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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8

       

        

        

        

        

        

        

       “생각했던 것보다 데이터가 빠르게 모이고 있습니다.”

        

       “타국이 눈치챈 기색은 없나?”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년도에는 본국이 작년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잠시 시곗바늘을 돌려, 수요일 저녁.

        

        타국에 비해 몇 배나 엄중하게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러시아 팀의 브리핑 룸. 그 안에서 온갖 도표와 수치, 미니맵에 표시된 기동 루트 등이 어지럽게 떠돌고 있었다.

        

        스무 명의 유저들과 코치, 감독의 앞, 러시아의 게임 구단이 조직한 태스크포스에서 급파된 치프 아날라이저가 연단에 서서 바쁘게 무언가를 떠드는 중이었다 – 그와 동시에 화면이 변했다. 네 개의 국기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그 밑에 특기할 점이 주르륵 표시된 것이었다.

        

        일본과 중국, 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치프 아날라이저의 손짓에 의해 앞의 세 나라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요약에 요약을 거듭했음에도 A4 1페이지에 달하는 양의 주의점과 특이사항이 대한민국 국기 아래에서 좌르륵 펼쳐졌다.

        

        그 아래에 적혀있는 анализирующий двигатель 2 – 한국어로 번역하면 분석 엔진 2.

        

        

        요컨대, 러시아 역시도 비밀병기 하나 정도는 있던 것이었다.

        

        

        

       “진행 상황은?”

        

       “분석 자체는 진즉 끝난 지 오랩니다. 하지만…아시잖습니까. 한국 국가대표 유저들의 플레이 방식은 단순히 분석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극한까지 가다듬어진 기본기 위에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작동하는 트리키한 플레이가 곁들여진 겁니다.”

        

       “파훼는 별개의 이야기란 뜻이군. 아직도 그리 갈 길이 먼가…그래도 대응 방법이 하나둘씩 정립되고 있군.”

        

        

        

        과거 한국에도 존재했던 분석 엔진.

        

        러시아는 제4회 아시아 예선전이 시작되기 전에 해당 엔진과 비슷한 것의 개량형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고, 월요일과 화요일, 수요일에 이뤄졌던 교전 데이터를 그 안에 때려박은 뒤 전력을 다해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 엔진을 통해 토해낸 결과를 현실에 구현해야만 하는 것은 사람이었으며, 러시아의 기라성같은 유저들조차 여전히 극한까지 벼려진 한국 유저들을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그리하여 이들의 전법은 다음과 같았다.

        

        

        

       “월요일과 화요일의 아날라이징을 통해 경기 중 마주치는 적의 행동 양상을 성공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상기 표기했던 상위 10명을 제외한 유저들과의 지속적인 교전을 통해 계속해서 전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방금 언급했던 10명과는…마주치지 말아야만 하고.”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10명.

        

        다이스, 하모니, 그리고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까지 올라갔던 잉크, 갬빗, 미카엘과 블루밍, 그리고 그 이외의 4명 가량을 포함한 숫자.

        

        치프 아날라이저는 간접적으로 저들을 주의하라고 말했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들과 마주치는 순간 전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압살당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들은 3일 가량의 데이터 수집을 통해 한국 유저들의 플레이스타일이 하나의 원류에서부터 기반하였고, 위로 올라갈수록 한계까지 깎아낸 정교한 플레이를 기반으로 행동한다는 것 정도까지는 알게 되었으나 –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

        

        수확이 없는 것이 아니란 게 다행일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본국의 인원들이 추가적으로 숙달해야만 하는 점 몇 가지를 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띄워지는 몇 개의 영상.

        

        대여섯 개 가량의 영상이 전부 재생이 끝난 순간 10분 가량의 시간이 흘렀고, 아날라이저는 멈춘 화면에 레이저포인터를 겨누며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한국 유저들은 수류탄 운용에 도가 튼 것으로 여겨집니다. 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발생하는 충격파와 굉음, 후폭풍의 영역이 어디까지 위험한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폭발 순간 가까이 접근하거나, 폭발음 사이에 핀 뽑는 소리를 묻어가곤 합니다.”

        

       “그건 한국 유저들이 자주 시행하는 ‘몰리와 수류탄 간의 연결’과도 관련이 있나?”

