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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1

    <541 – 운명이 뒤바뀐 황제2>

     

    거침없이 비밀을 폭로해대던 아이가 눈에 띄게 어색한 모습으로 눈을 돌리며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처럼 시선을 외면했다.

     

    “몰?루겟는데요…”

    “그럴 수 있지.”

    “엥?”

    “기나긴 역사를 통틀어 신들이 인간의 운명을 쥐고 제멋대로 흔드는 일이 처음도 아니었으니. 재단의 아이야, 너도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신들의 <사도>라는 존재를.”

    “아하!”

    “너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이미 어떤 신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타인의 운명을 안다는 것은 신이 내린 신탁이라는 뜻이지.”

    “우왕, 그게 그렇게도 되는구나!”

    “크하하하. 짐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그 기나긴 인고의 시간의 끝에 결국 하나의 신은 짐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역시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황제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지 않았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수많은 원망을 딛고 쌓아올린 악의 길이 헛되지 않았다.

    오크노디의 존재는.

    그녀의 신탁은.

    황제의 일생을 긍정했다.

     

    “그럼 그대는 짐이 어찌하길 바라느냐.”

    “20강 신물강화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달리 쓸모가 있다는 뜻이렷다.”

    “그거 알아요? 실은 평범한 돌멩이 사이에 스탯석이 섞여있는 것처럼 평범한 종이 사이에도 확정강화권이 섞여있다는 사실!”

    “확정강화권…!”

    “그걸 여섯 장만 모으면 +20강 신화등급을 넘어선 +26강 템을 얻을 수 있어요!”

    “신화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느냐.”

    “뭐든지 가능한 <소원석>이 나와요! 모든 능력치를 유지한 채로 <회귀>를 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징 된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죠? 음,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차원이동>이나 상상하는 최강의 자신으로 <화신체 현현>도 가능할지도…?”

    “참으로 매력적인 이야기구나.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질 정도로.”

     

    황제의 눈에서 빠르게 욕심이 멀어졌다.

     

    “그런 형편 좋은 미래를 얻는 일이 쉬울 리도 없을뿐더러, 아무런 이득도 없이 타인과 비밀을 공유할 이유는 더욱 없고. 짐에게 무엇을 바라느냐.”

    “황제님의 소원은 드래곤교장의 토벌이죠? 그건 제가 이뤄드릴 수 있어요!”

    “…무슨 수로 세계최강의 생명체를 토벌하겠다는 말이냐. 신들조차 어찌할 수 없는 고금최강의 생명체, 악룡 오모시로이를.”

    “그건 비밀이죠! 대신 신뢰의 증표로 반드시 20강이 가능한 비법을 하나 알려줄게요. 그러면 절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정말로 20강이 가능하다면.”

     

    오크노디는 히히 웃으며 귓가에 손을 모았다.

    그녀가 속삭였다.

     

    -강화재료로 <특별한 대가>를 거세요.

    -황제의 자리를 포기하는 순간, 20강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요.

     

    황제는 <옥새>를 걸었고, 강화는 성공했다.

    강화가 아닌 방법으로도 교장을 죽일 수 있다면, 더는 제국의 황제로 남을 이유가 없다.

    기약 없는 도박에서 해방된 황제는 기꺼이 민중들의 앞에 나섰다.

    그리고 황위를 양도하였다.

    오크노디를 황녀로 들이기 전의 자신에게 들려주었다면 악마에게 홀리기라도 했느냐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터무니없는 짓만 골라서 벌였다.

    그만큼 위험천만한 도박이었고, 황제는 도박에 성공한 도박꾼의 희열을 몸소 느꼈다.

     

    “오크노디. 재단의 아이여. 너는 약속을 지켰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짐이 도움을 베풀겠다는 약속을 지킬 차례이겠지.”

     

    물론 도움을 받으려면 오크노디가 살아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어리석은 태자, 차기황제 파케 히우그마그의 <정신제압의 서>를 저지하고자 모든 고수들이 영역을 동시전개하며 저지하는 사이에 황제는 유유히 오크노디의 곁으로 다가갔다.

    오크노디가 누워있는 침상까지 열보의 간격을 앞두고 황제가 걸음을 멈추었다.

     

    <염탐안>

    <감지 – 무호흡의 거미줄>

     

    마력의 실을 얇게 펼쳐 침상 주변을 봉인하다시피 펼쳐낸 엄중한 감지장치.

