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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6

       *** ***

         

       독고영천은 호천안의 부탁을 듣는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금명월의 인기를 깎아내리기 위해 금명월이 점창파의 혁기린이라는 소문을 퍼트려달라.

         

       사파의 거두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던 악독한 발상!

         

       어디 호천안과 혁기린이 보통 사이인가? 함께 사천성의 산적들을 토벌하고 그 공로로 황실까지 같이 다녀온 친우라 할 수 있는 자였다.

         

       그렇다면 점창파와는 또 어떤 사이인가? 당시 호천안이 점창파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시점부터 정체되었던 무공경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으니 점창파에서 어떤 식으로든 무공수련을 했다는 사실을 유추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황소월의 인기가 너무 뜨겁다는 이유로 그런 혁기린과 점창파가 곤혹을 치룰 수 있는 방책을 떠올리고 그걸 실행하려 하다니?

         

       황소월이 곧 혁기린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짐작하지 못할 독고영천에게는 호천안이 인두겁을 쓴 악마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제 이득을 위해서는 친분이 돈독한 두 사람과 한 문파를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악마같은 놈은 분명 훗날 암룡문을 집어삼키려 들 것이다!

         

       그리 판단한 독고영천은 살짝 계획을 비틀었다.

         

       그리고 독고영천이 살짝 비튼 계획은 그야말로 폭탄이 되어 천하에 떨어졌다.

         

       금명월이 사실은 점창파의 혁기린이다.

         

       혁기린이 사라진 이후 금명월이 나타났다는 점. 사천 출신인 호천안의 일행이라는 점. 그리고 혁기린과 금명월의 생김세와 신장이 동일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닮았다는 점 등이 주요 근거였고 그 위에 은근슬쩍 암룡문이라는 단어까지 더해지니 설득력은 배가 되었다.

         

       이 소문이 점창파나 황소월을 견제하기 위해 지어낸 모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 이 소문들이 사실무근이었다면 황소월이나 점창파가 암룡문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기에도 충분한 명분이었으니까.

         

       이 소문이 사실이기에, 시시비비를 밝히면 결국 승자가 될 것은 암룡문이기에 암룡문이 이 소문을 퍼트렸다.

         

       세인들은 그리 판단했고 이 소문을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라고 받아들였다.

         

       여기까지는 독고영천이 의도한 바 그대로 흘러갔지만.

         

       그 소문을 사실이라 여긴 세인들의 반응은 독고영천이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금명월이 제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이들.

         

       금명월이 절대 여자가 아닐 것이라고 부르짖는 젊은 청년들.

         

       구파일방의 일좌인 점창파의 대제자가 대체 무슨 기행을 벌이는 거냐고 꾸짖는 노인과 유학자들.

         

       금명월이 남자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혼란에 빠진 아낙네들을 설득하는 부녀자들.

         

       그리고 소문이고 뭐고 서공은 귀엽다며 여전히 서공 인형을 쥐고 골목을 뛰어다니는 어린이들까지.

         

       그야말로 혁기린이나 금명월이라는 단어만 튀어나와도 그 장소는 곧바로 의견이 난립하는 투기장이 되어버릴 지경이었으니 그야말로 천하가 불타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하의 반응이 독고영천의 예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격렬했으니 응당 그 소문의 불똥을 뒤집어 쓰는 자 역시 독고영천의 예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독고영천의 예상대로라면 소문의 불똥을 뒤집어 쓴 자들은 후일 나타나야 할 혁기린과 금명월이여야 했으나 세인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혁기린과 금명월의 해명을 기다리는 대신 그들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바로 금명월의 일상을 풀어대던 위서련과 당도연을 찾아간 것이다.

         

       금명월은 정말로 혁기린이고 남자란 말인가!

         

       그 사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눈 뒤집힌 청년들이 천하 각지에서 몰려들었고 비천마차와 위서련은 그야말로 횡액을 맞이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횡액을 뒤집어 쓴 것은 위서련 뿐이었다.

         

       “야, 튀자.”

         

       “하하하하! 천하인들과의 추격전이라! 이 또한 재미있겠군요!”

         

       비천마차는 사람을 피해 도망치면 그만이었으니까.

         

       “진실 아니면 죽음을!”

         

       “말해주시오! 금명월이 여자라 말하란 말이오!”

         

       “…이런 미친.”

         

       반면 위서련은 눈을 까뒤집고 달려드는 남정네들을 상대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한 두 명이면 몰라도 수도 없이 달려드는 이들을 모두 쓰러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정체를 숨길래야 숨길 수도 없는 붉은 눈과 백 장 밖에서도 느껴지는 흑룡기를 지닌 위서련은 은신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위서련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단 하나뿐이었다.

         

       “잠시 신세를 지겠다.”

         

       바로 암룡문으로 도망치는 것.

         

       “천하에 나도는 소문이 완전히 사실무근은 아닐 터. 아니 설령 사실무근일지라도 그대의 문파 때문에 내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으니 불만은 없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암룡문의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언짢은 눈으로 자신을 연신 째려보던 위서련이 사라지자 독고영천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천안 그 자의 계획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나…”

         

       소천마 위서련.

         

       위서련은 그냥 천하를 돌아다니며 딱밤이나 쏘고 도박이나 하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아니 실제로 그러한 한량이지만 그와 동시에 실질적인 천마신교의 1인자나 마찬가지였다.

