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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2

        

         

       독사의 자식.

       기독교인이 입에 담을 수 있는 끔찍한 욕설 중 하나.

         

       그 말이 입에 담기고 분노가 밖으로 표출된 그 순간.

       인권단체에 속한 이들 전부 비슷한 동작으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어떤 이는 뒷주머니에서.

       어떤 이는 가슴께에서.

       어떤 이는 허리춤에서.

       어떤 이는 사타구니에서.

       어떤 이는 어깨 부근에서.

         

       각자 선호하는 위치에 놓아두었던 물건을 쥐었고, 물건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안전장치가 젖혀졌으며, 철컥하는 차가운 소리와 함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소리가 층에 울려 퍼졌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

       …

       …

         

       하나가 아닌 여럿이.

         

       그리고 소름 끼치는 텅 비어있는 총구가 ‘탱고 골퍼’라 불린 남자를 겨눈다.

       손가락 하나의 자그마한 움직임에 비처럼 납탄이 쏟아지겠지.

         

       하지만 남자는 자신에게 겨눠진 수많은 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리어 코웃음마저 쳤다.

         

       “권총? 저딴 여자랑 애새끼들 쓰는 무기들이 모여봤자 나한테 흠집이나 낼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그는 인권단체를 비웃었을 뿐이다.

         

       아니, 인권단체만 비웃은 것이 아니었다.

         

       무인마저도 비웃었다.

       루카스의 목을 썰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무인마저도 말이다.

         

       “게다가 그 검기는 뭐냐? 지금 그딴 플라스틱 포크만도 못한 걸로-”

         

       철컹.

       푸슈우욱.

         

       “-내 배때기를 쑤셔보겠다고!!!!!!”

         

       그는 ‘감히’ 자신을 향해 무기를 들이민 이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과 그들에게 있는 격차의 차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주제도 파악 못한 이들에 대한 분노였으며, 저딴 조무래기들에게 얕보였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타오르는 격정이었으며, 아래층에서 있었던 ‘싸움’의 여운마저도 완전히 날려버릴 허접스러운 마무리에 대한 짜증이기도 하였고, 실력 차이가 나면 아가리나 닥치고 있을 것이지 감히 저런 걸 들이민 녀석들에게 교육을 해줘야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였다.

         

       남자는 몸에서 증기 비슷한 것을 뿜어내었고, 몸 곳곳을 변화시켰다.

       굵은 허벅지 근육이 폭발할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그가 입고 있는 옷 일부가 변화하며 인공 근육의 형태로 변화해 몸에 착 달라붙었다. 거기에 피부 일부가 발광하면서 문신 비슷한 것이 떠올랐고, 이어 회로처럼 변화하더니 마력을 기반으로 그의 몸을 강화해주기 시작하였다.

         

       기이이잉-!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기세!

       시끄러운 기계음과 함께 층을 휩쓸어버릴 듯 부푸는 기세는, 그야말로 흉흉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남자의 기질마저도 싸움닭 비슷한 것이었는지라, 어지간한 사람들은 감히 무기를 겨누기는커녕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힘들겠지.

         

       거기에 더해서….

         

       [ 하, 탱고 골퍼. 빌어먹을, 일단은 돕겠다. ]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도, 얼른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싶어 하는 무전기 너머 존재의 조력까지 더해졌다.

         

       박살 난 수도관을 타고 흐르는 냉기는 벽면을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렸고, 드라이아이스가 하늘거리며 흘러내리는 것처럼 자욱하게 바닥에 연기를 깔았다.

         

       터엉-!

       터엉-!

       터엉-!

       푸슈우욱-!

         

       그리고 이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물이 분수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채 터지지 않은 수도관이 터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물 폭탄 같은 것이 건물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물을 끌어와서 터뜨리기라도 한 것일까?

         

       물은 말 그대로 분수처럼 솟아났고, 층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뿜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뿜어지는 물은 자욱하게 깔린 연기에 닿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무 추운 곳에서는 파도가 어는 장면마저 볼 수 있다고 하던가?

         

       뿜어지는 물은 그 모양 그대로 얼어붙었다.

       혹한 속에서 물결치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는 강을 보는 것처럼, 안으로 말리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바다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물은 얼어붙었고, 얼어붙은 분수를 시작으로 얼음꽃이 피어났다.

         

       쩌적.

       쩌저적.

         

       투둑.

       투둑.

         

       피어난 얼음꽃은 가시를 삐죽삐죽 사방에 퍼뜨렸고, 그렇게 퍼져나가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얼음꽃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얼음은 산산이 부서지며 터져나갔고, 터져나간 파편은 하나의 씨앗이 되었다.

         

       쩌적!

         

       씨앗에서 싹이 자라난다.

       작게는 30cm, 크게는 2m.

       마치 대나무가 솟아오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혹은 지옥에서 심은 나무가 창의 형상으로 자라나 죄인을 꿰뚫고 싶어 하기라도 하는 듯이.

       씨앗은 가시가 되어 솟구쳤고, 손가락에서부터 팔뚝 정도의 굵기를 가진 채 층 전체를 가시로 뒤엎어버렸다.

