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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7

       *** ***

         

       사실 호남 악양에 금명월이 순안감찰어사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지는 한참이나 된 일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금명월일상집이 천하에 퍼진 직후였다.

         

       소가포목점에 초청받았던 손님들. 그리고 관아에 드나들었던 관리들과 황군들. 그들은 금명월일상집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순안감찰어사라고 알았던 자가 금명월일상집에 떡하니 삽화로 박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놀라운 소식은 금세 악양의 주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갔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상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상인들은 그 놀라운 소식을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파했지만.

         

       “여기도 헛소문이 도는군.”

         

       관광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금명월을 목격한 관리, 황군들이 한둘이 아닙니다요!”

         

       상인들이 억울함을 토로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무시 혹은 역정이었다.

         

       “내 천하 각지에서 도는 헛소문을 한두 번 들은 줄 아는가? 금명월은 우리 지역 출신이란 말일세!”

         

       악양 주민들의 논하는 소문은 관광객들의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진짜입니다! 증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니까요!”

         

       “하, 금명월이 낙양 출신이라는 게 말이나 되나? 게다가 무림인이 관리라니?”

         

       “…낙양 출신?”

         

       “자네의 주장이 그렇지 않은가! 중앙에 천거되어 낙양에 올라가는 인재는 그 지방에서부터 소문이 크게 나야만 하네! 중앙에서 실적도 평판도 없는 자를 어찌 알고 데려갈 것이며 무슨 명분으로 관직에 올리겠나! 그런데 금명월이 소문 한 점 없이 젊은 나이에 순안감찰어사라는 요직에 앉았으니 낙양 혹은 그 인근에서 나고 자랐다는 말밖에 더 되나!”

         

       관리들의 성지인 악양루다. 그런 악양루에 오가는 관광객들 중 관직에 해박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고 그들의 반박에 상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악양에서는 소연화라는 무림영웅을 배출했다 이건가? 말을 아주 함부로 하는군!”

         

       “아니, 이건 정말로 증인이…”

         

       “하! 다른 지역에서 도는 헛소문도 다 사연은 있네!”

         

       “죄, 죄송합니다요..”

         

       대부분의 상인들은 손님인 관광객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입을 다물었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이라니까 그러네!”

         

       그러다보니 악양에서는 주민과 관광객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일이 잦아졌고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끼리 금명월의 출신을 두고 다투는 일까지 벌어지자 결국 상인회가 나서 함구령을 내렸다.

         

       “자네 그쯤하게나.”

         

       “하지만…!”

         

       “어허, 눈치 좀 챙기게. 태수와 고관들의 목이 날아간 사건이 자꾸 언급되는게 어디 관에서 달가워할 일인가? 게다가 금명월 대협은 어디까지나 소가포목점의 손님이었네. 소가포목점에서도 이 소란이 기꺼울 리가 있겠나.”

         

       결국 눈치없는 상인들 혹은 주민들도 입을 다물었고 결국 금명월이 순안감찰어사라는 말은 그 당시에 천하에 돌던 수많은 헛소문 중 하나로 치부되고 끝나는 듯 보였다.

         

       만약, 금명월이 점창파의 혁기린이라는 소문이 퍼지지 않았다면 그랬을 터였다.

         

       금명월이 어느 지역 출신이냐보다 금명월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해졌고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악양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근질거리는 입을 열기 시작했고 금명월이 순안감찰어사라는 소문은 순식간에 전 중원으로 뻗어나갔다.

         

       근거는 없지만 정황상 사실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던 암룡문의 소문과 달리 악양의 소문은 수많은 증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그리고 악양에서 퍼진 소문을 들은 장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광주인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금명월이 사실은 남자였고 점창파의 제자였다가 이제는 감찰어사란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던 장이는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 앞 평상에서는 늘 보던 얼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금명월 대협이 확실히 혁기린은 아닌 모양이야?”

