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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5

       

       검마(劍魔).

       

       천마신교 전투부대, 귀찰검대의 대주.

       

       나이는 이립에서 불혹 그 어딘가. 

       정확히는 모르겠다. 물어본 적이 없었으니.

       

       마인 이전의 행적으로는, 상대가 누구든 가릴 것 없이 죄다 죽이고 다니던 사파인으로.

       살육을 즐기듯 잔인한 전투방식을 취하기로 유명했던 놈이다.

       

       제압한 상대를 고문하듯 포를 떠서 죽이는 방식은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릴 정도.

       

       당시 중원에 퍼진 별호가 아마.

       

       ‘살귀검(殺鬼劍).’

       

       딱 들어맞는 별호가 아닐 수 없었다. 

       되레 검마라는 별호가 고급지게 보일 지경이다.

       

       그리 미친놈이었으니, 마인으로 전락하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전쟁을 준비하던 마교란, 검마에겐 본능을 여가 없이 표출할 수 있는 곳이었을 테니까.

       

       이후 마인이 되며 천마에게 받은 권능으로는 투귀(鬪鬼)의 눈을 부여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

       

       내기의 흐름을 보고 명확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기감의 영역과 비슷해 보이나, 그보다 더 직관적이라고 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직접 사용해본 것은 아니기에, 어떤 느낌인지는 모를 일이다.

       

       귀찰검대를 맡은 직후엔, 전쟁에서 선두에 앞장섰던 인물이며.

       당시 마검후와 비교하면 다른 의미에 미친 놈이었다.

       

       ‘유독 마검후를 싫어하기도 했고.’

       

       이유를 보자면, 흑염대 부대주 자리를 얻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던가.

       그게 진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마검후를 볼 때마다 죽일 듯 달려들었던 건 사실이다.

       

       딱히 움직임이랄 게 없는 흑염대보단 살상 임무가 주로 이뤄지는 귀찰검대가 더 맞을 텐데.

       

       어째서 검마가 그 자릴 탐냈는지 나는 모를 일이다.

       

       ‘할 거면 대주 자리를 탐내던지.’

       

       녹왕마냥 내 자리를 탐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을. 검마는 정작 대주 자리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놈은 끝까지 마검후와 자리를 놓고 다퉜지만, 마검후가 자리를 뺏기는 일은 없었고.

       

       이후 전쟁에서 신검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그런 검마를 보며 짧게 정리하자면.

       

       살육에 미친 놈.

       

       그 한 줄이면 충분하리라.

       

       후두둑-!

       

       벽면에서 쏟아지는 조각과 함께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걸 보며 내가 고개를 까딱였다.

       나름 기절시킬 생각으로 후려친 것인데, 움직임을 보니 그다지 피해가 없는 모양이다.

       

       ‘그사이에 살짝 흘려냈다.’

       

       손에 감각을 느끼며 떠올렸다.

       보기엔 파악도 못 했던 거 같은데, 놈은 본능적으로 내 공격을 살짝 흘려냈다.

       

       훗날 검마라 불릴 고수는 다르다 이건가.

       

       저벅.

       

       잠깐 기다리니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어진 뺨과 입술 틈으로 흐르는 핏물은, 녀석이 지닌 창백한 피부와 맞물려 더욱 잘 보인다.

       

       놈은 한쪽 손으론 검을 움켜잡고선, 다소 탁한 황색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놈의 눈동자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황색(黃色)안구. 저 눈동자가 뜻하는 건 하나뿐이다.

       

       ‘천살성(天殺星).’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사람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운명.

       그런 놈들이 지닌 눈동자가 딱 저렇다고 했었다.

       

       ‘나도 보는 건 처음인데.’

       

       내가 검마를 만났을 무렵엔, 이미 놈이 마인이 된 상태인지라 눈동자가 자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물며 천살성은 태어날 때부터 티가 나기 때문에 희귀할뿐더러 수명도 그다지 길지 않다.

       

       ‘발견하면 죽여버리니까 말이지.’

       

       살인귀가 될 운명이 확실하거늘, 어찌 살려두겠는가.

       이런 상황에 녀석이 저 나이까지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금 죽는 것도 아니고, 꾸역꾸역 버텨서 검마가 된다는 거겠지.’

       

       그리 생각하니 나쁘지 않다.

       놈을 지금에서라도 발견했다는 게.

       

       그게 나쁘지 않았다.

       

       “넌…. 뭐지?”

       

       놈이 내게 물었다. 눈을 보니 정신이 반쯤 놔진 느낌이다.

       

       요 이틀간 어째 저런 물음을 많이 들은 것 같았다.

