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47

       

        

        

        

        

        

       “이게 비인지 눈인지 원….”

        

        

        

        상트페테르부르크.

        

        과거 러시아 제국의 수도이자,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잇는 두 번째로 유명한 도시이며, 동시에 수많은 제국의 유산이 여전히 위풍당당히 서있는 천혜의 관광도시. 동시에 제4회 다크 존 에이펙스 프레데터 아시아 예선전이 열리는 도시.

        

        원래도 관광지랍시고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몰리는 동네였지만, 이번 년도에는 꽤나 더 많았다. 비행기값, 숙소 비용, 식비, 그 외의 것들을 포함하여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아시아 예선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반쯤 녹은 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수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건 도시 입장에서도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었겠지. 듣자 하니 대대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놀러오라고 홍보를 때렸다나 뭐라나.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나는 지금 그런…추적추적 눈비가 내리는 도시 위를 걷고 있었다.

        

        

        

       ‘그냥 라흐타 센터에 있을 걸 그랬나…?’

        

        

        

        날씨 꼬라지가 꼭…과거를 생각나게 만든단 말이지.

        

        이런 끔찍한 날씨에도 밖으로 기어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민아와 예린이가 추천해준 카페가 카잔 성당의 근처에 있다고 했기에, 라흐타 센터에 주차해두었던 차를 타고 수 킬로미터 가량을 운전하여 도시 한복판에 있는 이카루스 레지던스 상트페테르부르크점의 주차장에 놔둔 것이었다.

        

        그 후 주변을 둘러볼 겸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기도 했고 – 거기에 별개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 .

        

        마치 에펠탑 없는 파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동네였다. 라흐타 센터를 제외하면 일정 이상 높이의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나 뭐라나. 듣자 하니 가장 높은 게 어느 성당인지 뭔지의 타워라고 한다.

        

        아쉽게도 날씨가 이 모양 이 꼴인지라 보러 갈 수는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서 내 주요 업무가 무어냐 하니,

        

        

        

       “어우, 세상에나! 유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진짜였군요! 팬입니다!”

        

       “반가워요. 오늘 저녁 7시에 있을 경기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각보다 러시아어가 굉장히 능숙하시네요. 몰랐습니다.”

        

        

        

        민심 관리였다.

        

        사실 반 정도는 의도치 않은 것이기도 했지만, 뭐어.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내 얼굴이 알려진 판에 어쩔 수 있나 싶기도 했다. 패딩 속에 꼬리도 감추고, 후드로 머리를 가린 탓에 잘 안 보이게 위장도 해놨지만 결국 완벽히 속일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 완벽하게 위장을 하고 싶었으면 이카루스 기어의 스텔스 기능을 작동시켰을테니, 어느 정도 내가 방조한 부분도 있었다. 날씨가 이렇다보니 주변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기도 좀 그랬고…어차피 내가 라흐타 센터에 남아있으면 국가대표 친구들에게 잔소리밖에 더 하겠어.

        

        그리하여 패딩 주머니 안에서 꺼낸 것은 내 특제 비얌-도장. 일일이 사인을 해주기 번거로웠기에 종이 위에 하나씩 콩콩 찍어주는 것이었다.

        

        

        

       ‘사인이나 덕담은 필적이 남으니까 곤란하단 말이지….’

        

        

        

        필적 하나만으로 사람 찾는 게 너무나도 쉬워진 세상에서는 이런 식으로 흔적을 남기는 걸 언제든지 주의해야만 할 필요성이 있었다.

        

        아쉬운 표정이 가득한 비얌 도장 수령자들에게 덕담 한 마디씩을 건네주니 그래도 표정이 좀 펴진다. 그렇게 아주 짧은 팬미팅을 하다가 어느 정도 이동, 또다시 팬미팅…이것이 오늘 밖에 나온 나를 기다리는 일종의 업무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말 그대로 관광할만한 곳이 블록마다 들어찬 동네였고,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목표했던 카페로 이동할 수 있었다.

        

        

        카잔 성당이 보이는 2층 건물로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의 열기.

        

        문을 연 순간 느껴지는 건조한 공기 사이 넘쳐나는 사람들. 그러나 나는 그 인파를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꺾어들어간 뒤 커튼을 밀치고 건너편으로 들어갔다. 예약석이라고 써있는 테이블 십수 개, 그리고 사람 한 명도 없는 발코니가 보였다.

