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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사냥주간, 첫날밤.

    루크숲에 가장 많은 숲지기가 모이는 날이다.

    몬스터의 웨이브를 막기위해 몰려든 사냥꾼들은 각자 위치를 지키며 경계를 서는 중이었다.

    물론 예르나도 그러한 숲지기중에 한명.

    그러나 그녀는 평소처럼 주변을 경계하기보다는 무언가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다프네는 그런 예르나가 너무나 신경쓰였다.

    여기까지 오는 차 안에서도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종이다.

    저게 대체 뭐길래?

    프라이버시니까 묻지 않겠다는 생각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대체 그게 뭔가 하는 궁금증이 앞선다.

    제발 말을 걸어달라고 애원을 하는 수준이다, 이건.

    “언니, 그게 뭔데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있는건가요?”

    “아, 이거말이야?”

    그녀는 종이를 다프네에게 건네며 말했다.

    “엊그제 날아온 루의 정밀검사결과야.”

    “이게요?”

    다프네는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싶어서 종이를 받아들었다.

    키는 136센티미터, 몸무게는 26kg……. 저체중이라. 그건 잘 먹으면 해결될 문제겠지.

    하긴, 루크는 너무 마르긴 했으니까.

    다른 결과는 대부분 평균이거나 평균이상. 다행히 몸은 또래아이들보다 건강하면 건강했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보였다.

    그런데 이걸보고 대체 무슨 걱정이 있길래 한숨을 그리 쉬었단 말인가?

    “별거 없잖아요? 뭐, 몸무게가 덜 나가는 거 말고는 건강하다는데.”

    몸무게는 그동안 잘 먹지 못해서 생긴 일시적인 영양실조같은 것일테고, 그것 말고는 눈에띄는 외상이나 심각한 병세나 알레르기는 없어보였다.

    “그것 말고, 다른쪽이 문제야.”

    “다른쪽이라뇨?”

    예르나가 손가락으로 종이의 한곳을 짚었다.

    그것은, ‘유전자분석결과’다.

    ‘인간과 67%일치……?’

    “어라?”

    정밀검사로 나타난 유전정보는 루크가 정확히 67%만 인간임을 가르쳤다. 

    이것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말일까?

    심지어 21%, 10%, 2%는 현대 마법기술로는 알 수 없는 유전적 정보라고 한다. 인간과 전혀 다른 패턴이 3가지나 섞여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술로 밝혀낼 수 없는 유전정보가,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세가지나? 그런걸 정말 인간으로 부를 수 있는걸까, 다프네는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루크의 검사결과라고요?”

    인간인줄 알았는데,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도, 알 수 없는 마력패턴이 3가지나 섞인.

    “검사기에선 인간으로 분류되었다면서요?”

    “간이 검사기엔 분명히 그렇게 나왔어. 아마, 인간인 부분이 그나마 가장 많았기 때문이겠지.”

    서에서 사용하는 검사기는 어디까지나 분류를 위한 신분증명용 간이 검사기다. 그것은 그저 최대한 빠르게 근삿값을 출력하는 것뿐.

    “그럼, 루크는…….”

    다프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깨닫고는 입을 다문다.

    ‘괴물’.

    이런 결과가 나온 이상, 루크는 인간의 모습을 한 무언가다. 인간인 부분이 67%라는건, 인간이 아닌 부분이 33%라는 얘기니까.

    예르나는 그녀의 손에서 검사결과지를 빼앗으며 말했다.

    “다프네, 너도 그 아이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다프네는 루크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제나 밝고, 사려깊고, 쉽게 얼굴을 붉히고, 금방 또 눈을 빛내고…….

    거기까지 생각한 다프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그럴리가요. 루크가 인간이 아닐리 없죠.”

    “그렇지?”

    예르나는 푸우, 하고 한숨을 쉬면서 품 안에 검사지를 집어넣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다프네는 머리가 좋았다. 그는 숲지기의 곁에서 정보의 처리를 돕는것이 일인 길잡이니까.

    그러니까, 루크의 주어진 상황을 떠올리는것과, 이 검사지의 결과를 잇는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노예, 감금생활, 기억상실, 비정상적인 마나감응력과 심장의 서클과 마나를 다뤄본 경험, 동물같은 행동과 비정상적인 외모…….

    여태껏 묘하게 따로놀던 단서가 찰칵, 하고 맞물려지는 감각.

    “……인체실험.”

    다프네는 입 밖으로 새어나온 말에, 화들짝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예르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뿔과 귀를 단다, 수인화 시술이 법의 구멍으로 사용되던 시기는 한참전에 지났다.

    그렇다면, 법을 피하기위한 장치가 아니라, 무언가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

    하기사. 

    단순히 ‘놀이’를 하려고 했다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수인화시술을 했을리가 없다.

    이것저것 막 붙이다가 거부반응으로 써보기도 전에…….(이부분에서 예르나는 한번 이를 갈았다) 목숨을 잃는다면 분명 손해니까.

    게다가, 동물의 본능을 직접 정신속에 각인시키는 정신계마법?

    그런거 쓰지 않아도, 어린아이의 정신쯤은 시간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주무를 수 있었을거다.

    단지 놀이용이라면, 겉보기만 대충 흉내내도 괜찮도록 ‘교육’하지, 현재 루크처럼 본능의 형태로 육체에 남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뭔가, ‘놀이’와는 다른 목적이 있었을거다.

    목적…….

    예르나는 그것이 분명 인체실험일거라고 추측했다.

    비정상적인 마나감응력과 심장에 새겨진 마나?

    그것은 ‘인체실험’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맞아떨어진다.

    그렇지않은가?

    귀족의 노예가 동화책을 보고 스스로 원시적인 마법을 깨달아서 도망친다?

