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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1

       *** ***

       

       터엉!

         

       시원한 소리와 함께 도끼가 나무에 박혀든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도 시원하지는 않았다. 내공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무엇을 숨기리.

         

       현재 나는 황실에서 배운 비전 역용술을 펼쳐 얼굴을 바꾼 뒤에 벌목꾼으로 위장 취업중인 상태였다.

         

       “어이, 밥 먹고들 하십시다!”

         

       “알겠네!”

         

       다른 벌목꾼의 외침에 내 사수인 박달은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벌목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가세나.”

         

       “옙!”

         

       쓸데없이 의욕만 넘치는 신참 흉내를 내면서 벌목소에 들어가니 땡볕에서 죽어라 나무를 벤 벌목꾼들이 옹기종기 그늘에 둘러앉아 앓는 소리를 토해냈다.

         

       “어이구, 죽겠네.”

         

       “아주 그냥 쉬다가 빡세게 일하려니 몸이 버티질 못하는구만.”

         

       벌목꾼들의 입에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표정은 밝았다.

         

       혈교의 세력이 준동한 이후 인적이 드문 숲이나 산 같은 곳은 금지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사람의 피를 탐하는 혈인과 그런 혈인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리는 사파들의 소굴이 되었으니까.

         

       자연히 숲과 산의 나무를 베어 먹고사는 나무꾼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생계를 꾸려오지 못하고 있었고 근래에 들어서야 광주에서 날뛰던 영물과 혈교의 잔당이 소탕되어 간신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었으니 몸은 힘이 들어도 표정은 밝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데 모여 밥을 먹는 나무꾼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은 단연 무림의 소문이었다.

         

       “그제 저 천옥에서 영물이 나타났다면서?”

         

       “에이, 그거 헛소문이래! 인근 무인들이 출동했더니 그냥 큰 곰이었다네.”

         

       “소상문에서 혈인 한 사람을 잡아들였다는군!”

         

       뭐 정확히는 무림의 소문이라기보다는 혈교 잔당의 잔당들의 동향이라고 해야겠지.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벌목꾼들은 숲이나 산에서 혈인 한 사람이라도 마주쳤다가는 생명이 위험할 테니 말이다.

         

       한 차례 최신 소문이 끝난 뒤에 들리는 것은 당연히 무림의 소문이었다.

         

       “소천마 위서련이 중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던데…중원 침략의 전조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듣자하니 뇌검낭인도 동정호에 들려서 풍광을 즐겼다는데?”

         

       “내가 알기로는 갑자기 태수를 때려잡았다더군.”

         

       “그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아이고, 형님들 뚱딴지 같은 소리가 아닙니다.”

         

       나는 내 옆자리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벌목꾼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었다. 이건 뭐하는 놈인가 싶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벌목꾼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벌목소에 딸린 식당에서 잡담을 나누며 밥을 먹고 있던 벌목꾼들의 귀에 내 말이 쏙 박히도록 은은하게 내공을 끌어 올렸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뭐시기냐, 태수가 웬 상인을 괴롭히는데 하필 그 자리에 뇌검낭인이 있었다지 뭡니까?”

         

       반응이 온 것은 옆 사람이 아니라 뒷열 식탁에 앉은 누군가였다.

         

       “아니, 그게 사실인가?”

         

       “그렇고 말고요! 그래서 태수의 권력남용에 분노한 뇌검낭인이 암행어사와 함께 관아에 처들어가서 탐관오리들을 모조리 때려잡았다는군요!”

         

       “허어 세상에! 대황천지에 아직도 그런 놈이 남아있었다니!”

         

       “그놈들이 어찌나 악행을 일삼았는지 글쎄 곳간에는 재물이 가득하고 뇌물 장부를 쌓은 서책들이 사람 키만큼이나 높이 쌓였다는군요!”

         

       “저런 찢어 죽일 놈들!”

         

       “어사가 태수와 탐관오리들의 죄질을 낱낱이 밝혀서 태수는 옥에 갇히고 탐관오리들도 모두 철퇴를 맞았답니다!”

         

       “빌어먹을 놈들! 혈교 때문에 우리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젠체만 하던 녀석들이 뒷구멍으로 그런 짓을 해!”

         

       “꼴 좋다 이놈들!”

         

       순식간에 주책을 성토하는 장으로 바뀌어버린 식당. 저마다 방금 내가 전해준 나에 대한 최신 소식으로 화제가 넘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그 분위기를 살피며 나는 내 눈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 박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탐관오리와 무림의 뜨거운 감자, 뇌검낭인에 대한 최신 소식은 제법 구미가 당기는 화젯거리임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혹시 형님께선 무림의 소문에 관심이 없으신 편이십니까?”

         

       “음? 아닐세 나 역시 무림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 그냥 혈교랑 모산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근래 너무 많이 들었달까. 뭐 그런 걸세.”

