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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현 사회에서는 격언으로도 쓰이는 경우가 많은 그 말은, 사실 언어적 의미를 그대로 해석하더라도 이해하기가 큰 무리가 없었다.

        

        당장 모두가 알듯이 – 옷을 입을 때, 특히 와이셔츠를 착용할 때 첫 단추를 잘못 낀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진다.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걸어왔단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 후, 완전히 처음부터 같은 행위를 다시금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첫 단추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괜히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해당 분야에 내로라하는 선생님을 구하거나 그 사람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맥락은 다르지만 배의 진수식이나 건물의 시공식도 약간은 비슷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여기서 문제.

        

        과연 그렇다면, 하루에 십수 시간씩 게임만 하는 사람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찰싹 달라붙어 케어해준다면 – 얼마만큼 실력이 늘까?

        

        그 해답은 하모니와 유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투두두두두!

        

        

        

       “왼쪽으로 두 명 돌았어요, 선생님.”

        

       “저쪽에 부비트랩 있으니 크게 문제 없을 거예요.”

        

        

        

        펑!

        

        여분의 통로에서부터 파편과 화염, 굉음과 비명이 섞인 폭음이 터져나오며, UI에 추가적인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알림이 연이어 팝업되었다.

        

        그것을 보면서도, 그 둘은 그다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정면에 집중한다.

        

        총구에서부터 연이어 터져나오는 불빛과 소음이 죽어버린 도심을 북처럼 울려대었다.

        

        

        시간은 인게임 기준 몇십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는 과거, 내가 엉망진창이 된 뉴욕에 있을 때, 실제로 존재하고 있던 기업이었다.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지만, 일단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면 뉴욕 위쪽에 자리를 잡은 첨단 기술 및 군용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이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뉴욕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뉴욕이 아니라, 업스테이트 뉴욕이라고 따로 불리는 – 말 그대로 상당히 쇠락한 뉴욕 주 북부를 일컫는 말이다.

        

        배경적 설명이 좀 필요할 듯하다.

        

        

        과거 미 중공업이 몰락하며 러스트 벨트가 생겨났을 적 – 업스테이트 뉴욕 역시도 쇠락의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으나, 2010년 경부터 뉴욕 주가 테크밸리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이곳은 새로이 활력을 찾았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 몰락해버린 땅값 싼 지역에 첨단기술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금을 주는 등, 지역 부흥을 위해 반도체 관련 투자에 몰빵했단 소리였다.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게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였다.

        

        

        이 기업은 사실 타 기업처럼 더 나은 반도체 등을 개발하는 회사는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그것들을 사용하는 곳에 가까웠다.

        

        복잡한 살인기계를 제어하기 위해 전담 튜닝된 제어장치는 기껏해야 30분 거리에 있는 관련 반도체 회사에 요구하면 되었고, 굳이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날아와 미팅과 컨소시엄을 할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협력과 상호 논의를 반복하며 기업은 커져갔고, 아르테미스는 자연스럽게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뻗히게 되었으며 – 심지어는 무인기와 드론 기술이 미군으로 흘러들어갈 정도가 되었다.

        

        이카루스 기술에도 어느 정도 관여할 정도였으니, 그 위상이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근데 판데믹 아포칼립스가 터지면서 당연히 죄다 박살났다.

        

        

        미군은 장비보다 사람의 수가 더 적을 정도로 사망자가 늘어났고, 사람들은 피난민이 되거나 폭도, 또는 시체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여기라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통일조차 되지 않는 의견을 잡고 입씨름하던 회사 수뇌부는 각자 PMC를 고용해 남은 파이를 뜯어먹기 바빴고, 결국 그러다가 사단이 나고 말았다.

        

        총괄 네트워크가 크래킹과 카운터 크래킹, 그 외에도 여러 공격을 받게 되며 결국 거하게 박살이 나고야 만 것이었다.

        

        당연히 산하 무인기들 역시 멀쩡할 리가 없었는데, 까놓고 말해 어미 잃은 아기새…라기보단, 모든 문짝이 동시에 열려버린 투견 감금장마냥 되어버렸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닥칠 일은 오직 비극 뿐이었다.

        

        

        상층부는 거의 몰살당하고, 남은 PMC들은 넘쳐나다 못해 해일만큼 많은 무인기들의 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는 영역다툼을 넘어 자신만의 왕국을 차리기에 이르렀다.

