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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2

       

        

        

        

        

        

       “…그러니까. 지금 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쓸 몸뚱아리를 앞으로 반 년 안에 만들어야만 한다는 거죠? 여기서?”

        

       “그렇지.”

        

        

        

        화면 한 쪽에 띄워진 채 깜빡거리는 붉은 점, 그 옆에 쓰여진 ON AIR, 그리고 최상단에 있는 Eugene이라는 여섯 개의 알파벳.

        

        당일 반쯤 급작스럽게 발표된 이카루스의 홍보 이야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느닷없이 켜진 유진의 스트리밍에 등장한 세 대의 메카 유진…대략 수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디즈니 월드에 간 당사자를, 그리고 메카 유진을 화면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거의 대부분은 흥미에 의해서였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했다.

        

        특히나 이곳 – 미국에서도 특급 기밀 이상의 무언가로 분류되는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소속 휴머노이드 개발 부서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거라고 쳐도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운데…그래도 저 정도까지는 어떻게든 재현이 가능하겠지. 게임 내에서 보여줬던 전투에 버금가는 움직임까지 몽땅 재현하려면 개발 기간이 세네 배는 더 늘어나겠지만….”

        

       “그 정도의 성능을 뽑아내려면 진즉 예산 좀 더 달라고 난리를 쳤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의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는 액츄에이터를 만들기 위해선 좀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할 텐데.”

        

       “액츄에이터에 들어가는 상온 초전도체 전자석 말이지…뉴욕 북부 어딘가에 생산단지가 착공되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었지만, 납품 타이밍이 맞으려나 모르겠다.”

        

        

        

        유진이 던져주고, 싱크탱크가 받은 후,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에게 토스해버린 메카-유진 설계도 및 휴머노이드 제작을 위해 필요한 부수 데이터.

        

        그러나 데이터를 던져주는 것과 그것을 토대로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인간보다도 더욱 인간처럼 행동하는 듯한 세 기의 메카 유진. 비록 홀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 홀로그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영상을 보고 있는 모든 엔지니어들은 저것이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저것이 최종 목표 지점이라는 것 또한 이해했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자석만 적당히 교체하면 기존 휴머노이드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들로도 어느 정도 그럴싸한 걸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얼굴은 또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액체 금속 컨트롤 칩이 완성될 때까지 대략 4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참 오만가지 기술력이 다 집약된 친구들이로구만. 저 친구가 보내준 데이터가 없었으면 이런 건 30년쯤 후에나 만들 엄두를 냈겠지.”

        

        

        

        머리카락 표현을 위한 나노머신 기술.

        

        자유로운 표정 변화를 위한 액체 금속 조정 기술.

        

        기존 로봇과는 비교를 한참 불허하는 압도적인 파괴력과 각력을 구현 가능한 액츄에이터 기술.

        

        본격적인 전투를 위해 적용된 수많은 하이테크놀로지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 실제 사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정교한 사고가 가능한 강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에 준하는 교전 분석 능력,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교한 소프트웨어까지 들어가면 끝도 없었다.

        

        반쯤 머릿수로 찍어누르긴 했지만, 이런 기체를 실제로 포획한 아키타입-유진의 교전 능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그런 생각이 엔지니어의 머리를 잠시나마 스쳐지나갔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어지는 대화.

        

        

        

       “생각해보니, 내년 6월 즈음에 있을 차세대 휴머노이드에…저 친구들의 꼬리에 달린 무기 같은 걸 따로 또 달으라는 말은 없었죠?”

        

       “그렇지. 그것까지 신경쓸 거였으면 제작 기간을 미정으로 뒀어야지. 해당 기체의 AI를 완벽히 수용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가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판에, 그런 것까지 달아달라고 한다면…양심을 허드슨 강에 팔아먹은 거지, 그건.”

        

       “세상에 그런 양심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치프 엔지니어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양심을 너무 고평가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불안한 이야기 좀 하지 마라.”

        

        

        

        한없이 가벼운 문답과는 별개로 이어지는 판단.

        

        방금 언급했던 확실한 사실 하나. 현존하는 중앙처리장치 및 저장장치는 메카 유진의 AI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을 전부 담아내기도 어려울 확률이 높았다. 그런 와중에 꼬리를 변형하여 공격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그 안에 끼워넣는다?

