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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6

        

       불기둥은 정확하게 구멍을 향해 솟구쳤다.

       마치 불로 된 나무가 가지 없이 높게 자라나듯이.

       혹은 불로 된 창을 하늘을 향해서 집어 던지듯이.

         

       그렇게 구멍을 통해 불길이 치솟고, 강렬하게 일렁이며 건물을 꿰뚫었다.

         

         

         

        * * *

         

         

         

       탕-!

       타앙-!

       타아앙-!

         

       “Fuck!”

         

       총소리가 연달아서 울려 퍼진다.

       권총이 쉴 새 없이 불을 뿜었고, 개머리판을 뺀 소총이 연달아서 총알을 토해낸다.

       심지어는 ‘배관공의 악몽(Plumber’s Nightmare)’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스텐 기관단총이 파이프를 잘라서 만들어낸 듯한 총신에서 총알을 분무기처럼 뿌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 광경만 본다면 어디 가난한 나라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혹은 갱들이 총을 들고 싸움을 하는 게 아닌가 연상케 했다.

       총알을 제대로 겨냥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갈기는 것을 본다면 더더욱 그러했고.

         

       그런데, 놀랍게도 대충 아무 데나 쏴 재끼는 듯한 저 성의 없는 사격은…효과가 있었다.

       그것도 엄청난 수준으로 말이다.

         

       [ 탱고 골퍼. 빨리 후퇴하라. ]

         

       “닥쳐!!!!!”

         

       탱고 골퍼라고 불린 남자는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아니, 실제로 쉬기라도 한 듯 쇳소리가 목에서 섞여 나오기까지 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메탈’과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여긴다면 나름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글쎄.

       진짜로 총에서 뿜어지는 ‘메탈(metal)’이 몸에 틀어박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꼭 가까워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타타탕!

       투두두두두두두두-!

         

       “저딴 성의 없는 게 왜 이렇게 잘 맞는데! 제기랄!”

         

       미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권총 소리.

       그리고, 타자기를 세게 두들기는 듯한 소리까지.

       그렇게 총알은 정말 물 쓰듯이 뿌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총알들은…놀랍게도 전부 원하는 목표에 적중했다.

         

       전부 말이다.

         

       화살도 아닌 주제에 곡선을 그리면서 적중하고, 고무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몇 번이나 도탄 되다가 목표물에 명중하고, 심지어는 원을 그리면서 목표물에 적중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피하면 유도 기능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허공을 유영하며 목표 지점에 박히고,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날아갔던 총알이 갑자기 창문 밖에서 날아오기도 한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저렇게 마구잡이로 쏴도 만발을 맞출 수 있으면, 저격수는 왜 있고 사수는 왜 있나?

       주술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불합리하게까지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불합리함을 느끼는 것은 탱고 골퍼라 불리는 남자가 아니었다.

         

       바로 총알을 뿌리고 있는 인권단체였다.

         

       그래.

       그들은 부조리함을 느끼고 있었다.

         

       총알을 이렇게 뿌리고 있음에도.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동전을 정확하게 맞춰서 꿰뚫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주술로 얻었음에도.

       저 빌어먹을 놈은 제대로 된 타격을 입지 않았으니까!

         

       타앙!

         

       총알이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간 총알이 심장을 노리고 가슴에 틀어박힌다.

       분명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나선을 그리면서 가슴을 꿰뚫고, 내장 전체를 휘저으면서 밖으로 빠져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사람의 가슴에 부딪힌 것임에도 불구하고,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찌그러진다. 그렇게 찌그러진 총알은 이제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서 구르고, 그렇게 마탄은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도 못한 채 제 역할을 끝마친다.

         

       타앙-!

         

       또 총알이 날아간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머리.

       하지만 머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두개골을 노린 총알은 마찬가지로 튕겨 나간다.

       총탄은 찌그러지고, 총알이 맞은 곳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 두개골이라는 게 좀 단단해서 먼 곳에서 권총을 쏘았을 때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해는 하는데….

         

       하지만 곰조차도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총알조차도 생채기 조금으로 막아내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생채기란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생채기다.

       비유하자면 차 문이 나뭇가지에 정말 살짝 긁힌 수준이다.

       피는 당연히 나지도 않고, 그냥 자국만 남는 수준이라고 할까.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타앙-!

       타앙-!

         

       총알이 뿌려지고, 약점을 찾기 위해 몸 곳곳을 두들긴다.

         

       티잉-!

       까앙-!

         

       관절에 부딪힌다.

       연달아 쏟아지는 탄환이 충격을 주며 가죽에 상처를 주긴 했지만, 가죽 아래에 있는 금속 재질은 그 이상의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타앙-!

         

       총알이 눈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눈에 부딪혔음에도 총알은 찌그러지고, 바닥을 뒹군다.

       영화에서 나오는 슈퍼 히어로도 아닌데 이게 말이 되는가?

