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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3

       

        

        

        

        

        

        

       “이 세계에 온 건 이게 두 번째인가요?”

        

       “첫 번째는 첫째랑 둘째 메카 막내를 데리고 온 이후 했던 집들이니까, 그렇네. 이번이 두 번째지. 올리비아 빼고.”

        

       “…왜 맨날 나만 빠지는 거야? 내가 태스크포스 레이저라고 차별하는 거야?”

        

       “거기 작전팀장인 카르멘을 잘 설득해서 대거랑 같이 합동 작전이라도 하자고 열심히 푸시했어야죠. 우리 귀여운 막내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구요.”

        

        

        

        쭈욱쭈욱.

        

        얼마 전 끌고 왔던 슈퍼카 대신 무인으로 운행되는 디즈니 버스 내부, 그 안에서 내 볼과 꼬리를 무슨 찰떡마냥 조물거리는 로렌티나와 로건, 그리고 올리비아. 물론 오늘 디즈니 월드로 향하는 이들은 뉴욕-버젼 지인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해야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실로 원만하게 진행된 합의의 결과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말 그대로의 스위칭.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같이 엡콧 가상현실 스튜디오를 관람하던 세 명은 뉴욕으로 향했고, 그 대신 뉴욕의 세 명이 여기로 왔다.

        

        실로 정교하면서도 교활한 바꿔치기. 당연하겠지만 시청자들이 눈치챌 확률은 제로로 수렴할 것이었다. 물론 말실수를 한다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애초에 그런 거 하나 조심하지 못했으면 특수부대 소속이라고 말 못하지.

        

        

        오히려 지금 신경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메카 막내들을 저쪽 세계에 놔두고 온 게 잘한 짓인지를 모르겠는데.”

        

       “그래서 진과 레인, 마브에게 나름대로의 퀘스트를 줬죠. HQ를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맡았으니 하루종일 자기가 아는 것들을 신나게 나불대고 있을 걸요. 일종의 자기주도적 학습 비스무리한 거죠.”

        

       “방금 말한 퀘스트랑 자기주도적 학습이랑 1도 부합하지 않는 건 알고 있지, 막내?”

        

       “엣.”

        

        

        

        메카 막내들.

        

        어제 하루종일 오만가지 경험을 시켜준 탓에 어젯밤만 하더라도 우리를 버리지 말라며 아주 신나게 앙탈을 부려댔지만, 해결법은 방금 말했듯 의외로 간단했다.

        

        ‘로건, 로렌티나, 올리비아가 센트럴 파크 HQ를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아주 믿음직한 메카 막내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걸 어쩌나-‘로 시작된…누가 봐도 반쯤 꾸며낸 듯한 목소리. 그러나 진과 레인, 마브는 다름아닌 ‘아주 믿음직한’이라는 단어에 확 꽂혀버렸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우리만 믿으라고!’를 외쳐댄 세 명은 따로 말도 안 했는데 내일 센트럴 파크 투어를 시켜주겠다며 지들끼리 스크립트를 짜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로건이랑 로렌티나, 올리비아가 뉴욕에 있었던 원본의 기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건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는데.’

        

        

        

        다시 말해, 메카 비얌즈가 굳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필요는 없단 소리.

        

        그러나 뭐어, 어쩌겠나. 거기선 딱히 할 일이 없는 걸. 그리고 이 세계의 셋 또한 제멋대로 신난 메카 유진들이 귀엽다면서 적당히 봐줄 기세였고.

        

        비교적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세계에 비하면 놀거리가 한참 떨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 그곳으로 간 북극곰과 상어, 수리부엉이가 유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메카 유진 만지작이란 걸 언제쯤 메카 막내들이 깨달으려나.

        

        

        아무튼, 메카 비얌즈는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상 투어에 저 세 명까지 우겨넣는 순간 배가 그대로 강에 가라앉아버릴 걸.

        

        

        

       “그건 그렇고, 그 스트리밍인지 뭔지 하는 건 언제 켤 건가요, 막내?”

        

       “글쎄요. 아마 수상 투어 즈음부터 켜지 않을까 싶은데…혹시 방송에 관심 있나요?”

        

       “그럴 리가요. 다른 세계의 제가 도대체 방송에서 무슨…지랄같은 일을 벌이고 다녔길래, 지난 번 서울을 잠깐 돌아다닐 때 사람들이 절 그렇게나 많이 알아봤는지 궁금해서 말이지요.”

        

       “아.”

        

        

        

        …좀 많이 일을 벌이고 다니긴 했지, 상어가.

