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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6

       

        

        

        

        

        

        

        

       “유진 씨! 여기 봐주세요!”

        

       “메카비얌은 살아있다-!”

        

       “이번에 셋째도 새로 들이신 건가요!?”

        

       “다들 제 말을 들을 생각이 1도 없나보군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라흐타 센터.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이 인상적인 브리핑 룸 내부에 무려 수십 명 가량이 모였다. 하모니와 다이스를 포함한 스무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그 뒤의 코치와 스태프, 그리고 연단에 서있는 나까지.

        

        이제는 꽤나 익숙한 전경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연단에 서있는 이유를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뜻은 또 아니었다. 오히려 아시아 예선전 첫 날이 끝난 후 반쯤 끌려온 것에 더 가깝겠지.

        

        각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분석하고 장단점을 간단하게 언급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어코 나를 여기 세워 덕담 한 마디를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를 뱀 모양 토템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이쯤 되면 신앙이다, 신앙.

        

        

        요 2년 가까이 이런 기회를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이제 내 몸뚱아리는 이런 거엔 떨지도 않는다.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저 친구들을 진정시킨다. 아주 그냥 얘네들이 내 사생팬인지 아니면 여기 경기하러 온 사람들인지를 모르겠네. 물론 평범한 선수들을 전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정도로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긴 했지만.

        

        아무튼, 저들이 할 말이야 뻔할 뻔자였다.

        

        

        

       “어차피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절 세운 이유도 잘 알고 있어요. 디브리핑 및 피드백이라니, 메카 비얌들도 안 믿을 소리를…그냥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듣고 싶을 뿐이잖아요?”

        

       “헉,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유진 쌤도 그거 알고 여기 온 거잖아요!”

        

       “…윽.”

        

        

        

        부정은 못 하겠다.

        

        아무튼, 딱히 문제가 되는 것도 없었다. 어차피 여기 모인 선수들 중 태반…도 아니고, 거의 네다섯 명을 제외한 전원이 작년에도 이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들이었고, 다시 말해 내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피드백을 건넬 수 있는지를 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 아래층, 혹은 위층에 머물고 있는 타국 선수들은 진짜 디브리핑을 하고 있겠지만…뭐어, 나도 여기 도착한 지 고작해야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 일부터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해외를 싸돌아다니는 건 은근히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는 일이었으니까.

        

        

        잡생각은 끝이었다.

        

        이제 슬슬 저들이 원하는 당근을 던져볼까.

        

        

        

       “보나마나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메카 비얌들이겠죠. 혹시 이 중에서 다크 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공지사항을 못 본 사람은 있는지?”

        

       “….”

        

       “다들 없나보군요. 아무튼 여러분들이 본 그게 맞답니다. 실제 게임 속에서 데려왔지요. 디즈니 월드가 보관하고 있는 홀로그램 접목-휴머노이드를 사용해서 신규 인커젼 광고를 하기로 결정됐고, 저는 그에 응한 거구요.”

        

       “그럼 나중에 진짜로 메카 유진이 나오나요!”

        

       “듣기로는 이카루스 측은 메카 유진을 다크 존의 제2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예정이라고 하니, 아마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얼굴마담으로 세우는 것과 출시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의외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은근히…저 메카 유진이 말 그대로 나를 통째로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결국 출시고 나발이고, 그 모든 건 내 결정 하에서 이뤄지는 거란 말이지.

        

        아무튼 구태여 지금 당장 그 점을 상기시켜줄 생각은 없었고, 이 자리에 모인 이들도 그 부분보다는 조금…다른 방향에 관심이 쏠려있었으니, 그쪽으로 넘어가보도록 하자.

        

        아마 모두가 가장 궁금해할 그것.

        

        

        하모니가 손을 들었고, 이어 물었다.

        

        

        

       “이번에 나온 셋째도 다음 주 즈음에 새로 나올 인커젼에서 포획…아니, 아군으로 전향시킬 수 있나요? 선생님?”

        

       “글쎄요. 일단 확실한 건 해봐야 알겠죠. 저는 잘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꼭 그렇게 될 보장은 없지 않을까요.”

