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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9

        

         

       “허억. 허억….”

         

       자신에게 악수를 청하는 존재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남자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곤 머리통이 사라진 몸뚱이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이윽고 균형을 잃어버리고 바닥에 쓰러질 듯이 작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서야 진정이 되었는지 그때야 관찰을 시작했다.

         

       얇고 길쭉한 몸.

       단련이 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일반인들의 몸이다.

       어느 정도 근육이 있기는 했지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 수준으로 보였고, 이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단련했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바깥으로 드러난 피부를 보아하니 깨끗하고 매끈한 것이 10대에서 20대쯤 될까?

       얼굴은….

       뭐, 날려버렸으니 의미가 없겠지.

         

       “후우-”

         

       남자는 노이즈 섞인 눈이 보내오는 정보와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정보들을 조합해 자신에게 악수를 청한 것이 별것 아닌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존재가 머리까지 없어진 시체가 되었음을 몇 번이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정되는 듯하였는데….

         

       ‘뭐지…?’

         

       머리가 차가워지고 가슴이 가라앉는다.

       정신이 말똥해지고, 눈도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듯하다.

       좁아진 시야가 점점 넓어지고,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또렷하게 변한 시야가 한 곳으로 집중이 되는 느낌이다.

       눈이 카메라라면, 그래. 눈이 카메라라면 말이다.

       누군가가 줌을 강제로 땡기고 있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외부에서 누군가가 강제로 줌과 관련된 버튼을 조작해서 하나의 풍경만을 강요하는 느낌.

       카메라를 현미경으로 사용하려는 듯 그렇게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그 카메라는 오직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아니, 사람도 아니다.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것은 사람이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봐라.

       저 작게 흔들거리는 몸을.

       앞뒤로 흔들리는 저 휘청거림을 보고 있자면 저 몸뚱이가 언제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질까 궁금해질 정도다. 죽기 전에 힘을 잔뜩 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몸이 죽었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거침없는 손속이 빠르게 죽음을 내렸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조만간이겠지. 저 몸뚱이는 이제 힘을 잃고 바닥에 털퍼덕 쓰러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저 불꽃에 잘 구워지고, 잿더미가 되고,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분명히 말이다.

         

       흔들흔들.

       몸이 앞뒤로 흔들린다.

       다리가 흔들거린다.

       손이 흔들거린다.

       저 흔들거림은 마치 해초와 같이.

       흔들흔들, 흔들흔들….

         

       [ 치지직—다시 껐다 켜—! ]

         

       투웅-!

         

       그 순간.

       다시 한번 심장이 충격이 일었다.

       벼락을 맞기라도 한 것처럼, 혹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심장을 세게 움켜쥐었다가 풀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에 거대한 충격이 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자의 입가와 코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는데, 이게 내장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혀를 씹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심장이 멈췄다 뛰는 그 충격.

       죽음에 가장 가까워졌다가 다시 살아나는 그 기분.

       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겪기도 힘든 이 느낌 앞에서는, 그 어떠한 고통도 의미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끅….”

         

       다만 이 고통에는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적어도 저 빌어먹을 목 없는 시체에 집중하는 것은 멈출 수 있었으니까.

         

       남자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이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저 시체에서 말이다.

         

       ‘젠장.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그렇게 시선을 돌린 남자는 이를 꽈악 물며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린 곳은 창문이 있었던 곳이었다.

         

       아까까지는 그냥 경치 구경이나 하는 곳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상탈출구로라도 사용해야 하는 그곳!

         

       하지만 불길 때문일까?

       불길과 함께 춤을 추는 그림자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아까는 한눈에 들어왔던 그 창문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온 세상이 불길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고, 사방이 불로 세워진 벽으로 둘러싸인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불꽃의 감옥 속에서.

         

       “흐음. 더는 의미가 없겠구나.”

         

       누군가가…말을 걸었다.

         

       그 앳되게 들리는 그 목소리는.

       그 목소리는 너무나 또렷하게 그의 귓가에 틀어박히는 것인지라.

         

       그래서 그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들린 쪽이 조금 전까지 목 없는 시체가 서 있던 그곳임을 채 떠올리지 못하고 말이다….

         

       “허, 허어….”

         

       그가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너는….”

         

       목 없는 시체가 이제는 흔들거리지 않고 있다.

       조금 전까지 휘청이면서 쓰러질 듯 움직였던 그것은 이제 공연은 끝이 났다는 듯 두 발로 단단하게 서 있었고, 양손을 움직여서 넥타이를 고치고 있었다. 잘린 목에서는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것은 여러 갈래로 이루어진 채 하늘하늘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유독한 가스를 내뿜는 무언가를 태우는 것처럼.