        

        본래부터 무법지대였던 업스테이트 뉴욕이, 그야말로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되는 위험구역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대강 이렇습니다만, 대충 아시겠어요?”

        

       “모르겠서요….”

        

       “왜죠?”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쉽게 좀 가르쳐주십쇼 교수님 강의평가가 두렵지 않으십니까?

       -군사학 인문학에 이은 지리학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겜설정은 왤케 박식해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투가 선생님이 아니라 왜 우리과 교수님이랑 똑같죠 쉬바

        

        

        

        아, 옛날 버릇 그대로 나와버렸네. 이러면 안 되는데.

        

        아무튼 미션 입구를 앞에 두고 느닷없이 연 사전 브리핑이었는데, 그래도 하모니가 끈기 있게 들어주어서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부분에서 갑자기 불이 붙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그래도 돌아가는 상황을 대강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게 있다.

        

        게다가 이건 옛날의 내가 겪었던 과정이기도 했다. 그땐 내가 하모니의 위치에 앉아있었는데…그럼 어떻게 보면 이건 과거를 그대로 답습한 셈인가.

        

        약간 ‘나 때는~’ 같은 느낌을 생각나게 만드네.

        

        그러면 안 되는데.

        

        

        

       “…방금은 실언이었어요. 아무튼 슬슬 미션 시작해보죠. 너무 오래 끈 것 같네요.”

        

       “네네!”

        

        

        

        날씨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침 9시 정도였지만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낀 탓에 우중충했다. 현실과는 다르게 한겨울의 한복판이었기에, 요컨대 금방이라도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였다.

        

        죽어버린 도심에 참으로 어울리는 우울한 느낌이었다.

        

        장전손잡이를 당기며 나는 소음이 건물에 부딪혀 잘게 부서진다. 정면에는 굳게 닫힌 시설들이 늘어선 연구동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버려졌다고 하기엔 불도 켜져있고, 내부에서는 불길한 소음 비스무리한 것도 약간씩 들린다. 이 안에 상주하는 인원들이 있다는 소리였다.

        

        

        

       “조사 미션이라면서….”

        

       “안에 상주 중인 잡다한 것들을 싹 청소하고, 정보를 얻어내면 그게 조사죠, 뭐.”

        

        

        

       -뇌근…압도적 뇌근….

       -예로부터 문무겸비는 지략과 무력을 겸비한 자만이 쓸 수 있는 말이었다

       -이것이 일본의 야마토나데시코인가 하는 그거구마잉(아님)

       -교수님인데 무력도 강한 걸 보면 유진은 물리학과 교수님임을 알 수 있다

       -ㄴ지1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그렇듯이 들고 온 무장은 이전이랑 비슷했다.

        

        총기는 전천후 대응 가능한 HK337. 탄환은 .300 AAC 블랙아웃. 어차피 시가전 특성 상 400m 이상의 교전 거리가 나올 만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여태까지 잘만 쓰고 있는 물건이었다.

        

        최근에는 MK47 뮤턴트를 써볼까 생각하고 있지만, 기관총 테크트리가 해방될 경우에는 MG338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당장 내 몸뚱아리와 같이 넘어온 총도 바로 그것이기도 했고.

        

        어쨌든 내 몸뚱아리는 미니건의 반동도 버텨내기 때문에, 만약 12.7mm 자동소총 같은 게 있었더라면 그걸 쓰지 않았을까.

        

        실없는 생각이다.

        

        

        

       -[ISO : 벌써부터 난리도 아니군. 단순한 조사 임무라고 말은 했지만 오퍼레이터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구만.]

        

       -[ISO : 항상 하던 대로, 다 박살내고 온다면 다행이겠지. 앞으로 돌아다녀야만 할 구역이 많으니.]

        

       -[ISO : 이번 미션에서는 공중 격추의 위협으로 인해 헬기 지원 대신 따로 퇴출로를 지정해주겠다. 적의 비중을 충분히 떨어뜨리면 지하철을 보내주지.]

        

       -[ISO : 행운이 있기를.]

        

        

        

        굳게 닫힌 입구였지만, 마치 저곳으로 올라가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듯 근처 무너진 높은 담벼락 위로 깔끔하게 부서진 곳이 보인다.

        

        끙 하는 소리를 내며 하모니가 먼저 올라간 후, 내가 다음으로 올라간다. 몸무게와 군장을 합쳐 대략 260kg 가까이 되는 무게를 팔의 힘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담벼락을 넘고, 안으로 들어간다.