        

        

        

        그리 말하자 모두의 표정이 말 그대로 알쏭달쏭해졌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역질문. 하지만 진과 레인의 경우가 있으니-라고 생각하던 하모니와 다이스조차 그 뒤에 내가 덧붙인 말에 무어라 말해야만 할지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나로서는 그 반응을 정정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올리비아에게는 이미 한 번 말한 적이 있었다. 불붙은 당나귀 작전을 통해 무사히 구출한 저쪽 세계가 ‘정사’라고 하더라도, 다크 존이라는 게임 상에서는 그것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이다.

        

        거기다가-

        

        

        

       “저조차도 신규 인커젼이 어떤 스토리를 내놓을지는 모릅니다. 의외로 흔한 일이죠.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때도 마찬가지였고…저는 스토리에 관여하는 입장은 아니거든요.”

        

        

        

        나도 이번에는 들은 게 없단 말이지.

        

        물론 지난 번에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스토리를 한 번 생각해보자면…아마 인게임에서는 마브가 따로 탈출할 마음을 품지 않았고, 데드맨 스위치를 통해 이전된 아르테미스의 목표를 그대로 수행하는 느낌으로 하지 않을까.

        

        그리 된다면 아마 마브는 별 반전 없이 최종보스로 나올 거고, 아마 나중에 파괴한 뒤 회수하거나 해서 아군으로 전향시킬 수도 있겠지. 거기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고.

        

        당연하겠지만, 이 모든 걸 전부 선수들에게 전부 말하지는 않았다. 대략 ‘셋째가 최종보스로 나오지 않을까요?’하는 정도만 말했다 정도.

        

        

        반응은 꽤 여러 가지였다.

        

        

        

       “…아니, 근데. 최종보스를 그렇게 홍보용으로 끌고 나와도 괜찮은 거예요?”

        

       “저는 딱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그렇게 따지면 진이랑 레인도 한때 최종보스로 여겨졌던 적이 있단 말이지.

        

        엄밀하게 따지자면 진과 레인은 마브와는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뭐어, 진지하게 물어본 질문이라고 하기도 뭐했기에 그닥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지금 하나둘씩 튀어나오는 질문들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요컨대 슈퍼겁쟁이들의 쉼터급 물음이었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뭘 다들 그리 빙빙 돌려서 말하나요. 다들 메카비얌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요. 일주일 정도만 참아요.”

        

       “엣.”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미확인구역 탈출에서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를 클리어한 이들에게는 대거 팀, 레이저 팀, 그리고 메카 유진과의 대화에서 별도의 추가 상호작용이 가능하니, 만약 좀 더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 그쪽을 건드려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그와 동시에 하모니와 다이스의 눈이 반짝거린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지난 번 카토와의 대화에서도 얼추 말한 적이 있었지만, 말살 난이도의 작전을 클리어한 사람은 뭔가가 또 있을 예정이니 걱정 마시길.”

        

       “오예-!”

        

       “메카비얌 너무 좋아…히히….”

        

        

        

        하모니, 다이스, 그리고 블루밍까지.

        

        아주 그냥 입가의 미소가 귀까지 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예상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문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리 생각해보니 뭔가 다크 존 공식 관계자를 데리고 질의응답이라도 하는 것 같긴 한데…사실 이 친구들이 날 이 자리에 세워놓은 것도 간만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런 거였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게임 이야기, 디즈니 월드 방문 이야기, 스나이퍼 컴페티션 이야기. 어쩐지 큰 영양가는 없는 것 같지만 다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놨다.

        

        가령-

        

        

        

       “…자, 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송출했던 스트리밍 중 이 장면에 주목해봅시다. 보다시피 초장거리 저격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만 하는데….”

        

       “근데 유진 씨는 날아오는 총알도 가끔 피하지 않나요?”

        

       “아잇, 진짜.”

        

        

        

        하필이면 사실이라 할 말이 없네.

        

        팩트로 가슴을 콕콕 찔려버린 탓에, 나는 다이스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계속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했다 – 가령 디즈니 월드 때는 휴식의 중요성이라든지, 게임 이야기 때는…그건 딱히 할 말이 없었고.

        

        이걸 과연 디브리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토크쇼가 아닐까. 사실상 디브리핑은 1시간 20분 가량 이어진 썰풀기의 마지막에 이어진 ‘나중에 개별 채팅방으로 피드백을 전송하겠다’정도만의 말을 남긴 채 끝을 맺게 되었다.

        

        편한 옷을 입은 채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선수들을 뒤로 한 채 내 방으로 향하고 있었을까.

        

        

        

       “아, 맞다. 유진 씨,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가요?”

