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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4

       

        

        

        

        

        

       “여기가 우리 방이야. 어때?”

        

       “HQ보다 여기가 더 볼 게 더 많군요, 우리 귀여운 메카 막내들. 굉장히 앙증맞고 아기자기한데….”

        

       “제법 귀엽게 노는구만.”

        

        

        

        오후 7시, 뉴욕, 센트럴 파크 HQ.

        

        금남의 구역…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고, 세 기의 메카 유진만을 위한 공간에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세 명의 발현자가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다지 좁지는 않았던 것이, 세 명이 머물 수 있는 숙소 크기의 총합은 최소 농구장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흡사 군대의 생활관을 이리저리 개조해놓은 듯한 방의 외관.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중앙을 제외한 공간 내부에 가벽이 세워져있어 나름대로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는 점 정도.

        

        그러나 방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내부 인테리어와 여러 기물, 벽에 붙여놓은 여러가지 종이들과 형형색색의 침대보,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자아내는 연분홍색 벽지 등등이 로건과 로렌티나, 올리비아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그 꼴을 보던 로렌티나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 시선의 끝에 걸린 테이블에는 매니큐어 및 페디큐어용 큐티클 크림이 있었다.

        

        

        

       “…손톱과 발톱에 뭔가 칠하는 건 누가 먼저 하자고 했었던 건가요?”

        

       “에, 마브가 먼저 하자고 했어.”

        

       “여군 휴게실에 어쩌다가 들어간 적 있는데, 그때 봤어. 엄청 신기해서 물어봤는데 알려줬어. 그때부터 다들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해주기로 했지.”

        

       “로건과 로렌티나에게도 제의했는데, 아쉽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

        

        

        

        그럼 그런 걸 내가 하고 다니겠냐,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은 로건이었지만, 막상 또 침울해하는 진의 표정이 시선에 들어온 시점에서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보이는 몇 가지 독특한 점.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맞춰 높이까지 개별적으로 맞춰진 침대는 외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 밑에 보이는 여러 개의 두꺼운 피스톤과 지지대, 그리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 매트리스는 특기할만한 점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 아닌 질문.

        

        

        

       “…막내들은 잠을 잘 필요가 있나?”

        

       “생각해보니 그렇네. 침대를 들여놓을 필요가 있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인간에게 잠이 필요한 이유는 본 개체들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흠.”

        

        

        

        잠의 효능이라.

        

        그 생각이 눈 앞을 스쳐지나간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발현자 전원이 나름대로 납득했다.

        

        휴머노이드 그 자체인 메카 막내들에게는 취침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잠을 통해 이루어지는 피로 해소 및 뇌내 노폐물 청소 과정을 메카 막내들이 꼭 시행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 그러나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데스크탑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그리고 그것을 몇 주일, 몇 달 동안 반복하게 되면 부품의 성능이 빠르게 저하되듯이, 메카 막내들에게 있어서 잠은…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의 자가진단 시간이자 동시에 부품의 휴식 시간이었다.

        

        가령, 표정 창조를 위한 안면부 액체금속 컨트롤 칩에, 그리고 각 관절부의 액츄에이터 및 무기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에너지 공급 라인은 평소 가장 많은 부하를 받는 곳이었고, 평소 나노머신을 통해 손상을 수복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쿨다운은 필요했다.

        

        

        거기까지 설명했을 즈음, 방 중앙 거실의 소파에 풀썩 앉은 올리비아가 덧붙였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네. 근데 너희 정도의 연산능력이면 그런 건 순식간에 끝나지 않아?”

        

       “어지간하면 센트럴 파크 HQ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상 시간에 맞추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논리 회로…인간의 말로 하면 의식이 각성하지 않는 절전 모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돌리는 자가진단이기에 8시간 가량 소요됩니다.”

        

       “그래도 약간…잠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느낌인데.”

        

       “인간으로 따지면 논렘수면 같은 거지. 사람들도 깊게 잠들면 꿈조차 꾸지 않는다면서? 그러면 기능적으로는 달라도 어쨌든 비슷한 거 아냐?”