       눈에서 레이저도 쏠 수 있지 않을까 의심이 되기까지 한다.

         

       타앙-!

       타앙-!

         

       입.

       귀.

       코.

       배.

       심지어 사타구니까지.

         

       노릴 수 있는 모든 곳을 노린다.

       하지만 정말 엿 같게도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권총을 들고 탱크에 덤빈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지만….

         

       ‘젠장. 점점 좁히는 것 같은데.’

         

       권총 하나를 들고 탱크를 상대하게 된 사람은 분명히 고충이 있겠지만, 탱크도 탱크 나름의 고충이 있는 법이다.

       아무리 두꺼운 철갑이 든든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약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탱고 골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몸 곳곳은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사이보그처럼 개조가 되어있었고, 합금으로 만들어진 신체 부위들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내기 힘들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첨단과학으로 몸 곳곳에 ‘코팅’을 해놓은 덕분에 저런 총알 정도는 쉽게 막을 수 있었고.

         

       하지만 어떻게 약점이 없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개조했다고 해도 태생이 사람인 이상 취약점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취약점은…총알로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물론 남자도, 개조해준 이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그 약점을 최대한 숨기고 보완하기는 했지만…. 저 미친 명중률을 보이는 주술이 더해진다면, 그 약점은 쉽게 공략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서 저 빌어먹을 놈들을 어떻게든 해야 했다.

       저들이 그의 약점을 깨닫고, 그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기 전에 말이다.

         

       그리고 덤으로.

         

       까앙-!

         

       “이놈은 또 날파리처럼 날 거슬리게 하는군!”

         

       깔짝대면서 검기를 날려대는 빌어먹을 무인도 말이다.

         

       물론 저 무인은 인권단체처럼 큰 위협은 되지 못했다.

       말이 검기지, 그 응집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으니까.

       늦게 입문을 한 것일까?

       아니면 재능이 없었나?

       뭐,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지.

         

       무인이 날리는 검기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지 않았다 뿐이지, 신경을 거스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제대로 응축되지 못한 검기가 쫙 펴지면서 넓은 범위를 타격한다는 점이 더더욱 그러했다.

         

       ‘저 빌어먹을 놈들을 쳐 죽이고, 루카스를 끌고 간다. 빌어먹을, 아래층에서 시간을 너무 끌었어.’

         

       탱고 골퍼는 속으로 분노를 삭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더 강렬한 분노를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분노를 터뜨릴 준비를 했다.

         

       총알 비가 그치는 그 순간.

       저들은 그의 온전한 분노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터져 나오는 화산과 같은 분노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인내는 곧 결실을 이루었으니.

         

       철컥.

       철컥.

       철컥.

         

       마침내 아낌없이 쏘아대던 총알이 바닥을 보이고 빈 총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 사이에서 검기를 뿌려대던 무인 놈은 지치기라도 한 듯 땀을 몇 방울 흘린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이다.

         

       저 빌어먹을 놈들의 목을 뽑아버릴 순간이다!

         

       남자는 관절 부근에서 증기를 세차게 뿜어내며 그들을 향해 도약하려 했다.

         

       푸화아아악-!

         

       뻥 뚫린 구멍에서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지만 않았다면,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What the-?”

         

       어마어마한 불기둥.

       산불이 났을 때 가끔 보인다는 화염 토네이도(Fire Tornado)가 저렇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였다.

       물론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구멍에서 솟구친 것이기에 실제 토네이도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겠지만….

       적어도 그 기세만큼은 뉴스에서 보던 그것을 연상케 만드는 힘이 있었다.

         

       구멍에서 솟구친 불기둥은 나선을 그리며 회전하며 위로 올라갔고, 천장에 막히자 바닥으로 쏟아진 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듯 천장을 타고 움직이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렇게 뻗어나간 불길은 천장을 타고, 벽을 타고, 창문을 타고 움직이며 층 전체를 뒤덮었고, 새빨간 불길을 사방에 덮으면서 층을 불지옥과 같은 환경으로 만들었다.

         

       그 어마어마한 위용은 자신을 마초 중의 마초라고 여기던 남자조차도 움찔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 탱고 골퍼! 어서! ]

         

       무전기 너머의 마법사가 조바심을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 어서 루카스를! ]

         

       탱고 골퍼는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이를 뿌득 갈며 목표를 바꿨다.

       깔짝대며 성가시게 만들었던 놈들의 모가지를 뽑는 대신에, 저 빌어먹을 불길이 루카스를 불태워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 내가 돕- 돕—돕—치이이익….]

         

       그 순간, 노이즈가 퍼지며 무전기가 끊겼다.

         

       치이익.

         

       잘 작동하던 ‘눈’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하고,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

       몸에 이식한 장치의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기는지 삐걱대기 시작하고, 몸 곳곳에서 에러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노이즈 속에서….

         

       보인다.

         

       불꽃.

       저 불꽃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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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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