        

        그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거랑 뭐가 다른가.

        

        이들 역시도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날뛰는 메카 유진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성과 본능은 언제나 따로 노는 법이었다.

        

        

        

       -아키타입! 저도 손에서 불 뿜고 싶습니다!

        

       -우리도 내려가자! 나도 지팡이 휘두르고 불 쏠 거야!

        

       -미치겠네, 진짜.

        

        

        

       “…손목에서 화염 쏘는 기능 정도는 넣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게요.”

        

        

        

        어지간하면 그 누구 앞에 데려다 놓아도 그닥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섬세하면서도 성숙한 비주얼, 그러나 그것과는 1도 부합하지 않는 초딩스러운 행보.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반전매력.

        

        한참은 멀게 느껴지는 기술력을 현실에 구현해야만 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주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해내야만 하기에, 화면 너머로 비치는 그 어떠한 상황조차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만 하지만, 저 광경을 보고 있자니 뭔가 입에 사탕 하나쯤은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아이나 손자가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그렇다면 갑자기 딸이 세 명이나 늘어버린 아키타입은 무슨 기분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어느덧 화면 너머로는 해가 지고 있었다.

        

        아직 메카 유진을 제작하기 위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시설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엔지니어들이 할 수 있는 비교적 한정되어 있었고, 이는 다시 말해 아직까지는 이들이 그리 바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들은 바로 그 때문에 스트리밍 캠 너머로 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리머의 모습을 계속해서 눈에 담았고, 메카 유진이 얼마만큼이나 인기를 끄는지를 직관하였다.

        

        엔지니어들의 어깨에 걸린 무게가 막중했다.

        

        

        

       “…차라리 만든 척하고 건너편 세계에서 데려오면 안 됩니까?”

        

       “일회성 이벤트라면 몰라도 그렇게 될 리가 없지. 그럴 거였으면 저 친구가 기술을 넘겨줄 이유도 없었을거고.”

        

       “그도 그렇긴 한데.”

        

        

        

        당연하겠지만, 세계의 비밀을 능히 다루는 곳인 만큼 해당 개발팀에 근무하는 이들 전원은 일종의…기억자들이었고, 동시에 이카루스 본사로부터 필요최저한의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였다 – 물론 유진이 진짜로 메카 유진을 옆 세계에서 데리고 왔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 .

        

        바로 그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농담. 그러나 이들의 앞에 쌓여있는 일거리의 양을 감안한다면 그리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 어느덧 하늘은 깜깜해졌고, 화면 너머로는 모든 디즈니 월드의 테마파크가 그러하듯 불꽃놀이가 비치고 있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불꽃이 그리는 모양 정도였을까. 화려함만에 치중한 것이 아닌 일종의 그림 비스무리한 것까지 그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방송은 종료되었고, 수천만 명의 시청자들은 그대로 방기되었지만, 이 또한 유진의 평소 성정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리 될 수밖에 없는 일.

        

        다른 시청자들이 종료된 스트리밍을 보고 무슨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엔지니어들은 끙 하고 몸을 일으킨 뒤 힘겹게 기지개를 폈다.

        

        

        

       “아까 말했던 업무 기억하지? 끝나는 대로 메일로 보내라.”

        

       “알겠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유진과 관계된 이들은 쉴 수 없었다.

        

        

        

        

        

        

        

       “자자, 오늘 투어는 종료랍니다. 나중에 봅시-우왁!”

        

       “막내가 주로 이 문을 자주 이용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이리 와요!”

        

       “아니,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오오오오-!”

        

        

        

        한편, 그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호텔.

        

        메카 비얌들을 안전히 귀가시키던 오리지널 비얌이 뉴욕-상어에게 잡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방 안에 정적이 흐른다.

        

        한 번에 십수 명도 들어와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10명 가량의 인원이 방 안에 들어온 순간 분위기가 일변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곳에 평범한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특유의 살벌한 분위기에 눌려 그대로 짜부라질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이유는 간단했다. 이 방에 있는 발현자의 수만 일곱 명이었고, 그것도 모자라 입을 꾹 닫은 채 눈만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만을 보고 있는 세 명의 메카 유진까지.

