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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8

        

         

       신성한 불기둥이 타오른다.

       불기둥은 천천히 나선을 그리며 회전하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곳에서 조형된 것은 사람을 현혹하기에 충분한 외형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불로 조각상을 만들어내는 신비스러운 광경이라.

       마치 아기가 불을 처음 보았을 때 신기해서 손을 뻗는 것처럼, 그것에 가까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비로소 불에 데고 나서야 그 뜨거움을 알았던 그때와는 다르게, 불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도 홀린 듯 들어가는 것에는 그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사람은 제 몸에 붙는 불의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였고, 온몸을 엄습하는 작열통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오직 따스함과 포근함만을 느끼며 불 안에 마침내 몸을 던지며 천사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그래.

       한 몸이 된다.

         

       지금 저 불기둥에 다가가는 이들은 장작이요, 또 다른 불이니.

       불기둥은 점점 몸집을 불린다.

       사람들을 제물로 삼아.

       사람들을 장작처럼 태워 가며.

         

       그렇게 불꽃은 강렬해지고, 천사로 분장한 그것은 점차 몸집을 키운다.

       불바다가 되어버린 층 전체를 자기 몸처럼 활용하고, 층 전체를 자신의 뱃속처럼 만든다.

         

       아, 현혹되지 않은 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층은 저 불꽃의 뱃속이 되어버렸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 불은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밤을 밝히고, 어둠을 물리친다. 그리하여 사람에게 포근함을 주고 두려움을 물리치나니, 헤매는 어린양은 나를 횃불로 삼아 어둠을 물리치고 등불로 삼아 길을 거닐라. 그리하여 불꽃의 기둥을 징표로 삼아 걷고 또 걸어 그곳에 다다르라. 』

         

       다만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로다.

         

       타오르는 불은 모든 것을 불태워 재로 만들고, 불꽃은 또 다른 불꽃을 부른다.

       이것은 지엄한 신의 법칙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어찌 이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으랴?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행해지는 행사이니.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은 신비로운 것이 아니요, 법칙에서 어긋난 것도 아니니.

         

       [ 치지직- 오래 주시하지—-시각으로—현혹— 치직— ]

         

       무전기에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노이즈가 가득 껴 있는 소리.

       이빨이 다 빠진 미국 시골의 노인네가 지껄이는 방언 섞인 술주정보다도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다.

         

       하지만 그런데도 남자는 그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해석해서 머리에 때려 박았다.

         

       왜냐고?

       그것만이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었으니까!

         

       “오오, 메타트론이시여. 저를 받아주소서…!”

         

       “신께 향하는 기둥이 열리니, 오 신이시여. 저를 그곳으로 승천케 하소서…!”

         

       조금만 무전기에서 신경을 돌리기만 하면 소리가 들려온다.

       총을 갈겨대던 아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슨 약이라도 한 것처럼 황홀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불기둥에 다가가는 사람들의 소리 말이다.

         

       화르륵.

         

       그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련만.

       저 황홀한 소리가 울려 퍼진 뒤에는 꼭 소리가 들린다.

       하늘 높이 불타오르는 캠프파이어에 장작을 던질 때 나는 듯한 그런 소리가.

         

       이물질이 화염에 들어갔을 때 들리는 소리.

       무언가를 재료로 삼아 불꽃이 더 격렬하게 타오를 때 나는 그런 소리.

       휘감기는 바람에 불꽃이 흔들리며 내는 그러한 소리.

       그러한 소리가 계속해서 난다.

       계속해서…계속해서.

         

       그리고 그 소리가 한 번 날 때마다 한 사람이 죽는다.

         

       저 불꽃에 제 발로 들어가서, 스스로 타올라서, 죽는다.

         

       참 빌어먹을 일이다.

         

       ‘빌어먹을.’

         

       물론 남자도 저 사람들을 살려둘 생각은 딱히 없었다.

       온몸의 뼈를 부러뜨려서 죽인다거나, 목을 360도 돌린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머리통을 없애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렇게 행했겠지. 총만 갈겨대는 저 작자들과는 다르게, 그는 충분한 실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작자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다가 뒈진 것도 아니고, 웬 불꽃에 몸을 집어 던지면서 장작처럼 죽는 모습이라니.

         

       저것을 어떻게 사람이 죽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는가?

         

       가축도 저렇게 죽지는 않는다.

       그냥 장작이라도 된 것처럼, 불에 달려드는 나방이라도 된 것처럼 저렇게 죽는 모습이라니.

         

       그가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대 한밤중에 캠프파이어를 피웠었는데, 그 불빛을 보고 숲속에서 수많은 벌레가 날아왔더란다.

       그 벌레들은 멍청하게도 불에 그대로 달려들어 죽어 나갔는데, 그때 아이들은 그 벌레들을 보고 혐오감을 표하면서도 그 벌레들을 비웃기를 망설이지를 않았었다.

       뭐 이런 멍청한 놈들이 다 있냐면서.

       이 뜨거운 불에 달려들면 죽는 게 뻔한데 참 바보 같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불꽃에서 스모어를 만들어서 먹거나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었는데….

         

       하.

       지금 광신도들의 모습이 딱 그랬다.

         

       벌레처럼.

       장작처럼.

       그렇게 죽어 나간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잿더미가 되어버린 채 죽어 나간다.

