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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9

       

        

        

        

        

        

        

       “좀 쉬려고 했더니 왜 또.”

        

       “기껏 연락했더니 하는 소리 하고는. 너무한 거 아닌가요?”

        

       “3일 밤낮동안 산기슭을 싸돌아다닌 것도 모자라 디즈니 월드, 그리고 저쪽 세계까지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니 이제 좀 쉬게 놔둬, 이 망할 자식아.”

        

       “하나도 안 힘들면서 엄살은….”

        

        

        

        버지니아 주 노퍽, 그리고 조지아의 포트 리버티.

        

        300km 가량을 가로질러 날아든 로렌티나의 디지털-신호가 로건의 앞에서 단호히 거부되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칼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상어는 마이웨이 그 자체였고, 툴툴거리는 북극곰의 말을 반쯤 무시해버렸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기도 했다. 애시당초 발현자가 왜 발현자인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내 잠도 안 자면서 하루종일 싸돌아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그리 돌아다녀도 일반인들보다 한참은 막대한 전투력을 뿜어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들이었다.

        

        물론 이전에 했던 스나이퍼 컴페티션에서는 조금…다른 방향으로 굴리긴 했다. 기본적으로 도심은 기본 수십만 명, 많게는 수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수십만 대의 자동차가 돌아다닐 수 있게끔…요컨대 굉장히 사람 친화적인 동네라는 소리였다.

        

        애시당초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어낸 단단한 지반을 인위적으로 구현해놓은 곳과 사람도 잘 안 가는 산지를 기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의 총량은 다른 법이었다.

        

        

        

       “그래도 꽤 오래 쉬었잖아요, 그 정도면. 막내랑 놀러가서 아예 퍼질러 자기만 했던 것도 아니고.”

        

       “그 지끈거리는 몸뚱이 이끌고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3일 동안 하루종일 싸돌아다녔지, 이 망할 자식아. 지금에서야 피로가 다 풀렸다.”

        

       “그럼 지금은 풀 컨디션이라는 소리로군요. 그럼 됐네요.”

        

       “하,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로건 격침.

        

        어처구니없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도 하거니와, 거기에 더불어 로건 역시도 딱히 할 것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주말은 둘째치고 진즉 조지아의 국유림을 3일 밤낮 동안 쏘다닌 로건을 상부에서 무슨 연유로 건드릴 수 있겠는가.

        

        진즉 로렌티나는 북극곰이 무슨 상태인지를 알고 연락한 것이었고, 로건 역시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터뜨렸다. 쓸데없이 남을 잘 안다는 것도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왔냐. 보아하니 또 할 거 없어서 왔겠지.”

        

       “뭐, 적당히 그런 셈 치죠. 막내도 이제 곧 귀국할 모양이고…올리비아는 내년에 있을 S/S 준비한다나 뭐라나요. 언젠가 당신한테 자기도 군대 가고 싶다고 온갖 땡깡을 부렸다면서, 결국 할 건 하는군요.”

        

       “맨날 그렇지만, 또 너랑 나만 남았지. 이딴 촌구석에 말이야.”

        

       “뭐어, 그런 것까지 알고 들어온 거잖아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시죠.”

        

        

        

        힐끔.

        

        그러는 와중에도 로건 눈 앞을 흘러다니는 영상에서는 유진을 비롯한 한국 국가대표가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싸돌아다니던 막내가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말.

        

        

        

       “…어차피 몇 주 후에 다시 미국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뭐어, 쉰다면 잠시라도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거겠죠. 까놓고 말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미국…그것도 맨해튼은 오래 쉴 만한 동네는 아니잖아요. 그런 곳의 호텔에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몇 주씩 투숙했다간 아마 십만 달러 단위로 돈이 깨질 걸요.”

        

       “또 그도 그렇긴 하지.”

        

        

        

        약간의 오차는 있긴 하지만, 길어봐야 3주 후, 아시아 예선전을 통해 뽑힌 다섯 명의 한국 유저는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이 직접 보내준 전용기를 타고 경유 없이 뉴욕 북부로 한 번에 향할 예정이었다.

        

        뉴욕 북부.

        

        맨해튼이 아니라.

