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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8

    <548 – 하나만 더 먹고 갈래요(3)>

     

    언더월드Underworld.

    통칭 지하세계에는 지상의 인류를 피해 달아난 아인종과 몬스터들이 잔뜩 있다.

     

    “저건 블라인더Blinder라는 눈먼 사족보행 인간형 식인족이고 저건 식인족을 포식하는 지하거미야. 지하거미의 눈알을 수집하면 요거트로 만들 수 있다는데 해볼래?”

    “사양할게. 오크노디 너도 참아줬으면 좋겠어.”

    “힝. 왜애? 모처럼 왔는데 지역특산품은 먹어야지.”

    “넌 지역특산품으로 매미튀김을 먹으래도 먹어?”

    “먹어야지?”

    “…그런 건 좀 편식해도 돼! 오크노디의 우물거리는 입에서 매미날개가 삐죽 튀어나오는 모습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절대로 먹지 말아줘!”

     

    즈앙이 하도 간절하게 부탁해서 식품도감수집은 패스하기로 했다.

    혁명가가 원체 경험치를 퍼준 덕분에 사실 이런 자잘한 도감수집은 이제 안 해도 되긴 하다.

     

    “그래도 즈앙은 미리 잘 먹고 무럭무럭 커야지. 나 없어도 쑥쑥 자랄 정도로 미리 도감수집을 해두지 않으면 졸업파트에 함께 할 수 없어서 곤란해!”

    “걱정 안 해도 돼. 암살술 단련이라면 주기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선배들의 실험실에서 탈출한 실험체가 실험실로 돌아가기 전에 합법적으로 해치워서 손맛과 기술을 유지해왔어.”

     

    역시 즈앙은 준비성이 철저한 프렌즈구나!

    저 정도면 개인성장은 믿고 맡겨도 되겠다.

    저학년이 고학년을 역관광하는 사례는 정말 흔치 않아서 그런지 더 든든했다.

     

    “언더월드에도 몬스터서식지나 아인종서식지는 따로 구분이 될 겁니다. 소인이 알기로는 강력한 아인종들이 영주로 군림하는 지역이 몇몇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특별히 들르고 싶은 곳은 있으십니까?”

     

    시종장의 물음에 나는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허허. 말씀하시지요.”

    “뱀파이어의 고서박물관에 갈래요!”

    “오호라. 밤의 귀족이라 불리는 성공한 아인종, 박쥐인간들의 소굴이라면 분명 오래되고 강력한 책들 사이에 확정가챠권이 숨어있을 만도 하군요.”

    “잠깐만. 뱀파이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기억을 더듬던 즈앙이 설마 하며 물었다.

     

    “그거 혹시 사다코 교수님의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 1학기 중간고사에 나왔던 <신입 메이드의 일지>에 적힌 뱀파이어랑 같은 종족이야?”

    “우왕. 즈앙은 기억력도 좋구나! 그 뱀파이어가 맞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기억력으로는 나도 어디 가서 지지 않지.

     

    ━━━

    신입 메이드의 일지 7페이지

     

    사라진 신입메이드들의 피 묻은 옷이 벽난로에서 발견됐다.

    역시 그날 본 사다코 아가씨의 모습은 착각이나 환각 따위가 아니었어.

    아가씨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다!

    빨리 숨어야해.

    굴뚝 안.

    3층 다락방.

    지하실의 저장고.

    어디로든 서두르지 않으면 들키고 말 거야!

    ━━━

     

    <모험가의 야간행동> 1학기 중간고사에서 본 일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

    신입집사의 일지 3페이지

     

    신입메이드가 모두 달아나서 집사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혹하지 말아야했다.

    당당하게 인간의 생피를 요구하는 사다코 아가씨는 누가 봐도 명백한 뱀파이어였다.

    집사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남았다.

    아가씨에게 물려 죽든가.

    대신 물려 죽을 제물을 찾아 바치든가.

    다행히도 인근에는 던전이 하나 있다.

    던전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을 흘리자.

    그러면 모험가들이 잔뜩 몰려들리라.

    도시의 모험가길드에 보낼 의뢰서를 집무실에서 작성해야겠다.

    ━━━

     

    <모험가의 지형적응> 2학기 중간고사에서 본 일지는 이런 내용이었고.

    결론은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킨다.

     

    “사다코 교수님의 동족을 만나러 가는 거네.”

