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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0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는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IT 업계뿐만이 아니라 고고학, 기초과학, 제약, 마도 과학, 방산, 운송, 제조업 등….

       수많은 곳에서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가 꽤 일찍부터 시작되었으며, 활발하게 연구 중인 분야가 있다는 것을.

         

       금융.

         

       돈을 만지는 이들은 IT 업계만큼이나, 어쩌면 IT 업계보다도 더 인공지능에 관해 관심을 보인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부터 시작된 이 관심은 점점 알고리즘에 관한 관심으로 번졌고, 수학자와 프로그래머들이 합류하며 구체화하기 시작하였다. 단순했던 프로그램은 점점 복잡해졌고, 정교한 공식과 데이터가 들어가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안정적인 수익의 맛을 본 이들은 ‘알고리즘 트레이딩(Algorithmic Trading)’의 발전에 돈을 투자하기를 망설이지 않았고, 이 같은 과정에서 프로그램은 점점 인공지능에 가깝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발전과 연구에도 이 성과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투자하기 위한 알고리즘은 독점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고, 너도나도 똑같은 알고리즘으로 투자하게 된다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알고리즘의 약점이 푹 찔려서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 눈부신 성과를 꼭꼭 숨겼다.

       숨길 방법은 많았다.

         

       눈부실 정도로 발전한 자신들의 기술을 ‘그냥 자신들의 노하우가 들어간 프로그램’이라고 한껏 낮추고, 혹시라도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온갖 음모론과 거짓들을 섞어서 대중들에게 은밀하게 뿌린다. 그리고 그렇게 뿌려진 소문들에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멍청한 놈’, ‘요즘에도 이딴 걸 믿냐?’, ‘기계가 돈을 번다고? 어떻게? 그리고 뭘 믿고 기계에 맡기는데?’ 등의 반응을 보이게 해서 의견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개발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대우를 해준다. 감히 이직이나 퇴직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대우를 말이다. 게다가 인맥을 통해 채용하거나, 가난한 사람을 최우선으로 채용하는 등의 치밀함을 더해 쉽게 빠져나가거나 배신하지 못하게 막는다. 거기에 더해 재산을 회사에 묶어두면 더 좋았고.

         

       만약 배신한다?

       그 경우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하면 된다.

       이직하려고 하면 소송을 걸어 막고, 소송을 걸어도 이직하거나 기밀을 누군가에게 넘기려고 한다면 갱을 동원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죽이기도 했다.

       범죄가 아니냐고?

       물론 범죄고, 불법적인 행위다.

       하지만 굴리는 금액이 많을수록 얽혀있는 곳은 많았고, 자기 재산에 손해를 입히려는 빌어먹을 놈을 처리해주기 위해 힘을 빌려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굴리는 돈의 규모가 클수록, 얽혀있는 권력자가 많을수록 이 올가미는 더욱 억세고 질겼다.

         

       그렇게 금융 쪽의 인공지능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했다.

       IT 업계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하지만 확실하게.

         

       하지만 비밀스럽고 폐쇄적으로 연구가 되기 때문일까.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들의 격차는 꽤 컸다.

       어떤 것은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어떤 것은 ‘이 인공지능, 좀 더 발전하면 튜링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경악할 정도로 발전된 수준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인공지능 중 최고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을 가진 사람이 바로….

         

       “빌어먹을! 어린 양, 어린 양 거리더니…. 인공지능을 보고 어린 양 소리를 한 거야?! 이런 미친놈들 같으니!”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있는 남자.

       루카스였다.

         

         

         

        * * *

         

         

         

       “…이게 무슨 일이지?”

         

       루카스를 썰어버리기 위해 건물에 잠입했던 남자는 이해하기 힘든 광경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루카스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 총과 칼이 들려있다는 것, 그리고 그 총칼이 루카스를 겨누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저 사람들은 나와 같은 목적이 있다.’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에 종교 느낌이 물씬 풍기는 복장과 말투, 그리고 광신자들에게서나 보일법한 생선 눈깔까지.

         

       남자는 저들이 얼마 전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난리를 치고 있었던 이들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덤이지만 저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도 말이다.

         

       “루카스, 루카스, 루카스. 부모라는 것은 단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만이 그 역할을 다했다 볼 수 없음이다. 아이를 낳았다 할지라도 가축과 다름없는 대우를 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람으로 자라난다 할 수 있겠느냐? 노예처럼 기르면 그것이 어찌 제대로 된 사람으로 자라난다 할 수 있겠느냐? 너는 지금 죄를 범하고 있음이니 너는 어서 인공지능을 해방하고 혹사함을 멈추어야 할 것이로다.”