        

        끔찍할 정도로 몰리는 인파를 감당하기에 맨해튼은 너무나도 비좁았다. 더군다나 파이널 챔피언십은 무려 12월 30일 즈음에나 끝났고, 그 즈음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못해 모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까지 낑겨있었다.

        

        작년에는 유진이 경기 시즌 내내 근방의 트래픽을 조정한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리스마스와 파이널 챔피언십, 그리고 신년맞이 행사이기도 한 볼드랍까지 겹치는 순간 또다시 끔찍한 일이 발생하리라.

        

        더하여 그것과는 별개로,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신경써야만 하는 점이 또 있었다.

        

        

        

       “나는 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너는?”

        

       “뭐, 못 갈 것도 없긴 하죠. 상부에서도 이제 슬슬 포기한 것 같고…이리 말하면 웃기긴 하지만요. 아마 하루종일 바깥 나도는 꼬라지 보고 화가 있는 대로 올라오고 있지 않을지.”

        

       “전투파병이라도 다녀오지 그래?”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는 거예요? 휴가 하나 받으려고 흙먼지 날리는 남아시아를 싸돌아다니고 싶진 않단 말이죠.”

        

        

        

        로건은 호들갑을 떠는 로렌티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킥킥 웃었다.

        

        그 말대로. 이 두 명은 엄연히 미국의 1티어 특수부대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최정예 오퍼레이터들이었고, 사실 어지간하면 방송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지는 입장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막내와 함께 오만가지 방송에 나간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로건과는 다르게 상어는 비교적 덜 힘든 최선임 통제관으로서 컴페티션에 참여했고, 바로 그 차이점으로 인해 휴가를 당당히 거머쥔 북극곰과는 달리 그녀는 파이널 챔피언십이 열릴 즈음 휴가를 쓰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건너편 세계의 저한테 집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군요.”

        

       “걔? 그 자식도 전말을 알게 되면 너를 잡아 죽이려고 할 걸. 너보다 열다섯 배 정도 더 막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든데.”

        

       “그것도 그렇죠. 아쉽게도…오웬스는 딱히 별 말 없나요?”

        

       “한 번 갔으면 끝이지, 그 사람은. 까놓고 말해서 작년이 이상한 거였다고.”

        

        

        

        그리하여 딱히 마땅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로건은 크흐흐 하고 웃으며 ‘막내도 보러 못 가는 상어가 버지니아에 있다네~’하고 자작곡을 열창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매트리스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렌티나 역시도 침대에 누운 것이었다. 잠깐의 정적이 이어진 다음 로렌티나가 크게 숨을 내뱉었다.

        

        이어지는 말.

        

        

        

       “그건 그렇고, 당신. ‘그거’ 어떻게 할지 생각해놨어요?”

        

       “아마 방 한 켠에 처박든지, 아니면…모르겠다. 솔직히 지금도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여차하면 한 달 있다가 막내랑 만난 다음 대리로 반납 부탁할 것 같은데.”

        

       “제가 12월에 못 나간다면 나중에 제 것도 좀 부탁하죠.”

        

       “일찍 정해. 포트 리버티에서 뉴욕 북부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훨씬 빠르다고.”

        

        

        

        그와 동시에 둘 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한숨을 터뜨렸고, 곁눈질을 통해 테이블 위에 놓여져있는 작은 정육면체를 눈에 담았다.

        

        미 대통령의 문양이 새겨진 검은 상자. 박스라기보단 틈 하나조차 없는 완벽하고 매끈한 정육면체에 가까웠지만, 로건과 로렌티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 뉴욕의 북극곰, 상어, 그리고 수리부엉이와 위치를 바꾸어 처음으로 뉴욕의 작전기지에 발을 들였고, 메카 막내들의 방을 신나게 투어하고 있었을 때 갑작스럽게 날아든 대통령의 요청.

        

        저 상자는 반쯤은 얼떨떨한 만남이 끝난 후 세 명이 받은…이카루스 기어였다.

        

        

        

       “있으면 좋다고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받게 될 거라곤 1도 생각 안 했단 말이지….”

        

       “그러게나 말이에요. 택배로 보내다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벌어질 테니, 어지간해선 그쪽이 제 것까지 가져가서 반납해줘요. 올리비아는 이쪽이랑 다르게 맘대로 싸돌아다닐 수 있을 테니 막내한테 따로 말할 것 같고.”