    “그렇지?”

    “…언더월드같은 사악한 세계는 결코 지상과 이어져서는 안 돼. 난 오늘부터 선황파야.”

     

    세상에 사다코 교수님과 같은 존재를 하나라도 더 늘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즈앙의 비장한 표정!

    시종장과 황제만 믿음직스러운 하수인이 생겼다며 허허허 크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마차를 세우겠습니다. 표지판이 있군요.”

     

    시종장 오카시이네가 높다란 비석 앞에서 황제마차를 세웠다.

    비석에는 정체불명의 언어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

    베뜹때벨뗑뢍뭐걍벨귁궤꽥땜늡률띤궁뮷녁뮌겁롼딕꽹띰넨겡련떪롼깍걍벨곌몃벴됩두고땁닛룃례는뗌롼깍걍벨깰몄긔랩례능걍베검때벴됩두귄겉닛룃례뉨떠룩뎅꽹뚠간겡벙룐렷낑꽹럇겹겨권롸뢨걔걍베뭘굵벴됩두고낱닛룃례근룐렸괴꽹뜰눈겨귁력뢍돈걍벨뜹겨늅똴두넛괼닫흐흐흐

    ━━━

     

    즈앙이 심각한 표정으로 옆에서 비석을 쳐다봤다.

    은근슬쩍 허리를 찌르며 물어봤다.

     

    “무슨 뜻인지 알고 보는 거야?”

    “레시피가 아닐까? 인간의 간 한쪽, 엘프의 머리카락 한 줌, 그런 것들을 모아서 마녀잡탕주술찌개처럼 끓이는 거지.”

    “헉, 정말 끔찍하다!”

     

    시종장은 허허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마녀잡탕주술찌개는 아니군요. 평범한 이정표입니다.”

     

    시종장 오카시이네가 허공에 손을 펼쳐 비석의 해석본을 즉석에서 창조했다.

     

    ━━━

    마법의 숲 동부 75km

    수정 광산 서부 125km

    화산 심장부 남부 200km

    폐허와 무너진 성전 북부 112km

    어둠의 심연 지하 50km

    ━━━

     

    언어 기능의 극의인 <자동해석> 기능을 해금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언더월드 공용어인 뷁어를 해석하는 실력은 고인물인 나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마녀가 살법한 마법의 숲이 있으니까 아주 틀린 건 아니야. 조금은 맞았어. 한 1%정도는… 아무튼 그렇다고 해!”

    “즈앙 말이 다 맞아! 완전 천재야. 똑똑해!”

     

    그런데 오카시이네는 이럴 때 아니면 별 쓸모도 없는 언어기능을 왜 저렇게 많이 올렸을까?

    황제는 플레이어가 깨야 할 DLC컨텐츠는 건드리지 않느라 언더월드는 보통 방치하는데.

    필요도 없는 기능을 미리 연마해두었다니 언제 봐도 참 이상한 시종장이다.

     

    “마법의 숲에 뭐가 있는지는 내가 알아!”

     

    ━━━

    챕터1, 신성한 산책로

    챕터2, 마법의 샘

    챕터3, 영원한 그늘

    챕터4, 요원한 강물

    챕터5, 마법의 녹지

    챕터6, 흐린 숲길

    챕터7, 원시의 나이테

    ━━━

     

    DLC컨텐츠에도 격이 있다.

    아카데미 매점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파는 <만물상>DLC는 재료채집이 귀찮고 정보가 부족한 뉴비들을 위해 온갖 템을 파는 DLC다.

    접근성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며 DLC를 추가할 때마다 사용되는 DP도 적게 든다.

     

    신규필드를 대거 추가하는 <언더월드> 컨텐츠는 다양한 탐험과 사냥, 지혜겨루기와 세계관 확장을 누리는 종합컨텐츠DLC다.

    당연히 가격도 엄청나게 세고 DP도 무지막지 들어가서 이거 하나 추가하면 자잘한 DLC는 DP 부담 때문에 구매하지도 못한다.

    뉴비들은 아예 언더월드 DLC를 구매해도 DP가 부족해서 게임에 추가하지도 못하지!

    물론 회차반복을 하면서 업적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DP 따위, 고인물은 차고도 넘치기에 가볍게 적용할 수 있다.