         

       나에 대한 소식이 자체에 흥미가 식은 듯한 태도. 아마 본인의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혈교나 영물등에 대한 소식에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비단 내 사수인 박달만의 것이 아니었다. 대충 반절 정도의 사람들이 최신 소식에도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며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벌목소의 분위기는 딱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혈교를 성토하거나 그런 혈교가 사라진 것을 적극적으로 기뻐하고 뇌검낭인을 영웅시 하는 부류와 내 사 수처럼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류.

         

       혈교의 준동으로 생계와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된 벌목꾼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당연히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지역의 무인들과 문파들, 혹은 그런 문파들의 연합체인 무림맹이 혈교를 물리쳐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은 혈교의 준동이 길어지며 자연스럽게 커지고 무림맹의 활약상을 들으며 점차 구체화되었겠지.

         

       세인들에게는 그저 해악에 불과한 사파나 도적 등이 혈교와 편을 먹으며 선악구도도 뚜렷해지고 긴장감과 위기감 점차 고조되었다.

         

       그렇게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을 때 갑자기 천마신교가 천하에 나타났다.

         

       혈교가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세인들에게는 엎치고 덮친 격이었다.

         

       저 악랄한 마인집단이 중원에 진출했으니 천하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혈교, 무림맹, 그리고 천마신교. 갑작스러운 거대 세력들의 삼자구도에 세인들의 심경은 그야말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지 않았을까.

         

       그때 사람들은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부디 무림의 영웅들이! 협의 가득한 문파들이 우리들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지리적 특성을 따져 보았을 때 이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무림세력은 팽가였으니 아마 이곳에 있는 벌목꾼들은 호북팽가의 도객들이 진법을 정련해 영물들을 물리치고 혈교의 세력을 소탕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겠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무림에 신성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구원해주길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갑자기 모산대전이 일어나서 혈교가 와해되었단다.

         

       그것도 영락없이 천하를 노리는 새로운 거악이라 여겼던 천마신교와 협객인지 아니면 혈교의 공작원인지 모를 뇌검낭인의 힘으로 말이다.

         

       영락없이 혈교와 떨거지 사파들. 뇌검낭인을 앞세운 천마신교. 무림맹의 깃발 아래 집결한 정파들.

         

       이렇게 천하가 삼분되어 다시없을 난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세인들에게는 그저 당황스러운 결말일 터였다.

         

       일단 혈교의 위협에서도, 그리고 천마신교의 위협에서도 벗어났으니 좋은 일이었지만.

         

       이건 내가 원하던 결말이 아니야!

         

       혈교의 위협이 끝나고 난 뒤에 누군가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었다.

         

       무림의 신성?

         

       죄다 사천 출신이고 그 중 핵심인물로 꼽히는 뇌검낭인이라는 놈은 도무지 만인이 좋아해 줄 전통적인 협객의 상이 아니었다.

         

       흑립을 벗고 일개 낭인으로 돌아갔다는 놈이 사실상 사천낭인 행세를 하지를 않나, 정철과의 결말 이후 정철을 슥삭했다는 소문이 있지를 않나, 너무 수상하게 무공이 쑥쑥 성장하지를 않나, 알고보니 또 혈교의 핏줄이라네? 또 마인집단인 천마신교랑 엄청 가까운 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마신교의 중원정복을 연출하며 자신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던 놈이 바로 나였다.

         

       결과적으로 혈교를 해치우긴 했으나 병 주고 약 준 놈이었으니 마음 편하게 칭송할 수는 없었겠지.

         

       이런 건 내가 원하던 협객이 아니야!

         

       그러니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날 영웅으로 칭송하면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겠지.

         

       뇌검낭인발 최신 소식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은 벌목꾼들이나 내 사수와 같은 이들이 바로 그러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런데 형님, 그 소문이 사실입니까?”

         

       그런 이들이야말로 내가 이곳에 잠입한 이유이자 작업대상자들이었다.

         

       “무슨 소문 말인가?”

         

       “금명월 소저에 대한 소문 말입니다.”

         

       “…금명월?”

         

       “예. 그 뇌검낭인과 함께 모산대전에서 활약한 그 의문의 여고수 금명월 말입니다.”

         

       내가 마치 당연히 소문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투로 말하자 거부감을 느꼈는지 이맛살을 찌푸리는 박달. 나는 그런 박달의 표정을 읽고 놀라는 척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모르셨습니까? 그 금명월 소저가 바로 이곳 수현 출신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허어…?”

         

       박달이 생전 처음 들어본다는 투로 반문했다.

         

       “아니, 자네 그게 사실인가?”

         

       반응이 돌아온 것은 내 사수가 아니라 옆쪽이었다. 박달처럼 내 소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던 이가 대뜸 미끼를 문 것이다.

