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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5

    <545 – 믿음직스러운 편지>

     

    [외부강화소의 강화도구와 재료를 싹쓸이했습니다.]

    [훔치기 경험치+300]

     

    [감시자인 시녀장과 시녀들을 공범으로 삼았습니다.]

    [카리스마 경험치+50]

    [포섭 경험치+50]

     

    [당신은 일시적인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즉사내성 경험치+15]

     

    [당신은 자신이 직접 계획실행을 의식하지 않고도 제국황제를 죽이고 교체하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대작전 성공보너스로 경험치 상승단계가 최대치로 폭증합니다.]

    [자동 경험치+1000]

    [포섭 경험치+200]

    [카리스마 경험치+100]

     

    [황제의 측근 및 혁명군 수뇌부가 매스각키 황녀를 옹립하기 위한 당신의 숨은 공훈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카리스마 경험치+300]

    [친절한아이 경험치+30]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모든 사건을 계획한 황제살인과 정권교체의 흑막입니다. 그런 트랜디한 당신에게 특별한 칭호가 주어집니다.]

     

    *몰루노디* : 당신이 계획했지만 관리하지 않는 사건을 실행하려는 조력자들은 언제나 몰루노디의 혜안을 떠올리며 확신을 품고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보유효과 – 작전성공확률 10% 증가]

    [장착효과 – 작전성공확률 20% 증가]

     

    나만 빼놓고 다들 이렇게 즐긴 거냐며 세상 서러워지던 슬픔이 쏙 그쳤다.

    몰루노디…?

    와! 새 칭호다!

    그것도 이름을 보면 내 전용칭호야.

    히히, 신난다!

     

    [몰루노디 칭호를 장착합니다.]

     

    “오늘부터 난 몰루노디야!”

    “진짜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

     

    즈앙의 핀잔도 더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몰루노디니까!

    신이 난 내 모습에 황제가 피식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펜을 주겠나.”

     

    어둠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카시이네 시종장이 잉크와 깃털펜을 내밀었다.

     

    “그러실 것 같아서 이미 준비해두었습니다. 후후.”

    “자, 약속대로 금서보관소에 입성하도록 하지.”

     

    특별한 잉크로 적신 깃털펜으로 금서보관소 출입명부에 이름을 작성한다.

    황제가 깃털펜을 내려놓자 공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어디선가 사각, 하는 페이지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차원의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최상위금역 : 금서보관소에 입장했습니다.]

     

    몸만 가면 들어갈 수 있는 외부강화소나 금기연구소와 달리, 내부강화소처럼 특별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금서보관소!

    입장 자체도 놀라운 업적이기에 자연스럽게 기능경험치가 올라갔다.

     

    [새로운 파파를 졸라서 금서보관소에 들어온 당신, 영락없이 남자실격이군요. 하지만 양녀로서는 합격일지도 모릅니다.]

    [재촉하기 경험치+30]

    [재롱부리기 경험치+30]

    [친절한아이 경험치+3]

     

    수많은 페이지가 실내 바닥용 타일처럼 격자 형태로 이어진 공간.

    즈앙이 언데드교관을 마주할 때처럼 경직된 얼굴로 호다닥 여우가면을 쓰고 내 뒤에 한 걸음 간격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평상시라면 풉풉 웃으며 놀려줄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그럴만한 장소가 못 됐다.

     

    “위험하니까 멀리 가면 안 돼!”

     

    엔드컨텐츠에 다가가면 접근할 수 있는 장소답게 금서보관소는 보통 위험한 곳이 아니다.

     

    ‘종말이벤트가 터진 NPC들의 해결책을 찾는 주된 공략장소 중 하나가 금서보관소일 정도이니까.’

     

    황제의 묵인, 특별한 깃털펜과 잉크, 위험을 함께 맞설 동료까지 수많은 준비가 필요하기에 입장 시기는 보통 3학년 2학기 이후.

    거칠게 뜯겨진 페이지가 접혀 검이나 활의 형태를 취해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모습에 즈앙이 뒤늦게 호기심을 품고 손을 뻗었다.

    나는 냉큼 손바닥으로 즈앙의 손등을 때렸다.

     

    “그거 만지면 큰일 나!”

    “왜?”

    “접촉자를 살해하는 마검의 전설이 적힌 페이지면 마검이랑 싸워야 해!”

    “저쪽의 종이식탁은?”

    “앉은 사람의 발목을 묶고 어떤 음식이든 다 먹지 않으면 손님을 식사로 만드는 시험의 식탁일지도 모르는걸?”

