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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6

    <546 – 하나만 더 먹고 갈래요(1)>

     

    혁명도 성공하고 황제도 갈아치웠겠다, 오크노디를 들어서 전송마법진에 내려놓고 아카데미로 연행할 생각뿐이던 지젤은 오크노디와 즈앙이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하하. 장난치지 말고 나오십시오. 두 분이 숨바꼭질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제가 잊었을 것 같습니까?”

     

    지젤은 옷장문을 열었다.

    지젤은 환풍구 뚜껑을 열었다.

    지젤은 책상 밑을 내려다보았다.

    지젤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벽을 확인했다.

    지젤은 마나스캔으로 건물 내부의 모든 생명반응을 확인했다.

    지젤은 혁명동지들을 동원하여 수도 곳곳에서 탐문을 벌였다.

    지젤은 암흑상회의 정보력을 끌어와 제국 도처로 수색망을 넓혔다.

     

    그러나 어디에도 오크노디와 즈앙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허깨비처럼 사라져버린 두 사람!

     

    “지젤… 면도도 안 하고 이런 늦은 시간에 뭐하고 있어.”

    “잠시 인생의 회환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사벨은 제도의 야경을 바라보는 지젤의 곁에 다가섰다.

    진한 와인 냄새가 흐트러진 옷깃만큼 흐트러진 숨결을 따라 흘러내렸다.

     

    “제국의 황제가 두 번이나 바뀌고 혁명군이 혁명에 성공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저희들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졌지요. 그런데도 꼬마숙녀는 또다시 훌쩍 우리 곁을 떠나버렸으니, 이 모든 성공과 권력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신뢰했으니까 중임을 맡긴 거잖아. 황제타도의 결행자는 용사 이슈타르일지 몰라도 계기를 만든 사람은 지젤 당신이야. 적어도 당신은 우리 입학동기들의 용사야.”

    “하핫. 우리 혁명군 대장군께서도 같은 의견이랍니까?”

     

    이사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즈앙은 오크노디의 단짝이잖아. 분명 절친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었겠지.”

    “선황이 함께 실종되었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낙관적인 전망은 할 수 없지만… 위로하려는 마음만큼은 받아들이겠습니다.”

     

    제도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야시장도 즐기지 못하고 홀로 내일 세상이 멸망하는 것처럼 절망적인 분위기에 취해있던 지젤.

    그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실눈을 가늘게 좁히자 어둠이 꿈틀거리며 한 명의 정보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야시장에서의 긴급보고입니다.”

    “지금은 암흑상회의 보고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을 텐데요. 업무 관련 연락이라면 내일로 미루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오크노디 양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금서 관련 보고서는 내일 올려드리겠습니다.”

    “잠깐 정지.”

     

    꼬마숙녀가 보낸 금서?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사람을 불러오세요. 특히 카타리나 시녀장과 티토소가를 부탁드립니다. 야시장의 가장 밝은 빛을 따라가면 그곳에 티토소가가 있을 겁니다.”

     

    정보원은 금방 티토소가를 데려왔다.

    티토소가는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반짝벌~레~

    친구~가~ 없네~~…

    함께~ 놀~고~ 싶~지~만~

    아무~도~없네~~…”

     

    모든 힘을 소모한 복서처럼 탈진한 채 노래를 부르며 조명대를 반짝반짝 빛내는 티토소가는 야시장의 등대지기이자 친구 없는 외로운 별들의 선봉장이었다.

     

    “오크노디한테도 즈앙한테도 버려지고 혼자 남은 외로운 아이는 왜 부르셨어요…?”

    “니들 나 울리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이사벨이 크응 코 먹는 소리를 내며 따졌다.

    지젤은 이사벨을 무시하고 중요한 소식부터 건넸다.

     

    “오크노디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정말요?!”

     

    기쁜 모습도 잠시.

    티토소가는 놀라울 정도로 침울해진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봤자 오크노디의 진정한 친구는 즈앙뿐이에요. 저 같은 건 버려두고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겠죠. 그래요. 전 반짝벌레예요. 친구도 없고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는… 힝잉잉.”

    “꼬마숙녀가 보낸 편지가 암흑상회의 정보망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편지지의 상태가 대단히 특수하고 심각합니다.”

    “울다 잠들 때까지 노래나 부를 저하고는 상관없어요…”

    “금서페이지로 만든 편지입니다.”

    “…?”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금서에 맞선 충격으로 한번 죽음을 맞이했던 꼬마숙녀가 금서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신변의 위기가 닥칠만한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티토소가의 흐릿하던 눈에 생기가 되돌아왔다.

     

    “오크노디가 저 버린 거 아니에요?”

    “거꾸로 지켜준 걸지도 모르죠. 위험으로부터.”

    “오크노디가 지켜줬어… 아직 친구야… 친구는 도와야해!”

     

    기적의 삼단논법으로 의욕을 되찾은 티토소가가 조명대에 힘차게 마나를 불어넣으며 자신의 넘쳐나는 의욕을 드러냈다.

     

    “뭐부터 하면 될까요?! 미아를 찾습니다 전단지 제작?! 몽타주 그리기?! 모험가길드에 현상금 등록하기?!”

    “일단 제 눈을 공격하는 조명부터 꺼주시겠습니까?”