         

       “금명월 대협이 순안감찰어사라는 것은 확실하네. 증인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고, 아무리 그래도 소연화 대협의 본가인 소가포목점에 똑 닮은 두 사람이 초대받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금명월 대협이 혁기린이 아니라 명백하게 밝혀졌으니 성별에 대한 의혹도 가질 필요가 없겠지.”

         

       “후우, 그래도 대협이 여자인 것은 확실해졌구만.”

         

       포목점 이씨의 중얼거림에 평상에 모여 있던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금명월 대협이 낙양 출신이라는 사실도 확정이라는 소리로군.”

         

       그리고 이어진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살짝 풀어졌던 분위기는 다시 어색해졌다.

         

       “크흠, 뭐 적어도 광주 출신은 아니겠지…”

         

       “아쉽구만. 아쉬워.”

         

       다들 싱숭생숭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이 없어졌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한 사람 두 사람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장이 역시 자연스럽게 객잔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객잔으로 돌아온 뒤에도 장이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금명월의 정체가 혁기린이 아니라 순안감찰어사였다고?”

         

       “아니, 관리가 왜 뇌검낭인과 함께 혈교 토벌을…?”

         

       천하를 달군 화제가 어디 장이의 객잔만 피해갈 수 있겠는가. 당연히 손님들은 계속해서 금명월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었으니 장이는 바삐 움직이면서도 머릿속에서 금명월이라는 단어를 떨쳐내지 못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금명월을 안주 삼아 침을 튀기며 떠들던 취객들까지 모두 객실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장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제 방 침대에 쓰러지듯이 몸을 내던졌다.

         

       그렇게 잠시 노곤한 심신을 달린 장이의 시선은 머리맡에 놓여진 [금명월일상집]으로 향했다.

         

       금명월일상집의 표지를 보던 장이는 문득 웃음이 나왔다.

         

       광주에서도 무림 영웅이 나온다는 사실에 흥분해 금명월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 관심이 이내 금명월일상집의 구매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금명월이 사천 출신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크게 실망했다.

         

       금명월을 마음에서 지웠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주제에 금명월이 점창파의 혁기린이고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는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귀가 빠져라 소문을 기다리다가 악양에서 들려온 소문을 듣고는 안도감과 동시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금명월이 여인이라는 점이 확실하게 밝혀졌다는 안도감. 그리고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정체에 대한 혼란. 그리고 이미 진작에 포기했다고 여겼던 광주 출신 금명월에 대한 작은 미련까지.

         

       그야말로 금명월이라 이름 석 자에 어찌나 마음 졸였는지.

         

       “흐흐흐.”

         

       장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장이 스스로가 보아도 자신의 작태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객잔을 운영하는 장이에게 있어 무인의 소문, 협객의 협행은 그야말로 평생토록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것이었다.

         

       숱한 무림의 소문을 접한 장이의 감상은 간단했다. 이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이들이고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다.

         

       무인이란 초인이고 무림이란 그러한 초인들의 각축장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장이는 진심으로 무림의 소문에 열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장이는 무림의 소문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금명월이라는 협객에게 깊이 빠져 버리고 말았을까.

         

       금명월이라는 협객을 좋아할 이유는 더 이상 없을 텐데 말이다.

         

       아니 어쩌면 협객이 아니라 관리일지도 모를 정체모를 자이고 그 사실을 이리 잘 알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금명월이라는 사람을 머리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모르겠군. 모르겠어.”

         

       여전히 자신의 마음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장이.

         

       그리고 일주일 뒤, 그런 장이의 고민을 끝내 줄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금명월 대협이 낙양에서 직접 이번 소문을 해명하겠다고 하네!”

         

       장이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객잔의 문을 닫아걸고 낙양으로 향했다.

         

       *** ***

         

       청허 선사는 눈을 감고 혁기린을 떠올렸다.

         

       점창파는 공동 전승을 추구하는 문파지만 그렇다 해서 사제지연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혁기린의 담당이었던 청허 선사는 혁기린을 처음 볼 때를 떠올렸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선량한 본성을 감추며 어떻게든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으르렁거리던 작은 아이.