        

        바람의 장벽을 통해 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두고 있는 발코니석으로 향했고, 그곳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애플 타르트랑 티라미수, 초콜릿 라떼입니다.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길.”

        

        

        

        키릴 문자로 제냐라고 쓰여있는 옷핀을 가슴팍에 단 종업원 한 명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트레이 카트를 가지고 이쪽으로 왔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예약석이라는 팻말을 회수하고, 그 자리에 여러 개의 디저트와 음료가 놓여진다. 한 사람이 먹기에는 많아보이는 양. 그러나 상대방은 그닥 신경쓰지 않고 이를 내려놓았고, 나는 점차 사라지는 종업원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덧붙였다.

        

        

        

       “요즘 그레이 폭스는 한가한가봐요?”

        

        

        

        그 순간 멈추는 몸.

        

        그 말을 들은 종업원은 트레이 카트를 슬쩍 밀었고, 예약석 에어리어와 일반인들을 나누는 경계인 커튼 – 내가 지나쳐왔던 – 에 단추를 하나씩 채웠다.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는 카트를 뒤로 한 채 그녀 – 제냐는 의자에 앉기 직전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요즘은 그레이 폭스라고 안 부릅니다. 닉스라고 부르지요.”

        

       “저런. 올리비아가 헷갈려하겠어요.”

        

       “그 얘기 분명 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다기 그릇 밑에서 스윽 흘러나오는 한 장의 종이.

        

        Veritas Omnia Vincula Vincit, 진실은 모든 속박을 이겨낸다 – 정보지원활동대ISA의 모토였다.

        

        이게 무슨 일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제 헨리가 내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편지와 관련한 일을 간략하게라도 설명해야만 했는데, 해당 종이 안에는 아주 옅게 음각되어있는 비밀 문자 몇 개가 따로 포함된 상태였다.

        

        그걸 간략히 요약하자면 날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니 그쪽으로 가봐라-정도의 내용이었고, 거기에 상대방의 위치와 소속 정도만이 간략하게 더 적혀있는 그 정도였다.

        

        그리하여 난 이곳으로 왔고, 상대방을 만나게 되었다.

        

        

        

       “저 기억하시나요?”

        

       “제니퍼 로렌슨. 태스크포스 니들Needle 부팀장. 대사건의 방관자, 쥐불놀이꾼, 인필트레이터….”

        

       “그리운 이름이군요. 그 말대로 똑같이 지금도 이러고 있습니다.”

        

        

        

        태스크포스 니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에 투입되어 온갖 공작과 해킹 등등을 시도하고, 행여나 미국이 잘못되었을 경우 핵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유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WW4 준비를 위해 러시아 땅을 실측하고 다니던 아웃캐스트들.

        

        미국이 생지옥이 될 동안 적국에서 온갖 사보타주를 저지르고 다녔던 양반들 중 한 명이 이제는 정보지원활동대 러시아 지부에 와있을 줄이야.

        

        물론 이 양반은 원래 슬라브인이었기에 여기서 일해도 티가 1도 안 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괜찮은 동네죠. 정보 수집을 하기에 최적의 도시기도 하고요.”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요?”

        

       “물론이지요.”

        

        

        

        피자 조각 형상으로 잘린 애플 타르트를 손으로 들어올린 순간 탱글탱글한 상부 젤라틴층이 푸릉거리며 흔들렸다.

        

        별점이 5점 만점에 4점 후반이더니, 맛은 그에 걸맞게 상당했다.

        

        아무튼,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도시는 말 그대로 데이터 수집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해외로 여행을 올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우수한 표본이 되었고, 동시에 반드시 하나 이상의 전자기기를 휴대하며, 동시에 보안에 대해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

        

        이 카페는 반경 수백 미터 안에 와이파이를 흩뿌리고 있었고, 공짜 와이파이가 터진다며 희희낙락하는 사람들이 든 휴대폰은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것마냥 선명하게 데이터가 읽히고 있을 것이었다.

        

        

        물론 내 기억상 일정 키워드만을 입력해놓고, 그 키워드에 걸리지 않는 메시지들은 자동으로 폐기되고 있겠지만.

