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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백우진의 결정은 학관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말이나 됩니까! 신룡조가 고작 네 명이라니요!”

       “당장 충원을 해야 합니다!”

       “고작 네 명이서 무슨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건지, 원.”

         

       교수들이 모였다 하면 백우진과 신룡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로 회의에서도 거론되어 그를 불러 다시 설득을 해보자는 말이 다수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싫은데요.”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나타난 백우진의 짤막한 거절에 무산되고 말았다.

         

       아무리 애가 탄다고 해도 편성에 대한 권한은 온전히 용봉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교수들로선 불러다가 좋게 타이르는 수밖에 없었고, 웬만한 이들이라면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했겠으나 백우진이 그런 쪽으로는 신경도 안 쓰는 인물이라는 게 문제였다.

         

       이후로도 교수들이 은근슬쩍 협박을 하기도 하고, 타일러 보기도 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고집이 아주 쇠심줄 같은 녀석입니다.”

       “도통 말을 들어먹질 않아요!”

         

       오히려 교수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허나, 아예 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백우진에게 그나마 좋은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는 염철진이 그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돌려놓았다.

         

       판타지 세계에서 오랜 시간 전장을 뒹군 백우진은 은근히 미신을 믿는 편이었다.

         

       사(四)라는 숫자가 주는 불길한 기운이 싫어진 백우진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한 사람을 더 조원으로 받아들여 신룡조는 최종적으로 다섯 명이 되었다.

         

       “오, 넓어.”

         

       각 조마다 제공된 회의실에 가장 첫 번째로 도착한 백우진은 서른 명은 너끈히 수용할 수 있을 만한 크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난 작고 아담한 게 좋은데.”

         

       공간이 넓을수록 휑하고, 차갑고, 쓸쓸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백우진은 언제나 규모에 적당하게 맞는 크기를 선호했다.

         

       “뭐, 이것저것 채워 넣으면 되겠지.”

         

       사람이 적은 만큼 다양한 것들로 공간을 채워 아지트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타원형의 탁자 끄트머리에 앉아 술병을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회의실 문 너머에서 심호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

         

       백우진이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은 채, 기를 운용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문을 열어젖혔다.

         

       “끼약!”

         

       문 앞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던 제갈연지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 들어오고 뭐 해?”

         

       뺀질거리는 웃음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백우진의 모습에 제갈연지가 볼을 부풀렸다.

         

       “백 공자아…!”

         

       겨울 내내 훈련을 함께 한 덕분인지, 백우진을 대하는 그녀의 말투는 예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

         

       “얼른 들어와.”

       “네에.”

         

       입술을 삐죽이며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자연스럽게 백우진이 앉은 자리에 가장 가까운 곳에 놓인 의자를 뒤로 빼내어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가만히 웃고 있던 그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철패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신룡조를 증명하는 패야.”

         

       제갈연지는 손에 받아든 철패를 살펴보았다. 한쪽 면에는 신룡(神龍)이라는 글자가, 반대쪽 면에는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헤에.”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향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제갈 소저가 우리 참모야.”

         

       그녀의 얼굴이 단숨에 울상이 되었다.

         

       “그, 그거 진짜로 안 하면 안될까요…?”

         

       보통 스무 명으로 이루어지는 조에는 가장 위에 조장이 있고, 그 밑으로 조장이 임명하는 부조장이 있다. 그리고 조장의 재량에 따라 참모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난 제갈 소저가 아주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백사파를 효율적으로 잡아들이기 위해 그녀가 현령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을 때부터, 백우진은 그녀를 참모로 점찍어둔 상태였다.

         

       “우으으….”

         

       제갈연지는 그런 백우진의 무거운 신뢰가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도 기꺼웠다.

         

       가족 중에도 자신을 이토록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앓는 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녀는 백우진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노력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똑똑!

         

       참모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끝마쳐갈 즈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고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회의실 내부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안녕!”

         

       신예화였다.

         

       조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많은 고민을 거듭하게 했던 이가 바로 그녀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백우진은 그녀를 자신의 조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녀가 적은 아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슨 꿍꿍이를 펼칠까 고민하는 것보다 곁에 두고 보는 게 나을 거라 판단했다.

         

       거기에 몸이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질 거라 생각하지 말라는 백무혁의 조언도 한 몫 거들었다.

         

       ‘알아서 단념하게 해야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예전에 추억을 함께 쌓았던 ‘백우진’과 지금의 백우진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 또한 멀어지리라.

         

       “우와, 이게 신룡패구나!”

         

       제갈연지의 손에 쥐어진 신룡패를 보고 눈을 반짝이는 신예화. 그녀는 이내 백우진을 향해 제 손을 내밀었다.

         

       “나도 줘!”

         

       백우진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

         

       “넌 나중에 줄 테니까 앉아 있어.”

         

       조금은 차가운 말투였다.

         

       “치.”

         

       신예화는 입을 삐죽하게 내밀고는 제갈연지의 맞은편이자 백우진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아 다른 조원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똑똑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힘없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열어줄게!”

         

       가만히 앉아 있던 신예화가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에엑!”

         

       그리고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를 빽 내질렀다.

         

       문 앞에 서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구왕수였다.

