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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3

    <543 – 흑막의 딸>

     

    선황은 자진하여 황위를 내려놓고 떠났으며 황제를 자처하던 황태자는 폭정을 일으키려다 용사와 혁명군의 손에 토벌되었다.

    하루아침에 두 명의 황제를 떠나보낸 제국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최고통치자의 공백은 무거웠다.

     

    “이젠 허접용사라고 놀릴 수도 없겠네~? 풉풉. 정말 굉장한 일을 벌였어♡”

    “부담 주는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황위계승권 1순위인 제국 2황녀보다 부담스러울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걸?”

    “그렇긴 해♡”

     

    존재 자체만으로도 두려웠던 <정신제압의 서>를 이용한 인격파괴 시도는 간신히 저지했으나 제국에는 공석이 된 국정을 돌보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 선황과 토벌된 황태자의 뒤를 잇는 자리이니만큼 황제의 권위는 줄어들고 제국의 역량을 시험하려 드는 적들은 늘어나겠지.

    황위에 오를 차기황제는 그만큼 막중한 부담과 맞서 싸워야만 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만 해. 겁쟁이 야요이나 재단의 불우이웃 허접노디한테 맡기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한 책임이지~?”

     

    매스각키는 스스로를 희생시킬 각오를 내렸다.

     

    “국정을 안정시킬 때까지 아카데미에는 못 돌아가. 오늘부로 난 휴학이니까 그렇게 알아둬♡”

     

    고비를 넘긴 매스각키 황녀는 혁명군과 제국십구강, 어중칠검의 추대를 받으며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혁명군에 속한 대군은 자연스럽게 생업에 종사하고자 흩어졌으나 몬스터대군부터 시작해서 파괴된 금역의 수습, 전 황태자 파벌 고관대신들의 처우, 수도 주변에 주둔하며 눈치만 보던 방위군까지 처리해야 할 업무는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오크노디는 아직도 안 일어났어~? 지젤… 젤지를 불러서 물어봐♡”

    “황제폐하. 그전에 만나보셔야 할 분이 있습니다.”

     

    궁중 내에 지지기반이 부족한 매스각키 황녀를 위해 다시금 투입된 재단의 암살메이드이자 궁중시녀장 카타리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매스각키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오크노디를 따르던 시녀장이라면 눈치가 없지도 않을 텐데 황제의 청을 뒤로 하고 대면일정을 들이미는 것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징조였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매스각키 양.”

    “흐음~? 안녕?”

    “딸아이의 친구로 어울려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드려야 할까요?”

     

    혹시나 아는 사람인가 싶어 피로에 지친 눈가를 주무르며 다시 쳐다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정장차림에 세련된 젊은 남성 사업가라는 이미지와 달리, 두 눈으로 쳐다보기가 무서울 정도의 대마력반응이 감지되는 사내.

    매스각키와 친분이 있는 ‘딸아이’를 둔 학부모라는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당신, 설마…!” 

    “하하하. 설마 그새 까먹었나 싶었습니다. 드디어 눈치채주셨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매스각키 양의 동기인…”

    “티토소가네 파파!”

    “…오크노디의 파파입니다.”

    “농담이야♡ 개박살 난 카넬레 시의 복구로 애먹을 티토소가네 파파가 여기에 올 이유가 없잖아~? 전에 얼굴도 봤었고.”

    “하하. 이번 황제도 선황 못지않게 짓궂으시군요. 가족 내력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입니다.”

    “풉풉. 조금 놀렸다고 서운한 얼굴을 다 하다니, 오크노디 파파는 오크노디만큼 귀엽네♡”

     

    겉으로는 장난기 섞인 농담을 건네면서도 매스각키는 속으로 잔뜩 긴장했다.

    삼대거악의 대단함은 카넬레 시의 도적길드 본부에서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뼈저리게 느꼈다.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쏟아져나오던 망령들과 그들의 주인 혁명가.

    오크노디가 아니었다면 전직용사 디스트로이어조차도 그곳을 무덤으로 삼아야 했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흉악한 수를 지닌 사내였다.

     

    삼대거악.

    선황이 그리 부른 심정이 절로 이해가 가는 규격 외의 강함을 지닌 자.

    그런 혁명가와 동급의 괴물로 분류되는 또 다른 거악이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선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시원스럽게 잘생긴 미남이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저런 외모를 봐버리면 농담으로라도 티토소가네 파파라고 부를 수밖에♡’

     

    오크노디보다 티토소가를 먼저 만났으면 파파가 입양할 제국 4황녀는 티토소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귀여움을 지닌 티토소가.

    그녀의 파파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재단 이사장의 외모에는 굉장한 매력이 있다.

     

    “우선은 황제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취임선물을 하나 가져왔답니다. 받아보시겠습니까?”

    “착한아이는 상을 받는대. 난 못된 오라버니를 무찌른 착한아이니까 그 선물 받을 자격은 분명 차고도 넘칠 거야♡”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매스각키 황녀의 태도에 이사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마나술식이 담긴 마나블록을 하나 내밀었다.

    의아해하며 마나보드에 마나블록을 삽입한 매스각키의 웃음이 그 자리에서 경직되었다.

    ━━━

    [황태자파벌 비리모음집]

    1. 미르디엄 스테이크 후작(상세보기)

    2. 오르두기 마요네즈 백작(상세보기)

    3. 코드코어 초코 백작(상세보기)

    4. …….