       이에 픽 웃으며 놈에게 내가 말했다.

       

       “구가네 셋째 겸, 너 잡으러 온 사람.”

       “…”

       

       후우우욱-!

       

       “오.”

       

       내 말이 거슬렸던 걸까, 놈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본인이 천살성이라는 걸 광고라도 하려는 듯, 지독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었다.

       

       얼마나 짙은지 기운이 형체가 되어 사방을 짓누를 지경이다.

       

       ‘신기하네.’

       

       그런 놈의 모습을 나는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전생에 놈이 쓰던 힘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뭘 자꾸 두르고 싸우더만, 이걸 이용했던 건가.’

       

       천살성의 기운을 농축해 검에 두르기도 하고.

       반대로 몸을 보호하는 강기 대용으로도 써먹었던 것 같다.

       

       단순히 무공의 일환이라 생각했는데. 체질의 힘이었던 건가.

       

       흥미롭게 이를 살피고 있으니, 놈의 입이 열렸다.

       

       “…방해…하지 마라.”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

       

       “새끼가? 밥 먹는데 방해받은 건 난데, 왜 니가 지랄이야.”

       

       황색의 안구는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위설아의 금안이 점차 빛이 난다고 한다면, 저 눈은 오히려 어둡게 변하고 있다고 할까.

       

       녀석의 기운 또한 동시에 점차 강해지고.

       이내 주변에 피해를 끼치기 시작했다.

       

       “히…히익.”

       

       소리가 들려 옆을 쳐다봤다. 

       손님들은 이미 겁에 질려 사라진 직후였으나, 객잔 주인은 차마 나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예…예?” 

       

       갑자기 자신이 불리자 사내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겁에 질린 것 같았다.

       

       그걸 보며 품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내 사내에게 휙 던졌다.

       

       “헉…!?”

       

       물건을 받아든 사내의 눈이 확 커진다. 

       

       “그거면 나중에 고치는 데 충분할 겁니다.”

       

       품에 있던 돈을 대충 잡아다가 던졌다.

       가치로 따지면 가게가 무너져도 다시 세우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안 바쁘시면 만두도 좀 싸주시고.”

       

       만두의 포장 값도 들어 있었다.

       

       “예, 예!”

       

       돈이 좋긴 한 건지, 직전까지 세상 다 잃은 표정이던 사내는, 손에 쥔 걸 놓칠세라 재빨리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진짜 만두를 싸려는 모양인데.

       

       ‘…일단 대피하는 게 우선 아닌가?’

       

       이 상황에 저게 가능한가 싶었지만.

       

       “아무렴 어때.”

       

       솔직히 별 상관이 없기도 했다.

       

       딱히.

       

       ‘피해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생각을 떠올리며 고개를 틀었다.

       

       쉬익-!

       

       코앞에 검 끝이 스친다. 

       틀지 않았다면 베였으리라.

       

       “음.”

       

       빠르네. 

       망설임도 없고.

       

       쉬이익-!

       

       당연하게도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 녀석은 쉼 없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물며 집요하다.

       

       어떻게든 베어버리겠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허공에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른 속도.

       육체에서 살기가 저리 뿜어져 나오는데, 검로는 깔끔하기 그지없다.

       

       닿고자 하는 곳도 모두 급소다.

       

       ‘경지는…. 좀 애매한데?’

       

       절정은 가볍게 넘었음이 느껴진다. 기운의 강도나 속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애매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걸쳐있다.’

       

       완숙한 절정과 화경 사이. 그 어딘가에 걸쳐있는 느낌이었다.

       

       검을 한 번 더 피한 후 조금 앞으로 파고들었다.

       녀석은 밀리지 않겠다는 듯 검을 연신 휘두르지만.

       

       그 무수한 검로의 틈에서 살짝 손을 뻗어낸다.

       

       퉁-!

       

       “…!”

       

       손바닥의 단면이 검마의 가슴팍을 정확히 파고들었고.

       충격을 받은 녀석이 뒤로 밀려 나간다.

       

       “컥….”

       

       호흡이 뒤틀렸는지 헛기침을 뱉는다.

       육체적인 고통은 적을 터이나, 기운이 흐트러져 반동이 상당할 것이다.

       

       ‘이야.’

       

       그런 놈을 보며 못내 속으로 감탄을 내비쳤다.

       경지가 걸쳐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은 맞았다.

       

       지금 검마의 나이를 보자면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몇 살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후기지수 계열인 건 틀림이 없다.

       

       그래서 의문인 것이다.

       

       ‘이런 놈이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을까.’

       

       직접 보고 나니 더 그랬다.

       

       구태여 이 시기에 내가 광동 지방을 찾은 이유.