        

        

        

        논리정연하기 그지없는 대답 그 자체.

        

        그 즈음에서 로건 일행은 메카 비얌들이 단순한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완벽한 형태의 전자생명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야만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무어라 대답해야만 할지 모르겠는 표정을 지은 로렌티나는 다리를 꼰 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고, 이윽고 그녀는 자신의 왼팔이 올라가있는 곳이 일종의…아주 작은 책장 비스무리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슬그머니 안쪽으로 밀어넣은 상어의 눈에 빼곡하게 꽂혀져있는 책 몇 권과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측면에 적힌 책의 이름을 확인한 로렌티나의 표정이 실로…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우와악 하고 얼굴을 붉히며 달려드는 레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꾹꾹 밀어내며, 로렌티나는 빈 오른손으로 책을 촤라락 펼쳤다.

        

        

        

        

       “그는 극적으로 하얀 치열을 드러내며 미소지었다…환장하겠네요, 정말. 하고 많은 로맨스 소설 중에서 왜 하필, 아니. 그게 아니죠. 도대체 이 책은 어디서 찾아온 건가요? 뉴욕 공립 도서관?”

        

       “아이씨이, 자꾸 읽지 마! 거기 북클립 끼워놓았단말야!”

        

       “…이건 둘째 취향이었나보구만.”

        

        

        

        로건과 로렌티나, 올리비아의 입에서 일제히 터져나오는 탄식.

        

        책이든 소파든 뭐든, 하나가 찢어지거나 박살나기 직전 힘겹게 책을 회수한 레인은 씩씩대며 방 안에 책을 숨겼고, 그 와중 진은 위풍당당하게 덧붙였다.

        

        

        

       “저는 이 작가가 쓴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와 동시에 숨길 기색도 없이 책을 꺼내어 표지를 보여주는 진.

        

        하버드 대학의 종교기호학 – 실제로는 없는 학과였다 – 교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인 사건, 그리고 오만가지 음모론적 떡밥까지 무더기로 흩뿌려진 소설 시리즈 중 한 권.

        

        이걸 도대체 뭐라고 해야만 할지. 관자놀이에 핏줄이라도 설 것만 같은 표정을 지은 올리비아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우리 첫째 막내는…그 책에서 벌어진 사건이 진짜로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나 하지는 않죠?”

        

       “물론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실제 역사적 사료를 직접 검색해서 확인 및 교차검증했고, 오류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 및 그 사이의 긴박감은 마음에 듭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로군요. 세상에는 의외로 그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죠…물론 지금쯤은 그 음모론과 함께 관짝에 들어가있을 테지만.”

        

       “저와 같은 우수한 전자생명체가 이런 음모론을 믿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식견 있는 인간들이라면 믿을 리가 없을 겁니다.”

        

        

        

        그 순간 로건은 푸웁-하고 입에 있는 모든 액체를 전방으로 분사했다 – 진이 알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해당 책을 집필한 작가가 바로 그 음모론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메카 막내들의 소설 선정 식견이 이상한 방향으로 꼬라박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알 수 없던 로건 일행이 일제히 뇌정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 으휴 하고 한숨을 내쉰 마브는 한 번 손을 휘저어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실행했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띄워지는 대형 화면.

        

        그 너머에는 어둠이 내린 테마파크를 쏘다니고 있는 유진 일행이 보이고 있었다.

        

        

        

       “뭐야. 누가 틀었지?”

        

       “셋째 막내가.”

        

       “에, 뭐야. 나도 저기 가서 아키타입이랑 다니고 싶어….”

        

       “…지금은 저 친구들한테 맡겨두죠.”

        

        

        

        저들의 기억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기에 알 수 있었다.

        

        같은 사람이었지만 누군가는 멸망하지 않은 세상 위에서 오만 즐거움을 누리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뉴욕의 발현자들에게는…저런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적어도 선뜻 교대해준 세 명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거니와, 어차피 막내와 함께 VIP 투어를 갔다고 한들 딱히 제대로 즐길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교전 및 작전 시간이 아닐 때는 휴식을 하며, 그 와중 디즈니 작품도 열심히 챙겨보았던 뉴욕의 발현자들과는 다르게 이 자리에 있는 세 명은 경험이 들쭉날쭉했으니.