        

        그러나 이들 전부가 전부 다 다른 발현자는 아니었다 – 그리고 그 말대로, 지금 방 안에는 두 명의 상어와 북극곰, 그리고 수리부엉이가 있었다.

        

        

        왼쪽에 앉은 면면을 살핀다. 어디선가 많이 본 상어와 북극곰, 수리부엉이가 있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왼쪽의 수리부엉이는 마치 산전수전을 방금 겪고 온 것마냥 트루-맹금류와 같은 눈매를 하고 있었고, 반대편에 앉아있는 올리비아는 꽤 순둥순둥한 외형이라는 점 정도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북극곰과 상어는 양쪽을 둘러보아도 딱히 다른 것이 없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오른쪽은 왼쪽 손목에 평범한 시계를 차고 있었지만 왼쪽에 앉은 이들은 내 손목에 있는 것과 동일한 이카루스 기어를 착용 중이었단 점 정도.

        

        아무튼,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그동안 성사되지 않았던 동일인물 간 매칭이 실로 느닷없이 성사된 것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뉴욕-상어였다.

        

        그 순간 뉴욕-북극곰이 고개를 힐끔 돌린 후 쳐다보았다. 흡사 ‘이 새끼가 또 뭐라 지껄이려고….’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한 번 말해보시죠.”

        

       “제가 이 자리에 온 건 전적으로 막내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만약 눈동자가 굴러갈 때 소리가 났으면 지금쯤 방 안은 무진장 시끄럽지 않았을까.

        

        오직 이 세계의 로렌티나만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동자가 뉴욕-상어를 향해 일제히 돌아갔다. 당연하게도 그 눈동자에는 ‘이 새끼가 또 뭐라는거야?’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고, 나는 무어라 말해야만 할지 감도 못 잡은 채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러자 이어지는 대답. 이 세계의 상어가 입을 열었다.

        

        

        

       “대충 알겠군요. 막내가 갑자기 찾아와 메카 막내들을 인솔해갔고, 당신은 궁금한 나머지 그 친구들이 뭘 하고 있나 보려고 시야 공유 같은 걸 했겠지요. 그리고….”

        

       “잘 알고 있군요. 그렇다면 제가 뭔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잘 알겠죠?”

        

       “그 또한 알 것 같네요. 제가 그쪽이었더라면 이 광경이 꽤나…눈꼴시려웠을 테니.”

        

        

        

        그 순간 이쪽-로건이 참지 못하고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렇지. 역시 상어들이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쉽게 말해 그냥…부러운 것이었다. 내가 메카 막내들을 데리고 재미난 짓을 하고 있으니 상당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여태까지 본 저 두 명은 자신의 감정을 아주 진솔하게 털어놓는 행위에는 도가 튼 양반들이었고, 저렇게 대놓고 급발진을 박은 것도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그런 거겠지.

        

        상어를 심심하게 놔둔 내 잘못이 매우 컸다.

        

        

        

       “그래서, 무엇을 요청할 생각이죠?”

        

       “요청이라, 딱히 그런 건 생각한 적 없다고 해야 할지. 말로는 부럽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여러분들의 영역을 침범할 생각은 없거든요.”

        

       “그럼 우리는 왜 끌고 온 건데, 이 망할 년아.”

        

       “어머. 대화를 나누려면 머릿수부터 맞춰야죠. 설마 저만 이곳에 보내려고 마음먹은 거였나요? 게다가 로건이랑 올리비아도 이 세계에서 막내가 뭘 하고 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을 텐데요.”

        

        

        

        크흠크흠 하는 뉴욕-로건과 뉴욕-올리비아의 모습이 실로 웃음보따리 그 자체였다.

        

        그 꼴을 본 오른쪽의 로건과 올리비아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동일한 인물이 두 명이나 있으니 설명하는 것도 정신 나가겠네, 정말. 아무튼 뉴욕에서부터 건너온 대거 팀의 목표는…사실 별 건 없었다. 그냥 나랑 좀 진득한 엔터테인먼트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게 요지였으니까.