         

       천마 위지천은 모산대전에서 허공답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

         

       그렇다면 모산대전이라는 큰일이 마무리된 지금 위지천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천마신교를 다스리는 일? 중원으로서의 확장?

         

       물론 그러한 일들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위지천에게는 위지천만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위지천의 지상과제는 자신이 개척한 전인미답의 경지를 후세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그 경지를 무공이라는 틀로 엮어낼 수만 있다면 작금의 한 세대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러한 무공이 진짜로 편찬된다면 그 수혜를 누릴 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소천마 위서련.

         

       소천마 위서련은 그 신공을 쥘 것이고 그 신공을 바탕으로 전성기의 천마신교를 이끌게 되겠지. 그러한 천마신교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는 독고영천 역시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무조건 친분을 다져야 할 대상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런데 그런 위서련의 도박 기행을 망쳐버리며 나쁜 인상을 남겼으니…천마신교와 교분을 트기 위해 이번 일을 실행했던 독고영천 입장에서는 그저 손해뿐인 일이 되었다.

         

       천마신교의 2인자이자 미래의 1인자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혀버렸는데 호천안의 소개가 무슨 소용일까.

         

       한숨을 내쉰 독고영천은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고민했다.

         

       소천마 위서련이 다시 도박기행을 나서기 위해서는 금명월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거나 아니면 금명월의 인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위서련이 품은 암룡문의 인상은 나빠질 테니 빠르게 지금 상황을 끝내야만 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호천안과 계약을 했으니 암룡문이 퍼트린 소문이 가짜라고 공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점창파에서 일을 수습해 주면 좋겠지만…그럴 리는 없겠지.’

         

       혈교의 준동 때에도 점창파는 혁기린의 폐관을 풀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해야 헛소문에 불과한 이번 일에 혁기린을 끄집어낼까.

         

       혁기린이 세인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긴 하겠지만 결국 혁기린이 폐관을 깨고 나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모두 사라질 소문에 불과하다.

         

       게다가 혁기린이 폐관을 깨고 나왔을 때 천하의 이목을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 테니 점창파의 입장에서는 악재라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저런 수를 고민해보던 독고영천의 생각은 결국 한숨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어쩔 수 없군. 소문이 진정될 때까지 도박사들을 초빙해 소천마를 달래는 수밖에…”

         

       결국 시간을 벌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독고영천이 수하들을 불러 운남의 도박사들을 싹 긁어 모으라는 지시를 내리려던 때였다.

         

       “문주님! 큰일 났습니다!”

         

       이건 또 뭐야.

         

       안 그래도 그 심기가 복잡하기 짝이 없었거늘 수하가 호들갑을 떨면서 나타나자 독고영천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무엇이냐? 소천마께 혹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겼느냐?”

         

       “금명월에 대한 새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뭐라?”

       또 소문이 다른 방향으로 뒤틀렸단 말인가? 독고영천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말해봐라.”

         

       “금명월의 정체가 악양에 나타났던 순안감찰어사라 합니다!”

         

       “…뭐?”

         

       “뇌검낭인인의 일행인 소연화와 호남태수가 갈등을 빚었을 때 호남태수를 처벌했던 그 순안감찰어사가 바로 금명월이랍니다!”

         

       “아…”

         

       독고영천은 수하의 연이은 보고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현재 점창파의 혁기린이자 남자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금명월.

         

       그런 금명월은 자신의 사문이나 무공을 밝히지 않은 채 계속해서 신비인으로 남아 있었다.

         

       혹여 원죄가 있는 문파의 출신이거나 흠결이 있는 이의 무공을 이어받았을지라도 혈교의 준동을 막으며 어떤 과거일지라도 씻고도 남을 공을 세웠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천하에서 엄청난 소란이 일고 있음에도 금명월은 제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독고영천은 금명월이 스스로의 정체를 숨기는 이유를 깨달았다.

         

       ‘금명월은 관직을 지닌 자였구나…!’

         

       관과 무림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 관에 몸을 담은 무인은 무림에서 경원시 당하며 무림의 인사 역시 관직에 몸을 담은 자와 어울리기 어렵다.

         

       그런데 관직에 몸을 담은 자가 무림의 영웅으로 불리울 정도로 무림사에 깊게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향후 관직 생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고 그런 사정이 있다면 기를 쓰고 신분을 감추는 것 역시 말이 된다.

         

       금명월이 관에 몸담은 자라는 확신을 품은 독고영천의 생각이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그렇다면 금명월은 과연 어느 관직에 올라 있을까.

         

       금명월은 악양에서 순안감찰어사로서 활동했다. 그러나 금명월이 진짜 순안감찰어사였다면 왜 호천안을 따라다녔겠는가?

         

       그 점을 감안해 보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호천안과 함께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고 금명월은 악양에서 잠시 도찰원의 순안감철어사 권한을 끌어다 썼다는 것. 그 정도 권력을 즉각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도찰원의 상위기관인 금의위나 동창 혹은 황실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여야 한다는 것.

         

       즉 금명월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황실직속기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진짜 권력자라는 뜻이었다.

         

       “망했군…”

         

       그리고 독고영천은 호천안의 계획을 수정하며 그런 권력자인 금명월에게 크게 엿을 먹인 상황이었으니.

         

       주르륵!

         

       독고영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또 오래 쉬어버리고 말았군요…

    사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은 세 편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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