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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7

    <547 – 하나만 더 먹고 갈래요(2)>

     

    티토소가가 울음을 그친 뒤, 지젤파티의 추적은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진전되었다.

     

    “오크노디의 편지가 발송된 장소를 역산했습니다. 제국의 혈관이라 불리는 제국가도의 한복판에서 발송되었으니 마차를 통해 이동하는 도중에 날린 마법편지가 틀림없습니다.”

    “마차면 그나마 다행이네. 운행하는 마차 리스트를 각 지점별로 파악해서 후보를 추려내면 되잖아. 제국의 희귀식재료 파악을 위해 식량마차 리스트를 산출하던 프로그램으로 편지발송시각에 해당 가도에 머무르던 마차들을 추려내볼게.”

     

    택시번호판처럼 정식 인허가를 받은 마법인식번호가 새겨진 마차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제국가도.

    이사벨의 마차 추려내기는 남은 마차를 크게 줄였고, 지젤에게는 남은 마차를 수색할 방도가 있었다.

     

    “손오천 씨. 혁명군 대장군의 직권으로 지금 즉시 제국의 고위관료를 겁박해 이 리스트에 속한 마차들의 마법인식번호를 받아오십시오. 순순히 협조에 응하지 않을 시, 황제의 절친을 체포한 테러리스트를 비호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자극하면 즉시 양보해올 겁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척되는 오크노디 수색작업과정!

    그들의 추적이 신속한 이유는 오크노디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결코 셀로판지를 떼는 것을 포기하고 영원히 울음을 터뜨릴 티토소가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맹렬한 속도로 오크노디의 뒤를 쫓는 자들은 지젤파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오천이 피가 튄 관모를 들고 다급히 달려왔다.

     

    “정보를 물어보려고 찾아간 고위관료가 피살되어 있었다. 그것도 세 명 연속으로!”

    “입막음을 했군요. 제국의 혼란기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이 정도로 과감한 수를 둘 존재는 현 시점에서 하나밖에 없습니다.”

     

    지젤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았던 가능성을 실토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입니다.”

    “윽. 그 미친 아동학대범이?”

     

    돌 먹이고 독 먹이고 하여간 애한테 안 좋은 것은 죄다 저질러 온 천하의 나쁜 놈.

    만악의 원흉 이사장의 출현소식은 손오천과 이사벨의 의지에 더욱 불을 붙였다.

    “힝잉잉. 오크노디가 불쌍해. 그런 못된 집에는 끌려가면 안 돼요. 저도 도와줄래요!”

    즈앙에게 버려지고 혼자가 된 힝잉소가에게도!

    “매스각키 황녀가 궁중시녀도 믿을 수 없다고 어중칠검을 통해 몰래 전한 소식입니다. 이사장은 이미 여름방학에도 오크노디를 놓아주지 않은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 그의 손에 오크노디를 빼앗긴다면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 각오도 해야 할 겁니다.”

    단순히 친구를 아버지로부터 격리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은 모두의 얼굴이 크게 굳었다.

    이사장도 한 번 오크노디를 놓아주었지만 두 번은 순순히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혁명가를 죽이고 제국 황제를 갈아치우며 제국과 삼대거악의 혼란이 찾아온 지금, 재단이 가장 강력한 시기를 놓칠 리가 없다.

    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려운 부탁도 쉽게 들어주도록 남모르게 사람들을 조종해온 지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때에 맞추지 못하면 어떤 사람을 부려도 두 번 다시 오크노디와 마주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제국의 전대황제, 오크노디의 양부.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오크노디의 친부.

    누군가의 아버지라기엔 지나치게 가혹한 두 아버지 사이에서 과연 자신이 오크노디를 아카데미로 다시 데려갈 수 있을까.

    흔들리는 자신감은 그가 눈을 뜸과 동시에 검에 베이듯이 흩어졌다.

    어둠에 물든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은 쭉 찢어진 무시무시한 삼백안을 드러냈다.

    ‘해낼 수 있느냐가 아니지. 해내야만 하는 겁니다.’

    지젤은 매스각키가 보내준 어중칠검 알렉산더에게 말했다.

    “무력으로 분쟁이 생긴다면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걸 위해 매스각키 황제폐하께서 저를 보내신 겁니다.”

    오크노디 덕분에 생사를 걱정해야 할 황녀가 황위에 오르는 기적을 목도한 알렉산더는 황제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도울 마음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아직 궁에 복귀하지 않은 고공기사단이나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인 제국최정예군단과 전투조직들은 언제 재단의 꼬드김에 넘어가 적으로 조우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들의 상대는 세상 전체에 장학생을 심어둔 조직.

    와이히엠하이 재단이다.

     

    * * *

    확정강화권은 아이템의 등급이 신화등급 너머로 나아갈 때 사용된다.

    단일품목의 씨가 마르도록 전 세계에서 자원을 쥐어짜낼 수 있다면 신화등급에서 일반강화를 할 수도 있기는 하다.