        

       “그러게요. 무슨 편지 같은데…명함도 하나 건네주더라고요. 캠프 헨리인지 뭔지에서 나왔다나 뭐라나요. 저는 어디 유진 씨랑 관련 있는 군부대에서 온 줄 알았어요.”

        

       “그걸 그냥 받았어요? 뭔지 모르는데?”

        

       “아니, 뭐어. 목에 라흐타 센터 임시 출입증도 걸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저 아래에 있는 소포분류실에서 받은 거거든요, 이거. 방사능 검출 확인이나 뭐 이상한 검사까지 다 끝낸 다음 받은 거라 뭐 이상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뭔가 기밀 같은 거 들어있어서 그런 건가 싶었거든요.”

        

       “…기밀이라, 뭐어. 어떻게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E PLURIBUS UNUM, 여럿이 모여 하나.

        

        백색의 종이 아래에 아주 흐릿하게 찍혀있는, 어지간히 눈썰미가 좋지 않으면 볼 수조차 없는 독수리 문양.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며 다이스 몰래 편지를 이카루스 기어로 스캔했고,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덧붙였다.

        

        

        

       “고마워요. 아, 그리고 벽면에 가득 붙어있는 포스트잇도 봤어요.”

        

       “아, 그거 봤어요? 뭐라 쓸지 엄청 고민했는데 하루이틀 후에 온다고 해서 그냥 짧게 적었어요. 뭐라 썼는지 봤어요?”

        

       “그러면 안 봤을까요. 메카 비얌한테 그만 좀 매달려요. 그러다 꼬리 닳겠어요.”

        

       “히히.”

        

        

        

        그리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며 편지 내부에 적혀있던 아주 짧은 글귀를 홀로그램으로 확인했다.

        

        발신인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미 대통령 선거 당선자.

        

        내용은….

        

        

        

       ‘…이 사람은 뭔 밥 한 번 먹자는 걸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

        

        

        

        12월에 만나서 저녁식사라도 한 끼 하자는 말 하나 하려고 사람을 여기까지 보내다니.

        

        하여간 요상한 사람이었다.

        

        

        

        

        

        

        

        

        

        

        

        

        

        

        

        

        

        

        

        

       “자, 민아. 최근 유산소 운동이랑 근력 운동을 손대면서 체중이 변화하고, 거기에 더불어 자세가 교정되니, 평소보다도 군홧발소리가 크죠? 군화를 따로 바꾸지는 않은 걸 보니 기동 간 소음 발생에 좀 더 유의하길 바랄게요.”

        

       “…엣, 어음.”

        

       “다음은 다이스. 상대방이 몇 발을 쐈는지 잔탄을 세는 버릇은 어지간하면 버리세요. 링크탄이 물려진 건 딱 보면 알지만, 상대방이 확장 탄창을 사용하는 경우 된통 얻어맞을 수 있고, 긴박한 교전 상황 중에서 보기 어렵거든요.”

        

       “그게 보여요?”

        

       “안 보였으면 이 자리에 못 앉아있겠죠.”

        

        

        

        실로 오래간만에 유진스쿨-피드백 타임.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뱀 잠옷을 입고 있는 두 명의 취침 시간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주어야만 하는 피드백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는 꽤나 유명무실한 이야기가 됐지만, 내 첫 번째 공식 직장은 SSM의 임시 코치였다. 남을 분석하다 못해 낱낱이 뜯어보는 게 나의 임무였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은…택틱 분석은 내가 해야 하는 기나긴 업무 목록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됐지만, 막상 이렇게 기회가 다시 주어지니….

        

        꽤 재밌네, 이거.

        

        어쩌면 이제는 인정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남을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찾는 사디스트의 자질이 있었을지도 모르겠-

        

        

        

       “또 이상한 생각 하죠, 유진 씨.”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거짓말. 유진 씨는 딴생각할 때면 눈동자가 아래로 가라앉고 무표정으로 변한다구요.”

        

       “그렇게 말해도 안 속아요.”

        

       “앗.”

        

        

        

        기초적인 유도심문에는 낚이지 않는다.

        

        역시 유진 씨…같은 바보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 두 명을 뒤로 한 채 계속해서 영상에 집중. 역시 사람이 직접 움직이면서 하는 행위는 언제 봐도 고칠 점이 한두 가지는 나온다. 아마 여기에 새끼 비얌들이 아니라 로건, 로렌티나가 있어도 서로 한 마디씩은 피드백이 나왔겠지.