        

        

        

       “아무튼, 오늘 부른 이유를 한 번 듣고 싶은데…필요 이상의 정보를 누출했다거나 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러 오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본래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신 덕분에 적어도 내년 덕에는 한국이 파이브 아이즈에 정식으로 소속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군사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예방주사라고 칩시다.”

        

       “아하하.”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별 건 아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할 예정이에요. 생각 없으면 듣기만 해도 괜찮아요.”

        

        

        

        빠르게 내 뱃속으로 사라지는 디저트와는 별개로 느릿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

        

        어쩐지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여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들어둬서 나쁠 일은 없겠지.

        

        

        

       “헨리는 당신이 전달해준 에너지 산업을 무기로 삼아 중동과 남아시아의 영향력을 서서히 거세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덧붙여서 당신네 나라 위쪽에 붙어있는 귀찮은 친구들도 겸사겸사 짬통에 수거해서 우주로 사출시켜버릴 예정이고.”

        

       “…도대체 그 단어는 어디서 배운 거예요?”

        

       “어디겠어요? 하하.”

        

        

        

        군머가 또오….

        

        아무튼 그리 생각하며 입 안에서 느껴지는 단맛의 잔향을 슬그머니 음미하고 있자니, 어느덧 바깥의 눈폭풍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더니, 이제는 살살 눈이 쌓이기 시작한 걸 보니 돌아갈 길이 꽤 험난할 것 같았다.

        

        그걸 신경쓰지도 않은 채 이어지는 말.

        

        

        

       “아무튼 뭐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쪽에게. 정보분석가라는 게 정신병 걸리기 쉬운 직업이거든요. 이쪽의 일을 덜어줬으니 이번에 내온 간식값은 안 받아도 되겠어요.”

        

       “이쪽은 간식 먹으러 왔다가 찜찜한 이야기만 잔뜩 듣게 됐는데 말이죠….”

        

       “뭐어, 항구적 세계평화로 향하는 와중 들어야만 하는 잡음 정도라고 생각하시길.”

        

        

        

        달그락.

        

        어느샌가 접시는 텅 비었고, 그녀는 그릇을 수거하며 덧붙였다.

        

        

        

       “세계 평화라.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군요.”

        

       “….”

        

        

        

        그 말을 남긴 채 그녀는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예약석 표지를 다시 올려두었고, 원래 없었다는 듯 휙하고 사라졌다.

        

        세계 평화라. 아직은 그런 것보단 입 안에서 맴도는 디저트의 단맛이 더욱 실감이 났다.

        

        기분이 묘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아주 상위권에 태극기가 휘황찬란하구만. 그 사이에 콕콕 박혀있는 타국 친구들도 대단하긴 한데….”

        

       “한국 애들은 비얌이 어지간히 가르쳐서 그런 거라고 쳐도, 아닌 친구들은 꽤 대단한데. 이번 년도에는 러시아가 꽤 강세야. 일본은 완전히 박살났군.”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장 속도가 꽤 상당해. 한국 유저들 중 퍼포먼스가 그다지 나오지 않는 친구들을 잡아먹고 숫돌로 쓰고 있어.”

        

        

        

        하루, 이틀, 사흘.

        

        표본은 모일수록 거대해지고, 날짜에 따른 경향성이 생기며, 이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

        

        경기장 어디를 가든 보이는 스무 개의 닉네임. 1위를 굳건하게 지키는 다이스, 2위와 4위 사이를 번갈아가며 안정적인 기세를 유지하는 하모니…그러나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아래에 보이는 백청적의 삼색기가 모두가 주목해야만 하는 점이었으니.

        

        다리가 분질러진 일본의 국기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고, 원래부터 그닥 강국이라고 할 수 없는 대만과 무난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국.

        

        무난하게 출전권 3개를 확보할 수 있는 중위권이 아니라,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러시아와 한국의 상황이 제4회 아시아 예선전의 주요 볼거리로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비단 유진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타국의 숙련도가 꽤 빠르게 오르고 있군요. 얼추 예상은 했지만 한국 하위권에 있는 친구들과 진득하게 싸우며 교전 데이터를 확보하려 들 줄이야. 머리가 안 돌아가는 친구들은 아니었네요.”

        

       “말만 들어선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렇겠지요. 일종의 상향평준화가 시작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이런 국제적인 대회니까 가시적으로 확인 가능한 거지, 한참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겠죠.”

