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41

        

         

       퍼엉-!

         

       퍼엉-!

         

       퍼엉-!!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는 소리.

       그 소리는 연주자가 미쳐서 악기를 부술 때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BGM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어쩌면 소리로 사람을 놀라게 하기 위한 장난 같기도 했고, 지금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라는 건물의 단말마 같은 소리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소리는 아래에서 위로 점점 번졌고, 마침내 루카스가 있는 층까지 도달하였다.

         

       터엉-!

         

       그렇게 들리는 소리는 짧은소리.

       연달아 터져나간 다른 층과는 다르게, 한 번 짧게 터지고 마는, 그래서 더더욱 위화감이 들게 만드는 소리였다.

         

       게다가 그 뒤에 따라오는 소름 끼치는 정적이란.

       마치 공포영화에서 귀신이나 괴물이 등장하기 바로 전, 그 짧은 순간의 그것과 똑 닮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직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직감은 딱 들어맞았다.

         

       쩌저저적-!

         

       꽃이 피었다.

       망가져 버린 수도관이 터질 듯이 부풀고, 갈라지고 찢기고 뒤틀린 수도관의 틈새에서 물이 새어 나온다. 새어 나온 물은 흐르고 분출되며 바닥에 고이려다가 수도관을 통해 전달되는 냉기에 의해 얼어붙으며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렇게 굳어진 물은 갈래갈래 퍼져나가는 형상으로, 튀어 나가는 형상으로, 뾰족하게 솟구치는 형상으로, 힘없이 늘어진 모양새로 얼어붙으며 영롱한 빛을 뽐내게 되었나니.

       그 모양새는 마치 꽃밭에 온 것만 같은 풍경이라.

         

       그리하여 꽃이 피었다.

       수도관을 줄기로 삼아 흐드러지게 얼음의 꽃이 피었다.

         

       그리고 이 얼음의 꽃을 시작으로 냉기는 아래로 흘렀다.

       일반적인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이 기이한 냉기는 공기 중의 수분마저 얼어붙게 만들며 작은 얼음 알갱이를 바닥에 쏟아내었고, 특정 부분의 바닥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스며든 냉기는 마력을 품은 채 콘크리트에 자그마한 구멍을 뚫었고, 틈새를 만들고 금을 가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틈에는 아까 흘렀던 물과 쏟아진 얼음을 움직이게 했고, 모양을 바꾸며 얼어붙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며 단단한 바닥을 뒤틀고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빠직.

       빠지직.

         

       믿을 수 있겠는가?

       단단하고 두꺼운 콘크리트가 겨울철 강가의 얼음처럼 쩌적 금이 가는 것을?

       바위에 말뚝을 박고 물을 붓는 것처럼, 구멍이 작은 금이 되고, 작은 금이 커다란 금이 되어가며 조각조각 나려는 이 상황을?

         

       게다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콘크리트 안에 빽빽하게 자리 잡은 철근 역시 마력의 영향을 받아 뒤틀리고 틈이 만들어졌으며, 휘어지고 뒤틀어졌다.

       루카스가 워낙 꼼꼼하게 깔았기에 그 속도는 매우 더디고 힘들어 보였지만…. 철근은 휘어지며 사람 하나는 충분히 빠뜨릴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만들어내었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구멍은 모든 층을 관통하는 하나의 구멍이라.

       함부로 발을 디디는 이를 1층까지 단숨에 떨어뜨려 죽일 수 있는 함정이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 1층까지 단숨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1층에서 위층까지 단번에 올 수 있는 구멍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럽게 재촉하네! 지금 간다-!!!”

         

       바닥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 소리는 교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으며, 사람이라기보단 짐승을 떠올리게 만드는 괴성이었다.

         

       그리고 그 괴성이 울려 퍼진 직후.

         

       퍼어어엉-!

       펑-!

       펑-!

       퍼어엉-!

         

       1층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고, 무언가를 때려 부수는 소리와 함께 구멍으로 누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 올라온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것은 ‘올라온다.’라는 순화된 표현보다는, ‘쏘아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1층에 있던 존재는 폭발물을 연료로 삼았고, 폭발의 반동을 이용해 위로 쏘아졌다.

       마치 로켓처럼 말이다!

         

       그렇게 쏘아진 남자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구멍의 틈을 기가 막히게 통과하며 위로 솟구쳤으며, 중간중간에 몸에 걸리는 부분은 어깨로 박살을 냈다. 그렇게 구멍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며, 혹은 구멍을 강제로 넓히면서 남자는 순식간에 날아올랐고-

         

       콰앙-!

         

       루카스가 있는 층에 도달한 뒤, 천장에 머리를 처박았다.

         

       정교하게 쏘아지진 못한 것일까.

       남자는 목 아래의 부분만을 내놓은 채 천장에 그대로 박혀버렸고, 목이라도 맨 것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채 작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손을 천장에 가져다 댔고, 천장을 밀어서 목을 빼려는 듯 힘을 준 뒤-

         

       콰앙!

         

       천장 일부분을 박살 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Ha! Fuck! 폭발물을 너무 많이 썼군!”

         

       남자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은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온몸에 퍼진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해서 외치는 것으로 보였다.

       흥이 많다 못해 넘쳐흐른다는 표현이 딱 맞는 듯 보였다.

