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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4

    다음 날, 메를린 인형점에 도착한 예르나와 다이튼은 곧바로 아이들의 안부를 살폈다.

    자신들이 웨이브로 집을 비운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한탄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루! 다행이다, 정말 무사했구나! 경찰한테 전화받고서 엄청나게 걱정했다고!”

    “죄송해요. 걱정시켜드려버려서……. ”

    “죄송할게 뭐 있어!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예르나에게, 루크는 멋쩍은 듯 웃었다.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닌걸까?

    장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다들, 괜찮아? 다친 덴 없어?”

    “응! 여기선 아무 일도 없었어.”

    “왜? 무슨 일 있었어?”

    다이튼이 무릎을 꿇어가며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 묻자, 아이들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듯이 그러는 것이, 정말 영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적하장에서의 그 사건을 없던 일로 치기로 미리 입을 맞춰둔 모양이다.

    그 모습에 루크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만한 잔혹한 기억들은 적당히 막아두었다고는 하나, 어쩜 저리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말은 어쩌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단계의 아이들이나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자신도 심장에 24시간 가동되는 주관적인 거짓말 탐지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마 늘상 필요에 의해 그리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저것을 보니, 진실따위 티끌만큼도 없는 거짓말을 아무런 감당없이 내뱉을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새삼 궁금해지긴 한다.

    뭐, 기억조차 까마득한 어린시절부터 서클이 존재해 순수한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존재하지 않는 루크로서는 아이들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러나 예르나와 다이튼도 그런 아이들의 반응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저택에 있던 건 루크 혼자뿐이었다고 이미 경찰들에게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예르나는 더욱 면밀히 루크의 상태를 살피며 걱정스레 물었다.

    “루, 너도 괜찮은 거지? 다치지 않은 거지?”

    “네, 전 괜찮아요.”

    물론, ‘괜찮다’는 쪽만의 긍정이었다.

    다치지 않았다는 말까지 긍정하는 것은 거짓말이 되니까.

    하지만 그 정도의 대답만으로도 예르나를 안심시키기엔 너무나 충분할 것이다.

    “하아, 진짜 다행이다…….”

    모두의 안전을 확인한 예르나는 그제서야 온전히 안심한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숲에서 경찰에게 연락을 받았을 땐 얼마나 놀랐던지!

    경찰이 미리 루크의 안전을 확인해주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정말 애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냥 속어가 아니게 될 뻔 했다.

    그런 예르나의 모습에 다이튼은 그녀를 부축해주며 다독였다.

    “봐, 역시 걱정 할 것 없었다니까. 루크가 다 알아서 했을 거라고.”

    “정말……. 가끔보면, 넌 10살짜리 애를 너무 믿는 거 아닌가 싶어.”

    “루크가 어디 평범한 여자애여야 말이지.”

    다이튼의 말이 맞았다.

    실제로 루크는 자립심도 매우 뛰어나고, 능력도 너무 동떨어져 있을 정도로 출중한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루크는 아무리 그래도 10살밖에 안 된 아이였다.

    그마저도 그냥 겉보기에 얼추 그렇지 않을까하고 등록된 행정상의 나이로 그렇다는 거지, 근 1년 새에 있었던 루크의 폭발적인 성장속도를 보면 그보다 더 어릴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예르나는 루크의 정신적 성숙도와는 별개로 현대사회의 상식이 부족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가슴 한켠에는 항상 걱정을 품고있다.

    그런데 이렇게나 큰일에 휘말리게 되었으니, 다이튼의 그 믿음을 순순히 맹신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다들 무사해보여서 다행이다.

    예르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 무사하다면 됐어. 다들, 이제 집에 돌아가자.”

    예르나는 분위기를 밝게 바꾸려는 듯 활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루크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하지만, 집은…….”

    루크는 말 끝을 흐렸다.

    왜냐하면, 돌아갈 집이 ‘없어져’버렸으니까.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거의 철거되다시피 한 상태다.

    “…아….”

    루크의 말에 다이튼은 탄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 다이튼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오는 길에 잠깐 저택에 들렀었다.

    그렇게 보게 된 것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처참한 광경.

    게다가 단지 저택만 무너졌을 뿐 아니라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 땅이 갈려나가서, 텐트조차 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집’에 돌아간다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풍경이 떠오르니, 속이 좀 메스꺼워지는 것 같다.

    …남은 대출금이 얼마더라?

    그러나 예르나는 그런 것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얘는, 지금 그게 걱정이니? 지낼 집이 없어서?”

