다수는 그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죽을 거다.

         

       그때 느꼈던 살의를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폭주하였을 때의 그의 강함은 일시적이라도 A급 헌터에 준할지도 모른다.

         

       고작 A급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언제 어디서 폭주할지 모르는 A급은 걸어 다니는 대형 폭탄이나 다른 바 없었다.

         

       따라서 문보라, 팽진아 두 사람 모두 성급하게 사람을 부르는 것보다는 자신들 선에서 최대한 일을 저지하기로 하였다.

         

       결정적으로 아닐지도 모르는 거니까.

         

       ‘…후.’

         

       문보라는 끼고 있던 반지에서 나오는 신호에 고개를 올렸다.

         

       팽진아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바라본다.

         

       눈빛에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라.’라는 의지가 엿보인다.

         

       팽진아는 말하였다.

         

       그가 시험에 나서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이 밝혀내겠다고.

         

       동시에 정말로 마인이 맞다면, 그 자리에서 제압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그럴 만한 수단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문보라는 그게 무엇인지 얼추 짐작하였다.

         

       ‘[파사의 검].’

         

       내면에 있는 ‘백색의 불꽃’을 형상화하여 현실로 구현하는 정체불명의 힘.

         

       <신성> 클래스가 사용하는 성법과는 다른 일종의 경지이며.

       <마인>들에게 있어 죽는 것보다 더욱 무서운 힘이었다.

         

       [파사의 검]에 당한 마인은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가지고 있던 마기와 힘 대다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악의 길에 들어선 <빌런>도 심상의 뒤틀림을 감지하고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성능을 지닌 힘이었다.

         

       결정적으로 <마인, 빌런>은 절대로 이것을 배울 수 없었다.

         

       따라서 이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였다.

         

       ‘확실히 그거라면 판가름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문보라는 믿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다시 한번 빌었다.

         

       이것이 그저 본인의 어리석은 망상으로 인한 삽질이기를, 그저 죄 없는 한 사람을 의심하는 파렴치한 여자로 끝났으면 하였다.

         

       ‘후우…’

         

       한숨을 쉬는 사이, 들려오는 유세하의 목소리.

         

       아까부터 계속 뭐라고 말하고 있었는지,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요? 제 말 듣고 있으세요?”

       “…아, 미안해요.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유세하는 옆자리, 피곤했는지 잠에 빠져있는 마하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사과하면 되죠.”

       “…네?”

       “우리 므냥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거잖아요?”

       “……”

       “아, 역시 <설빙>이나 되는 분이 고개를 숙이는 건 좀 부끄럽나?”

         

       뭐라는 거야…

       정말이지 무례한 남자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사과는…당연히 할 겁니다. 제가 틀린 거니까요.”

       “…흐흐.”

       “…뭐에요?”

       “다시금 느껴서요.”

       “…뭘요?”

       “당신은 참 귀여운 사람이네요.”

         

       유세하의 말에 문보라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이 망할 남자가 진짜!

       자신은 지금 심각해 죽겠는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날려!?

         

       “꼬리 치지 말라고 했죠!”

         

       화내거나 말거나 유세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멀리 부르는 번호에 허리춤의 검을 움켜쥐며 걸어나간다.

         

       “그럼 다녀올게요. 응원해주세요?”

       “…몰라요!”

         

       다시 한번 웃는 유세하의 모습에, 문보라는 양발을 동동 굴렸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는 유세하.

         

       언제든지 허리춤의 검을 뽑기 좋게 당기며, 경기장 위로 올라섰다.

         

       “참가 번호 324번 유세하군~ 앞으로 나와주세요. 어머나 벌써 나오셨네요. 준비는 되셨나요?”

       “넵!”

       “좋아요~ 그럼 시작~”

         

       파지직―!

         

       여교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푸른빛의 광원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3일 연속 연참이라는 저의 설날 선물을 좋아해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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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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