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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2

    시루드가 이상하다는 듯 인형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가 말한 곳이 여기야?”

    “일단은 그렇다만…….”

    “그치만, 여긴 아무도 없는데?”

    이곳으로 오는 길, 루크는 자신이 인형점에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인형점을 운영하는 아는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겨두었으니 아이들의 안위도 확인 할 겸, 그곳에서 휴식을 하겠다는 이야기.

    처음엔 뜬금없이 인형점이라길래 뭔가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히 이해하지 못할 만큼 이상한 말도 아니었기에 시루드는 루크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인형점에는 있어야 할 아이들은 커녕, 메를린도 없었다.

    “다들 어디에 있는 지 연락은 안돼?”

    시루드의 물음에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루크는 평소엔 레니에와의 통신수단이 휴대전화의 기능을 겸하였지만, 지금은 레니에도 없고 아린세이아도 정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택의 잔해에서 휴대전화를 챙길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결국 루크는 시루드를 향해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시루드, 괜찮다면 휴대전화를 좀 빌려줄 수 있을까?”

    “아, 그래. 물론이지.”

    루크는 곧바로 디아나와 메를린에게 전화를 걸며 통화가 연결될 동안 인형점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별다른 습격은 없었는지 침입의 흔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걸까?

    “이상하군…. 다들 산책이라도 나간건가?”

    보통 어둑해질 무렵 아이들과 산책을 나간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지만, 이 경우엔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

    메를린의 인형점이 자리잡은 곳은 꽤나 유명한 장난감거리.

    그리고 온갖 장난감과 놀거리들로 가득한 이 거리는 낮보다 밤이 오히려 더욱 화려하다.

    한 때 아이들만의 천국이던 장난감 거리도 이제는, 상업성을 위해 어린아이들만을 타겟으로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어른들조차 잡아끄는 다양한 장난감과 볼거리, 그 자극스러운 풍경은 아이들에겐 쉬이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임이 분명하다.

    어쩌면, 메를린은 아이들이 쓰는 떼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지.

    받지 않는 전화를 끊고 난 후, 그렇게 결론내린 루크는 시루드에게 빌렸던 휴대전화를 돌려주고는 한숨을 쉬었다.

    “빌려줘서 고맙지만, 연락을 받지 않는구나. 아무래도 메를린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것 같다. 여긴 밤에 볼 거리가 많으니까.”

    “그래?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게?”

    시루드의 질문에 루크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올 때까지 여기서 조금 기다리는 수밖에. 넌 이만 돌아가도 좋아. 날도 추운데, 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고. 여기까지 태워줘서 고마웠다. 미셸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겠느냐.”

    그 모습에 시루드는 곤란하다는 듯 물었다.

    “어, 여기서 그냥 기다리려고?”

    “달리 방법이 있나? 뭐, 해봤자 요 앞 일테니 기다리면 금방 돌아올거다.”

    루크의 대답에 시루드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슷한 시각 루크의 저택과 도시 한켠에서 발생한 대사건과는 전혀 동떨어진 듯, 장난감거리는 형형색색으로 제각기 놀 거리들을 뽐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루드는 여기서 멍하니 기다리는 것과는 다른 대안을 떠올렸다.

    “그러지 말고, 일단은 잠깐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때? 운이 좋으면, 애들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운이 좋으면’이라….”

    시루드의 제안에 루크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일수도 있겠구나.”

    지금도 ‘운’이라는 것이 자신의 편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어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가보자!”

    —–

    “하하하! 루크, 너 의외로 다트는 되게 못하는구나!”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평소 몸으로 뭘 던져 볼 일이 없었으니까.”

    시루드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변명을 늘어놓는 루크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에 다트 하나도 점수판에 못 집어넣는 건 좀 심했어. 설마 이럴 줄 알았으면, 내기라도 하는 거였는데.”

    뭐든 다 잘하는 줄 알았던 루크가, 그런 의외의 면이 있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두번 던져보더니 점수판 근처에도 닿지 않자, 루크는 진지해져야겠다며 머리까지 묶기 시작했었지.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결국 10점도 내지 못할 줄이야!

    그 10점도, 전부 빗나가고 다트 하나가 운 좋게 5점짜리 2배 구역에 들어간 덕분에 나온 점수였다.

    “…크흠. 체내 마나가 제대로 제어되는 상황이기만 했어도, 그러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루크도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었다.