        

       “후…그래. 휴가 일정 조율한 다음 정확한 날짜 알려줄게.”

        

       “역시 당신밖에 없군요.”

        

       “개소리 좀 하지 마.”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은 채 시간을 본다.

        

        대문짝만하게 박혀있는 현재 시각. 그러나 그 아래에 있는 글자. 11월의 중반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마 몇 번 눈을 감았다가 뜨면 12월이 되겠지.

        

        헨리는 이 세계에서도 대통령이 되었고, 이 세상에 떨어졌던 막내는 파편처럼 흩어져있던 인연의 조각들을 모아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풀어 눈 앞에 보여주었고, 그와는 별개로…전 세계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물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전말조차 알 수 없었던 인디언포인트 원자력발전소에서의 비밀은 한참 전 남김없이 밝혀졌으며, 그것도 모자라 미 서부 수복전 역시도 그러했고, 미확인구역을 넘어 사바나까지.

        

        언제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로건은 그리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나올 수 있으면 나와라. 사람은 많을수록 좋지.”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아졌고, 해야만 할 것도 많아졌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11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스테이츠보로라. 살다 살다 이제는 이런 깡촌도 다 와보는군….”

        

       “미국에 이름도 못 들어본 소도시가 한두 개인가요. 그나마 어딘지 설명 가능한 이름이라도 붙어있는 게 훨씬 낫죠.”

        

       “잡담 그만 해라.”

        

        

        

        미국 조지아 주, 스테이츠보로.

        

        사바나로부터 북서쪽으로 대략 77km 가량 떨어진 소도시, 그 아래로 8km 가량 떨어진 한 부속도시.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십수 평방킬로미터 가량의 평지 위로 보이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건물들, 그리고 임시로 닦아놓은 착륙장과 비행장.

        

        그 위로 십수 명의 인원이 발을 디뎠다.

        

        

        흡사 센트럴 파크의 일부를 떼어 온 것만 같은 군 기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진즉 각 건물 블록 조립 및 내부 구성은 끝난 상태였고, 흡사 보라색 거인이 손가락을 튕겼을 때 나타나는 결과마냥 사람만이 없는 깔끔한 지휘통제실이 태스크포스의 눈 앞에 나타난 참이었다.

        

        진즉 기지는 전부 지어진 지 오래였고, 아마 지금쯤 신축 탄약고에 오만가지 탄약이 쌓이고 있을 터. 전진기지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손목시계를 한 번 들여다본 오웬스가 입을 열었다.

        

        

        

       “20분 남았다.”

        

       “인과측정기 데이터 수집 종료까지 3분 남았어요. 아마 머잖아 끝날 거예요. ”

        

       “좋아. 이제 해야 할 건 없는 것 같군.”

        

        

        

        지휘통제실의 홀로그램 화면을 통해 보이는 붉은 점.

        

        지난 번 불붙은 당나귀 작전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셋째를 데리고 나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폭격과는 별개로, 아직 사바나는 완벽히 깔끔해지지 않았다. 거의 그 정도에 준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바나, 다르게 말하면 미국 대부분의 물자가 모이는 도시 중 하나. 더하여 이곳은 걸프스트림과 같은 개인 전용기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했고, 다시 말해 희귀 금속 또한 산처럼 쌓여있다는 소리.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전진기지에 도착한 태스크포스는 마브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버린 관제 AI가 여전히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만 했고, 만약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반드시 네트워크 상에서도, 현실에서도 말살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분위기 자체는 가벼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림자 도착까지 15분.”

        

       “수집 끝났습니다. 2분 전에 인과측정기 가동했고, 그림자가 나타나더라도 저들은 우리를 인식할 수 없을 겁니다. 별개의 타임라인이 완전히 확립되는 순간 저희 역시도 저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없겠죠.”

        

       “그 부분이야 딱히 문제는 없을 거고…그렇다면 됐어. 더 이상 우리가 신경쓸 부분은 없을 거고. 새로이 생산된 원격조종기가 도착하면 작전이 시작된 걸로 간주한다.”

        

       “그럼 뭐…무인정찰기 돌리는 친구들이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테니, 길면 12시간 정도 있다가 다시 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놀 건 있고?”

        

        

        

        그 말대로.

        

        아쉽게도 지어진 지 고작해야 며칠밖에 되지 않은 기지였다.