    논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의 확률로 아이템이 펑펑 터져대서 그렇지.

    “그런 비극을 면하게 해줄 확정강화권은 당연히 구하기가 힘드니까 이 틈에 황제님의 도움으로 팍팍 입수하려고 해요!”

    “뜻이야 원대하다만 그 확정강화권이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 어찌 아느냐. 짐조차도 금서보관소에 있는 줄 몰랐던 물건이거늘.”

    “아카데미의 도서관에는 적어도 하나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시종장의 발언에 고인물인 나를 포함한 모두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저걸 시종장이 어떻게 알았을까?

    “간단한 유추입니다. 신물조차 강화할 수 있는 물건에 깃든 대마력을 감추려거든 그만한 마력이 집중된 장소에 숨겨야지요. 재단의 장학생 사이에 폐하의 양녀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추론 자체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두어야지!

    …근데 나무랑 숲의 비유는 어디다 놔두고 장학생 사이에 날 두었다는 비유를 하는 걸까?

    하나가 이해가 가면 또 하나가 이해가 안 된다.

    지가 십자말풀이도 아니고 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지 모르겠다.

    “아카데미로 가려고 하느냐?”

    “설마요! 거긴 재학 중에 들러도 되는걸요. 이번에 들리려는 곳은 <언더월드>에요!”

    황제가 턱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가벼운 놀람을 나타내었다.

    “지하세계의 존재는 짐이 엄중히 관리하여 유출을 방지했거늘 참 보람이 없구나.”

    “히히. 이 정도야 기본이죠!”

    “오크노디. 언더월드가 뭐야?”

    즈앙도 이쪽 방면으로는 견문이 짧은지 순수하게 호기심을 드러냈다.

    “언더월드는 지상에서 활동하는 아인종들과 다르게 지하에 숨어서 지내는 아인종들이 땅굴 파면서 개척된 지하세계야! 정확히는 세계관 확장 DLC 컨텐츠인데 난 DLC 잔뜩 키고 겜하니까 아마 있을 거야!”

    “흐응. 그래? DLC나 게임 타령이 뭔진 몰라도 지하세계라니, 습기가 많을 것처럼 들리네.”

    “일단은 지하니까 그렇겠지?”

    “벌레도 많고.”

    “기본적으로 땅속이니까!”

    “사다코 교수님의 언데드랑 비교해서 벌레랑 언데드, 어느 쪽이 더 징그러워?”

    “나야 벌레가 더 좋긴 해!”

    “그럼 나도 갈래.”

    역시 베스트프랜드 즈앙이야.

    싫은 곳에 가더라도 함께 하는 정신이야말로 우정이라고 부를 수 있지.

    ━━━

    [유해물질 격리보관소]

    이곳은 제국의 유해물질을 격리한 시설입니다.

    관계자 외 출입을 금지합니다.

    무단으로 구역 내에 침입 시 사살될 수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신체 및 정신, 영혼의 손상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

    마차 안에서 어디까지 왔나 함께 밖을 기웃거리던 즈앙이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오크노디.”

    “응?”

    “언더월드는 어디 가고 마나폐기물들을 보관한 격리시설에 찾아온 거야?”

    “제국이 요 밑에 언더월드 있음, 들어오지 마! 하고 표지판을 세우면 전국의 모험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거잖아! 그래서 저런 표지판을 세운 거야.”

    “영리하네.”

    “후후. 실제로도 이 시설을 건드리는 모험가는 없었습니다. 유해물질이 너무 좋은 흑마법사나 재단의 장학생들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즈앙이 멈칫했다.

    “유해물질을 좋아하는 흑마법사? …표지판은 모험가를 쫓아내려고 겁주는 용도로 세워둔 거 맞지?”

    “무슨 섭섭한 말씀을. 제국신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물질은 실제로 저 시설 내에 가득 실려있습니다. 그런데도 재단에선 잊을만하면 장학생을 한 번씩 보내오니 참 신기한 일이지요.”

    마력폐기물은 마법을 발동하고 남은 마나석에 깃든 사악하거나 난폭한 잔류마나와 잔류현상이 감도는 폐기물을 총칭하는 용어.

    엄중히 보관한 폐기물케이스 밖에서도 간혹 새어나오는 기운으로 이상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단검푹찍이 안 되는 모든 존재를 두려워하는 즈앙에게 두려움을 사기 충분할 현상이었다.

    “…나 돌아갈래.”

    “늦었어! 벌써 마차가 시설 안에 들어왔는걸?”

     

    믿어준 건 고맙지만 속았구나, 즈앙!

    히히. 넌 도망 못가!

    “오크노디 미워.”

    “힝. 화 풀어. 대신 무지개무당벌레 발견하면 특별히 양보해줄게!”

    “그거 가지면 뭐가 좋은데?”

