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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4

       *** ***

         

       “잘 가게 사위.”

         

       “하하, 장인어른만 믿겠습니다.”

         

       “나중에 뵈어요, 아버지.”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올 때처럼 내밀하게 사라진 호천안과 독고이설.

         

       독고영천은 뒷짐을 지고 호천안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호천안.’

         

       좀 턱이 아플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맛있는 먹잇감.

         

       독고영천에게 호천안이란 그런 존재였었다.

         

       무공 경지는 화경이나 그 수완은 비범하기 짝이 없고 연고는 없으나 천하 각지의 강대한 세력들과 탄탄한 연줄을 지닌 자.

         

       그 모든 점을 감안해도 호천안은 어떻게 손에 쥘 법한 자였다.

         

       천하에 금명월의 열풍이 불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 생각했다.

         

       ‘대체 무슨 정보망을 지니고 있는 거냐.’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진 금명월의 소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지역의 사람들도 껌뻑 속을 만한 그럴싸한 소문을 위조했다는 것이고 그런 대작업을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과 정보력을 동원했다는 소리였다.

         

       호천안이 엄청난 정보력과 인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독고영천은 호천안이 껄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호천안에게 암룡문이 먹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힘이란 존재 자체만으로도 욕망과 탐욕을 불러 일으키는 법. 지금이야 무림영웅이라는 명성 정도에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미래에도 그러할까.

         

       자신만의 문파나 세력을 꾸리려는 욕심이 들었을 때, 그 욕심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

         

       독고영천은 그 방법이 암룡문을 집어 삼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독고이설과 혼인을 올리게 되면 호천안도 절반 정도는 암룡문 소속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문파나 세력에 욕심이 난다면 기초부터 문파를 쌓아 올리는 것보다는 암룡문을 기반 삼아 제 입맛에 맞는 새 문파를 건설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미래고 청사진이었다.

         

       그렇기에 독고영천은 호천안이 하는 부탁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황소월도 호천안의 편이니 결국 황소월의 힘이 커진다는 것은 호천안의 힘이 커진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호천안의 부탁이 금명월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독고영천의 결심은 손바닥 뒤집히듯이 바뀌었다.

         

       이는 기회였다.

         

       호천안이 직접 황소월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퍼트렸다는 사실은 황소월과 호천안의 사이를 틀어놓을 수 있는 패였으며, 대협으로 인정받고 있는 호천안의 평판을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게 독고영천은 호천안의 제안을 승낙했고 그 후 들은 부탁 내용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파의 거두로서 온갖 권모술수를 경험해 본 독고영천.

         

       그러한 독고영천조차도 혀를 내두룰 수밖에 없는 악랄한 계책이었으니까.

         

       ‘제 편인 황소월은 물론이고 친분이 있는 문파와 지인까지 구렁텅이에 밀어 넣다니…’

         

       호천안의 구체적인 계획과 요구사항을 들으며 독고영천은 호천안이 암룡문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대외적으로 사이가 그렇게 돈독한 문파. 그리고 친우라는 표현을 써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사이의 지인까지도 제 계획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는 자다.

         

       그런 자가 과연 장인어른의 문파라고 암룡문을 내버려 둘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미래에 호천안은 반드시 암룡문을 노린다.

         

       그리 확신한 독고영천은 이번 일이 더없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독고영천은 호천안의 부탁을 다시금 되새겼다. 그 악랄함과 별개로 호천안의 계획은 빈틈이 없었다.

         

       효과도 효과였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헛소문을 퍼트리면서도 그 소문의 유포자가 암룡문이라는 사실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계획.

         

       ‘이 계획을 조금 비틀어야겠군.’

         

       독고영천은 머릿속으로 호천안의 계획을 수정했다.

         

       당장은 암룡문이 조금 곤란함을 겪을지라도, 훗날 이 계획이 호천안이 짰다는 사실을 폭로했을 때 그 주장이 진짜임을 증명해 줄 증거를 남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디까지나 우연한 실수나 불행한 사고로 위장되어야만 했다.

         

       설사 호천안이 의심의 눈길로 그 과정을 살피더라도 발각되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말이다.

         

       그런 정교한 계책을 짜내기 위해 독고영천은 계획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날밤을 꼴딱 샌 독고영천은 드디어 만족할 만한 수정안을 완성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수정된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기만 한다면 호천안이 언급한 든든한 뒷배도 얻고, 훗날 호천안의 마수로부터 암룡문 역시 지켜낼 수 있으리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서둘러야겠군.”

         

       흡족한 마음을 품고 계책의 실행을 위해 몸을 일으킨 독고영천.

         

       그런 독고영천이 결코 알 리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수정한 계획이야말로 호천안이 진짜로 독고영천에게 바라던 계획이라는 점이었다.

         

       *** ***

         

       광주에서 소풍객잔을 운영하는 장이는 요새 살 맛이 났다.

         

       혈교의 준동 때문에 뚝 끊겼던 손님은 언제 사라졌다는 듯이 모두 돌아왔고, 천하의 정세는 안정되었다.