    루크는 아주 어릴때부터 몸 속에 일정한 마나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행동을 전부 온전히 ‘제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안정되지 않은 마나상태에서, 별다른 마법의 외부적 도움도 없이, 순수 근육과 운동신경만으로 무언가를 던져볼 일은 전혀, 일평생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정확하게 던지는 건, 꽤나 많은 근육들의 섬세하고도 완벽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찰나의 동작 사이, 굉장히 작은 근육 하나의 어긋남으로도 결과에 아주 큰 오차를 불러올 수 있으니까.

    이는 다른 것처럼 단순히 신체의 스펙이 높다고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이제 막 근육들을 직접 조작하는 느낌을 익혀가는 중의 루크가 갑작스레 해낼 수 있을 만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 뭐. 그렇다고 치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시루드는 그런 루크의 변명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중요한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여기 놀 게 많네. 다음에 또 놀러와야겠어.”

    과연, 이곳은 ‘장난감거리’라고 불리는 그 명칭이 아깝지 않았다.

    장난감상점과 오락실 말고도 금붕어 건지기, 공 던지기, 새총 맞추기 등의 체험형 놀이까지.

    조금만 걸어도 놀 거리가 매우 풍부했다.

    덕분에 가히 충격적이었던 다트 대결 외에도,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금붕어 건지기에서 루크가 가까이 가자 알 수 없는 이유로 금붕어들이 전부 몸을 튀기다 물 밖으로 날아가 집단자살을 해버린 일이라던가, 루크가 오락실에서 펀칭머신을 때리자 펀칭머신이 고장난 일이라던가, 잠깐 간식거릴 사러 갔다가 점원이 루크와 자신을 누나와 동생 사이로 오해해 그 반대라고 정정하자 사과하며 간식거리를 추가로 더 받아낸 일이라던가…….

    여러모로 많은 일들이 발생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덕분에 루크도 꽤나 즐겼는지 놀기 전의 죽을 상과는 달리 많이 밝아진 표정이었다.

    그래, 재밌었으면 된 거지.

    애초에 이러려고 돌아보자고 한 거였으니까.

    그렇게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떠올리던 시루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결국 아이들은 못 찾고 놀기만 했네.”

    “음, 그렇게 되었구나.”

    “그럼, 이제 어떡할래?”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지금쯤이면 아이들이 인형점에 돌아왔을지도 모르니.”

    결국 역시나 운이 별로였는지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자신들이 놀거리를 다 둘러볼 정도였으니 외출의 이유가 산책이었다면 다들 지금 쯤 돌아왔을 터다.

    “그런데, 너는 괜찮은게냐? 밤 늦게 돌아가면 혼나지 않아?”

    “언제 돌아가든 어차피 혼날 걸? 괜찮아.”

    “흠.”

    하지만 체벌에는 단순히 ‘혼난다’와 ‘혼나지 않는다’는 차이만으로 고려하기엔 ‘가중치’라는 변수가 있을텐데….

    뭐, 그녀의 어머니인 세레나가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있는 지 알 길이 없으니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온 인형점의 불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덜컹, 덜컹.

    혹시나 안쪽에 들어가서 불을 꺼둔건가 해서 문을 당겨봤지만, 역시나 문은 잠겨있다.

    “정말 이상하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사람이 없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혹시 메를린이 뭔가 거처의 변경에 대한 연락을 남겼는데, 사건이 엇갈려서 전달받지 못한걸까?

    ‘아니면, 다른 일이 생긴 걸지도.’

    아무래도 이제는 정말 인형점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시루드, 잠깐 서클을 빌려도 괜찮을까?”

    “어? 서클을? 왜?”

    “문을 열어야 할 것 같아서.”

    당당한 루크의 대답에 시루드는 살짝 당황했다.

    “……어, 마법을 문 따는데 써도 괜찮은 거야?”

    “물론이지. 올바른 곳에 사용하면 문제될 게 있느냐?”

    “그건 그렇긴 한데…….”

    시루드는 루크가 명백히 불법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마법을 알고 있다는 점은 일단 제쳐두고도, 어째서 문을 여는 데에 열쇠가 아닌 서클이 필요하다고 하는지 의아했다.

    “아는 사람이라면서. 받아둔 예비 열쇠 같은 건 없어?”

    “음, 없지. 심장에 이미 모든 열쇠구멍에 맞는 열쇠를 지니고 다니는데, 굳이 주머니를 무겁게 할 필요는 없으니.”