        

        화면을 보고는 부럽다며 땡깡을 부리는 세 메카 막내를 안정적으로 제압한 후, 한 명씩 다키마쿠라 비슷한 느낌으로 안은 채 바닥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막내 일행을 계속해서 보고 있을 무렵.

        

        

        

       ───삑!

        

        

        

       “…응?”

        

        

        

        갑작스럽게 울리는 진의 시계.

        

        그것을 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변했고, 그녀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이어 덧붙였다.

        

        

        

       “로건, 로렌티나, 올리비아.”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그렇습니다.”

        

        

        

        즉답에 가까운 긍정.

        

        모두의 목이 진을 향해 돌아가는 사이, 그녀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헨리…아니, 미국의 대통령이 여러분들을 호출했습니다.”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기이하게 굳어졌다.

        

        

        

        

        

        

        

        

       “…저쪽은 아주 다이나믹한 경험을 하고 있겠군요.”

        

       “저쪽에서 뭔가 하고 있나요?”

        

       “나중에 돌아오게 되면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

        

       “아이, 진짜. 그렇게 궁금증만 폭증시키는 게 어딨어요.”

        

        

        

        한편, 디즈니 월드의 어딘가.

        

        나는 업보 정산 비스무리한 걸 당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몇 시간 후에는 제자들을 만나러 출국한다고요?”

        

       “그렇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논스톱으로 달려갈 예정이에요.”

        

       “제자라. 언젠가 봤던 것 같은데…언제였더라. 미 서부 수복전에서였나.”

        

       “시애틀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맞을 거예요. 그 전에도 얼추 봤을 거고.”

        

        

        

        오후 8시, 디즈니 월드의 어딘가.

        

        오로지 VIP만을, 그 중에서도 발현자만을 위해 준비된 저녁식사. 그 말대로, 현재 우리는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2층 발코니 테라스석에 앉아있었고, 곧 있으면 이어질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다가와 우리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도록 방음 장벽 역시 갖춰진 상태였고, 오늘 이 식당은 밀회 아닌 밀회를 하고 있는 우리들의 배가 차기 전까지 계속해서 음식을 만들 예정이었다.

        

        그리고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팀원들의 관심은 내가 가장 열심히 가르친 두 명에게 쏠려있었다.

        

        내가 몇 시간 이내로 러시아를 향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애초에 막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도 미 서부 수복전이 시작된 직후였으니까…막내가 후임을 들였다는 사실도 꽤 나중에 알았지요. 정확히는 언제였더라…새크라멘토?”

        

       “거진 그 즈음에 처음 알았지. 제대로 알게 된 건 아까 막내가 말했듯이 시애틀 즈음이었고.”

        

       “꽤 잘 가르쳤어. 시애틀이야 뭐, 나는 그 즈음에 캐나다 싸돌아다니느라 잘 몰랐는데, 시애틀의 정유공장 때 같이 작전했다면서? 무사히 살아나온 걸 보니 1인분은 했나 보네.”

        

       “가려 뽑았는데도 꽤 아슬아슬했지요. 하지만 그 아이들이…그 당시 기준으로 반 년 전 즈음에는 말 그대로 총을 단 한 번도 잡아본 적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알파급 초토화 작전에 투입되어 아슬아슬하게 제 역할을 해낸 걸 보면 칭찬할 만해요.”

        

        

        

        그 말대로.

        

        민아와 예린이는 총이랑 총알, 수류탄만 무한히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1개 중대 정도는 턱을 돌려버릴 정도의 강한 친구들로 키워놓았다. 게다가 시애틀 이야기면 지금으로부터 대략 8개월 가량 전의 일이었고, 무려 240일이 지난 지금은 그 당시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

        

        그리고 시애틀로 끝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후에는 진과 레인을 업어온 미확인구역에서의 일이 있었고, 그 두 명은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에도 참가한 전적이 있었다.

        

        이리 생각해보니 참 이리저리 많이 끌고 다니긴 했구나 싶다.

