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43

        

       모든 마녀와 이단을 창과 같이 심판하는 망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이라는, 마녀사냥을 위한 교본이 있다.

       그 교본은 신성술사들이 파악한 ‘사악한 마녀’가 범하는 죄악과 그 방법이 있었고, 사악한 마녀를 합법적으로 죽이기 위한 방법이 있었다.

       신성술사들이 서적 하나하나에 주술을 걸어 만들어낸 이 끔찍한 주물은 감히 마녀들이 반항하지 못하게 하였고, 이 끔찍한 광기는 곳곳에 퍼져나가며 마녀들에게 수난을 겪게 하였다.

         

       그리고 이 서적에 이러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

         

       ‘긴 턱수염’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제후가 렌델브룬(Lendelbrunn)성을 포위 공격하였을 때의 일이다. 그 성안의 주민들은 약탈을 일삼고 다른 성 사람들을 괴롭히기를 즐겨하였으며, 그 행태가 도적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이때 제후가 거느린 부하 중에 Puncker라는 궁수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를 푼카 혹은 푼커라고 불렀다. 그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 성안의 모든 사람을 활로 쏴 죽일 수 있는 명사수였고, 그 목표물을 반드시 명중시키는 활 솜씨에 모두가 경탄하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푼커에게는 참으로 강대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는 하루에 세 번 반드시 적중하는 사격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목표를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것도 아닌 오직 명중시킬 자와 눈을 마주치는 것뿐이었으니, 그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고 또 대단하다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이 강력한 능력이 감히 사악한 기적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푼커는 범부(凡夫)였으며, 제후가 데리고 다니는 다른 궁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격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이라.

         

       그런데도 그가 하루에 세 번 적중하는 화살을 쏠 수 있는 기적을 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사악한 존재와 거래하였기 때문이다.

         

       사악한 존재가 그에게 찾아와 속삭였다. 내가 바라는 대로 행한다면 너는 나에게 힘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리하였다.

         

       그는 그리스도 수난의 날인 사순절 마지막 주 금요일에 장엄한 미사가 진행될 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The image of the Crucifix)를 향해 세 번 활로 쏘는 죄악을 범하였다. 거기에 그는 신앙을 부정하기까지 하였으니, 참으로 그 죄악이 끔찍하고 끔찍하였다.

       거기에 사악한 존재가 예수상에 맞힌 숫자만큼 같은 사람의 숫자를 죽일 수 있노라고 말하였는데 굳이 세 번을 쏘아 삼위일체를 부정하였으니 그 역시 역겹고 끔찍한 의도가 보이는 일이었다. 거기에 사악한 존재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진심으로 섬기고 숭배하기까지 하였으니!

       아, 사특하고도 추악하도다!

         

       그리하여 그는 능력을 얻기를.

       그는 표적이 된 사람과 눈을 마주하고, 그를 죽이려는 의지를 다지면 그 누구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표적이 된 이는 절대로 화살을 피하지 못하였으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무리 없이 맞힐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는 속죄도 하지 못한 채 농민들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말았으니, 이것이야말로 사악한 존재를 섬기고 숭배하는 자의 말로라.

       그리하여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에서는 푼커의 비참한 최후를 전하며 감히 이러한 사악한 능력을 탐하여 감히 신성한 존재를 모독하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 때문에 이 주술은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갖게 되었다.

       수많은 작품에 소재로 사용되었고, 유명세에 힘입어 지금까지 그 방법이 남아있는 주술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 않은가.

         

       해서는 안 되는 사악한 주술이라고 하여 서적에 적어 기록하였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몇 번의 세기가 지날 동안 주술이 전승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끌끌.’

         

       물론 유명세만이 마탄의 주술이 살아남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위력이 있었기에 살아남은 것이었겠지.

         

       ‘단순하기에 오히려 강력하다.’

         

       마탄의 주술의 능력은 간단하다.

       투사체(投射體)를 반드시 적중하게 되는 것.

         

       암살은 말할 것도 없고, 대결이나 전쟁에도 너무나 쓰기 좋은 능력이 아닌가?

       어린아이조차도 이 주술을 사용하면 먼 곳에 있는 존재를-심지어는 실내에 있거나 어딘가에 숨어있는 존재조차도- 적중시킬 수 있다. 물론 적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거야 독을 묻히거나 폭발을 하는 투사체를 사용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 마탄의 주술이라는 것은 참으로 강력한 주술이었다.

         

       하지만 강력하다고 해서 약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에서는 구세주의 은총이 이 사악한 존재가 내린 기적을 능가하는 사례를 적어놓았다.

