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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새로운 이름을 받은 타나토스는 수많은 어둠의 정령들과 함께 북쪽 끝에 있는 사후세계의 입구로 향했다.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도중인지라 땅을 파고 있는 탈로스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였지만, 앞으로 일할 곳을 알아두라는 의미에서 보낸 것이었다. 가는 김에 탈로스가 부순 바위를 바다에 버리는 일을 떠넘긴건 덤이고.

       

       어디보자. 드래곤의 무덤에서 솟아나는 사기를 중화시키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고, 오히려 해야하는 일에 비해 할당된 인원이 너무 많아서 상당수가 놀고 있는 상황이라는 불만까지 나올 지경이었으니.

       

       새로 지어진 신전 안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드래곤들을 보다못한 내가 세상이나 둘러보고 오라고 쫓아낼 정도였으니까!

       

       물론, 드래곤의 무덤에서 나오는 사기를 중화해야하는 인원은 남겨두고 말이지. 일정 기간마다 사기 중화 작업을 하는 인원들을 로테이션 돌리고, 나머지는 세계 곳곳을 둘러보기 위해 내보냈다.

       

       당연히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숨기고 말이야! 적당히 세상 구경도 하고! 생명력을 다루는 연습도 할 겸,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게 시키기도 하고.

       

       대충 비유하자면, 방랑의사 같은 느낌?

       

       의료의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이 시대에서는, 조그마한 상처가 덧나서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자주 나오곤 했었으니까.

       

       그런 이들을 조금이라도 도우라는 의미에서 내보내긴 했는데…. 드래곤들은 내 지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며 받아들였었다.

       

       음. 여행을 좋아하는 드래곤들이라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꼬?

       

       뭐, 내가 신경쓸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어둠의 정령들을 모으는 일도 끝났고, 사기를 중화시키는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끝났고, 방구석에 콕 박혀 있는 드래곤들에게 세상 여행을 시키는 것도 끝났으니….

       

       음. 어둠의 정령들이 앞으로 할 업무인 영혼 운반. 그 업무의 연습을 위한 교보재를 마련해야 할 차례인가.

       

       그러면 영혼들을 모으러 가야겠는데….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볼까?

       

       매번 서쪽이나 북쪽, 가끔씩은 남쪽에서 둘러보곤 했었는데, 때론 동쪽도 가봐야겠지.

       

       그러고보면 동쪽의 인간들은…. 다른 세계에서의 동양인, 동아시아인을 닮아가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걸까?

       

       환경이 인간에게 작용하는걸까? 동쪽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 동양인을 닮아가는걸까? 뭐야 그게. 영문을 모르겠어.

       

       누가 수작질을 부려서 그렇게 만든 것이라면, 면상 한번 보고싶네. 왜 그런 이해하지 못할 일을 했냐고 말야.

       

       

       – – – – – – – – – – – – – – – – – – – –

       

       

       동쪽의 인간들은 상당히 많은 숫자가 모여서 살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도시에서는 이미 왕의 이름을 쓰고 있는 이가 나라를 세우고 다스리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는 다른 곳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다.

       

       단적으로 말해, 인구수가 굉장했다. 다른 곳의 2배에서 3배는 될 정도였으니.

       

       왜 이렇게 많이 태어나는걸까?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걸까?

       

       음…. 동쪽에서는 쌀로 농사를 짓던데, 그것 때문일까?

       

       거 뭐더라. 인구부양력? 같은 면적을 농사 짓더라도 밀보다 쌀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아이고! 아이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그만큼 죽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였으니.

       

       죽은 사람의 시신을 나무로 만든 관…. 상여에 담은 후, 몇몇 젊은이들이 짊어지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상여의 뒤를 따르며 여러 사람들이 곡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었다.

       

       음. 이쪽에서는 장례 문화가 상당히 발달한건가. 뭐, 그만큼 죽는 사람이 많았다는 소리겠지.

       

       나는 조용히 상여를 따라가며 걸어갔다.

       

       이런저런 나무와 꽃으로 꾸며놓은 상여가 향한 곳은, 도시의 북쪽에 있는 산이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화려한 산. 하지만 그 산에는 많은 수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사람들은 그 산을 망산이라 부르고 있었다.

       

       망산. 망산…. 흐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동양인 같은 모습이라고 해서 이름도 동양스럽게 붙은건가? 매번 서양식 이름을 듣다가 동양식 이름을 들으니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걸.

       

       이런 어설픈 세계관을 만드는 놈의 얼굴 한번 보고 싶구만 그래!

       

       내가 그런 시덥잖은 생각에 빠지건 말건, 상여는 계속해서 산길을 나아갔다.

       

       아무래도 이 망산은 저 도시에서 죽은 이들을 묻는 공동묘지인 모양이었다.

       

       상여는 약간 험난한 산길을 계속 나아간 끝에, 미리 준비해놓은 것인지 관의 크기만큼 땅이 파져있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상여를 내렸다.

       

       그리고는 상여에 모셔진 관을 분리해 구멍에 넣더니, 그 위에 흙을 뿌려가며 관을 땅에 묻기 시작했다.

       

       음…. 제대로 된 장례로구만. 다른 곳에서는 이정도의 장례식은 보이지 않았는데…. 제대로 봉분까지 올릴 정도로 본격적인 장례 행사였다.

       

       그렇게 관 하나를 묻은 인간들은 텅빈 상여를 들쳐메고서 산을 내려갔다.

       

       돌아가면서도 곡소리가 그치질 않다니, 이 무덤에 묻힌 사람은 꽤나 좋은 사람이었던 모양이구만.

       

       자, 그러면 영혼을 거두어….

       

       

       「오늘도 한 사람 묻혔는가.」

       

       

       음? 새로 묻힌 무덤 옆에서 땅이 솟아오르더니 사람의 형상을 갖춰간다.