        

        곧바로 적이 보인다.

        

        

        

       <익수힘학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하드코어 특전으로 받은 휴대용 EMP 재머는 안 쓰시나요?

        

       “그런 게 있으면 사람이 나약해지기 때문에….”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쉑 화들짝 놀란거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듣지 말아야할 걸 들은 목소린데 ㅋㅋ

       -발등에 다리미 떨어져도 저런 반응은 안나오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참된 교육자지 ㅋㅋ

        

        

        

        그렇게 말은 해도, 정 안 된다 싶으면 당연히 켜줄 것이었다.

        

        당장 아르테미스 사와 EMP의 궁합이 그야말로 끔찍하다는 사실을 – 주로 무인기들에게 – 이미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것이 난이도를 얼마나 약화시키는지도 알고 있다. 

        

        자리를 잡고, 순찰 중인 적들을 시야에 담으며 말했다.

        

        

        

       “정면에 보이는 UGV는 워하운드급이에요. 5.56mm 체인건과 40mm 유탄으로 무장했죠. 혹시 예광탄 있나요?”

        

       “어…모든 탄창에 다섯 발당 하나씩 끼워놨어요.”

        

       “유탄 카트리지나 공급부를 위주로 사격하면 적들이 좋아 죽을 거예요.”

        

        

        

        약점 부위를 공유한 후 선사격을 요청했다.

        

        하모니가 조심스럽게 숨을 참는다. 나는 그 사이 그 옆에서 깔짝거리고 있는 조종수와 엔지니어들을 목표로 삼았다. 아르테미스 PMC 애들은 기계 한 대를 포함한 3인 1개조로 다니기 때문이었다.

        

        잠깐의 정적 이후, 하모니의 총구에서부터 불꽃이 피어올랐다.

        

        유탄 카트리지는 좀 단단하고 피탄 지점이 좁아, 첫 발에 바로 터지지는 않는다.

        

        그 사이 나는 이미 두 명의 적을 제거하고 있었다.

        

        

        하모니는 연신 방아쇠를 당기며 적의 유탄 장전부를 쏴대고 있었고, LPVO 스코프를 통해 예광탄 궤적이 궂은 날씨로 인해 칙칙한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이 보였다.

        

        내가 마지막 적의 목에 한 발의 탄환을 박는 사이, 건물 내부에서부터 적들이 하나둘씩 몰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콰아앙!

        

        

        

       “터졌어요!”

        

        

        

        마치 미션 시작의 축포를 알리듯, 화려한 불꽃과 함께 너덜너덜하게 박살난 UGV 한 대가 사방으로 강철 파편을 뿌려대며 주변의 적들 일부에게 대미지를 입혔다.

        

        적들이 엄폐하기 전에 다 지워버린다는 모토에 따라 십자선에 적들을 놓고 방아쇠를 당기며 신나는 사격 타임이 시작된다.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적들이었지만, 생각보다 쓰러지는 속도가 빠르다.

        

        이것도 하모니의 실력이 어느 정도 상승한 탓인가?

        

        

        

       “재장전!”

        

       “네네.”

        

        

        

        탄환 소모 속도를 조절하길 잘했지.

        

        두 명이서 교전을 할 땐 이런 사소한 점도 생각을 해야만 했다. 두 명이서 동시에 재장전을 하게 되는 상황은 곧 제압사격이 불가능하단 소리고, 적에게 우위를 가져다줄 수가 있음을 의미했다.

        

        하모니가 탄창을 교환함과 동시에 나 역시도 동일 과정을 반복하니, 어느샌가 본부의 앞마당은 싹 쓸려나간지 오래였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오네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당분간 못 볼 거예요. 들어갑시다.”

        

       “네네.”

        

        

        

        미션은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주부터 시험적으로 연재요일이 월화수목금에서 화수금토(일)로 바뀝니다.

    일요일에 동그라미가 쳐진 건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면 일요일은 연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집필에 큰 문제가 없다면 아마 저 날도 올라가겠죠

    또한 연재 시간도 오후 8시에서 오후 6시 30분으로 변경됩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의 빵꾸를 메우기 위해 이번주는 토요일에도 한 편이 올라갑니다

    요컨대 여러분들은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보고 글피도 보시면 됩니다

    그럼 20000!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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