         

       청허 선사는 그런 혁기린을 바라보며 점창파가 이 아이에게 편히 쉴 수 있는 둥지가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이제 혁기린은 둥지를 떠날 때가 된 모양이었다.

         

       점창파와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겠지만 더 이상 팔랑이는 꽁지머리와 타인을 걱정하는 따스한 눈 그리고 절로 사람을 웃게 만드는 해맑은 웃음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섭섭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리라.

         

       “거, 여기서 혼자 무슨 청승을 떨고 있는 겁니까?”

         

       “딸내미 시집보내는 아비 흉내를 내고 있었지.”

         

       청허 선사는 운종 선사를 필두로 몰려든 선사들에게 대꾸했다. 지금 마음이 심란하니 그냥 갈 길 가라는 소리였지만 선사들은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사일검법은 내가 가르쳤는데 왜 본인이 아비라 생각하시오?”

         

       “그러니까 말이여. 사실 무공 전수한 건 다 우리고 말만 혁기린 담당이었으면서.”

         

       선사들의 면박에 청허 선사가 인상이 와락 찡그려졌다. 누가 가르치기 싫어서 못 가르쳤나?

         

       안 그래도 혁기린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늘 왜 몰려와서 시비란 말인가.

         

       “이게 다 자네들 탓 아닌가! 누구만 현경 고수에게 사사받는다고 구설수에 오를까봐! 그러게 진작에 좀 현경에 올랐으면 편파 논란 없이 마음껏 무공을 가르쳤을 텐데 말이야!”

         

       “와, 인성봐.”

         

       “지금 화경 무시하는거요?”

         

       “참나, 자기도 제자들한테 인기 얻고 싶어가지고 호천안한테 기술 배웠으면서 이럴때만 현경 고수 운운하면서 신비한 척 한다니까?”

         

       “경지가 벼슬이지 벼슬이야. 그냥 벼슬하러 낙양에 올라가지 점창파에는 뭣 하러 있소?”

         

       사방에서 쏟아지는 면박! 청허 선사는 뻐근해지는 뒷목을 주물렀다.

         

       “어이구, 늙으면 죽어야지. 현경 고수가 둘이나 생길 때까지 살아있으니 내 이렇게 못 볼 꼴을 보는구나. 세상천지 어느 문파에서 화경 따리들이 현경 고수에게 이따위로 대할꼬!”

         

       “허허, 한번 화경 고수에게 꼬챙이가 되어 보시겠소? 현경 고수가 화경 고수에게 죽으면 그건 타살이 아니라 수치사 아닌가?”

         

       “어디 한번 해 볼 수 있으면 해보던가!”

         

       그 뒤로 한참을 투닥이던 선사들의 다툼이 소강 상태에 빠졌다.

         

       “아쉽군.”

         

       어느 선사의 중얼거림에 청허 선사가 대꾸했다.

         

       “미련 남기지 말게. 처음부터 떠나갈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않았나.”

         

       “처음부터 떠나갈 아이였다라…맞는 말일세. 내 잊고 있었군.”

         

       남장여자 무림인 혁기린이라는 신분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나이가 차면 수염을 길러야 했고 무공 경지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문파의 중역을 맡아야 했으니까.

         

       그러니 혁기린이 언젠가 점창파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선사들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호천안의 계획이 정말로 성공할까.”

       

       

       “예끼! 이 사람. 의심할 사람을 의심해야지!”

         

       “흐흐, 호천안이 지닌 재주로도 실패할 일이었다면 그냥 천명이려니 함세.”

         

       선사들은 청허 선사가 기도를 드리고 있던 사당에 새 향을 피우며 읍을 올렸다.

         

       “후예이시여, 원시천존이시여. 부디 점창의 아이가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도록 비나이다.”

         

       혁기린을 위한 선사들의 기도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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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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