       

       쓰고 있는 모자의 위쪽에는 넓적한 사각형 판이 붙어 있고, 그 판의 앞뒤에 길다란 천이 늘어져 있어서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기묘한 모자를 쓰고, 고풍스러운 옷을 여러겹으로 껴입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다. 사람처럼 옷을 입고, 기묘한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인간이 아닌 정령이었다.

       

       품고 있는 기운을 보아 대지의 정령. 그것도 이 산의 정령이리라.

       

       

       「어디보자. 장씨 성을 가진 셋째. 장삼이라. 딱히 아픈 곳 없이 늙어서 죽은 것이니, 호상이로고.」

       

       

       산의 정령은 새로 묻힌 무덤에 손을 찔러넣더니, 그 속에 있는 무언가를 뽑아냈다.

       

       그 손에 쥐어진 것은 죽은 자의 영혼이었다.

       

       

       「네가 사라지기 전까지 이야기나 진득하게 하자꾸나. 네 삶에 여한이 남지 않을 때까지.」

       

       「아아…. 산신님….」

       

       「그래. 너희가 말하는 북망산의 산신이니라.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한 말. 모조리 하거라. 더 이상 마음에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미련 한 톨도 남지 않도록.」

       

       

       그렇게 산의 정령은 자신이 뽑아낸 영혼과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삶을 끝낸 영혼에 더 이상의 망설임이 없어질때까지.

       

       

       – – – – – – – – – – – – – – – – – – – –

       

       

       「사라졌는가….」

       

       “흐음. 신기하구나.”

       

       「?!」

       

       

       설마하니, 내가 사후세계를 만들기 전부터…. 죽은 영혼을 다루는 이가 있을 줄이야.

       

       게다가 한이 남지 않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어, 영혼이 품은 여한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다니.

       

       이건…. 놓칠 수 없다!

       

       

       「당신은…. 창세신룡이십니까?」

       

       “나에 대해서도 기억하는 모양이구나.”

       

       「물론입니다. 이래뵈도 용…. 드래곤이었으니.」

       

       

       대지의 정령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가르마타의 아이 중 하나였으리라.

       

       

       “내가 본 대부분의 정령들은 이전의 자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건만. 너는 다른듯 하구나.”

       

       「견고함 하나는 자신있었으니 말이지요.」

       

       “사가르마타의 아이들이 그런 경향이 있긴 했다만, 정신적인 견고함까지 의미하는줄은 몰랐구나.”

       

       「저희들 중에서도 몇몇만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기묘한 복장의 산의 정령을 보며 말했다.

       

       

       “어디보자. 네 이름은 무엇이더냐?”

       

       「드래곤일때의 이름은 잊었습니다. 지금은 이 산의 이름인 북망으로 불리고 있지요.」

       

       “그러면 북망이라 부르마. 네가 방금 전에 한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느냐?”

       

       

       내 말에 북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모자에 매달린 천이 하늘거리며 흔들렸다.

       

       

       「알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을 사라지게 한 것이지요.」

       

       “어째서 그런 일을 한 것이지?”

       

       

       북망은 잠시 말을 정리하는듯 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죽은 이의 한이 남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요.」

       

       “한?”

       

       「네. 죽은 이들의 영혼은 미련이 남아있으면 사라지지 않으니, 그런 이들의 영혼은 시간이 지나면 기괴한 형상으로 변하곤 했었습니다.」

       

       

       음. 제법 정확하게 알고 있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닌 모양이야.

       

       

       「그런 이들이 산 자들을 공격하는 일이 몇번 벌어진 적이 있지요. 하지만 죽은 이의 한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들이 그렇게 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던 것이냐?”

       

       「네. 힘으로 없앨 수 있긴 했지만, 그래서는 그 영혼이 불쌍할 따름이니까요. 가능하면 이야기로 풀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죽은 자의 시신을 불태워도 비슷한 효과가 나오지만, 그것은 내키지 않으니까요.」

       

       

       음. 괜찮네. 제법 탐이 나는 인재로다.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가산점이 추가! 좋네! 좋아!

       

       나는 북망을 보고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북망. 나와 일 하나 같이 하지 않겠느냐?”

       

       「네? 일이라니요?」

       

       “네가 하고 있는 일을 조금 크게 확장한 느낌으로, 이 세계 전체의 죽은 영혼들을 관리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어서 말이다.”

       

       

       내 말에 북망은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게, 가능합니까?」

       

       “쉽진 않지만. 지금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곡차곡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란다.”

       

       

       장소는 탈로스가 계속해서 파내고 있고, 영혼을 운반할 어둠의 정령들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 사후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을 준비하고, 영혼을 처리하는 과정을 준비하고, 처리가 끝난 영혼을 새롭게 태어나도록 한다면…. 일단 사후세계는 끝인건가?

       

       아, 천국 같은 것도 준비를 해둬야겠지.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쉬운게 아니야.

       

       

       「그, 조금 생각하고 결정해도 괜찮겠습니까?」

       

       “음! 얼마든지 생각해보거라. 너처럼 쓸만한 인재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말이지!”

       

       

       게다가 경력직이라고! 경력직! 영혼을 다루고 한을 풀어주던 경력직!

       

       경력직 직원은 못참지! 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공개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듯 하다.)

    (반쯤 시체인 상태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다는듯 하다.)

    (너무 쥐어짠 나머지 바짝 짜낸 미라가 바스러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스토리를 팍팍 진행시켜서 이것저것 꺼내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꾸물거리고 있어서 답답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쓰고 싶은 부분만 쓸 순 없어서 어쩔 수 없는듯 하다.)

    (결국 스스로를 더욱 더 채찍질 해서 쥐어짜낼 생각인듯 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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