    “무당벌레 종족의 출현율이 777만 7777%나 상승해! 운만 따르면 한 종족 수집을 완료하면 얻는 종족수집완료 보너스도 노려볼 수 있을걸?”

    “재단의 이사장은 정말 별걸 다 가르쳐주네.”

    마차에 새겨진 보안술식으로 3중 격문으로 폐쇄된 지하세계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시종장 할아버지. 궁금한 게 있어.”

    “황녀전하의 친구분의 의문에 답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폐하.”

    “그대의 뜻대로 하라.”

    “그렇다는군요.”

    시종장이 인심 좋은 어르신처럼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즈앙이 격문 사이에 배치된 유해물질을 가리켰다.

     

    “위험물질을 위에 잔뜩 놓고 출입구까지 막으면 언더월드의 주민은 위로 어떻게 돌아다녀? 도시 성문 앞에 마나폭탄을 잔뜩 쌓아두는 꼴이잖아.”

    “그래서 더 좋은 겁니다.”

    “?”

    “계도 되지 못한 야만인들이 신의 계몽을 기다리며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으니, 유일신에 밀린 주류24신격과 만신들이 황제폐하를 미워하면서도 마냥 척질 수 없게 되었지요.”

    “…지하세계 전체를 신과의 협상에 사용할 신앙의 노다지로 만든 거네.”

    즈앙의 표정이 아주 심각해졌다.

    여우가면의 아래로 턱에 손을 짚고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 조금 지적으로 보였다.

    뉴비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 아주 흐뭇했다.

    “응? 잠깐만. 그런 좋은 장소가 있으면 진즉에 용사를 지하세계로 보내서 경험치도 벌고 유일신의 신앙도 모으게 해서 용사를 성장시켰으면 엄청나게 강한 용사를 얻을 수도 있었잖아. 왜 용사를 지하에 보내지 않고 방목하다가 적으로 만든 거야?”

    “후후후.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시종장인 저로서도 마땅히 아는 바가 없어 대답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군요.”

    괜히 오카시이네와 말을 섞었다가 처음보다 더한 의구심에 빠진 즈앙이 머리가 터져라 끙끙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차는 차원문을 넘어 언더월드에 진입했다.

    ━━━

    [탐험이벤트 <언더월드 입성>]

    중간계에는 출입구가 엄중히 봉쇄된 공간, <언더월드>가 존재합니다.

    낯설고도 비밀스러운 언더월드에는 어떤 비밀과 모험, 경험치와 수집요소가 숨겨져 있을까요?

    성공적으로 모험을 마치고 관련기록을 모험가길드에 제출할 시, 특급모험가로 진급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교수님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수도 있죠!

    어느 교수님이든 당신의 보고서를 무척이나 감명 깊게 볼 것입니다.

    추가경험치 습득을 위해 열심히 모험일지를 작성해봅시다!

    ━━━

    물론 나는 즈앙처럼 초행길이 아니니 대학원생으로 납치당하는 함정루트는 밟지 않는다.

    길드에 제출한 보고서가 그대로 아카데미 교수님들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었던지…

    그때의 슬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겠지.

    보고서나 모험일지 따윈 절대로 남기지 않을 거야.

    모험가 길드에도 제출하지 않아!

    * * *

    아가씨는 새까맣게 까먹고 계시지만 리프는 황제가 내부강화소를 빠져나온 이래로 줄곧 뒤를 밟았다.

    당연히 제국의 아주 은밀한 시설에 마차가 향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제국도 재단이나 아카데미와 다를 바 없군요.’

    아가씨를 지령으로 통제하려는 재단.

    가혹한 훈련으로 아가씨를 괴물로 만든 아카데미.

    심지어 유해물질 격리구역으로 아가씨를 납치하는 황제까지.

    세상에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

    지잉. 지잉.

    리프는 품에서 통신마도구를 꺼냈다.

    두 개의 통신마도구가 동시에 울렸다.

    하나는 재단의 것.

    하나는 지젤의 것.

    리프는 고민 끝에 모든 통신마도구를 파괴했다.

    ‘귀족은 영지를 잃으면 급격히 약해지죠. 제국을 잃은 황제도 분명 약해졌을 겁니다.’

    재단의 품으로도, 아카데미의 품으로도 아가씨를 돌려보낼 생각은 없다.

    리프는 깨달았다.

    여기서 자신이 아가씨를 구출한다면, 어느 세력에도 아가씨를 빼앗기지 않고 잠적할 수 있음을.

    스스슥.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기회.

    리프는 유해물질 격리구역으로 잠입했다.

    그러나 리프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그림자가 슬쩍 튀어나오는 모자챙과 망토자락을 숨기고 있음을.

    <의적의 그림자>

    자신이 손으로 만진 그림자에 그 사람의 인격과 의지를 실어 조종하는 극의.

    대륙십대도적 서열 3위 정의도둑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의 그림자가 리프의 그림자에 스며들었다.

    오크노디의 졸업을 위협할 교수는 이미 그녀의 지척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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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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