    “…결심했어. 여기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을 거야.”

     

    좋은 생각이다.

    아카데미 도서관은 사서가 있어서 카테고리 정리라도 되고 검색만 잘하면 위험한 책은 피할 수 있지.

    금서보관소는 사서가 없어서 책들이 지들 멋대로 개판을 치고 있는 극도로 위험한 장소다.

    당장 즈앙이 손을 뻗는 것을 막았지만 우리를 발견한 종이인간 몇이 뒤뚱뒤뚱 기괴한 걸음걸이로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따악.

    콰지직.

     

    물론 황제의 심기를 거스른 종이인형들은 근처까지 접근하기도 전에 거인에게 짓밟히고 쥐어뜯긴 것처럼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흩어졌다.

    찢어진 종이에서 뭉클뭉클 흘러넘치는 피를 보며 즈앙은 아예 내 어깨에 매달렸다.

     

    “금서보관소는 넓다. 짐이 황제로 제위한 이래로 세계 곳곳에서 불온서적을 닥치는 대로 모아다가 집어넣은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지.”

    “책의 취급이 너무 험해요! 미리 정리정돈도 하고 살아야지 칠칠맞게 그러면 어떡해요? 고인물은 인벤토리도 카테고리별로 딱딱 나눠서 보관한다고요.”

    “크하하! 재단의 아이가 이토록 정리정돈에 자신이 있다니, 이사장도 참으로 뿌듯하겠구나.”

    “이제는 황제님의 딸이기도 해요!”

    “암, 그렇고말고. 이사장이 정리정돈을 가르쳤다면 짐도 살면서 유익할 기술 하나를 알려주지.”

     

    우왕, 보너스기능이다!

    랜덤파파 NPC나 스승NPC와 함께 다니면 가끔 기능을 전승받거나 아이템을 물려받는 이벤트가 생기는데 우연히 황제의 옆에서 기능전수가 발동했다.

    얼마나 엄청난 기능을 배울 수 있을까.

    <짓누르기>?

    <쥐어뜯기>?

    <차원방벽>?

    <즉사선고>?

    기대감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내 앞에서 황제가 전방으로 한 손을 내밀었다.

     

    “어지럽히기.”

     

    폭탄이 터지듯이 팡 터지는 공기에 사방팔방 칼바람이 일어났다.

     

    끼이익, 쿵!

    와르르르르!

     

    무거운 책장이 넘어가며 책들이 쏟아지고 수많은 페이지가 찢어지고 터지고 짓눌리고 구르고 기어 다니는 소음이 펼쳐졌다.

     

    “으앙. 더 어지럽히면 어떡해요!”

    “정리란 흐트러지고 뒤죽박죽이 된 것을 바로잡는 행위. 하지만 바로잡는다는 개념은 하나의 기능을 장악한 신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행위이지.”

    “헉. 그럼 어지럽히기를 극한으로 연마하면?”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정련된 기능, 한 기능에 대한 지배력을 <어지럽히는 행위>가 가능하다.”

    “와! 대박기능!”

     

    선황이랑 이렇게 오붓하게 대화 나누는 루트는 없어서 몰랐는데 어지럽히기처럼 굉장한 기능이 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다.

    하긴 그렇잖아?

    보통 기능은 도움이 되는 것, 유익한 것을 익히지 어지럽히기처럼 부정적인 페널티 느낌이 드는 기능을 굳이 찾아서 연마하진 않으니까.

    고인물의 함정.

    효율의 함정.

    게임을 열심히 할수록 알아차리기 힘든 기능이기는 했다.

     

    “헉. 그럼 황제님이 국정을 어지럽히며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것도?”

    “전쟁만 막으면 되었지, 세상이 굳이 정숙한 교회처럼 정련되어 신들이 각 구역을 나누어 가지기 좋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

    “우와아앙! 황제님 짱이다! 완전 멋져!”

     

    삼대거악의 숙적으로 여겨지던 황제에게 이런 뜻밖의 면모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의 진가는 한쪽 면만 보고 평가할 수 없다더니, 황제의 진가는 상위종과의 대결에 있나 보다.

     

    [당신은 그저 빈 책장에 사람을 종이로 만들어 채워 넣고 싶을 뿐이었던 외로운 종이책장을 가혹하게 밀어서 넘어뜨렸습니다.]

    [어지럽히기 경험치+1]

     

    [불쌍한 의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당신은 앉은 사람을 치매로 만드는 사소한 부작용이 있을 뿐인 종이 의자의 다리를 부러뜨렸습니다.]