    “있나요?”

    “있어?”

    루크와 다이튼이 동시에 놀란 듯 물었다.

    저번에 살던 집은 다 처분한 것이 아니었나?

    계약금도 다 빼서 이젠 돌아갈 곳도 없을텐데?

    그러나 예르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잠시 베리튼의 우리 어머니 댁에서 지내면 돼.”

    예르나의 제안은 너무나 간단했다.

    그리고 다이튼에게 따로 손을 내밀 가족이 없는 한, 지금으로썬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했고.

    하지만 다이튼은 역시 장모님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르나, 그래도 괜찮은거야? 우리가 가면 민폐 아닐까?”

    “민폐는 무슨? 오히려, 손자 생겼다고 하면 좋아하실걸. 그리고 결혼 얘기도 해야하고 말이야.”

    “아…….”

    예르나의 말에 다이튼은 긴장한 듯 몸을 굳혔다.

    그러고보니, 전에 찾아뵈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구나 싶다.

    결혼식날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덜컥 애부터 가졌다고 화내시는 거 아닌가?

    다이튼은 그녀의 어머니, 세레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그녀의 얼굴에 화내는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역시 두렵다.

    그 때, 예르나가 모두를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다들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래, 다이튼?”

    “아, 그… 그렇지….”

    맞는 말이긴하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게 제일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예르나는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다이튼이 예르나에게 반한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이 정도로 올바른 여성이라니.

    그 정신력과 올곧음은, 가히 승천자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슬픈 감정은 어째서일까?

    다이튼은 물질적 피해를 떠올리는 자신이 속물같았지만, 평범한 20대 청년인 그의 입장에선 저택에 벌어진 일을 예르나처럼 간단히 넘겨버리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이 안 다친 건 이미 발생한 일로 끝난 거고, 집이 무너져내린 것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인 무시무시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괘, 괜찮을거야. 보험…. 들었으니까…….’

    다행인건, 그나마 보험으로 돈 나올 구석은 있었다는 것이다.

    숲에 지은 저택은 평소에도 몬스터가 종종 출몰하는지라, 보험을 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따라서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의 사고방식을 가진 다이튼 역시 모두가 하는 것처럼 보험을 몇개 달아두기는 했었다.

    아마 그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망가진 저택을 다시 수리(라기보다는 재건축에 가까울 듯 하지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자신이 든 보험이 테러에 의한 피해도 보장해주는 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오빠, 혹시 울어?”

    “아냐, 오빠 안 울어….”

    다이튼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본 디아나가 천진난만하게 물었지만, 다이튼의 눈에선 분명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는 걸?”

    “기쁨의 눈물이겠지.”

    “아닌데? 다이튼, 기쁨은 없잖아.”

    “넌 조용히 해, 파이.”

    그 때, 문득 떠올랐다는 듯 예르나는 그들을 인자하게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아 참,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형점 운영하는 것도 힘드실텐데…….”

    인형사, 메를린이었다.

    “하하, 뭘. 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지. 신경쓰지 말게나.”

    “그래도,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 손도 다치셔서 두배로 힘드셨을 텐데.”

    예르나는 메를린의 붕대로 감싸인 손을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메를린은 붕대에 싸인 손을 살포시 감싸 시야에서 숨기며 말했다.

    “으음, 그런 걸 바라진 않았지만……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사양은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메를린의 표정은 그야말로 인자한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다들 돌아가려는 순간, 다이튼의 손에 이끌려 떠나던 디아나가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빠, 근데 베리튼은 멀지?”

    “그렇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니까.”

    “그럼, 가면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해?”

    “적어도 집이 다시 생길 때 까진 있지 않을까? 최소 한두달?”

    “그렇구나…….”

    “왜? 세레나 할머니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다이튼과 대화를 마친 디아나는 바닥을 보고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마치 어쩔 수 없는 외부의 상황으로 헤어지게 되는 드라마속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서드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서드 오빠 잘 지내……. 보고 싶을거야…….”

    가련하다못해 아련함마저 묻어나오는 디아나의 낯선 모습에 다이튼은 서드와 무슨 일이 있었나싶어 그를 바라보았지만, 당황하기는 서드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하여 더욱 의아해졌다.

    ‘뭐지? 설마 내 여동생은 서드같은 놈이 이상형인가?’

    그야말로 끔찍한 상상이었기에, 다이튼은 그냥 서드가 좀 잘 놀아주었겠거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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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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