        

       “확실하다고 여겨집니다.”

        

        

        

        유진이 작년에 처음으로 시행하였고, 이제는 PVP에서 꽤나 유행을 타다 못해 일종의 기본적인 전술로서 여겨지는 몰리-낚싯줄 연결 시스템.

        

        그러나 이것을 운용하는 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였고, 숙련도를 올리지 못하면 극복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리하여 아날라이저는 손을 휘저어 다음으로 넘어간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특이사항. 어떤 것은 숙련도 상승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메울 수 없는 문제였으나, 어떤 것은 – 가령 스킬의 전개 및 완전 배치에 걸리는 시간 간극을 정확하게 꿰뚫고 들어오는 행위 –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가 토해내듯 덧붙였다.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한국 유저들의 플레이스타일은 마치 현실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를 살해하기 위해서만 창조되고 정립, 발전한 것 같군.”

        

       “분석가들은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유진 선수 특유의 말도 안 되는 눈썰미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일괄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만…사실 그 외의 이유가 있는 것도 확실해보입니다.”

        

       “그것만큼은 우리가 신경쓸 부분이 아니지.”

        

       “…맞습니다.”

        

        

        

        후, 하고 숨을 내쉰 분석가가 덧붙였다.

        

        

        

       “아직까지 마땅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도출된 결론에 의거하여 변경된 자국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이 이전보다도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바꿀 필요는 없겠군. 내일도 무난하게 지나가길 바라야겠어.”

        

        

        

        당연하겠지만, 이 모든 행위는 전혀 불법이라고 할 수 없었다.

        

        타국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며 어떤 택틱을 들고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건 경기에 참여한 코치와 분석가들이 당연히 해야만 하는 행위기도 할 뿐더러, 작년에 꼴찌를 기록한 대만은 이전에 시행되었던 아시아 예선전 스크림 데이터를 ‘또다시’ 받아 이를 진즉 분석하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은 적어도 그 사실이 파악되는 순간 플레이스타일을 싸그리 바꿔버릴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러시아 팀은 이를 인지하고 있을지언정 그에 대응할 방안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이들은 밤새도록 낑낑대었으나 마땅한 효과를 거둘 수는 없었고, 또다시 다음 날의 해가 밝아온다.

        

        밤은 아침이 되고, 아침은 우중충한 낮이 되며, 낮은 이윽고 목요일 7시로 이어진다. 또다시 백수십 명에 달하는 경기 관련 인원들이 개별 라운지로 향하고, 수천 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를 잡는다. 어제와 동일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즐거운 경기만을 원하는 관람객들과는 달리,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코치와 분석가들의 표정은 도통 개일 줄을 몰랐다. 당연했다. 같은 상황 속에서 다른 결과를 바란다는 것은 반쯤 기적을 염원하는 구도자의 것에 더욱 가까웠으므로.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편하게, 누군가는 긴장된 모습으로.

        

        경기가 시작되고, 백 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일제히 맵에 투입되었다. 주변 산지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화마가 가스 시설을 에워싸듯 다가오는 가운데, 일백 개의 점이 일제히 움직인다.

        

        점 하나하나는 사람이었다. 극도로 목숨을 아끼려고 하는 이들도 운에 의해, 혹은 잘못된 선택 하나가 빚어낸 나비효과에 의해 꺼져만 간다. 각 나라에서 고르고 골라 힘겹게 이 자리까지 올라온 최상위권의 유저들조차 아차 하는 사이에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국을 보아야만 했고, 사라지는 유저보단 전체적인 결과에 주목해야만 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러시아 팀의 라운지에서는 맵 전체에 흩뿌려진 백 개의 점 중 스무 개 가량이 푸른 색으로 표기된 상태였고, 해당 국가 소속 분석가들은 선수들이 목표한 바를 잘 이뤄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타국 선수와의 교전에 돌입하는 순간 점은 붉은 빛으로 변하고, 이어 측면에 스톱워치가 표기되며 시간을 측정한다.

        

        최소한 40초. 가능하다면 2분 30초.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주변을 돌아다니던 타 유저의 이목이 끌릴 확률이 급상승하고, 이득보다는 손실이 커진다. 이미 선수들에게 그 사실을 주지시켜놓은 지 오래였기에 분석가들은 초조하게 화면을 바라본다.