       이토록 허무할 수가 있는가.

         

       저렇게 죽을 것이라면 대체 지금까지 왜 살아왔단 말인가?

       아니, 저렇게 죽을 거면 차라리 지랄이라도 하지 말지.

       총으로 개지랄을 떨면서 그를 방해라도 하지 말지.

         

       참 뒈질 때도 사람 찝찝하게 만드는 놈들이 아닐 수가 없었다.

         

       [ …치직- 정신 차려!!! 탱고 골퍼!!! 이 말대가리 같은 새끼(Jackass)야! 홀렸다고—!!!]

         

         

         

        * * *

         

         

         

         

       불꽃.

       불꽃이 춤을 춘다.

       바닷속에서 흐늘거리는 해초들이 그러하듯이.

       바닥에 박혀서 머리카락을 위로 늘린 채 춤을 추는 해초들처럼.

       오, 흔들거리고 흔들거린다.

       물결 같은 아지랑이를 품은 채, 흔들흔들, 흔들흔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흔들흔들.

       밑바닥에 가라앉은 시체가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머리카락을 흔들거리듯이.

       다 불어 터진 손을 물결에 맡기면서도 미련이 남아 끊지 못하듯이.

       손이 흔들린다.

       불꽃이, 손이 흔들린다.

         

       흔들.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타오르는 불꽃은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는 빛에 밝혀지고, 부서지고, 합쳐지고, 흔들리고.

       그 흔들거림은 사람을 현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림자가 춤을 춘다.

       어두운 밤의 바다 밑바닥에서 물귀신이 춤을 추듯이.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부서지다가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가 귀신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동물의 형상이 되기도 한다. 저것은 무슨 형상인가 그림자의 형태가 참으로 이질적이니 흔들흔들 여러 갈래로 찢어져 있으니 저것은 무엇인가. 거기 지나가는 뱃사람아 저것 좀 알려주소 저 해초의 이름이나 압시다. 파도의 넘실거림에 무엇이 보이겠는가 머리를 살짝 물에 담가 이것을 봐주시오 어서 이것 좀 답하고 가셨으면 좋겠으니 저 그림자가 넘실넘실 흔들흔들 춤을 추는 것이 어찌 보이시나?

         

       그림자가 춤을 춘다.

       불꽃이 춤을 춘다.

       빛이 움직이면 그림자가 찢어지고.

       그림자가 움직이면 불꽃이 갈래갈래 찢어져 흔들거린다.

         

       이곳이 바다인가 뭍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아, 숨이 막히는구나 막혀.

       숨을 쉴 수가 없구나….

         

       숨을 쉬고픈데 나오질 않으니 이게 무슨 일인고.

       숨을 쉬는데 거품이 나지 아니하니 바다는 아니고.

       그렇다고 숨을 쉬기가 힘드니 뭍도 아닌 것 같으이.

       이곳이 과연 어디인고?

       이승이요 저승이요 말 좀 물읍시다….

         

       “말-좀 물읍시다….”

         

       숨을 쉬지를 못하니 누가 부축을 해줘야 되겠네.

       이거 원 어둠이 이렇게 갈래갈래 퍼진 것을 보니 앞을 볼 수가 없는 밤인 것 같은데 손을 뻗어 부축받아야 하겠으니 이 손을 좀 잡아주었으면 좋겠으니 자아 어서 이 손을 잡아주오. 넘실넘실 불꽃이 춤을 추듯 움직이니 저것을 조명 삼으면 될 것이니 손이 어디로 뻗는지는 보일 것이니 자아 어서 손을 뻗어서 잡아주오 이 손을 잡고 나를 부축하여 숨을 쉴 수 있게만 해주면 그 은혜를 어찌 갚을 수 있으랴?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울 터이니 그 뼈에 이름을 새기기 충분한 것이 될 것이라.

       아, 뼈에 새긴 은혜는 불에 타서 살과 가죽이 타올라도 남아있을 것이요, 물에서 물고기에게 뜯어먹히고 물러터져서 흩어져도 온전히 남아 그것을 기록할 것이니 이 어찌 대단함이 아닐까?

       이러한 은혜를 입힐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니.

       손만 잡아주시게.

         

       자아….

         

       “손….”

         

       손.

       손이 보인다.

       사람의 손이.

       불꽃을 조명 삼아 그림자가 졌다가 사라지는 손이 보인다.

       손이 어서 악수해달라는 듯 뻗어온다.

         

       [ 치직—-젠장! 인공 심장박동기(Pacemaker)–치직—잠깐 껐다 켜버려—!! 뭐? 지금 상황에서 그러면 죽을— 치직—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홀렸잖아! 지금 내버려 두면 무조건 죽—치직—! 알았어-! 셋, 둘–! 치직-! 제로! ]

         

       파직!

         

       “억!”

         

       그 손을 잡으려는 그 순간.

       무전기에서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의 심장이 잠깐 멈췄다가 뛰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좁아졌던 시야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Fuck!”

         

       퍼억-!

         

       남자는 온 힘을 다해서 자신에게 악수를 청하는 남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 * *

         

         

         

       퍼억- 하는 둔중한 소리.

       가죽 부대를 두들기는 듯한- 혹은 축구공이나 농구공에 강한 충격을 주어서 터뜨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한 남자의 머리통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머리 없는 시체가 한 구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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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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