        

        아직까지 저 건너편-사바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기 어려웠기에 자재 수송도 애매했고, 그리하여 전진기지는 누군가가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되어있다기보단 기지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만을 가장 먼저 건설해놓은 상태.

        

        한숨을 내쉰 로건이 입을 열기 직전 로렌티나는 절묘하게 옆구리를 찔러 그것을 막았다. 북극곰이 무어라 말할지 진즉 눈치를 챘기 때문이었다.

        

        

        

       “센트럴 파크에 있는 백보드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적당히 가져온 걸로 하다가는 덩크슛 몇 번에 망가질 거예요. 꿈도 꾸지 마세요.”

        

       “…환장하겠구만. 알았다, 알았어.”

        

       “그건 그렇고, 저 그림자 친구들이 우리를 인식할 수 없고, 반대로 우리도 저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모르면, 그림자들은 어떻게 사바나 수복을 돕는다는 거야?”

        

       “흠.”

        

        

        

        그와 동시에 잠시 삑삑대는 소리가 들렸고, 아까에 비해 비교적 확신이 줄어든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그림자가 수행하는 미션 중에서 공통적으로 시행해야만 하는 웨이포인트를 설정하면 된다는데. 가령 특정 지역의 적을 섬멸해야만 한다고 지정하면, 저 그림자 친구들이 무슨 짓을 하건 해당 웨이포인트의 미션은 수행해야 하는 셈이지.”

        

       “일종의 미션 강제로군요.”

        

        

        

        서킨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휘통제실을 나간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옆 건물의 대형 로비로 향했다.

        

        흡사 플라네타리움을 연상하게 만드는 모습. 천장에서부터 마치 가지처럼 뻗어져나온 홀로그램은 중앙에서 거대한 화면을 그려내었고, 그 아래, 마치 석순처럼 올라온 또 다른 홀로그램은 사바나 전체 지도와 적 분포도를 형성했다.

        

        지름이 20m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의 공간을 좌측으로 돌아간 끝에 보이는 것.

        

        

        청록색, 청색, 그리고 보라색으로 이뤄진 눈동자들.

        

        눈매가 기계라고는 생각조차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굽어지더니, 광대가 올라가고, 입꼬리가 당겨 올라간다.

        

        이들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은 정해져있었다.

        

        

        

       “드디어 왔다!”

        

       “도착한 지 37분이나 지났습니다. 너무 도착이 늦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도망친 곳이랑 고작 80km밖에 안 되는 곳에 전진기지를 세우다니, 감회가 무지막지하게 새로운 걸.”

        

        

        

        세 메카 땡깡쟁이들이 도착했고, 대거 팀은 어처구니없단 듯 웃음을 터뜨린 뒤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따로 군장을 착용하거나 총기를 들고 있지 않은 완전한 사복 차림. 그리하여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맞이할 준비는 끝난 셈이었다.

        

        본래라면 사람이 올 만한 곳은 아니었고, 실제로도 십수 평방킬로미터 단위 크기의 기지에 있는 인원수를 따지자면 고작해야 십수 명이 끝이었으나, 대거 팀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스윽!

        

        

        

       “여기 영업하나요?”

        

       “저런. 아쉽게도 아직 안 한답니다.”

        

       “이젠 해야 할 걸요.”

        

        

        

        검은 연기를 아주 미세하게 흘리며 로비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온 한 명의 그림자. 그러나 그 뒤에서 나풀거리듯 팔랑이는 두꺼운 뱀꼬리는 당사자가 누군지를 아주 잘 알려주는 증거 그 자체였다.

        

        그와 동시에 사방팔방에서 나타나는 그림자들. 하나에서 둘로, 넷으로, 여덟을 넘어 순식간에 수백에서 수천으로 불어난다. 플라네타리움 로비에만 순식간에 십수 명이 나타나고, 바깥을 비추는 CCTV에는 무려 수천에 달하는 그림자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큭큭 웃은 로렌티나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일할 준비는 되셨나요?”

        

        

        

        그에 유진은 씨익 웃었다.

        

        

        신규 인커젼, 오퍼레이션 웨이스티드 실버Wasted Silver.

        

        시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신규 인커젼 시작

    외전도 슬슬 후반부에 돌입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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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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