    개연성이 너무 없다.

    하지만, 인체실험의 결과나 목적으로, 루크에게 무언가 강제로 시술을 했고, 그래서 루크가 현재의 상황에 이른거라면? 그게 훨씬 말이 되는 것이다.

    “뭔가 있어. 아주 큰……. 누군가의 음모가 있는게 분명해. 뭔가 더 정보가 없을까…….”

    예르나가 미간을 누르며 침음성을 내자, 다프네가 문득 떠오른듯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그때 그 납치범녀석말이에요.”

    “‘뿔달린 고양이’가 어쩌구 횡설수설만 하던 그 녀석? 갑자기 그녀석은 왜?”

    “죽었대요. 어젯밤에. 사인은 중독사,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모르고요.”

    “뭐?”

    “꺼림칙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래도 ‘입막음’당한것 같은데.”

    “……그거, 정말이야?”

    “네. 그가 죽었다는 얘기는요. 당연히, 뒤에것은 제 추측이지만요.”

    “그럼……!”

    그때였다.

    허리춤의 단말에서 몬스터의 접근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것은.

    -삑, 삑, 삑.

    예르나는 능숙하게 펄럭, 코트를 젖히고 코트안쪽 허리춤에 걸어둔 철의 지팡이를 꺼내쥐었다.

    “자세한건 저것들 처리하고 다시 얘기하자.”

    그리고 번쩍, 루크숲에 푸른 번개가 내리친다.

    ———-

    쏴아아아…….

    “비가 오는구나.”

    날씨는 어제 루크의 예측대로였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끼더니, 마침내 쏟아져내리는 중이다.

    빗방울이 창문을 타닥, 타닥 때리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루크는 옆에 쌓아둔 옷가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빨래를 걷어놓길 잘했군.’

    조금 일찍 일어나서 미리 빨래를 걷어둔것이 다행이었다.

    가만히 두었다면 또 빨래를 해야 했을 터.

    그런 불필요한 노동은 사양이다.

    마법사는 언제나 효율을 추구하는 생물이니까.

    -루크, 학교! 루크, 학교!

    파이가 루크의 머리의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외쳤다.

    “그래, 가야지.”

    어젯밤, 하루종일 첼로를 바라보며 언제 또 켜주나 하는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던 시선이 떠올랐다.

    처음엔 분명 집에서 연습할 생각으로 가져오긴 했으나, 옆집과 아랫집에 민폐가 되는게 아닐까 싶어서 사실 오래 연주하지 못했다. 그 끔찍한 끼기긱, 하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려줬다가는 당장에 문을 두드렸을지도 모르니.

    덕분에 파이는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숲이었다면 그것을 신경 쓸 필요 없었을텐데.’

    사냥주간이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루크는 한숨을 쉬면서 교복을 차려입었다.

    학교에서 학생은 교복이니까.

    그 고집센 드워프가 세운 규칙이니 따를 수 밖에없다.

    ‘눈에 띄고싶지도 않고말이지…….’

    ——–

    루크는 우산을 들어올린채 생각했다.

    ‘이 우산이란것, 꽤 신기하구나.’

    과거에 이런건 없었고, 단순히 로브를 뒤집어쓰고 비를 맞았을 뿐이었다.

    처음엔 루크가 로브를 찾아보려고 해도 예르나의 집에서 나오는 것은 없었다.

    때문에 루크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그냥 맨 몸으로 비를 맞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외출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때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이 ‘우산’을 알려준 덕분에 예르나의 집에서 하나 들고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타닥, 타다닥, 타닥.

    빗방울들이 우산에 부서져 내는 소음이 듣기 좋다.

    마치 작은 북을 울리는 소리같다.

    그 소리는 파이도 기분을 좋게 하는지, 정령의 꼬리가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꼬물꼬물거렸다.

    기분좋은 빗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으니, 문득 루크는 예르나의 생각이 났다.

    “흐음……. 예르나가 걱정이로군.”

    분명 비오는날에 숲을 지키려면 힘들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빗소리는 소리를 묻고, 물에 젖은 흙은 진창이되어 걷는데에 체력을 더욱 빼앗는다.

    또, 비구름은 밀도가 높아서, 낮이 평소보다 더욱 어두워진다.

    숲의 엘프를 걱정하느니, 물속의 물고기를 걱정하는게 낫다는 격언도 있지만……. 이 시대에도 그런 격언이 통하는걸까? 

    예르나는 오히려 숲에서 피곤해보이던데.

    “별 일이야 없었으면 좋겠구나.”

    루크는 비가내려서인지 쌀쌀한 날씨에 몸을 살짝 떨었다.

    외투라도 입을 것을 그랬나.

    “흐음…….”

    루크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낮게 읊조렸다.

    “파이어ㅡ.”

    그것을 불꽃조차 일지 않는, 그저 기분좋게 따듯한 열기만을 내는 버프로 변형한다.

    화력을 극도로 낮춘 파이어.

    마치 난롯가에 들어가 앉은듯한 따스함이 몸에 퍼져나가니, 루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흐음, 그동안의 공부가 큰 도움이 되는군.’

    이 시대의 마력회로와 마법이론을 종합해, 대상지정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위력은 극소화시킨 파이어.

    덕분에 서클에서 소모되는 마력은 거의 없다시피하니, 하루종일 켜둔다고해도 문제될것은 없으리라.

    ‘빗소리는 기분이 좋고, 몸은 따듯하고, 마나는 충분하며, 세상은 평화롭군.’

    어쩌면, 자신은 지금 천국에 있는것은 아닐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 소제목 정하기 어렵네용…..

    예르나와 다프네가 추측한것은 사실일까요?
    아니면 이번에도 헛발질?

    근데 루크는 그저 우산이 신기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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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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