        

        

        

       “…40초 돌입.”

        

        

        

        누군가가 낮게 뇌까렸다.

        

        그 말대로. 붉은 색이었던 스톱워치 글자가 푸른 색으로 변한다.

        

        확대된 화면 너머에는 복잡한 엄폐물을 낀 채 두 유저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숨조차 쉬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 그러는 와중에도 선수들은 기계처럼 탄창을 교체하고, 스킬을 사용하며, 자신에게 허락된 여력을 최대한 짜낸다.

        

        상황은 백중지세에 가까웠고, 러시아의 토치카 선수와 교전하고 있는 건 한국의 블루밍. 실로 재수없게도 러시아가 선정한 상위 10명 중 8위에 속하는 유저 중 한 명이었으나, 의외로 교전은 무난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토치카는 파도처럼 몰아치는 공격에도 이름값을 해냈고, 계속해서 조금씩 이동하면서 변수를 확보하고 판을 뒤집으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1분 24초, 러시아 측의 인원이 입술에 미묘한 희열을 머금은 순간-

        

        

        

       ───콰아앙!

        

        

        

        토치카가 잿더미가 되었다.

        

        화면을 바라보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화등잔만하게 커지는 가운데, 킬로그에는 네 개 가량의 수류탄이 일제히 폭발해 유저를 보르시치로 만들어버렸다는 참담하고도 무미건조한 픽토그램과 글자의 혼합물만이 떠있었다.

        

        물론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한국 선수들과 교전하던 유저 상당수가 먼지가 되어 로비로 사출당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입니까-!”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딱히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

        

        어떻게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내야만 했으나, 이미 한순간 얼어버린 두뇌는 다시금 예열되기를 거부했고, 입에서는 짧은 신음성만이 터져나왔다.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 비얌이 인피니티 건틀렛 끼고 손가락이라도 튕겼나?”

        

        

        

        실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효과 확실하군요.”

        

       “…와.”

        

        

        

        한편, 한국 라운지.

        

        비얌이 손을 뗐다고 해서 아나콘다가 지렁이로 퇴화하는 일은 없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이번 년도 아시아 예선전에 참가한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외마디 비명…에 가까운 탄성.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말 그대로 비얌-건틀릿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결과가 아니면 앞뒤를 끼워맞추기조차 벅찬 상황이 수천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 앞에서 벌어졌다.

        

        비얌이 사주한 짓은 확실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왜 하필 월요일부터가 아니라 목요일부터 이러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유진은 도대체 무엇을 가르친 것인가. 흥분이 가라앉고 킬로그가 떠올랐을 즈음에야 분위기가 간신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장작의 공급이 멈췄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것도…유진이 뭔가 피드백을 넣어서 저렇게 된 건가?”

        

       “플레이스타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바뀐 것 같은데….”

        

        

        

        무릇 사람들은 태울 장작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에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어김없이 적중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경기를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민족들이 온라인-토론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뒤바뀌어버린 플레이스타일의 이유를 나름대로 예상해보는 것이 바로 주요 안건이었다.

        

        

        

       “그냥 무난무난하게 택틱 테스트하는 것 같은데? 누가 봐도 일종의…보급형 하모니 메타잖아. 다이스마냥 유진 플레이 조금이라도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래도 원리만 어느 정도 알면 따라할 수 있는 폭탄마 메타 시도하는 거겠지.”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화요일이나 수요일부터 하지, 그걸 왜 목요일부터 하겠어.”

        

       “아직 택틱 조정이 덜 끝나서 그런…건 아닐 것 같고. 진짜 왜지?”

        

        

        

        진상을 아는 사람들은 오직 한국 국가대표 뿐.

        

        그마저도 엠바고가 언제 풀릴지조차 알 수 없었으며, 만약 저것이 추후 한국의 플레이스타일 기조 수립에 도움을 주게 된다면 택틱 방어를 위해서라도 영구히 공개되지 않을 확률도 있었다 – 그리고 그 즈음에서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발광을 시작했다.