        

        그렇게 한두 개씩 튀어나오는 거스러미들을 대패로 살살 밀거나 사포로 갈아버리는 게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영상을 계속해서 분석하며 덧붙였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민아랑 예린이가 있으니 훨씬 편하긴 하네요. 한 번 제대로 가르쳐놓으니 두 명을 기준으로 다른 선수들이 어떤 면에서 미흡한지를 분석하는 게 엄청 간단해졌단 말이죠.”

        

       “아…생각해보니 그, 뭐라고 했더라. 수렴진화? 그거랑 비슷한 건가요?”

        

       “그렇죠. 목표점과 기준을 한 번 정해놓는 순간 비교분석이 훨씬 편해진다고 해야 하나…아무튼 그런 느낌이네요.”

        

        

        

        내 아래에서 배웠다는 것.

        

        같은 걸 알고, 같은 걸 보며, 같은 것을 신경쓴다.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이 끝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국의 분석가들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있을 거고, 동시에 알고 있겠지.

        

        하지만 때로는 알아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법이었다. 이번 년도에도 타국 친구들이 민아와 예린이한테 신나게 궁둥짝을 걷어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했고.

        

        잠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빠졌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진 씨는 저희 경기 준비할 동안…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하실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죠. 경기할 때는 제대로 보게 되겠지만, 그 이외의 시간은 아마…그렇지 않을까요. 아니면 여기서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손댈 수도 있고.”

        

        

        

        엄밀하게 말하자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꽤 휴식을 즐길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디즈니 월드에서는 뭘 했냐-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건 사실…꽤 강행군이지. 애초에 오전 6시 반 즈음에 일어나서 7시 반까지 스튜디오로 향하고, 해가 질 때까지 테마파크를 싸돌아다닌 걸 휴식이라 할 수 있기나 할까.

        

        스나이퍼 컴페티션과 디즈니 투어도 끝났고, 사실 아직 시차 적응도 조금 애매한 상황이었으니, 시간이 있으면 외부를 돌아다니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호텔에서 숨만 쉬고 밥만 먹는 삶을 보낼지도 몰랐다.

        

        게다가 성당 같은 곳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바깥에는 언제 그칠지 모르는 눈폭풍까지 내리고 있으니….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와중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

        

        사실 생각이라기보단 잊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던 것에 가까웠기에, 나는 침대 위에서 하하호호 떠들고 있는 두 명에게 영상 메시지를 각각 전송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니, 엄멤메. 이게 뭐야. 이거 설마…영상편지에요!?”

        

       “와! 메카 비얌이 영상편지를 보냈어-!”

        

       “셋째는 없어서 좀 아쉽겠지만, 그건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거라 양해해줬으면 좋겠네요. 지난 번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말살 난이도를 클리어한 사람에게만 한정적으로 발송되는 거니까, 얌전히 잘 간직하고 있으세요.”

        

       “아유, 물론이죠. 아, 진짜 진이랑 레인 너무 기엽다아….”

        

        

        

        반은 사실이었지만 반은 거짓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블루밍과 카토에게도 전송되었겠지. 로렌티나와 로건은 얼마 전까지 같이 다니기까지 했으니 딱히 영상편지를 보내줄 필요는 없었고, 그런 걸 하지 않아도 원할 때 나한테 문의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을 터였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덧붙였다.

        

        

        

       “내일도 잘 할 수 있죠?”

        

       “와, 비얌파워 풀충전…내일 1등 못 하면 메카 막내들 앞에서 도게자할-으브브!”

        

       “누가 그런 것까지 하랬어요.”

        

        

        

        이제는 적응될 법도 하건만, 아직도 생경하기 그지없는 다이스의 헛소리를 응징. 그 옆에서 킬킬대는 민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첫 날은 실로 바보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올 것이 왔다, 얘들아. 내 수명은 앞으로 일주일밖에 안 남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비얌이 맹하니 있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릴 줄 알았냐고 ㅋㅋ

       -?? : 정산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카토그래퍼….

       -얘는 뭘 봤길래 이러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 남들은 돈주고도 못하는거 유진스쿨에 공짜입학했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풉키풉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 그로부터 7천 킬로미터 떨어진 동아시아의 한 반도.

        

        카토의 목을 향해 드리운 대낫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밥한번먹자(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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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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