         

       그뿐일까.

         

       혈교의 준동이 있을 시절에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푹푹 내쉬어지던 무림의 소문마저도 흥미로웠다.

         

       소천마 위서련에게 도전하는 도박사들.

         

       비명마차, 아니 비천마차에 오르는 용자들.

         

       그리고 그런 도박사들과 용기 있는 자들이 성공할 때마다 점차 풍성해지는 금명월의 일상담까지.

         

       요새 장씨는 언제 날아들어올지 모르는 금명월의 일상담을 기다리는 낙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점 주인인 왕일과 술 한잔 걸치며 금명월에 대한 담화를 나누거나 그러지 않은 날은 금명월일상집을 정독하고 서공을 껴안은 채 해맑게 웃는 금명월의 삽화를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은 뒤 잠들 정도였으니까.

         

       “이봐 장씨, 혹시 금명월 대협의 새 일상담을 들은 게 있나?”

         

       그리고 그러한 기대감을 품은 이들은 비단 장씨뿐만이 아니라 객잔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안타깝게도 들은 게 없습니다. 그래도 새 소식이 들리는 대로 전해드립지요.”

         

       “꼭이네.”

         

       “물론입지요!”

         

       자 이번에는 또 어떤 훈훈한 일상담이 날아올까. 그런 기대감을 품고 금명월의 소식을 기다리던 장씨에게 날아든 금명월의 새 소식은 일상담이 아니었다.

         

       “금명월 대협이 사천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네.”

         

       “뭐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문이란 말인가! 이미 금명월 대협이 이 광주 출신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일세! 자네는 그 사실을 의심한단 말인가?”

         

       “아, 아니,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소문이 그렇다는거지…”

         

       또 헛소문이 도는군.

         

       금명월이 이 광주가 아니라 다른 지역 출신이라는 헛소문은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들어본 소식이었기에 장씨는 보부상이 물고 온 소식을 헛소문으로 취급했다.

         

       “혹시 자네, 암룡문이라고 들어보았는가?”

         

       하지만 이내 이어진 보부상 유장의 말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암룡문? 금명월 대협의 동료인 독고이설 소저의 문파가 아닌가.”

         

       “그렇네. 방금 내가 말한 소문은 암룡문에서부터 알음알음 퍼져 나온 것이라 하네.”

         

       “흥, 말도 안 되는 소리로군. 암룡문은 지금 운남의 패자나 마찬가지인 문파가 아닌가? 그런 문파에서 문파원 입단속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니 어불성설이야!”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세. 암룡문은 사천정파와 앙숙인 사파이지 않은가? 정말로 금명월이 사천 출신이고 그 사실을 암룡문이 알아차렸다면 암룡문 입장에서는 꽤 불편한 상황이 아니겠나. 은근슬쩍 소문을 흘려서 금명월 대협의 인기를 견제하려 들겠지.”

         

       유장의 말에 반박하려던 장이의 말문이 막혔다.

         

       보부상의 말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고 장이의 머릿속에는 유장의 말을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흥! 괜히 암룡문이 사파겠나! 사파답게 금명월 대협의 인기를 질시하여 헛소문을 퍼트린 거겠지!”

         

       그러니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그저 무지성 비난뿐이었다.

         

       “그, 그냥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해주는 것뿐일세.”

         

       장이의 눈치를 살피던 유장이 객실로 올라가고 씩씩거리던 장이는 분을 못 이겨 물을 한 바가지나 들이킨 뒤에 제 방 침대에 거칠게 몸을 뒤였다.

         

       간신히 화를 삭힌 장이의 머릿속에 한 가지 화두가 떠올랐다.

         

       정말로 금명월은 사천 출신일까?

         

       침대 머리맡에 놓여진 금명월일상집을 보며 장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금명월의 일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천하의 도박사들과 용사들이 위서련과 비천마차로 몰려갔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바로 금명월의 일상 속에서 출신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녹아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밝혀낸 금명월의 정보가 모여 있는 금명월일상집을 수없이 탐독한 장이는 여전히 금명월이 어디 출신인지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추측을 해 볼 수는 있었다.

         

       그건 바로 금명월이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언행과 그러한 언행에서 엿볼 수 있는 마음가짐과 귀티는 결코 범속한 집안에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후우…’

         

       그리고 그런 장이의 추측은 광주에 도는 금명월의 소문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애써 그런 사실을 외면해왔던 장이었으나 사실 마음 한편에서는 금명월이 광주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사천인이냐고….”

         

       무림 영웅을 넷이나 배출했으면 좀 만족할 것이지 금명월까지 빼앗아 가다니.

         

       그리 중얼거린 장이는 금명월일상집을 집어들고는 첫 장을 넘겼다.

         

       팔락.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서공을 품에 안고 해맑게 웃고 있는 금명월의 삽화가 눈에 들어왔으나.

         

       어쩐지 오늘만큼은 그런 금명월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장이는 말없이 금명월일상집을 덮었고 그 후로 한동안 금명월일상집을 펼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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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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