         

       “제가 듣기로는 금명월 소저가 무경산에 있는 일인전승 문파의 제자였다는데 아닙니까?”

         

       또 다른 이가 호들갑을 떨면서 끼어들었다.

         

       “아니. 무경산이라면 박달! 자네가 사는 곳 근처가 아닌가? 저 자 말이 사실인가?”

         

       갑자기 벌목꾼들의 시선이 모여들자 박달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글쎄…무림인들의 사정을 내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무경산에 어린 여협이 한 사람 살았던 것은 사실일세.”

         

       “소문이 진짜인가보군!”

         

       박달의 증언에 순식간에 벌목꾼들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뇌검낭인의 일행 중 한 명인 금명월.

         

       그저 무림맹에 몸 담았던 자들의 목격담을 통해 비교적 젊은 나이라고 추정될 뿐이고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추정될 뿐 쓰는 무공은 물론이요 별호조차도 없는 신비인!

         

       그런 금명월이 자기 지역 출신이라니?

         

       없던 흥미도 화수분처럼 퐁퐁 솟아날 주제였다.

         

       “그런데 그런 고수가 살았으면 진작에 소문이 나지 않았을까?”

         

       “에헤이, 이 사람 보게. 세상을 넓고 은거기인은 어디도 있는 법 아닌가.”

         

       “하긴, 그런가…?”

         

       “그려! 저기 박달이 봤다고 하지 않았남!”

         

       “아니…”

         

       실시간으로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금명월 수현 출신 설. 본의 아니게 명확히 증명된 사실도 아닌데 증인으로 꼽히게 된 박달이 다급하게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내가 그 입을 틀어막는 것이 먼저였다.

         

       “캬!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사천에만 인물이 있으리라는 법이 있습니까! 우리 수현에서도 호북, 아니 전 무림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나올 때가 되었지요!”

         

       막 피오르는 불씨에 끼얹어지는 지역 부심!

         

       그야말로 기름 만난 불마냥 순식간에 화르륵 타오르는 벌목꾼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금명월 소저야말로 진정한 협객이 아니겠습니까! 천하를 구했음에도 명성 한 줌 탐하지 않고 스스로를 감추는 그 모습이야말로 명월! 천하를 은은히 밝히는 달의 모습이 아닐까요?”

         

       “자네! 참 맞는 말만 하는구만!”

         

       “금명월 대협이야말로 진정한 모산대전의 신성이다!”

         

       내 부추김 몇 번에 광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린 벌목장! 이미 식사는 모두 뒷전이고 금명월의 이름을 연호하는 자들만이 남았다.

         

       “산서의 자랑! 수현 출신 금명월 대협!”

         

       “가만 보자! 무경산의 은거기인이니 무경은자라 부르는 것이 어떤가?”

         

       “어허! 여협에게 은자라니 자네의 작명은 정말 형편없군!”

         

       이제는 숫제 별호 제작에까지 들어간 모습. 모르긴 몰라도 오늘 이 벌목장을 기점으로 호북에서 금명월의 새로운 별호가 탄생할 것이고 그 별호는 순식간에 호북 전체로 퍼져나갈 기세였다.

         

       그 과정 속에서 금명월이 정말 무경산에서 살았는지에 대한 진위 여부가 구설수에 오르겠지만 아마 별 문제는 없을 터였다.

         

       내가 퍼트린 금명월의 소문은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월복당이 조사해 준 실제 인물에 금명월이라는 이름을 덮어씌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박달의 말처럼 무경산에는 혁기린과 비슷한 체형의 여협이 수련을 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여협이 혈교의 준동이 일어난 이후 무경산에서 사라진 것도 사실이었으니 그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그 진위 여부를 완전히 가려낼 때 즈음이면 금명월은 새로운 별호와 함께 호북인들의 호감을 잔뜩 받고 있을 테니까.

         

       “무경월녀! 무경월녀는 어떤가?”

         

       “그게 그나마 낫구만!”

         

       “하하하! 우리 수현의 자랑다운 멋스러운 별호로군!”

       `

       소문을 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벌목꾼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금명월은 의심할 여지 없는 호북인이 되어 버린 모양이었다.

         

       “이거 세인들이 금명월 대협이 호북 출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만!”

         

       벌써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무경월녀 금명월이 호북 출신임을 자랑할 생각에 신이 난 벌목꾼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벌목꾼들이 지금의 기대처럼 다른 지방 사람들의 부러움 서린 시선을 받는 일은 없을 터였다.

         

       지금 이 순간.

         

       월복당의 정보를 받아든 동창의 조직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금명월은 나와 지역 출신이다!’라는 소문을 마구 퍼트리고 있을 테니까.

         

       작전 제 1단계.

         

       우리 지역 호감협객공주무사 금명월 만들기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또또또 오래 쉬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변함없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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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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