        

        그 일을 전부 설명하려면 오늘은 VIP 투어가 아니라 상어-투어를 해야만 했고, 가이드 역할은 내가 맡아야만 할 확률이 높았으므로, 나는 그냥 많은 일이 있었다고만 적당히 얼버무리고는 커튼을 걷어 저 멀리 보이는 디즈니 월드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다들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난 번 내 집의 발코니에서도 대충 이와 비슷한 시선을 보았던 것 같다. 약동하는 서울의 모습을 보며 언제쯤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하는 바로 그것 말이다.

        

        나 역시 저쪽에서 미국에 존재하는 온갖 테마파크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래. 원래는 저렇게 생겼었지.”

        

       “저쪽에선 어떻게 됐더라. 한참 안 가서 모르겠네. 다시 복원이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는데.”

        

       “굳어버린 쇳물 덩어리랑 크레이터밖에 없는 동네가 됐으니…일단 어떻게든 되겠죠. 월트 디즈니도 증발한 러시아군 시체를 토대로 재건된 디즈니 월드를 보면 눈물을 흘리면서 박수를 치고는 우리더러 감사하다고 허리를 넙죽 숙일 걸요.”

        

       “글쎄다.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긴 한데.”

        

        

        

        물론 피눈물을 흘리며 강령술로 다시 부활한 월트 디즈니라고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반물질-퇴마술로 인해 다시 원자 단위로 분해되지 않을까.

        

        그런 멍청한 생각과 함께 어느덧 버스는 속도를 줄이고 있었고, 나를 제외한 전원은 스읍-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 중에 어쩐지 달달한 냄새 비스무리한 게 배어있는 듯했다. 디즈니 월드 특유의 냄새였다.

        

        

        그와 동시에 두 명…아니. 두 개체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그 뭐냐, 지구가 완전히 쓰레기통으로 변한 세계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모아 폐기하는 광경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화에 등장하는 두 로봇 말이다.

        

        한 기체는 무한궤도를 데구르르 굴리며 우리의 앞에 섰고, 다른 한 기는 영화에 나오는 반중력 기동까지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내장된 프로펠러를 통해 둥둥 뜬 채로 우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VIP 투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쪽은 W고, 저쪽은 E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작품을 며칠 안에 보기란 어렵다고 판단했고, 가장 직관적인 외형을 선택했어요. 왕자, 혹은 공주의 모습으로 여러분들에게 투어를 제공하는 건 조금…현실성이 없다고 여겨졌거든요. 마음에 들면 좋겠네요.”

        

       “후후, 충분히 귀엽군요. 월-E는 재미있게 봤었지요. 재현률이 대단하네요.”

        

       “…원격조종 로봇이라. 오히려 이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까 가이드가 말했듯 디즈니 월드 하면 생각나는 왕자, 혹은 공주, 혹은 저작권-생쥐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으면 조금…부담스러웠겠지. 우리가 그런 거에 메리트를 느낄 만한 동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물론 왕자나 공주가 택티컬-풀무장을 한 채 나타났다면 다들 웃음을 터뜨렸을 거고, 훨씬 무난한 분위기로 진행됐겠지만…뭐어, 그건 월트 디즈니가 아이들의 꿈과 동심 대신 밀리터리 박람회에 더 관심을 가진 세계관에서나 기대해보도록 하자.

        

        

        수상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컨템포러리 호텔로 향하는 와중, 투어링 카 내부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디즈니 월드의 연혁과 그 와중 일어났던 비하인드 스토리.

        

        내용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았기에, 우리의 대화는 조금…애매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이번에 진행했던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비록 관광객 분들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내는 자리에 있는지라 해당 부분에는 문외한이지만, 매우…멋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들이 평소 어떤 일을 하는지, 이번 컴페티션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째 가이드 역할이 뒤바뀐 것 같은데….”

        

       “아하하, 다른 분들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저희 같은 사람의 행동 강령 중에서는 투어리스트 분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있답니다.”

        

        

        

        그러더니 가까이 다가온 E가 마치 귓속말을 하는 것처럼 덧붙였다.

        

        

        

       “실은 여러분들과 같이 디즈니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휴식과 관광을 위해 온 분들에게만 적용되는 거랍니다. 디즈니 월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길. 그게 저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니까요.”

        

       “아하.”

        

        

       

        그와 동시에 이리저리 오가는 시선.

        

        주로 로건과 로렌티나, 올리비아가 내게 보내는 것이었다 –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의 가이드인 W와 E는 나를 제외한 세 발현자가 바꿔치기당했단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이들이 영락없이 컴페티션에 참여한 사람들인줄 알았다.

        

        어떻게 행동해야만 할지는 이미 감을 잡아놓았다. 결국 떠드는 건 내 몫이 될 예정이기도 했고.

        

        나는 별다른 말 없이 미 국방부 공식 유어스페이스 채널에 들어갔고, 다른 영상에 비해 압도적인 조회수를 자랑하는 컴페티션 당시의 스트리밍 영상을 클릭했다. 수상 택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보이스를 채우는 것은 내 몫이 될 예정이었다.