        

        

        

        유진이 냅다 던진 폭탄에 의해 브리핑 룸은 침묵에 잠겼다.

        

        눈을 살그머니 깜빡거리며 의자에 몸을 기댄 비얌 역시 심사숙고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의 예측에 의하면, 그리고 방금 말했던 바에 의하면 이미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으니.

        

        스으-하고 숨을 들이킨 유진의 의식이 생각의 바다 아래로 침전했다.

        

        

        

       ‘…역시, 작년에 타국을 너무 시원하게 깨부순 탓이겠지.’

        

        

        

        호구를 너무 등쳐먹었다.

        

        그것도 카지노 주인까지 등판해서 대놓고 몽땅 털어먹었다.

        

        이런 형태의 E-스포츠가 메타가 타 경기에 비해 훨씬 빠르게 바뀐다고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근본이 달라지지 않으면 어느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 e스포츠는 막대한 규모의 산업이다. 다시 말해 돈이 오간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작년, 가장 엉덩이가 무거운 물주들조차 엉덩이를 펄쩍 뛰게 만들 정도로 다른 나라의 선수들을 으깨버렸다. 비용과 이해득실을 따지던 물주들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아낌없이 돈을 퍼부을 정도로 말이다.

        

        한 번 고삐가 풀려버린 이상 이는 변화, 또는 쇄신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급진적인 형태의 상향평준화를 불러오리라. 아마 혁신, 또는 혁명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될지도 몰랐고.

        

        

        그러나 그것은 모두에게 주지시켜야만 할지언정 흘러가는 상황의 핵심 요소라고는 할 수 없었다.

        

        유진이 그리 말한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이들 전원이 당사자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지만, 그녀는 일절 신경쓰지 않은 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우리는 그러한…혁신의 칼끝에 올라타있다는 거겠지요.”

        

        

        

        결국 이딴 상황이 벌어진 이유가 뭘까.

        

        바로 한국이 잘해서였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 e스포츠 부자는 그보다는 짧을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루아침에 후발 주자에게 따라잡힐 정도로 격차가 작지는 않았다. 유진은 그리 단언하고 있었고, 모두는 그에 수긍했다.

        

        바로 그 격차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거기 있었으므로.

        

        

        그녀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을 디딤돌로 삼으려는 건 용납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렇지 않나요?”

        

       “맞습니다.”

        

       “교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적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꼴입니다. 현재 타국은 최상위권에 있는 한국 선수들과의 교전을 되도록 피하고, 그보다는 좀 아래에 위치한 선수들과의 교전을 통해 대응법을 정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난한 방식이군요. 보아하니 뚜렷한 방어법이 없어서 고민이겠어요.”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이 곧 대답이었다.

        

        그에 유진은 피식 웃었고, 손가락을 튕겨올렸다. 그 순간 허공에 펼쳐지는…맵. 에이펙스 프레데터에서 제공하는 8개의 맵 중 내일 플레이하게 될 것들이 공중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비얌이 손짓했고, 내일 플레이할 맵의 모든 건물들이 붉게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어드밴티지가 있다면, 내일 플레이할 맵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를 안다는 사실이겠지요. 아마 이 중에서 맵의 구조를 머리로 그리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만….”

        

       “요는 TTK를 극단적으로 짧게 만들면 적들이 회수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진다는 거잖아요?”

        

        

        

        스윽.

        

        유진은 손을 움켜쥐었고, 그 순간 맵이 그대로 압축되더니 수류탄 모양으로 변했다.

        

        그녀가 서늘히 덧붙였다.

        

        

        

       “그러면 그렇게 해줘야지요.”

        

        

        

        그리고-

        

        

        

        

        

        

        

        

        

       ───콰아앙!

        

        

        

       “이, 이 무슨…!”

        

       “시간을 끄는 척하더니 이런 트랩을 심어놨을 줄이야. 환장하겠네.”

        

        

        

        비얌은 하루의 시간을 투자했고, 스무 명의 유저들에게 즉사기 – 다른 이름으로는 폭탄 트랩의 기초를 가르쳤다.

        

        끔찍한 폭발과 산산조각난 선수의 시체가 목요일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뒤덮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보수집(불가능)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