    경솔하게 발을 내디디면 마력의 실이 끈끈하게 달라붙으며 전신을 포박하거나 강철보다 날카롭게 날이 서서 신체를 절단할 수 있다.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지는 교묘한 장치의 끝에는 여우가면을 쓴 소녀가 비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성이 갸륵하구나.”

     

    그 모든 정보를 뇌리에 받아들이고 판단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불과 1초 남짓.

    거침없이 걸음을 내딛는 황제의 등장에 즈앙이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오크노디는 죽일 수 없어. 내가 죽기 전에는!”

    “허나 아직은 미숙하다.”

     

    콰드득!

    황제가 손을 튕기자 즈앙이 서 있던 자리의 지면이 거칠게 쥐어뜯긴 것처럼 파괴되었다.

     

    <마력시 – 지면당기기>

     

    손만 까딱해도 공간을 쥐어짜는 황제의 공격을 지면을 이동시켜 회피한 즈앙.

    미세한 반응속도의 차이로 어깨에서 피가 뚝뚝 흐르면서도 다시금 양손을 휘둘러 마력시가 점착된 점착지면을 뒤엎어 내던지는 공격에 황제가 호오, 하고 작게 감탄하였다.

     

    “속도도 발군이지만 공포를 모르는 움직임이야말로 일품이구나. 들어본 적 있다. 일류 암살자들은 감정조차 끊는 무감의 기술로 자극에 면역을 얻는다고.”

     

    쾅쾅!

    점착지면이 날아드는 것을 제 자리에서 손 하나 까딱 않고 막아낸 황제.

    그의 주변 한치에 무서우리만치 단단한 무형의 장막이 있음을 감지한 즈앙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다중차원장벽>

    <병렬배치 – 절대방벽>

    <압축해제>

     

    한계까지 수축한 스프링이 펼쳐지듯이 날아드는 차원장벽을 다시금 지면을 들어 회피한 즈앙이었지만, 그녀는 피한 자리에서 황제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마치 네가 처음부터 거기로 도망칠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이어지는 손을 튕기는 소리.

     

    ━따악.

     

    눈 깜짝할 사이에 내딛는 암살자의 걸음인 순보瞬步로 정면을 돌파해 위기를 넘긴 즈앙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탈출구를 찾고자 눈을 크게 뜨며 집중력을 발휘하던 그녀의 시선 끝을 쫓아 돌아선 황제.

    그의 커다란 망토 아래에 드리운 그림자에 발을 들인 즈앙은 망토 속에서 차오르는 무시무시한 마력반응에 순보를 두 번이나 연달아 발휘했다.

     

    콰직!

     

    맹수가 한 입 크게 베어 문 것처럼 허공에 차원의 일그러짐이 일어났다.

    그 찰나지간에 오크노디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부축한 채 침상에서 빠져나온 즈앙.

    덜덜.

    그녀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무감을 사용한 자신은 감정을 느끼지 못해야 하는데 어째서 이 손은 떨리는 걸까.

     

    “마음 없는 존재라고 어찌 공포를 모르겠느냐. 너의 몸은 알아버린 것이다. 방금 넘어선 사선이 어떤 것인지.”

    “…!”

    “이만하면 자격은 충분하구나. 좋다, 네게는 특별히 옆을 지킬 자격을 허락하마.”

     

    어림없어.

    호흡의 부담조차 무시하고 일단 거리부터 벌리고자 순보를 발휘하려던 즈앙의 몸이 덜컥 굳었다.

    어느새 자신이 선 자리까지 집어삼킨 황제의 <차원장벽>이 순보의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의 차원을 분리하며 발동 자체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걱정 말거라. 짐은 재주 많은 막내를 해치려 이곳에 나타난 것이 아니니. 오히려 짐의 목적은 그 반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직전까지의 숨바꼭질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간단히 자신의 ‘어깨’를 짚은 손에 즈앙이 전율하듯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나 공포는 짧았고 깨달음은 길었으니.

    황제의 시선은 이미 자신을 떠나 오크노디가 머무르던 막사로 향하는 골목길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뭐지, 저건…?’

     

    골목 저편에서 꿈틀거리는 형상.