        

        그제야 팀원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듯 얕게 한숨을 터뜨렸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요-”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부르듯,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해 집중되었다.

        

        이제 개쩌는 이야기를 들려줄 시간이었다.

        

        

        

        

        

        

        

        

        

       “그, 그. 다음은 어디더라. 원래 여기는 미술관이었는데, 지금은 1급 전범 수용소를 관리하는 시설로 쓰이고 있어.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저수지 비슷한 곳은 수중 작전 트레이닝 캠프로 쓰이고 있고, 저기서 기초를 다진 다음 허드슨 강에서 폭파학 실습을 하는데….”

        

       “….”

        

        

        

        얘네가 이렇게 시끄러웠었나.

        

        적당히 들어주며 가볍게 산책이나 좀 하려던 로건 일행의 예상은 엉망진창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다가오는 사람이 별로 없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의외인데. 수상택시 안에서 생각해놨던 대응 방안이 전부 물거품이 됐잖아.”

        

       “…다들 이카루스 방음 장벽은 켜놓은 거 맞죠?”

        

        

        

       -아니 나만 오늘따라 상어북극곰부엉이눈나 무섭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그 살기인가 하는 그거인가보구마잉 ㅋㅋㅋㅋㅋ

       -않이 어제 뭐 나쁜일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어제는 농담하면 하하호호 웃을거같았는데 오늘은 농담잘못하면 웃으면서 목꺾어버릴거같음ㅋㅋ

       -얘들아 지1랄말고 화면밝기를 좀 올려 ㅅㅂ

        

        

        

        …시청자들의 감이 너무 좋다.

        

        물론 5천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 중 관련자들을 제외하면 진실에 다가간 사람은 아예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평소랑 분위기가 좀…다르긴 한가보다. 하도 무서워하길래 눈동자만을 도로록 굴려 뉴욕-지인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입을 닫고 아주 미미한 미소를 띤 채 차분하게 주변을 훑어보는 로렌티나. 평소에 비해 눈빛에서 좀 서늘함이 느껴지는 걸 보니 위압감이 조금 있긴 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보다 조금 딱딱한 표정의 로건. 마치 다음 타깃을 찾는 듯한 안광을 발하고 있었지만, 하도 같이 다닌 나는 저것이 디즈니 월드 내부의 광경을 열심히 둘러보며 신기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올리비아 차례…긴 한데.

        

        

        

       “…무슨 사냥 나왔어요, 올리비아?”

        

       “응? 항상 하던 그 표정인데?”

        

       “거짓말하지 마세요, 진짜. 그렇게 흉흉하게 웃고 있으면 누구라도 두려움에 떨 거예요.”

        

       “왜 나한테만 그렇게 각박해!?”

        

        

        

        로건이랑 같은 맥락이었지만, 입가에 살벌한 웃음까지 건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올리비아까지.

        

        문제는 올리비아는 맹금류이자 밤의 지배자인 수리부엉이를 모티브로 한 양반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라도…조금만 표정이 변화하면 순식간에 사람을 압박할 수 있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이 양반 역시도 적잖이 적을 사살한 사람이었고.

        

        도대체 올리비아 – 뉴욕 버젼이 아닌 – 는 어떻게 이런 외형으로 패션 인플루언서를 했을까 모르겠네. 눈매도 훨씬 순둥순둥하고 말이지.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나를 제외한 지인들의 키 역시 크나큰 문제였다.

        

        

        

       “우, 우아아앙…!”

        

       “헉.”

        

       “엄마아아아아, 나 저 사람들 무서워어어…!”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설마 이틀전에 갔을때도 이런건아니지???????대답해!!!!!!!!

       -어린애를 위압감만으로 울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들 제발 살기를 줄여주십시오!!!! 여기 테마파크야!!!!!!!!!!

       -누가보면 폭격전에 실측데이터 따러온사람들인줄알겠어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건, 로렌티나. 각각 189, 187cm.

        

        올리비아 닉스 로렐라이, 183cm.

        

        이들에 비하면 172cm인 나는 비교적 짜리몽땅한 편이었으나, 사실 여자가 170cm 넘어가면 장신 소리를 듣는 건 일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만 했고, 무엇보다도 디즈니 월드에는 어린아이들이 실로 많았다. 그런 와중에 말도 안 되게 키가 큰 우리가 지나가면 어쩌겠나.