         

       그렇게 층에 있는 모든 이들은 포위되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을 겨누고 있는 존재에게.

       혹은, 얼음 그 자체로 이루어진 군대에.

         

       게다가 이렇게 얼음이 층을 뒤덮자 ‘탱고 골퍼’의 능력이 강화되기까지 했다.

         

       푸슈욱.

         

       얼음이 뒤덮이고, 층 전체의 온도가 낮아지자 남자의 몸에 장착된 기계의 열기가 자동으로 낮춰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평소보다도 더 험하게 굴려도 남자의 몸에 이식된 기계들은 평소와 비슷한—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도 더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말이다.

         

       그렇게 승기는 ‘탱고 골퍼’와 무전기 너머 남자의 손에 떨어지는 듯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사악한 존재가 뱀의 혓바닥으로 이르기를, 옛적 푼카라는 이가 존재했으니 그는 놀라운 기적으로 매일매일 성의 수비병을 사살할 수 있었노라 하였느니라. 그 기적은 하늘의 존재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땅속에서 비롯된 기적이니, 지저에 속한 존재만이 깃들게 할 수 있음이니라!”

         

       가장 먼저 ‘독사의 자식’이라는 욕을 입에 담은 인권단체장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터져 나왔다.

         

       [ 뭐?! ]

         

       성경 구절?

       옛날이야기?

         

       과장된 말투에, 옛날이야기에서나 볼법한 문법들.

       거기에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는 듯한 말까지.

         

       생뚱맞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말.

         

       하지만 무전기 너머의 존재는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 탱고 골퍼-! 저 새끼 입 막아! 주술이다—! ]

         

       그는 경악하면서 ‘탱고 골퍼’에게 자신이 유추한 정보를 전달했고, 당장 저 빌어먹을 놈의 목을 돌려서라도 주술이 행해지는 것을 막으라며 재촉했다.

         

       “그 존재가 혓바닥으로 유혹하기를 너 사악한 존재의 손을 잡은 자야 너에게 반드시 명중하는 화살을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겠노라. 이 지혜는 너무나도 강력하고 하기 손쉬운 것이라, 너는 이것을 듣고 가벼이 행하는 것만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하여 말하기를-”

         

       “이런 씨발!”

         

       탱고 골퍼는 ‘너드’가 외친 소리에 욕설을 내뱉으며 인권단체장을 향해 도약하려 했다.

       저 빌어먹을 놈이 주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얼굴에는 괜히 가지고 놀려다가 이딴 일을 겪게 된 것에 대한 낭패감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낭패감이 가득했음에도 그의 얼굴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많은 전투 경험, 직감, 그의 눈이 ‘분석’한 결과에서 말하기를…눈앞의 존재는 주술사가 아니라, 그냥 어디서 주술 하나를 주워들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일반적인 주술사가 행하는 것과는 다르게 적 앞에서 대놓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멍청한 모습만 보더라도 저 존재가 전투와 별로 연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생각했다.

         

       주술을 무슨 폭탄이나 대구경 총처럼 생각하고 들고 다닌 저 멍청한 놈의 모가지를 꺾으면, 이 상황을 금방 수습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맞으면서도 틀렸다.

         

       맞은 것은 눈앞의 존재가 전투와 연이 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것, 주술사가 아니라는 것, 어디서 주워들은 주술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타앙-!

       타앙-!

       타타타탕!

         

       안타깝게도 금방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틀려버렸다.

         

       남자가 도약하기 위해 몸을 조금 틀자,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총알은 불똥을 튕기며 그의 신체를 긁어내렸고, 도탄 되며 사방에 납의 세례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탄 된 총알은 ‘퍼엉-!’ 하는 폭죽 소리 비슷한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고….

         

       끼긱.

       치지직.

         

       EMP를 터뜨리며, 남자의 몸을 고장 내기 시작했다.

         

       “이런, Fu—”

         

       물론 그 효과는 길지 않았다.

       제대로 된 폭탄도 아니고, 아마추어들이 총알을 개조해서 만든 EMP에 뭐 대단한 효과가 있었겠는가?

       당연하겠지만 EMP는 그냥 잠시 남자의 몸에 혼선을 일으키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장엄한 미사가 행해지고 있을 때 너는 그리스도를 쏘아라. 책형을 당하는 상을 겨누며 크리스트교를 버린다고 맹세하며 너는 손에 들린 것을 쏘아야 할 것이니라. 그리하여 궤적이 그려지며 그리스도를 쏘는 그 순간 너는 하나의 기적을 얻게 될 것이니, 너는 마땅히 그리스도를 배반하며 쏜 그 숫자만큼 너의 적을 쏠 수 있게 될 것이니라!”

         

       인권단체장의 주술이 완성되었다.

         

         

         

        * * *

         

         

         

       건물 곳곳에는 쥐가 있나니.

       그 쥐가 눈으로 속삭였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을.

         

       그리고 그 속삭임을 엿듣는 이가 말하기를-

         

       “마탄의 주술이라.”

         

       -며 흥미로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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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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