         

       남자는 그렇게 외치며 목을 좌우로 꺾었고, 그가 목을 꺾을 때마다 뚜둑-뚜둑 하는 일반적인 소리와 끼긱- 하는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거기에 그가 팔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관절 부분에서 뜨거운 열기가 확 뿜어져 나왔고, 어느 부분에서는 증기인지 수증기인지 모르는 것이 화악 뿜어져 나오기도 했다.

         

       “…로봇? 사이보그?”

         

       그 모습은 현실보다는 영화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는지라.

       얌전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무인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무인의 그런 중얼거림을 들은 것일까?

         

       갑작스레 등장한 남자는 씨익 웃으며 무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고는, 이게 바로 사나이의 모습이라고. 자신의 이런 상남자 같은 모습이 부럽지 않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랑도 잠시.

         

       치지직- 하는 노이즈 소리와 함께 남자의 가슴께에 있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흘렀다.

         

       [ 탱고 골퍼. 탱고 골퍼. 작전을 지연시키지 말 것. ]

         

       그 소리가 들리자 남자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자기 몸을 자랑스러워하던 표정은 볼품없이 구겨졌고, 무전기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서렸다. 아니, 얼굴에만 서린 게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도 짜증이 잔뜩 묻어나왔다.

         

       “Fuck. 재촉하지 말라고. 네가 현장의 고단함을 알아?!”

         

       하지만 짜증이 나는 것은 그만이 아니라는 듯, 무전기 너머에서도 짜증이 섞인 말투로 반박이 날아왔다.

         

       [ 탱고 골퍼. 탱고 골퍼. 나도 지금 이 현장에 관여하고 있다. 구멍을 뚫어준 게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

         

       “Fuck you! 이딴 구멍 하나 뚫은 게 뭐 자랑이라고! 여자랑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너드(nerd)같이 굴지 말라고! 이깟 구멍 하나 개통한 것 가지고 으스대면 너무 찌질해보인단 말이지!”

         

       [ …탱고 골퍼. 아군에게 트래쉬 토크는 자제해주길 바란다. 그게 그렇게 평소에 떠들고 다니던 마초의 자세인가? ]

         

       “쯧, 너드 주제에 마초에 대해서 뭘 안다고.”

         

       남자는 무전기 너머의 상대와 사이가 좋지 않은 듯 말싸움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눈앞에 여러 사람을 두고 있음에도 말이다.

         

       [ …됐고, 작전이나 빨리하도록. ]

         

       “알았다고!”

         

       하지만 무전기가 계속 재촉하자, 남자는 짜증이 난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리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루카스와 인권단체, 루카스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무인을 말이다.

         

       “헤이, 이 중에 누가 루카스지?”

         

       그리곤 질문을 던졌다.

       이 자리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가 반응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인권단체의 사람들도, 루카스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무인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둘러싸인 채 험한 꼴 보기 직전까지 갔던 루카스는 잠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루카스가 가지고 있는 영리한 머리 때문이었다.

         

       똑똑한 머리는 갑자기 나타난 저 남자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유추해내었고, 그 결과 건물에 트럭을 들이받고 폭발물을 터뜨리며 난장판을 만든 사람이라는 사실까지 도달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에 도달한 루카스는 다시 절망했다.

         

       갑작스럽게 테러를 저지른 미친놈이 좋은 뜻으로 자신을 찾는다고 보기는 힘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론은 다른 사람들 역시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인권단체장은 남자에게 물었다.

         

       “형제님. 형제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 태도는 매우 정중했다.

       적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말로 친절함이 가득한 말투였다.

       교회에 처음 찾아온 사람을 환대해주는 듯한 따스함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아까 전 무인과 마주했을 때 적의를 잠깐 보였다가 목적이 달라 서로 공조할 수 있었음을 확인하였기에 더더욱 친절함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남자 역시도 인권단체와, 아니 이 자리에 있는 모두와-물론 루카스는 제외하고- 함께 힘을 합쳐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 씨발 설마 너희 다 루카스 때문에 모여있는 거냐?”

         

       인권단체장의 질문을 들은 남자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비슷한 복장을 하는 인권단체를 보았고, 노숙자처럼 보이는 무인을 보았고, 이 자리에 유일하게 부티가 나 보이는 한 남성을 보았다.

         

       “뭐 이런 씨발…. 어, 잠깐만. 그럼 아까 내가 트럭으로 친 핀볼도 너네냐?”

         

       그러다 문득, 남자는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어떤 사실을 떠올리곤-그대로 입 밖으로 꺼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도도 담지 않고–

       정말로 청순한 뇌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트럭으로 친 핀볼.

         

       그 말을 듣자 인권단체의 분위기가 싸악 바뀌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연쇄살인범으로 돌변하는 듯한 격변이었다.

         

       [ 탱고 골퍼. 입을 조심하기를 바란다. ]

         

       “Fuck up!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닥쳐!”

         

       무전기 너머의 사람조차도 그 위험한 기색을 느끼고 자제를 요청하였지만….

       남자는 그 말을 들어 먹지를 않았다.

       마치 통제할 수 없는 멧돼지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 됐고, 루카스. 너 나랑 같이 가자. 알아야 할 정보가 있으니까.”

         

       게다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저 말을 들은 무인은 칼을 뽑아 들었고….

         

       “이 독사의 자식놈이!!!”

         

       인권단체의 눈이 뒤집혔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