    “흐갸앗!! 죄송해여!!”

     

    조명이 꺼지자 이사벨이 다 죽어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더 눈부심이 계속됐으면 지젤처럼 영원히 실눈만 뜨게 됐을 거야.”

     

    황제를 잡은 뒤로 무슨 파워 업을 거쳤는지는 몰라도 부쩍 광도가 높아진 티토소가!

    눈을 감아도 파고드는 강렬한 빛은 그 자체로 흉악한 병기나 다름없었다.

     

    “현재 금서해독을 위해 정보원 32명이 4교대로 투입되어 정신오염을 나누어 부담하고 있습니다. 해독결과가 나오는 즉시, 저희는 최대한 신속하게 꼬마숙녀의 편지의 의미를 분석하고 대응해야만 합니다. 티토소가, 물론 당신도 함께입니다.”

    “저, 저는 조명대 원툴에 모두에게 민폐라서 할 줄 아는 거라곤 야시장의 등대지기 노릇을 하는 것밖에 없는데요…?”

    “어느 못된 녀석이 그딴 소리를 했는지는 몰라도 당신도 소중한 인격체입니다. 타인의 비웃음과 멸시를 수긍하지 말고 오크노디의 친구로서 당당히 행동하십시오.”

    “힝잉잉. 지제엘…!”

     

    서러움의 힝잉잉이 아닌 기쁨의 힝잉잉을 흘리는 티토소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사벨과 지젤.

    오순도순하던 분위기는 해독결과를 들고 정보원이 들이닥치며 끝을 맞이했다.

     

    ━━━

    모두들 안녕.(그간 고마웠어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절 잊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황제님이 곁에서 보살펴주고 계세요.(저승에서도 즐거운 오크노디가 올림.)

    ━━━

     

    “저희 정보원들이 해석한 바로는 이러한 뜻의 서신이라고 보았습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에게 자살충동을 일으키며 정보원 스무 명을 중상입게 만든 사악한 금서페이지로 편지를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정상적인 상태는 아닐 겁니다. 가령 유령이 되었다거나…”

    “그만!”

     

    지젤의 외침에도 이미 티토소가의 입에선 울음이 터졌다.

     

    “으앙앙앙! 오크노디가 저승에서 편지를 보냈어. 황제랑 같이 있대. 먼저 죽은 황제를 따라 스틱스 강을 건너기 직전일 거야! 으앙앙앙!”

    “진정하십시오. 황제는 그 최단기물로켓황제 말고도 새로이 취임한 허접황제도 선황도 있지 않습니까.”

    “으앙앙?”

    “물론 매스각키 황녀는 이미 업무공조를 통해 꼬마숙녀의 소재지를 함께 수색 중임을 확인하였으니 범인은 선황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꼬마숙녀가 저승에서 작별편지를 보낸 것보단 드래곤 교장 다음으로 강한 지상에서 두 번째로 강한 존재에게 납치당한 오크노디가 생존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편이 안심이 가지 않습니까?”

    “으앙… 안심이 되질 않아… 울어야 할 것 같아…!”

     

    티토소가의 으앙앙앙에 담긴 힘이 전보다 더 강력해졌음을 골을 울리는 두통으로 느낀 이사벨이 다급히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크노디는 납치당한 상태로 우리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그런데 네가 울기만 하면 오크노디를 누가 구해줘? 오크노디와 즈앙의 친구인 네가 도와줘야지!”

    “히끅. 정말요?”

    “그래. 모두가 티토소가의 티토 빔만 믿고 있어. 제국황제를 물리치는 데에도 일조했던 너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해.”

    “그치마안… 그 황제는 최단기물로켓황제라고 하셨잖아요…”

    “물로켓은 위대한 과학의 진보를 위한 첫걸음이야. 마법의 시대를 끝내고 과학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가 티토빔에 쓰러졌다고 생각해봐.”

    “힝잉잉…! 저 너무 나쁜 아이잖아요!!”

     

    칭얼칭얼 쫑알쫑알.

    처음엔 불쌍하게 봐주고 달래려던 이사벨이었지만 도통 울음을 그치지 않는 무한 울상의 연쇄고리에 인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크노디는 대체 이런 애를 어떻게 수족처럼 부려먹으며 다녔던 걸까?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실에 끌고 가는 데에만 3박 4일은 걸리겠네!

     

    “오우. 티토소가까지 있고 다들 여기서 뭐하냐?”

    “손오천. 도와줘.”

     

    이사벨은 곧바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흐음흐음, 호오호오.

    고개를 끄덕인 손오천이 짐짓 자랑스럽게 말했다.

     

    “실은 예전에 쥐방울이 쥐방울프렌즈들과 함께 미친 봉두난발 괴인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쥐방울이 쥐방울프렌즈들을 다루는 방법을 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그 방법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어떻게 하면 저 무한의 뫼비우스의 힝잉잉 히끅히끅 으앙앙앙을 멈추게 할 수 있는데?”

    “간단하다.”

     

    손오천은 셀로판지를 꺼내 티토소가의 조명에 붙였다.

     

    “지금부터 오크노디를 구하기 전까지 울음소리를 내는 횟수마다 1시간씩 셀로판지를 붙이는 시간을 연장하겠다!”

    “헉!!”

     

    티토소가의 울음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악한 셀로판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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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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