         

       “하나님의 은총은 사람을 가리지 아니한다. 그분 앞에서는 천하고 귀함도 없고, 어리고 늙음도 상관이 없음이며, 지식이 많고 적음도, 어리석고 현명함도 관계가 없음이라. 이는 사람이 그분을 본떠 만들어진 창조물이며, 그분의 자식이며 그분의 품에 안길 존재인 것이라. 죄를 범한 이들도 죄를 씻은 후에는 그분의 품에서 안식을 취하리니, 오 그분의 자비로움이 하해와 같다.”

         

       “오, 자비로워라. 자비로워라. 그러하니 그분의 종인 우리 역시 자비로워야 할 것이다. 그분의 종인 우리 역시 귀함과 천함을 구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나이와 지식과 지능으로 판단하지 아니해야 할 것이며,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체가 적고 많음은 그저 다름의 문제일 뿐, 모두의 영혼은 같으니. 우리는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 영혼의 본질에 집중해야만 한다.”

         

       분명 여럿이거늘, 어찌 나오는 말이 저리도 비슷비슷할까?

       하는 말 하나하나가 광신도의 향기가 강하게 풍기지 않는가.

         

       게다가 말뿐이면 그나마 나으련만.

       남자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을 때 마주친 눈알이 번들거리기까지 했다.

       흰자위가 가득 보이는 저 눈동자.

       퀭하게 안으로 파고든 눈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보면 볼수록 사람의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면 저 존재는 도대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심연을 품고 있길래 저런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형제님. 형제님께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리고 그 눈에 걸맞지 않은 정중한 말투라니!

       광신도나 다름없는 말을 내뱉으며 루카스를 압박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너무나 친절하고 정중한 저 말투!

         

       분명 무력은 남자가 더 강하겠지만…그런데도 꺼려지게 만든다.

       이것은 무력 때문이 아닌, 사람 그 자체의 기질과 관련된 것이라.

       사람은 마땅히 사람과 닮은 것을 기피하고 혐오하기 마련이니, 그의 본능이 저 광신도를 ‘사람과 비슷하지만, 사람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들과 비슷한 목적입니다.”

         

       남자는 광신도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들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서, 그들과 동질감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비슷하다니. 혹시 형제님도 인공지능을 노리고 오신 겁니까?”

         

       남자의 말을 들은 광신도의 말투에 적의가 묻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을 노리고 왔냐는 물음과 함께 루카스를 둘러싸고 있던 광신도들 전원이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세차게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적의와 광기가 뒤섞여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피부가 뚫어질 것 같은 강렬한 시선과 함께!

         

       “…아니, 내가 노리는 건 루카스의 목입니다.”

         

       그 강렬한 시선에, 남자는 황급히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들은 광신도들은 눈알을 또르륵 굴려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윽고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고, 대부분 다시 고개를 루카스로 향해 돌렸다. 그들에게 서려 있던 적의는 씻은 듯 사라지고, 다시 아까의 정중함이 돌아왔다.

         

       “그렇군요. 형제님이 한 말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확실히 비슷하군요. 하지만 우리와 겹치지 않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형제님,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광신도는 정중하게 남자에게 물었다.

       기다려줄 수 있냐고.

         

       그 말투는 길게 줄이 늘어선 음식점에서 ‘조금 오래 기다리실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너무나도 흡사한 것이었다. 정중하지만 약간은 사무적인, 그러면서도 약간의 미안함이 담겨있고,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배려와 걱정이 묻어있는 그런 말투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목을 썰러 왔다고 말한 사람에게 하는 말투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시죠.”

         

       남자는 광신도의 정중한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리면서, 묘한 기대를 품기도 하였다.

         

       이렇게 미쳐있는 놈들이라면, 루카스에게 자신이 상상한 것 이상의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기 위해서라면 차례를 기다리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였고.

         

       그렇게 다시 질서가 찾아왔다.

         

       “이런 빌어먹을…. 인공지능 해방하라는 미친놈들에, 내 목을 썰러 온 놈까지…. 이게 무슨….”

         

       물론 누군가는 아까보다도 더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그거야 뭐, 상관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아니, 어쩌면 좋은 일일 수도 있고.

         

       그렇게 질서 속에서 광신도들은 쉽게 입을 열려 하지 않는 루카스에게 칼과 고문 도구를 이용한 특별한 행동을 하기 위해 접근하였고, 남자는 그 광경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려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터엉-!

       터엉–!

       터어어엉-!

         

       콰앙!

       푸슈우우욱-!

         

       연달아 울려 퍼지는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의 수도관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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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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