        

        쪼그려앉은 다음 펑펑 울고 있는 아이의 눈을 휴지로 닦아주자 다행히도 울음을 뚝 그쳤다. 다행히 내 얼굴은…직접 말하긴 좀 많이 그랬지만 굉장히 예쁜 편이었고, 어린애들이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여기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우물쭈물하는 지인들을 뒤로 한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 다음으로 월-E와 EVE 형태를 취한 오늘 VIP 투어 가이드가 가까이 다가오자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우와, 엄마! 로봇! 로봇 이써!”

        

       “지나가겠습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여러분.”

        

       “혼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EVE는 몸통 안쪽에 수납된 캔디 하나를 꺼내어 울고 있던 아이에게 건넸고, 머리까지 쓰다듬어준 뒤 우리를 인파 건너편으로 안내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한 번 우는 것만으로 땡잡은 게 아닐까.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투어를 진행했다.

        

        

        

       “사람들 말만 들어보면 여러분이 뭔가…다들 몸에서 살기 비슷한 걸 뿜어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좀 어떻게 해봐요, 다들. 위압감에 짓눌려가지고 죄다 놀라잖아요.”

        

       “그렇게 말해도, 이게 평상운전이었단 말이죠….”

        

       “투어가 아니라 도조 챌린지였을 줄은.”

        

        

        

        도조 챌린지, 한국어로 번역하면…도장깨기 정도. 진짜 디즈니 월드를 깨버리러 온 건 아니겠지.

        

        아무튼 뉴욕-지인들은 내 조언 아닌 조언을 받아들이고는 나름대로 고심을 하기 시작했다. 긴장을 푸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대략 그런 느낌으로 몇 번 숨을 내쉬었고, 그리하여 곁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던 기묘한 압박감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렇고, 모두에게 이쪽 세계의 지인들이 방송에 출연했을 때 주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간략하게 보여준 결과였다.

        

        

        시청자들의 호들갑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제야 가이드들이 좀 더 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저희는 메인 스트리트에 있습니다. 해당 길이 메인 스트리트라고 불리우게 된 이유는 정면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디즈니 월드의 간판이기도 한 신데렐라 성은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틀 전에도 본 적 있지요. 불꽃놀이도 잘 봤고요.”

        

       “하하, 오늘은 그게 끝이 아닐 겁니다. 저 신데렐라 성 안에 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신데렐라 성이라. 그보다 저기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나?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걸 단순히 장식용으로만 지어놓는다면 상당한 공간의 낭비겠지. 과연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에 의해 궁금증은 금세 해결되었다.

        

        내부는 말 그대로 호텔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호텔로 계속 운영하는 건 아니었고, 한 해 동안 디즈니 월드에 방문한 수천만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을 랜덤으로 뽑기도 하고, 혹은 디즈니 월드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거나 국가 단위의 스포츠-실적을 뽑아낸 사람을 선정한단다.

        

        거기까지 들은 순간 드는 기시감.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가이드가 덧붙였다.

        

        

        

       “이번 년도 초에 유진 선수에게 디즈니가 접촉을 시도해봤다는 소문이 돌긴 했습니다만, 따로 답장이 없어 불발되었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조금 생각이 바뀌셨는지?”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단 이번 년도 초에는 좀 심각하게 바빴던지라.”

        

        

        

        미 서부 수복 작계를 어떻게 참아.

        

        아무튼 이번 년도에는 크게 바쁜 일정은 없을 테니 어쩌면 진짜로 저 신데렐라 성인지 뭐시기인지에서 하루를 묵을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만, 딱히 그런 걸 바라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가 꽤 불편할 것 같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최단 루트로 신데렐라 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때마침 시간은 오후 2~3시 사이였고, 주변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그러나 보아하니 이는 딱히…우리가 주변을 돌아다닌 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이틀 전을 되짚어본다면 이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 그리고 그 말대로, 눈 앞에는 꽤나 넓은 퍼레이드 로드가 있었다.

        

        그런데.

        

        

        

       “…잠깐만. 이 길을 통해서 이동하면…!”

        

        

        

        퍼레이드 로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줄을 뚫고, 그 순간 우측으로 꺾는다.

        

        그리고 아까도 얼추 말했듯이 이 길은 퍼레이드카가 지나가는 길이었고-

        

        

        

       “아니, 잠깐. 방금 월-E랑 EVE가…?”

        

       “우와, 뭐야! 프리 퍼레이드인가!?”

        

       “손 한 번만 흔들어주세요-!”

        

       “엄마! 저기 카아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이츠들 퍼레이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wwwwww

       -소신발언)퍼레이드보다 이게 더 기대됨

       -아 카퍼레이드고 나발이고 동물의왕국 어떻게참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물의왕국 ㅇㅈㄹ ㅋㅋㅋ

        

        

        

        …그 말대로.

        

        느닷없이 환호성을 질러대는 관람객들을 보아하니, 우리의 존재가 프리 퍼레이드 그 자체가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환장하겠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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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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