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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5

       *** ***

         

       장이가 보부상 유씨로부터 소문을 전해받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주인장! 여기 계두국수 세 개 주게!”

         

       “주인장! 이쪽에는 경장육사! 그리고 화주도 한 병!”

         

       “예예, 갑니다요!”

         

       하루라도 놓은 적이 없는 금명월일상집을 덮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장이의 일상은 조금도 변함없이 흘러갔다.

         

       다만 작은 변화는 있었다.

         

       “금명월 대협이…”

         

       “비천마차가…”

         

       일하는 와중에도 금명월에 대한 소문이 귓가를 스치면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거나 손님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던 장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덤덤하게 한 귀로 흘렸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손님들과의 전쟁이나 다름없었던 하루가 끝나고 얼큰하게 취한 저녁 손님들마저 대부분 객실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장이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후우.”

         

       그렇게 간신히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객잔 입구에 드리워지는 사람 그림자.

         

       이 늦은 시간에 또 손님이라니 오늘은 운수가 사납군.

         

       “아이구, 어서 오십시오.”

         

       속으로 그리 투덜거리면서도 영업 미소를 지은 채 무거운 몸을 일으킨 장이는 객잔에 찾아온 이가 손님이 아니라 서점 주인인 왕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장이는 왕일과 일주일동안 왕래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아차 싶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만나 금명월에 대한 토론을 나누었던 왕일과 장이였다. 그런 이가 갑자기 일주일도 넘게 발걸음이 끊겼으니 왕일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였겠지.

         

       장이는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기왕 왕일이 객잔까지 발걸음을 했으니 술 한잔 걸치면서 앞으로는 어울리기 힘들겠다는 말을 전하기에 딱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왕일은 평온한 자신의 마음을 한번 더 확인하고는 결심을 굳혔다.

         

       어디 객잔 주인이 소문과 구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객잔 손님들은 금명월에 대한 소문을 계속해서 입에 담았다.

         

       그러나 그런 금명월의 소문들 왕일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키지 못했으니 왕일은 자신이 완전히 금명월에게 쓰던 마음을 정리했다고 판단했다.

         

       무인들이 말하던 명경지수란 이런 것이 아닐까.

         

       “자네! 자네 소식 들었나!”

         

       그리고 그런 장이의 명경지수는.

         

       “금명월 대협에 대한 소문 말인가? 늘 듣고 있지. 그보다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금명월 대협이 바로 점창파의 옥롱신협 혁기린이라는 소식 말일세!”

         

       “뭬야야아아아아아!!”

         

       호천안이 계획하고 독고영천이 심은 진짜 폭탄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 ***

         

       암룡문에서 퍼진 소문에 대한 반응.

         

       그 반응을 살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혁기린을 호갑협객공주무사로 만들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바로 서점이었다.

         

       소문이란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고 세세함이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쉽사리 변질되거나 사라진다.

         

       그렇기에 나는 위서련과 당도연에게 시간을 두고 찔끔찔끔 혁기린의 일상을 풀어낼 것을 당부했다.

         

       두 사람이 풀어내는 일상담이 책으로 엮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바로 금명월에 대한 관심이 비상한 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책은 비싸다.

         

       상질의 책은 귀중품에 가깝고 하품의 책도 충동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의 값을 자랑한다.

         

       그러니 금명월일상집을 구매한 이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금명월의 일상기록을 소유하고 싶은 자들이라는 뜻이다.

         

       안 그래도 금명월에 대한 관심이 비상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책까지 읽어서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알게 되면 떠들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니 그 근질거리는 입을 달래줄 이들을 찾게 되겠지.

         

       그리고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 이들은 어렵지 않게 담화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서점 앞이나 서점 근처의 다방에서 금명월일상집을 읽고 있는 자들 말이다.

         

       뭐 장황하게 말했지만 현대의 표현으로 요약하면 간단한 이야기였다.

         

       금명월 굿즈를 만들어 팬심이 깊은 팬들이 서점 앞에 모여서 팬덤을 이루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팬덤의 거점인 서점 앞 평상에서는 팬들간의 격렬한 언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금명월 대협이 남자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일세!”

         

       금명월을 향한 팬심이 꽤 깊은 자인지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른 산적수염의 사내가 소리쳤다.

         

       “흥, 말이 안 될 건 또 무엇이오!”

         

       그리고 그런 거구의 사내에게 지지 않고 맞서는 것은 염소수염을 지닌 깡마른 남자였다.

         

       “지금 천하에 금명월의 외형을 모르는 이가 있소이까? 그런데 옥룡신협 혁기린을 본 적이 있는 자들이 금명월과 같은 외모를 지녔다지 않소!”

         

       “이 드넓은 천하에 얼굴이 같은 이가 한 명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산적수염의 항변에 염소수염이 코웃음 치며 입을 열었다.

         

       “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오, 혁기린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언제인지 아시오? 족히 수 년이 넘었소. 수 년! 황실에서 하사받은 영약을 녹이기 위해 폐관에 들어갔다는 말이 사실이더라도 너무 긴 시간 아니오?”

         

       염소수염은 기세를 올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폐관? 중요하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혈교의 준동이 일어났을 때도 계속해서 폐관 수련을 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소? 문파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할 위기 상황에도 대사제의 직함을 지닌 이가 코빼기도 비치치 않았다니 말이오. 차라리 금명월이 되어 혈교의 준동에 맞섰다는 설이 더 납득이 가는구려!”