    루크의 대답을 들은 시루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너, 평소에 그런 가치관으로 살았구나.”

    서클을 루크처럼 쓸 수 있으면 그것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서클마법이 왜 도태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아무리 그래도 열쇠는 좀 챙기고 다니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하아, 그래.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시루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날도 추운데, 루크를 밖에서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뭐, 이번 기회에 자물쇠 여는 마법도 배워둔다고 생각하면 나야 좋지.’

    —-

    -찰칵.

    “생각보다 어렵진 않네?”

    “간단한 원리니까. 악용하진 말거라.”

    “그래, 그래. 알고 있어.”

    인형점에 들어오자마자, 루크는 뭔가를 찾는 듯이 인형점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시루드는 그런 루크에게 물었다.

    “뭐 찾는 거 있어?”

    “뭐가 됐든 좋으니,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에 단서가 될만한 것들.”

    “응, 역시 그렇구나.”

    그럴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 도와줄까?”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다. 혹시 단서가 훼손될 수도 있으니까.”

    하긴, 단서를 찾는 데에 현장보존은 중요하지.

    시루드는 루크의 말대로 현장훼손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근처에 적당히 놓여있는 의자에 조심스레 앉으며 말했다.

    “그럼,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제 돌아가도 되는데?”

    “또 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그렇게 하거라. 내가 말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건드리진 말고.”

    “그래, 알겠어.”

    루크의 당부에 시루드는 여느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여긴 대체 뭐하는 인형점이지….’

    원래는 어떤 분위기일지 모르겠지만, 어둠 속에서 보니 이 인형점은 보통의 인형점으로 보이진 않았다.

    모두 꽤나 고급품처럼 보이긴 하는데, 마냥 귀엽지도않고 예쁘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하나같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작은 눈을 박은 평범한 동물 인형들과, 사람처럼 사실적인 디테일과는 달리 과장된 이목구비를 지닌 소녀인형…….

    이런 걸 사는 사람들이 아직 있을까?

    시루드는 묘하게 으스스한 느낌의 인형들을 바라보며 괜히 목을 쓰다듬었다.

    그 때였다.

    “…….”

    인형점을 수색하던 루크의 움직임이 멈췄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뚝 끊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적막해진 인형점.

    시루드가 이상함을 느껴 루크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자, 루크는 작은 액자 하나를 집어든 채 마치 태엽이 멈춰버린 것처럼 멈춰있었다.

    시루드는 곧바로 멈춰버린 루크를 향해 다가가 물었다.

    “루크, 뭐 찾은 거 있어?”

    “…….”

    대체 뭘 봤길래 그러나 궁금증이 도진 시루드는 루크의 어깨 너머로 액자에 담긴 사진을 바라봤다.

    “이건……? 설마 이 인형점 주인 사진이야? 이거 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데…….”

    루크가 보고 굳어버린 사진은 한 청록빛 눈동자의 냉철해보이는 여성이 다양한 종족의 개성있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아이들 말고도 남성도 있었지만, 보관 중간에 화재라도 있었는지 사진 일부가 불에 타서 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본 시루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 옛날에 소아과나 고아원이라도 운영한건가?”

    아니면 못 사는 지역에 봉사활동을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속의 아이들이 모두 꾀죄죄하고 다친 것처럼 보여서 딱 그런 느낌이다.

    “여기서 뭐가 이상한 거라도 찾았어?”

    시루드의 질문에, 루크는 대답하지 못했다.

    루크의 시선은 오로지 사진 속 그녀의 팔뚝에 새겨진 익숙한 형태의 문신만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시루드.”

    굉장히 심각해진 루크의 목소리에, 시루드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에 허둥대기 시작했다.

    “아, 맞다. 말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말랬지. 미안! 그래도, 아무것도 안 건드렸어. 현장 훼손은 아무것도-”

    하지만 루크는 시루드의 변명과 사과를 냉정하게 끊어버리고는 말했다.

    “너는 이만 돌아가도 좋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서 더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으, 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좌표만 지정하면 100% 명중하던 마법을 무영창으로 수백개쯤 컨트롤할 수 있는 인간이 과연 다트던지는 법 따위를 몸에 익힐 필요가 있었을까요?

    혹시나 있을 근접전을 대비해 격투술정도는 몸에 익혔지만, 원거리 공격수단은 일절 학습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논리로 루크는 마법적인 도움 없이 뭐
    뭔가를 쏘거나 던지는 건 잘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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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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