        

        물론, 상대는 유진이었다. 이들 역시도 땡깡을 피운다고 해서 상대가 들어줄 리가 1도 없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알려줄 위인이었다면 작년 KSM 종료 후 그녀의 방으로 물밀듯이 들어온 8만 명 가량의 시청자들을 내팽개치고 자러 가지는 않았겠지. 물론 그 외에도 정말…많은 전적이 있었다.

        

        이미 ‘유진이 어느 시점에 방송을 켤지를 안다는 것은 내일 날씨를 정확히 맞추는 것과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판이었기도 하고.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상정하고 가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 한국 국가대표 알아서 하게 놔둘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네. 러시아 좀 선전하는 거 보자마자 바로 꺾어버리는 거 보면 살벌하다, 살벌해.”

        

       “저것도 유진이 관여한 게 확실할 거고…꼴랑 1년으로는 따라잡는 것도 어렵구만. 진짜 무섭다, 무서워. 도대체 실력 평균을 얼마나 올려놓으려고 저러는 거야?”

        

       “경기 끝났다. 방금 판에 있었던 충격에서 빠르게 헤어나오지 못하면 다음 판도 말릴 텐데….”

        

        

        

        한국은 더 이상 유진의 도움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강팀을 넘어 독보적 1위로 부상했음에도 아직 더 올라갈 곳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순간, 한국 시청자를 제외한 타국의 인원들의 멘탈은 흩날리는 가루, 혹은 잿더미 비슷한 것으로 변모했다 – 그러나 꼭 그렇게 암울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단 사람들도 있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해서 영영 따라잡을 수 없는 위치로 계속해서 남아있을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결국 수렴진화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고, 언젠가는 실력 차이보단 개개인의 센스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날이 올 터였으니.

        

        물론, 그 날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두들겨 맞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감내할 수 있다면 말이다.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카메라는 러시아 팀이 있었던 라운지를 비춘다.

        

        호다닥 뛰어가는 십수 명의 인원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해당 카메라 화면을 주시하는 사람들은 어쩐지 저들이 어딜 향하는지 알 것만도 같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밤 – 혹은 시차에 의해 낮 – 이 끝나가고 목요일의 스트리밍조차 끝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남겨진 시청자들의 이후는 너무나도 길었다.

        

        

        그리고 이들이 할 일이란 간단명료했다.

        

        

        

        

        

        

       [일반]팩트폭격)이번아시아예선전싸그리분석해왔다빨리개추좀

        

        

       <대충 유진이 메롱하는 팬아트>

        

        

       사실 구라야

        

       근데 이번에 러시아가 생각보다 바짝따라잡은거 어케생각하냐?

       솔직히 좀 쫄렸음

       

       

       [전체 댓글][등록순]

        

       -아이시발련아 헐레벌떡들왔네

        

       -아니 자짤 ㅈㄴ 혓바닥 왤케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작성자]그것이…비얌이니까

        

       .

        

       .

        

       .

        

        

       

        

       [일반]이번에 비얌이 왜 갑자기 애들 죄다 하모니로 개조시켰는지 대충 알거같은데

        

        

       <대충 유진이 머리긁으면서 잘모르겠는데? 하는 팬아트>

        

        

       물론 안다고했지 알려준다고는안함 ㅋㅋ메롱븜

        

        

       [전체 댓글][등록순]

        

       -이 개1새1끼들 진짜 내가 pdf따서 유동저격갈긴다 각오해라

        

       -확그냥 전술핵병기 함 달려?

       ㄴ[작성자]미친놈아 그걸왜달려

        

       -ㅅㅂ 조회수 초당 300씩 나온다고 어그로 준내끄네 미친련이 ㅋㅋ

        

       -완장 뒤져가는소리 나만 들리냐?

       ㄴ어어 그런말하면 파래진다

        

        

        

        

        

        

        

        어그로, 혹은 그와 비슷한 수준의 저급 떡밥 혹은 낚시질.

        

        세상 일이란 언제나 거기서 거기였고,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닌 모든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목요일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돌아가면 비얌레이드 준비할 수 있죠?”

        

       “네!”

        

       “마참내!”

        

       “…그래요. 희망차니 보기엔 좋네요.”

        

        

        

        한편, 목요일의 끄트머리.

        

        이들은 이러고 있었다.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시아 예선전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다음 화부터는 셋째비얌레이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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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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