         

       염소수염의 말이 끝나자 서점 앞에 모여있던 팬들이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뭐, 그렇겠지.

         

       여기 모인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금명월이 귀여운 모습을 보이는 ‘여자’였기에 그 매력을 느낀 이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생각해봐라.

         

       자기가 푹 빠져서 덕질하던 여자아이돌이나 연예인이 사실은 남자였다? 상상만해도 끔찍한, 아니 무슨 생각이 들지 상상조차 가지 않을 일이었다.

         

       물론 이들이 그토록 극심한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금명월의 정체성은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아니라, 무림의 무인이자 세상을 구원한 영웅이었으니까.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일이다.

         

       “인정하시오! 금명월은 천하의 사기꾼이었소!”

         

       저렇게 흑화되어 까가 되어버린 염소수염 사내처럼 말이다.

         

       “사기꾼이라니!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구나!”

         

       기어이 드잡이질이 벌어졌다. 엉겨붙은 두 사람과 그런 두 사람을 뜯어말리기 위해 나선 이들로 서점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금 천하 곳곳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

         

       “…선배, 지금 엄청 사악하게 웃고 있는 거 알아요?”

         

       나와 함께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러 온 흑묘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런, 너무 만족스러운 나머지 미소가 새어나온 모양이다.

         

       “혁기린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이렇게 세게 치고 웃는 건 좀 어떤가 싶은데요…”

         

       “어허! 뒤통수라니. 충격 완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표현해주렴.”

         

       “네이, 네이.”

         

       흑묘가 건성으로 내 말을 흘렸지만 지금의 상황은 꼭 필요한 조치였다.

         

       자신들이 좋아하던 혁기린이 사실 남자였다! 라는 사실이 주는 충격에 휩싸여 금명월의 진짜 신분과 연고지는 상대적으로 뒷전이 되어버렸으니까.

         

       그 마법같은 효과에 비하면 잠시 혁기린이 남자였다고 착각하는 일 정도는 사소한 거 아니겠는가? 진짜로 남자가 된 것도 아니고 잠시 착각한 것뿐인데 말이야.

         

       병을 줬어도 약 발라주고 싹 나았으면 그만 아니냐고.

         

       “마음에 흉터가 남지 않을까요.”

         

       “그런 건 안 보이니까 괜찮아.”

         

       흑묘의 미적지근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 시선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서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네들 진정하게! 금명월 소저가 혁기린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렇네! 아무튼 금명월 소저가 혈교를 막아낸 무림의 영웅이라는 점도 변함이 없고 말일세!”

         

       “금명월 소저는 여자다! 남자가 아니란 말이다!”

         

       “하하하! 아직도 금명월 그 자를 소저라 부르는가! 으하하하!”

         

       저들을 보고 있자니 낙양으로 가는 길 마부석에서 했던 고민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무림인 남장여자 혁기린을 만났다. 그리고 그 후 황국의 2인자 유야 공주를 경험했고 황소월과 금명월이라는 가명을 쓴 여협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그 중 어느 이름을 쓰고 어느 역할을 수행하는 게 진짜 혁기린인가.

         

       아니 나는 혁기린을 혁기린이라고 정의해도 괜찮은 것일까. 실상 혁기린은 그 스스로를 유야 공주에 더 가깝다고 여길지도 모르고 어쩌면 황소월이 되고 싶다 여길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여러 입장과 역할을 가진 혁기린에게 과연 어떤 것이 행복이고 어떤 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나는 그런 고민을 했고, 저들도 분명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터였다.

         

       금명월이 금명월이 아니라 혁기린이었다고?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던 금명월은 뭐지?

         

       저들이 좋아하고 열광한 금명월의 면모는 과연 무엇일까.

         

       무림 영웅? 지역의 자랑? 따뜻한 일상? 소저? 그도 아니면 서공? 혹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면모?

         

       누군가는 그 답을 명확하게 내렸을 테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금명월을 믿는 산적 수염과 흑화되어버린 염소 수염의 설전을 듣고 있던 대다수의 팬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만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여전히 답을 내지 못했다.

         

       금명월이 혁기린이고, 어쩌면 남자일지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달받았는데도 말이다.

         

       그럼 뭐 별 수 있나?

         

       또 충격을 줘야지.

         

       “가자. 흑묘야. 슬슬 다음 작전 준비해야지.”

         

       “그래요. 이번 일의 꼭지만 새어 나가도 선배가 돌 맞아 죽을지도 모를 일이니 철저하게 해야죠.”

         

       나는 서점 쪽에서 시선을 떼고 슬쩍 운남 쪽을 바라보았다.

         

       결국 독고영천은 내 뒷통수를 쳤다. 뭐 물론 그 뛰어난 사파적 인성을 믿고 감안하여 계획을 짠 건 나지만 그래도 뒤통수를 맞은 건 맞은 거지.

         

       그러니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어디 똥줄 좀 타보시죠, 장인어른(진).

         

       “가자면서요?”

         

       “그래, 간다.”

         

       나는 흑묘의 재촉에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뭐지 쓸때는 분명 많아보였는데 3천 4백자밖에 되지 않는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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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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