        

        하지만 이 세계에 동일한 인물이 두 명씩이나 있는 꼬라지가 방송에 나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건 어디까지나 이쪽 세계의 지인들이 결정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나 역시 메카 막내들마냥 눈동자만을 도로록 굴려 대답을 기다렸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일이 VIP 투어날이었지? 나는 교대해도 상관은 없는데, 큰 돈 쓴 막내한테 더 미안하네.”

        

       “아…저는 괜찮아요. 그 정도 지출로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라서.”

        

       “부르주아가 다 되었군요, 막내….”

        

        

        

        이건 이쪽 세계의 로렌티나가 한 말이었다.

        

        아무튼 이 세계의 지인들은 내가 헛돈 쓴 게 아닌가 하는 것때문에라도 조금 주저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예 내일 아무도 투어를 가지 않아 티켓이 허공으로 증발해버리는 것도 아니고, 교대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 부분까지 이야기한 순간 다들 스읍-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 후 이어지는 말.

        

        

        

       “아까도 말했지만, 막내가 괜찮다면 딱히 상관없어. 난 오히려 내일 제대로 투어를 즐기지 못한다는 게 더 걱정이었으니,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온다면 그게 낫지. 아는 작품도 몇 개 없고, 즐길 건 오늘 다 즐겼거든.”

        

       “…디즈니 작품에 딱히 관심이 없다고?”

        

       “이런. 그쪽은 아니었나? 의외인데.”

        

       “세상이 망하게 되면 볼 만한 게 몽땅 사라지거든.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남은 거라도 찾아보게 되는데, 그 즈음 꽤 많이 봤지.”

        

        

        

        로건과 로건의 대화라니, 이건 상당히 귀중했다.

        

        뉴욕-로건은 빈 시간에는 맨날 농구만 하는 줄 알았더니, 방 안에서는 이것저것 꽤 많이 봤구나. 뒤늦게 오퍼레이터가 된 케이스였던 나는 빈 시간이 나면 항상 셀프 트레이닝을 하거나, 아니면 로건에게 잡혀 농구 마라톤을 했기에 다른 이들이 뭘 하는지는 잘 몰랐단 말이지.

        

        아무튼 두 북극곰은 합의가 끝났고, 힐끔 고개를 돌려 그 옆을 바라보자 보이는 광경.

        

        

        

       “…지난 번에 얼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진짜 패션에 몸담고 있었어?”

        

       “어쩌다보니….”

        

       “…아니, 뭐. 괜찮네. 되게 잘 만들었어. 내가 CCT에 안 들어갔었으면 그쪽처럼 이런 걸 공부하고 있었으려나….”

        

        

        

        꽤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 이후 이쪽의 수리부엉이가 직접 디자인한 수많은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는 의외와 감탄이 섞인 얼굴을 한 뉴욕-올리비아.

        

        뭐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서로 만나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기도 했고, 이들의 성격 상 딱히 큰 문제가 벌어지거나 할 것 같진 않다고 어렴풋이 예측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만나니…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첫 만남이 무난하게 끝나서 실로 다행이었다.

        

        

        물론-

        

        

        

       “똑같은 사람이 두 명씩 있습니다. 아키타입도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수대로 한 명씩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 그럼 나도….”

        

       “아유, 다들 좀 떨어져요-우왁!”

        

        

        

       ───으직!

        

        

        

        그와 동시에 허공에 울려퍼지는 극도로 불길한 소음, 그리고 갑작스럽게 꺼지는 몸.

        

        나는 아주 느릿하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순식간에 낮아진 시야와…말 그대로 반갈죽이 나버린 의자까지. 이 망할 메카 비얌들이 내 몸에 달라붙은 탓에 결국 가구 하나를 해먹고야 말았다.

        

        진과 레인, 마브는 방금까지 실컷 달라붙었던 행위가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마냥 호다닥 내 주변에서 멀어졌고, 나는 척추를 타고 스멀스멀 치미는 분노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실컷 셀프-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적이 흐르는 방 안에서 내 중얼거림만이 들려왔다.

        

        

        

       “…이런 망할 사고뭉치들이 진짜.”

        

        

        

        단 하루라도 편히 넘어갈 수는 없나.

        

        나는 이카루스 기어의 방음 기능을 최대치로 울렸고, 세 메카 비얌즈의 비명은 그 어디로도 퍼져나가지 못한 채 상쇄되고 말았다.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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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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