        

        

        

       ‘…뭐어, 1인분을 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라면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게 일상이긴 하지.’

        

        

        

        뉴욕의 센트럴 파크 HQ에 막 도착했을 즈음 완전 얼타던 나를 아주 열성적으로 가르쳐주던 로건이나 로렌티나, 올리비아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마 여기 있는 이들은 그 당시 다크 윈터 사태가 장기화, 그리고 악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몰랐기에, 나를 그렇게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오퍼레이터로 키워낸 게 아닐까 싶었다.

        

        

        어느덧 내 제자들이 하와이에 갔을 때의 이야기를 – 과거 집들이할 때 내 유어스페이스 채널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 논하고 있는 이들을 뒤로 한 채,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팅했다.

        

        앞으로 대략 2시간 후에는 호텔로 복귀할 거고, 1시간 안에 올랜도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게이트로 달려가면 끝이긴 하겠지.

        

        듣자 하니 하모니와 다이스를 비롯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그리고 이들 뿐만이 아니라 타국에서 온 인원들 전원이 라흐타 센터라는 초고층 빌딩에서 숙박 중이고, 그것도 모자라 해당 건물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하는데. 동선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음….

        

        

        

       ‘…일단 기동력을 확보해야 하니, 도착하면 이카루스 레지던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부터 가야겠네.’

        

        

        

        기동력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요컨대 차량을 공수한다는 소리였다.

        

        어째 이카루스가 뭔가 차량보관고 비슷한 게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이런 게 영화에서나 보던 다국적….

        

        

        

       “생각이 꽤 많나보군요, 유진.”

        

       “…아. 네. 조금 그랬네요.”

        

        

        

        창피하다고 해야 할지, 머쓱하다고 해야 할지.

        

        뒷머리를 살살 긁으며 로렌티나의 말에 덧붙였다. 기껏 지인들 데리고 왔는데 너무 스케줄 생각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황급히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이어지는 말.

        

        

        

       “돌아간 이후 바쁘게 사는 건 마음에 드는지.”

        

       “음, 어느 정도…그렇다고 해야 하나요.”

        

       “바쁘게 산다는 건 삶의 의미를 하나씩 쌓아올린다는 것과 같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개 그렇게 쌓은 포석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와의 견고한 연결이 된답니다.”

        

        

        

        갑작스러운 현학적 어조.

        

        로건과 올리비아가 상어의 말을 그닥 신경쓰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무언가 적당히 합이 맞았고, 지인들의 의사를 로렌티나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하여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것이 막내가 상실했던 6년이라는 시간에 대한…보상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

        

       “여하간, 이젠 우리에게 과거의 편린을 다시금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걸 쌓아왔군요. 막내가 원래 세상에서 보냈던 시간이 우리를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만든 거예요.”

        

        

        

        …그런가?

        

        갑작스럽게 말을 들어서 그런지 크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게 있다면, 근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실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지금 이 자리는 무엇을 위한 포석이 될까. 물론 이 모든 행위가 전부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전부 나름의 의미가 있다-정도가 아닐까.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자니, 로렌티나가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고생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죠, 막내.”

        

       “…물론이죠. 제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여러분들 덕분인데요.”

        

       “그리 생각해보면 장기투자로 묻어뒀던 막내-코인은 아직도 상승 중이겠군요.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친 보람이 있어요.”

        

       “하이구, 잘 나가나 했더니 마지막에 아주 지랄을…야, 저 자식 잡아!”

        

       “예썰.”

        

        

        

       ───퍼엉!

        

        

        

        때마침 밤하늘을 몽땅 가리고,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수많은 폭죽 불빛이 터져나왔다.

        

        물론 그 아래에서는 감동적이고 인상깊은 추억의 편린…이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내 감동 아닌 감동을 마지막 말 한 마디로 몽땅 앗아가버린 로렌티나를 순식간에 회수하는 올리비아와 끼에엑 하고 끌려나가는 상어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에 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이래야 내 지인들이지.

        

        

        디즈니 월드에서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걸로 디즈니월드 에피소드는 끝입니다

    딱히 뭐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디즈니월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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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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