    ━━━

     

    오라버니에게 아첨하며 꼬리를 흔들던 고관대신들을 그대로 기용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씩 쳐낼 마음이야 굴뚝같기는 했던 그녀였다.

    쫓아낼 명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그런데 이건 재단 거잖아.

    그것도 무려 황제의 권위가 제국 역사상 최강으로 손꼽히던 선황 시절부터 축적해온 자료다.

     

    ‘이 사람 앞에서 비밀은 존재할 수 없겠어…♡’

     

    긴장한 매스각키에게 이사장이 웃으며 물었다.

     

    “선물은 마음에 드십니까?”

    “제법♡ 오크노디도 평소엔 집에선 이런 선물 받아~?”

    “궁금하다면 언제 한번 또 놀러 오십시오. 방학에 다른 학생들을 초대하였던 <별관>이 아닌 <본채>로 초대해드리죠.”

    “생각해볼게♡”

    “다음으로, 이번에는 앞으로도 딸아이와 잘 지내달라는 의미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

    [마왕군 마인변절자 리스트]

    1. 자유기사, 스파이시 퓌레 준남작

    2. 검귀, 나데릭 알베르토

    3. 수석 궁중마도사, 오베른 트레이먼

    4. …….

    ━━━

     

    매스각키의 미소가 한층 버거워졌다.

    제국의 암이나 다름없는 마왕군과 결탁한 인류의 스파이, 마인으로 종족을 바꾼 변절자들의 리스트마저 뽑아서 관리하고 있다니.

    이쯤 되면 재단에 대한 두려움이 경외의 영역으로 이어지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통신마도구입니다. 앞으로도 ‘특별한 선물’이 가지고 싶다면 언제든 부담 없이 연락하십시오.”

    “…오크노디네 파파는 뭐든지 알고 있네♡ 앞으로도 종종 의지하고 싶어지겠어♡”

    “하하. 얼마든지 의지하셔도 좋습니다. 마음으로 낳은 딸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혹시 원한다면 저를 파파라고 부르셔도 된답니다. 선황도 제 아이를 양녀로 들였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요.”

     

    지나치게 완벽한 정보망에 경외를 일으키던 이사장의 엉뚱한 발언에 매스각키는 도리어 안도가 들었다.

    이 사람도 사람이 맞기는 하구나.

    설마 선황에게 질투나 승부욕을 느낄 줄이야.

    그만큼 딸을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라는 걸까?

    문득 이런 충동마저 들었다.

    이렇게 좋은 파파라니.

    선황보다는 몇 곱절은 훌륭한 아버지가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도 이런 파파를 가져보고 싶어.

    라는 충동이.

    그런 매스각키의 머릿속에 우스운 상상이 떠올랐다.

     

    -힝. 매스각키가 파파를 뺏었어!

     

    볼을 부풀리며 허접처럼 힝잉잉거리는 힝잉노디.

    황제의 무거운 책무와 삼대거악의 일원인 재단의 이사장과 대면한다는 부담감도 잠시나마 잊을 정도로 우스운 상상이었다.

    그래, 아무리 선황이 형편없는 아버지라고 해도 남의 아버지를 뺏는 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

    아내가 남편을 뺏는 것만 죄가 아니다.

    딸이 아버지를 뺏는 것도 엄연히 죄다.

    불륜不倫.

    아닐 불不에 인륜 륜倫이라 하여 불륜.

    인륜이 아닌 길임은 마찬가지이니 이 또한 딸이 저지르는 불륜이다.

    무엇보다도 오크노디는 그녀의 절친.

    절친의 파파를 뺏는 건 절친의 남편을 뺏는 것만큼 죄질이 나쁘다.

     

    “그럴 일은 없어♡ 나는 오크노디의 절친이야. 절친은 친구의 파파를 뺏지 않아♡”

    “하하하. 그런 귀여운 이유로 거절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중에 둘의 사이가 소원해지기를 바라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소원해진다라.

    오크노디와 내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세상사는 어찌 돌아갈지 모르는 법이다.

    선황이 황위를 내려놓고 오라버니가 토벌당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진 마당에 오크노디와 자신의 사이가 멀어지는 일도 영영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만일 오크노디가 절친, 베스트프랜드가 아니게 된다면 그때는…

     

    ‘욕심이 나버리잖아♡’

     

    매스각키는 남의 파파에 손을 대는 불륜을 저지를지도 몰랐다.

     

    “그런데 제 딸아이가 어디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풉풉. 뭐든지 아는 파파가 자기 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 어떡해~?”

    “동감입니다. 이럴 일이 흔치 않은데 도무지 감지가 되질 않아서 말입니다. 겸사겸사 묻고 싶습니다만, 혹시 선황께서 어디로 떠나셨는지 짐작이 가는 바도 없으십니까?”

    “파파는 황제 자리를 내팽개치고 멋대로 사라졌어♡ 평소에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니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데… 그게 왜 궁금해~?”

    “현시대에 제 눈을 피할 수 있는 실력자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마침 근처에서 사라진 선황이 있지요.”

     

    매스각키의 눈이 똥그래졌다.

    이사장의 말을 듣고 나니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자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선황께서 어디로 떠나셨는지 짐작이 가는 곳이 있습니까?”

     

    오크노디의 파파를 빼앗는 불륜상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미 그녀의 파파는 실시간으로 이사장의 딸을 유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문하신 자동경험치 대신 파파 NTR과 딸 유괴범을 드렸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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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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