       그것도 아니면, 목 위에서 해초가 자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목 대신에 해초가 달린 인간이라…?

       저것이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새까만 무언가는 흔들흔들, 흔들흔들 움직인다.

         

       치지직.

         

       그리고 그 흔들거림에 다시 한번 시선을 빼앗기려 할 때.

       그의 눈이 노이즈에서 허우적대면서도 간신히 그 연기의 일부를 포착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포착한 정보를 분석하고 남자에게 전달하였다.

         

       『 I N S E C T S S W A R M 』

         

       벌레.

       떼.

         

       그 짧은 두 단어는, 머릿속에 해초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홀릴뻔한 남자의 정신을 들게 해주었다.

         

       “벌, 레?”

         

       “그러하니라.”

         

       정답을 입에 담은 그 순간.

       하늘거리던 해초는 벌레의 무리로 변화하였다.

       날개 달리고, 날갯짓 소리가 시끄러운 것들.

       독을 품거나 독을 먹는 그것들.

       세간에서는 해충이라고 부르는 그것들이 하나의 무리가 되어 움직였고, 잘린 목에 층층이 달라붙는다.

       신선한 고기를 먹기 위해 몰려든 청소부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몰려든 그것들은 고기를 탐하지 아니하였다.

       대신에 층층이 쌓이고 틈새를 메꾸면서 건축하였고, 머리를 조형하며 그 자리를 대신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목이 생겨났다.

         

       남자의 공격에 단번에 터져버린 머리통이, 아래에서부터 재생된다.

       마치 3D 프린터로 다시 만들어 올리는 것처럼.

       입, 코, 눈…. 마침내 머리카락까지.

       머리가, 다시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머리는 너무나도 젊게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시아인이 젊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건 너무 젊어 보이는 외모였다.

       학생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젊은 외모였다….

         

       [ 치직-주술사-치지직-진성 팍— ]

         

       그때 들려오는 무전기의 소리.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앞에 있는 저 남자가 누군지 깨달았다.

         

       진성 팍.

       루카스가 고용한, 한국에서 온 주술사였다.

         

       주술사….

         

       “대체 왜 네가 여기에 있지?”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남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구겨졌고, 굳어졌다.

         

       “분명히, 계약이 끝이 나고…. 건물을 나가는 것까지 보았는데?”

         

       주술사라니.

       주술사가 대체 이 자리에 왜 있단 말인가.

       일부러 얽히지 않으려고 관찰하고, 주시하고, 인내했거늘.

       심지어 계약이 조기에 종료되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움직인 것이거늘.

         

       대체 왜 이 자리에 나타나서 이딴 짓거리를 한단 말인가?

       불을 피워서 사람을 산채로 태워죽이고, 자신을 홀리려 들고.

       이게 대체 무슨 빌어먹을 일이란 말인가!

         

       남자는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주술사. 그 새끼도 그렇고 진짜…. 너희는 빌어먹을 족속들이다.”

         

       남자는 분노와 증오, 짜증이 섞인 눈으로 진성을 노려보았다.

       그 강렬한 시선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또렷하게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지만…. 진성은 살기가 섞여 있는 그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주 평온하게 말이다.

         

       “보자. 어디 보자. 몸의 일부가 기계요, 몸의 일부가 육신이라. 기계와 사람이 섞여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형국이라. 눈은 기계요, 코와 입에도 기계가 섞였음이요, 치아 역시 인공적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대다수요, 내장과 근육, 팔과 다리. 기계로 대체되어 움직이는 존재로구나.”

         

       진성은 평온하게 남자를 관찰하였다.

       마치 학자처럼.

       혹은, 동물원에 놀러 온 사람이 동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 시선은 분명 불쾌해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너 기계를 몸에 집어넣은 녀석아. 너에게 묻느니 이 질문에 성실히 답하도록 하라. 일찍이 하나의 배가 있었다. 허나 하나의 항해가 끝날 때마다 조금씩 고치기 시작하였음이니, 판자 하나가 바뀌고, 바닥이 바뀌고, 돛이 바뀌고, 충각이 바뀌었다. 조각상이 바뀌고,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 역시 바뀌었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바뀌지 않은 부품이 없었음이니, 그리하여 묻느니. 너는 이 배가 처음의 그것과 같은 배라고 생각하느냐?”

         

       다만 그 시선 속에 노출되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불쾌함이 아닌 섬찟함이라.

       그것은 진성이 남자를 보는 시선이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보는 시선에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저 시선은 너무나 무기질적이어서.

       그래서, 자신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만 같아서.

         

       남자는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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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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