         

       “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나도 신룡조니까.”

       “뭐어?!”

         

       신예화가 고개를 돌려 백우진을 쳐다봤다.

         

       “진짜 얘도 우리 조야…?”

       “어, 맞아.”

         

       백우진이 만면에 미소를 띤 얼굴로 구왕수를 향해 말했다.

         

       “광수야! 어서 들어와!”

         

       제갈연지, 신예화를 맞이할 때보다 더 환한 미소였다.

         

       구왕수가 숨을 가볍게 내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터덜터덜 걸어와 백우진의 앞에 섰다.

         

       “잘 왔어, 광수야.”

         

       자리에서 일어난 백우진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뒤, 신룡패를 건네주었다.

         

       “자, 네 거야. 참 멋지지 않니?”

         

       떨리는 손으로 신룡패를 받아든 그가 황급히 반대편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다.

         

       구왕수, 세 글자가 온전히 박혀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본 백우진이 더욱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제 팔을 둘렀다.

         

       “야, 설마 내가 신룡패에다 네 이름을 광수로 적었겠냐?”

       “하, 하하. 그렇지.”

         

       어색하게 웃으며 동조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구왕수.

         

       “하, 하나만 묻자.”

       “뭔데?”

       “날…, 왜 신룡조에 넣은 거냐.”

         

       백우진과 구왕수. 두 사람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악연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관계였다.

         

       남궁수의 눈밖으로 나지 않기 위해 그는 마주칠 때마다 백우진을 괴롭혔다.

         

       “설마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 건….”

         

       구왕수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조심스레 묻자 백우진은 크게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복수라니, 광수야! 너 그거 정말 오해야.”

       “그, 그러면 대체 왜….”

       “필요하니까 불렀지, 인마.”

       “내가 필요하다고…?”

       “그럼. 너만큼 내게 필요한 존재가 또 없어요.”

         

       사람은 사소하고, 가벼운 일들을 가장 귀찮게 여기기 마련이다.

         

       백우진은 그런 일들을 모조리 광수 아니, 구왕수에게 몰아줄 작정이었다.

         

       “그, 그럴 수가….”

         

       이야기를 들은 구왕수가 크게 감동받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 광수야?”

         

       당황한 백우진이 그를 부르자, 구왕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백우진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널 괴롭혀서 미안했다!”

       “에이, 갑자기 왜 그래.”

         

       얼른 일어나자.

         

       백우진이 그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너를 깍듯이 조장으로 모시겠다! 아니, 모시겠습니다!”

       “어…, 음.”

         

       아무래도 무언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빠르게 태세를 전환한 백우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구왕수의 어깨를 붙잡았다.

         

       “광수야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예!”

       “말은 편하게 해도 돼.”

       “그, 그래도 될…까?”

       “그럼!”

         

       우린 친구잖아!

         

       “치, 친구…!”

       “물론이지.”

         

       관계가 약간 수직관계에 놓여 있는 그런 친구.

         

       “너도 알다시피 우리 조, 많이 힘들 거야. 조원이 적다 보니 개인이 해야 할 일도 더 많아질 거고.”

       “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너에게도 많은 일들이 주어질 거야. 정말 힘들고, 피곤하고, 지치겠지. 하지만!”

         

       백우진의 양손이 구왕수의 뺨을 부여잡았다.

         

       짜악!

         

       “억!”

       “그렇지만 광수야!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면 그 뒤에 기다리고 있을 우리의 찬란한 미래를 떠올리자!”

         

       구왕수의 머릿속에 머잖은 미래가 그려졌다. 신룡조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과업을 해결하고 승승장구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자신을 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남궁수 패거리 또한 그려졌다.

         

       “그, 그래. 앞으로 더 찬란한 미래가…!”

       “바로 그거야!”

         

       구왕수의 눈에 결의가 깃들었다.

         

       “뭐든 시켜만 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힘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할 테니!”

       “광수야아!”

         

       힘차게 서로를 끌어안는 두 사람.

         

       씨익.

         

       백우진은 웃고 있다.

         

       그렇게 자발적인 노예를 손에 넣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래 한 편으로 조원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끝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두 편으로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번에 노벨피아에서 무려 경험치 2배 이벤트를 시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는 정시 연재 외에 편수가 생기는 대로 적절한 시간에 계속해서 연재를 해볼 예정입니다.

    그러니 알람 설정 부탁드립니다,,,!

    일러스트는 일단 4월 초~중순 즈음이면 제가 따로 외주를 넣은 히로인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벨피아에서 제공하는 표지는 한참 전에 얘기를 나눈 이후 따로 들은 얘기가 없어서 언제 되는지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네요…

    언제나 과분한 사랑에 감사드리며. 저는 최대한 또 빠르게 한편 더 써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불금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P.s 후원 감사의 말씀

    이세돌기대컨 님!

    후원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최대한 공들여 써보도록 하겠습니다앗!

    초거대대두 님!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설레고 행복하네요…!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사라이드 님!

    후원 감사합니다! 오실 때마다 즐거우실 수 있도록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WintersRain 님!

    후원 감사합니다! 아무 말씀 없으신 것은, 그저 노력하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더욱 재미있는 에피소드 쓸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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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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