    황제가 그렇듯이 즈앙이 펼쳐둔 마력시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진입한 존재가 저토록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즈앙은 당혹스러웠다.

    무감의 발동조차 해제될 정도로 격한 동요가 일어날만도 했다.

    저것이 황제와 같은 재주를 보였다는 것은, 적어도 황제에 준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뜻이었으니까.

     

    꿀렁…

     

    분하다는 것처럼 골목 가득 꿈틀거리던 무언가가 썰물처럼 어둠 속 저편으로 사라졌다.

     

    “만신의 대리인이다.”

    “…!”

    “옛 신의 대리인이자 신격을 타락시키는 모독자 다크프린세스를 노린 게지.”

    “어째서…”

    “너흴 도왔느냐고? 말하지 않았느냐. 짐의 목적은 해치는 것과는 오히려 반대에 있다고.”

     

    오크노디가 바라는 도움이 무엇이건 그녀가 살아있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은 당연지사.

     

    “…황제. 당신의 아들도 위험하기는 만만치 않아. 국민들을 살아있는 인형으로 만들 작정이잖아. 오크노디를 도울 작정이라면 저것도 막아야하지 않겠어?”

    “짐의 아들을 높이 평가해준 것은 고마울 일이지만 기우라고 답하고 싶구나. 녀석은 많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한없이 작은 깨달음만을 얻었지.”

    “당신의 아들이 실패하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보면 알 것이다.”

    “…?”

     

    광장중앙, 한없이 불길한 <정신제압의 서>를 펼친 차기황제와 그를 둘러싼 고수들의 합동영역.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듯이 높이 지팡이를 들어올린 당대 수석마도사가 다른 고수들을 공격하려 드는 순간, 손오천의 <패기>가 수석마도사에게 쏘아졌다.

     

    움찔.

     

    제국십구강조차 무시할 수 없는 극한으로 연마된 살기에 수석 황궁마도사의 반응이 무뎌진 순간, 고수들의 합동방어진을 지키기 위해 매스각키 황녀와 용사 이슈타르가 수석 궁중마도사에게 돌진했다.

    찰나간에 수석마도사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용사와 황녀.

    누구를 노릴 것인가.

    판단이 끝났다.

    마도사의 마법이 황녀에게 향했다.

     

    <속박의 넝쿨>

    <가시지옥>

     

    정의를 입에 담으며 혁명군과 함께하는 용사가 황녀의 죽음을 방조한다면 명분을 잃는다.

    명분 없는 싸움은 더욱 강한 권력을 지닌 차기황제의 승리로 귀결된다.

    한 번 잡히면 온몸에 가시투성이가 되어 사망하는 최후를 피할 수 없는 수석마도사의 대마법이 성벽만한 규모의 가시넝쿨들로 펼쳐졌다.

     

    “허접♡ 어디까지 우릴 얕보는 거야~?”

     

    그 합리적인 판단이 수석마도사의 패배로 이어졌다.

    그는 몰랐다.

    황녀가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명분을 따지지 않는 강함을 향한 추구가 ‘얼마나 많은 암흑마나’의 습득으로 이어졌는지.

    오크노디와의 경쟁으로 비롯된 향상심.

    그 투지가 수석마도사의 속박마법을 홀로 받아내고도 멀쩡히 살아남을 정도로 황녀를 강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수석 궁중마도사는 결코 알지 못했다.

     

    <홀리미러>

    <거울도약>

     

    마도사가 펼친 속박의 장벽을 뛰어넘어 공중에서부터 황제를 향해 달려드는 이슈타르.

     

    “이런!”

    “늦었어♡”

     

    뒤늦게 이슈타르를 추적하려던 수석 궁중마도사의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암흑가시사출>

    <잠복술식 – 금속화>

     

    황녀가 날린 암기들이 궁중마도사의 발을 봉쇄한 결과였다.

    이길 수는 없다.

    이기길 바라지도 않는다.

    바라는 것은 그저 체면도 명예도 따지지 않는 한순간의 속박.

    매스각키의 혼신의 힘을 다한 가시사출은 수석마도사의 대마력조차 짓뭉개 없애지 못할 금속화를 이루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틈을 용사는 놓치지 않았다.

     

    타앗.

     

    황제의 지척에 사뿐히 착지한 이슈타르.

    그녀의 검 끝이 황제의 심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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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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