       그건 이맘때쯤 녀석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이 정도 수준을 가진 놈이, 이제와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인데.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시점이다.

       

       천살성인 만큼, 숨어 살았다고 한다면 이해가 간다만. 

       그렇다면 더 이상했다.

       

       ‘혼자서 버틴 것 같진 않은데.’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생존을 위해서도, 배후가 있었을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천살성이 저리될 때까지 살아 있을 리 없었으니까.

       

       물론.

       

       ‘뭐가 됐든.’

       

       나에겐 좋은 일이었다.

       

       ‘딱 적당할 때니까.’

       

       이제야 조금씩 활동할 무렵인 만큼.

       지금이 적기였다. 

       

       훗날 검마가 될 놈을 잡아놓기에는 말이다.

       

       “죽인다…! 죽여버린다!”

       

       공격은 안 닿고 당하기만 해서 그런가, 놈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진다.

       그와 동시에 살기도 훨씬 짙어졌다.

       

       쿵-!

       

       기압을 잔뜩 품고선 빠르게 내게 파고든다. 

       형상화된 살기는 검으로 모여들었다.

       

       보기에 상당히 위협적이었지만.

       

       빠악-!

       

       “끄윽…”

       

       어차피 맞지 않으면 부질없는 일이다.

       

       검로를 끊어내고 그대로 안면을 후려쳤다. 

       타격을 맞은 놈이 휘청인다.

       

       ‘더 볼 건 없겠는데.’

       

       오래 끌어봐야 부질없어 보인다.

       

       슬슬 끝낼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시간을 너무 쓰긴 했지.’

       

       이놈 하나 잡겠다고 이틀을 소비했다.

       끝내 잡았으니 다행이지만, 이것도 엄연히 운이 도와준 덕이다.

       

       그런 만큼 빠르게 끝내고 다음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한 걸음 내디뎠다.

       

       그걸 본 녀석이 동시에 움직였다.

       

       약하게 치긴 했어도 상당한 고통이었을 텐데, 눈에는 광기가 그득하다.

       그게 나는 오히려 좋았다.

       

       ‘지금도 악인이란 뜻이잖아.’

       

       마인으로 만들어도 문제가 없는 놈.

       

       나는 그런 놈들을 좋아했다.

       그래야 내가 써먹을 때 편하거든.

       

       곧바로 내기를 끌어올렸다.

       

       ‘나중에 날뛰면 귀찮으니, 팔이나 다리 한쪽만 꺾어놓자.’

       

       그런 의도로 몸을 움직이려는데.

       

       녀석 또한 검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검강과 살기가 뒤섞인 검날.

       심지어 급소만을 노리는 껄끄러운 검로였다.

       

       적당히 피하고 다리부터 아작을….

       

       “응?”

       

       동작을 이어가려던 찰나, 눈에 무언가 들어온다.

       

       난도질하듯 몰아치는 녀석의 검로.

       이를 보법으로 피하던 때에,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아악-!

       

       반원을 그리며 흔들리는 검 끝.

       

       툭-!

       

       이를 지탱하듯 사뿐히 발끝 또한 사뿐히 내려앉는다.

       

       살기가 그득그득한 탓에 몰랐던 부분이, 지금은 유달리 잘 보였다.

       

       ‘뭐지?’

       

       저 움직임.

       

       눈에 거슬린다.

       

       보법을 틀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쉭-! 검날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핏물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파고든 탓인가, 놈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이에 멈추지 않고 검을 다시금 휘두르기에.

       

       착-!

       

       “…!!”

       

       녀석이 휘두르는 검날을 엄지와 검지로 붙잡아 고정했다.

       

       그대로.

       놈의 턱을 강하게 후려쳤다.

       

       빡-!

       

       “꺽…!”

       

       제대로 들어갔다.

       그 증거로 외마디 비명과 함께 놈이 무릎을 꿇으며 쓰러진다.

       

       쿵.

       

       딱히 부축은 안 해줬다. 

       이까짓 걸로 망가질 몸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하물며,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도 아니었다.

       나는 쓰러진 검마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이 새끼 뭐야?”

       

       살기가 가득한 검.

       천살성을 증명하는 탁한 황색의 눈.

       광기에 찌든 기운까지.

       

       분명 내가 아는 검마가 맞거늘.

       

       대체 어째서.

       

       “도문의 검을 쓰는 거지?”

       

       심지어 그냥 도문이 아닌 구파일방중 한 곳.

       청해의 수호자라 불리는 명문.

       

       ‘곤륜파.’

       

       놈의 검법은 분명 그곳의 흔적이 스며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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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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