         

       옛적 콘스턴스 교구에 새로 지은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비열하고 추악한 자가 예수상에 활을 쏘았는데, 그 순간 예수상이 기적과도 같이 피를 흘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직후 감히 신성 모독을 행한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으며, 그의 다리에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명을 듣고 달려온 사람이 화살을 맞고 쓰러진 남자를 보고 놀라 어찌 된 일이냐 물었지만 남자는 소리를 낼 수 없었고, 이윽고 행인은 예수상과 화살과 예수상이 흘리는 피를 보고 자초지종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감히 주님에게 화살을 쏜 남자에게 격분하여 성으로 달려가 그 죄악을 소리쳤고, 곧 사람들이 몰려와 남자를 에워쌌다.

       그 후 남자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이 사례는 마탄의 저주에 대항할 수 있는 주술에 대한 기록이었다.

         

       물론 당시의 신성술사들은 이 사례를 기적이라 말하였고, 이것을 ‘주술’로 깎아내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마탄의 주술에 대항하기 위한 주술로 기록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주술에 대한 기록과 그것과 얽힌 이야기는 마탄의 주술과 똑같은 속도로, 똑같은 중요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으니.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아이러니하게도 마탄의 주술을 현재까지 남아있게 하였으나, 동시에 그것을 막아낼 방법도 전승하게 한 꼴이 되었다.

         

       그렇게 창과 방패는 퍼져나갔다.

       방패보다 창이 그 기세가 강한 것은 어쩔 수 없음이라.

         

       마탄의 주술의 악명과 유명세는 점점 올라가지만, 그것을 막아내는 방법은 그만한 명성을 가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과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법.

         

       사람은 반드시 답을 찾아내는 생물이었고, 많은 이들은 이 마탄의 주술에 대항하는 방법들을 찾아내었다.

         

       그래.

       방법’들’이다.

         

       마탄의 주술은, 그것을 막아낼 방법이 많이 존재했다.

         

       언급하였듯 마탄을 쏜 이에게 마탄을 되돌리는 주술이 있었고, 투사체를 막아내거나 비껴내게 하는 축복을 거는 주술로도 대항하게 할 수 있었고, 투사체가 뚫을 수 없도록 가죽을 질기게 만드는 주술로도 가능하였다. 심지어는 그냥 몸의 재생력을 늘려주거나 생명력을 늘려주는 주술을 건 뒤, 화살을 그냥 몸으로 맞은 뒤 화살을 뽑는 방법마저도 존재했다.

       심지어는 화살을 맞을 부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주술도 있었고.

         

       이뿐만이 아니다.

       주술 말고도 마탄을 방어할 방법은 많았다.

         

       무인은 호신강기를 사용하거나, 투사체가 몸에 박히기 전 그 부분에 기를 집중시켜서 화살이 몸을 꿰뚫지 못하도록 방어하면 그만이었다. 놀랍게도 경지가 높은 무인은 총알조차도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었으니, 그깟 투사체가 몸에 닿는 위치를 예측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어떤 무인들은 아예 이러한 방어조차도 하지 않았다.

       몸을 단단하고 질기게 만드는 무공을 익힌 이들에게 어지간한 투사체는 소용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마법사?

       마법사 역시 어렵지 않았다.

       아티팩트를 사용해도 되고, 마법을 사용해도 되었으니까.

         

       다른 능력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화살을 맞거나, 맞고 버티면 되었다.

         

       피할 수는 없냐고?

       없다.

         

       마탄의 주술은 반드시 적중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어쨌든 맞기만 하면 그 주술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으니….

       안아프게 맞으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마탄의 주술은 강력하지만 단순한 능력이었기에 너무나 쉽게 파훼가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능력으로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티팩트는 마법사가 아닌 이들도 사용할 수 있었고, 마도 과학을 통해 발전한 병기들은 충분한 공격력과 더불어 방어력을 제공한다.

       거기에 최신 방탄복과 방검복 중에는 장갑차조차도 뚫는 대물 저격용 총의 탄을 무사히 방어하는 것까지 있었으니….

       말 그대로 장비만 있다면 평범한 이들도 몸으로 마탄을 맞고도 버틸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맞는 것만이 해결책이냐?

       그것 또한 아니다.

         

       마탄의 주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했다.

       마탄을 쏘는 이가 반드시 표적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조건이.

       그 조건까지 생각한다면 대처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기묘하지 않은가.

         

       악명을 떨쳤기에 그 대처법이 연구되었다.

       그리고 많은 대처법이 나왔기에, 오히려 약해지게 되었다.

         

       이것이 사람의 속성이며, 세상의 이치였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