    [어지럽히기 경험치+1]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던 소년소녀들의 영혼이 깃들어 사람을 공중으로 집어드는 종이비행기구가 다크프린세스의 종이전투기에 격추당했습니다.]

    [어지럽히기 경험치+1]

     

    편파적인 판정을 하는 알림창을 무시하고 열심히 어지럽히기를 단련하며 놀고 있는데 황제가 물었다.

     

    “즐겁게 노는 건 좋다만 목적을 잊은 건 아닌가?”

    “헉! 잠깐 까먹었어요. 확정강화권은 못 참지!”

     

    그래도 한바탕 금서보관소의 금서들을 약올려준 덕분인지 사방에서 종이로 된 탑승물에 탄 종이인간들이 군세를 이루며 달려왔다.

    대지가 요동치더니 서있는 땅에서는 날카로운 가시형태의 종이가 솟구치고 길이 점점 종이의 날처럼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인간의 연약한 정신은 단번에 난도질하고도 남을 잔혹한 금서보관소의 실태!

     

    [종이접기의 티테이블]

    [인간수확의 오두막]

    [퇴로, 마검거치대]

     

    금서들은 영리하게 발을 딛고 쉴 수 있는 장소를 몇 만들었다.

    하나같이 금서를 펼쳐보거나 금서의 뜻대로 휘둘려야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잠깐은 쉬게 해줘도 조금만 지나면 본색을 드러내고 제 뜻대로 사람을 휘두르려 들겠지.

     

    “씁. 선배님한테 그러면 못 써!”

     

    건방진 금서들에게 <공략의 서>를 보여주자 금서들이 주춤거리며 안전지대를 뒤로 물렸다.

     

    -“정말 강력한 금서군.” 종이접기의 테이블이 말했다.

    -“저런 건 수확할 수 없어.” 인간수확의 오두막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뭐야 저게. 무서워. 나 도망갈래.”

     

    금서영역 위에 사각사각 떠오르는 문장들!

    공략의 서의 흉험함에 놀라 금서들이 달아나기 시작하니 수색작업은 한층 편해졌다.

    그렇게 금서보관소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가며 탈탈 털어대니 마침내 목표로 하던 <확정강화권>을 한 장 찾아낼 수 있었다.

     

    “강화권을 찾았으니 앞으로는 어쩔 셈이냐.”

    “한 장만 더 찾다가 즈앙네 집에도 함 놀러갔다가 아카데미에 돌아가려구요. 황제님은요?”

    “가고 싶은 곳까지 태워주마. 권력을 잃은 황제와 같이 다니기는 싫으냐?”

    “설마요! 마부가 힘을 숨김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크하하하! 선황이 마부 노릇을 하면 힘을 숨겼다고 볼 수도 있지.”

     

    그렇게 우리는 얼마간 더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맞다. 즈앙!”

    “왜?”

    “티토소가한테 안부인사는 해두어야겠지? 괜히 나 때문에 걱정할까봐 걱정 돼!”

    “일주일 전부터 우리가 없어진 걸 깨닫고 으앙앙앙 울고 있긴 하겠네.”

    “일주일이 아니다. 짐의 마차는 내부와 외부의 시간이 다르니, 실제로 지난 시간은 하루에 불과하다.”

    “아항. 그래서 일주일이나 늦게 깨어났구나!”

     

    어쩐지 상태이상 지속시간이 너무 길더라.

    하루 정도면 아직 으앙앙앙은 아니고 히끅히끅으로 참을 수 있겠지.

    울보소가를 돌보고 있을 매스각키나 제국에 놀러 온 모두가 걱정하기 전에 겸사겸사 다 함께 볼 수 있는 안부인사를 적어둬야겠다.

     

    “편지 보내게?”

    “응. 뭐라고 적을까?”

    “안심할 수 있는 말을 해줘야겠지.”

     

    그렇구나.

    안심이라… 역시 강한 사람이 곁에 있음을 어필해야 좋겠지?

     

    “깃털펜 빌려주세요!”

     

    황제의 깃털펜을 빌려서는 금서보관소에서 득템한 텅 빈 금서페이지에 글자를 적었다.

     

    모두들 안녕.

    전 잘 지내고 있어요.

    황제님이 곁에서 보살펴주고 계세요.

     

    대충 그런 내용을 적었다.

    음, 내가 봐도 정말 믿음직스러운 내용이야.

    티토소가도 안심하고 울음을 뚝 그치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괴당한 아이의 생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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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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