     

    “신성한 산책로에는 엘프들이 멸종위기동물들을 기르고 있어. 마법의 샘에는 요정마법사들이 못된 인간들을 석화시켜서 골렘으로 부리고 있고! 영원한 그늘에는 늑대인간과 뱀파이어들이 사는데 우리가 갈 곳도 거기야!”

    “시종장만큼 너도 이상해.”

    “힝. 내가 왜?”

    “제국황제가 작정하고 봉인한 언더월드의 지식을 왜 그렇게 많이 아는 거야.”

    “장학생을 보내서?”

     

    황제도 시종장도 흥미롭게 여기기는 하지만 새삼스레 유난 떨 일이냐고 그러려니 했다.

    보통 여기에 들어오는 시기는 황제가 언더월드 봉쇄를 소홀히 하는, 지상에 큰 전쟁이 일어나는 전쟁세대 이벤트가 벌어지는 시기다.

    지상에서 흐르는 수많은 피와 죽음에 이끌린 언더월드의 주민들은 플레이어가 언더월드의 문을 개방하기 무섭게 지상으로 우르르 진군한다.

     

    지상침공을 막는 루트.

    지상침공을 돕는 루트.

    루트분기는 다양하지만 내가 즐기는 루트는 막지도 돕지도 않고 올라갈 놈들은 싹 다 올려보낸 뒤에 무주공산이 된 언더월드를 탐사해서 탐험보상만 쏙쏙 빨아먹는 본진털기 플레이.

    덕분에 지름길은 전부 꿰뚫고 있다.

    신성한 산책로의 엘프들과 마주하기도 전에 거대한 잎사귀를 꺾어 행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며 마법의 샘물로 내려갔다.

    마법의 샘물의 요정마법사들을 마주하기도 전에 도르래를 타고 샘을 뚫고 영원의 그늘에 도달했다.

    몬스터는 쥐뿔도 구경하지 못하게 된 즈앙이 노골적으로 실망을 드러냈다.

     

    “뭔가 기대한 거랑 달라.”

    “무슨 기대를 했는데?”

    “지저의 뒤틀린 생태계에 적응한 강력한 괴수들. 황제의 압도적인 힘으로 대살육을 벌이며 개척하는 길. 끝없이 밀려드는 물량의 너머에서 하나씩 등장하는 네임드를 암살하는 멋진 나.”

    “그런 멋진 암살자는 없어! 우린 잠입 전문이야!”

    “칫.”

     

    아쉬워하는 즈앙을 달래며 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사람은 우리처럼 쉽게 내려오진 못하겠지만 아무도 지하종족한테 들키지 않았으니까 입구가 열린 것이 들키거나 문제가 일어나진 않겠지?

     

     

    * * *

     

     

    리프는 자신의 은신이 발각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넘쳤다.

    지하에 숨어 지내는 하찮은 지하종족 따위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자신은 재단의 암살메이드.

    그것도 여느 암살메이드보다도 강한 실력을 지닌 실력자였다.

    그렇기에 재단에서도 그 악명 높은 집사 조나의 감시역으로 자신을 붙인 것이다.

     

    “좆 같은 지상의 인간이 내려왔다!!”

    “가라, 구름고래!!!”

    “뿌오오오오오오!!!”

    “기가드릴유니콘, 뿔 찌르기!!”

    “드리이이이일!!!”

     

    그런 자신감은 구름처럼 몰려드는 수십 마리의 다크엘프들과 그들이 부리는 온갖 듣도 보도 못한 레어몬스터들의 습격 앞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온몸에 화살구멍이 꽂히거나 뭐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기상천외한 공격들에 난자당하고 싶지 않다면 이건 도망밖에 답이 없었다.

     

    ‘아가씨는 대체 이딴 곳을 어떻게 조용히 내려간 거지?! 설마 황제의 힘인가!!’

     

    분하지만 아가씨의 구출은 실패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무리다.

     

    [조명탄]

     

    피이이이잉- 파바방!

     

    지상에 올라와 유해물질관리소 밖으로 터뜨린 조명탄은 오크노디를 찾아 근방을 수색하던 지젤파티와 재단의 감시망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지상종과 지하종의 대규모 조우가 시작될 것은 당연지사.

    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소요사태에 초조해하던 리프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의 그림자가 어느덧 멀쩡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상에 컨텐츠가 고갈 되어서 뉴비들 심심할까 봐 DLC컨텐츠를 챙겨주는 다크프린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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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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