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5

       *** ***

         

       운남의 어느 한 객잔.

       

       ‘불편하군.’

         

       여일예는 마지막으로 언제 입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치렁치렁한 궁장의 감촉에 인상을 찡그렸다. 평생을 점창파 도복을 입고 살았으니 도무지 적응이 되지를 않았다. 거기에 항상 착용하고 있던 적담비 모피도 빼고 나니 무언가 허전했다.

         

       한숨을 내쉬자 슬쩍 흩날리는 면사가 거슬린다.

         

       ‘그 자는 언제 나타나는거지.’

         

       검의 대금을 챙겨 낭인객잔으로 돌아가려던 여일예는 의문의 편지를 받았다. 원수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말에 여일예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운남으로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기일을 정한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군.’

         

       애검을 헐값인 금 5냥으로 갈음해주겠다는 은인의 제안이었다. 언제까지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검을 받고 돈을 건네주지 않았으니 최대한 빨리 주는 것이 예의였다.

         

       이 일이 길어질 것 같아 인편을 통해 낭인객잔에 대금을 배송시켰지만 직접 은인을 만나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었던 여일예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차라도 시원하게 들이켜려고 잔을 잡았던 여일예는 자신이 면사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손을 멈추었다.

         

       “하하하! 면사가 익숙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일예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까부터 자신을 집요하게 보던 남자 하나가 기어이 말을 걸었다.

         

       “본인은 광영철이라고 합니다. 이 운남에서도 대(大) 광세가라 하면 알아주는 편이지요. 제가 3층에 자리를 마련할 테니 면사를 벗고 편히 차나 한 잔 하심이 어떠십니까?”

         

       “관심 없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물러가 주세요.”

         

       여일예는 짧게 거절했다. 광세가인지 뭔지 알 바는 아니었고 약속장소는 이 객잔의 1층이었으니 벗어날 생각은 없었으니까.

         

       “네 이년! 감히 공자님의 호의를 거절하다니!”

         

       “허허, 진정하게 이 무사. 말을 건 것은 우리 쪽이 아닌가.”

         

       “가라.”

         

       급속도로 짧아진 여일예의 말에 무사는 물론이고 광영철의 얼굴까지 굳었다. 무사의 앞을 가로막았던 광영철의 손이 내려감과 동시에 까닥였다. 여일예는 그 모습을 보고 실소를 흘렸다.

         

       ‘면박 한번 당했다고 바로 무사에게 신호를 보내다니 처음부터 강제로 끌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지.’

         

       사천이 완전히 정파의 지역인 것에 비해 운남은 전통적으로 사파가 득세하는 곳이었다. 특히 사천에서 쫒겨난 사파들이 운남에 자리잡으며 그 경향은 더욱더 심해졌다.

         

       백주대낮에 객잔에 자리잡고 있는 여식을 무사를 동원해 압박하다니. 여일예는 새삼스레 자신이 사파의 영역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철의 손이 재차 까닥였다. 신호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무사는 검을 뽑아들었다.

         

       “미색이 조금 뛰어나 공자님께서 친히 호의를 베풀어 주셨거늘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 드는구나!”

         

       “정말 귀찮게도 구는구나.”

         

       무사가 발끈해 여일예의 목에 들이댔다.

         

       “순순히 따라…”

         

       여일예의 손이 무사의 검을 잡았다. 그야말로 검끝을 살포시 잡은 여일예는.

         

       빠직!

         

       그대로 무사의 검을 두 동강냈다.

         

       무사 둘과 광영철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고작해야 일류 언저리인 세 사람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경지의 고수! 광영철이 재빨리 넙죽 엎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여협! 본인들이 고인을 알아뵙지 못하고..”

         

       “꺼져.”

         

       “예, 옙!”

         

       세 사람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객잔 바깥으로 도망쳤다. 일말의 미련 없이 넙죽 엎드리고 도망치는 모습에서 여일예는 저들이 한두 번 이런 짓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고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팔다리를 하나 부러뜨릴까. 여일예가 그렇게 고민할 때였다.

         

       “허허, 소저의 자태가 일곱 가지 보석이 빛나는 듯 하구만.”

         

       “…그 보석이 어울리는 부위를 굳이 꼽자면?”

         

       “소저의 용모는 전신이 빼어나나 단연 백미를 꼽고자 한다면 그 가느다란 허리가 아니겠소.”

         

       ‘이 자로군.’

         

       여일예는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평범한 중년인. 살펴보니 딱히 인피면구 따위를 쓴 것 같지는 않았다.

         

       칠보옥대(七寶玉帶).

         

       어린 여일예의 기억 속에 또렷 하게 남은 여가산장의 귀중품 중 하나였다. 여가 산장에 귀중품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은 많았으나 칠보옥대만큼 그 고고한 자태를 뿜어내는 보물은 또 없었다.

         

       저 중년인은 오늘 만나기로 한 상대가 확실했다. 여일예는 주변의 시선을 고려하여 입을 열었다.

         

       “구제불능의 작자로군. 대낮부터 아녀자를 희롱하다니. 버릇을 고쳐야 겠구나.”

         

       “허허, 나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요.”

         

       “일어나라.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중년인, 전후담은 여일예를 뒤에 달고 객잔을 나섰다.

         

       “본인은 전후담이라고 하는 정보상이오. 나중에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사천에서는 꽤 오래 정보상 일을 했지.”

         

       “좋다. 그래서 칠보옥대에 대해서 할 말이라는 게 뭐지?”

         

       “칠보옥대는 녹림칠십이채 중 하나인 개왕채의 채주 막여부가 가지고 있소.”

         

       “…산적이니 남에게 빼앗았을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하지만 정보원에 따르면 아주 오래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구려.”

         

       산적이라.

         

       칠보옥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막여부에 대해서 조사해 볼 필요성은 충분하다. 황금선과 달리 칠보옥대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물증이 걸려 있으니까.

         

       “무엇보다 내가 해 주는 말만 믿고 움직일 수 있겠소? 나야 그러면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군.”

         

       여일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목적으로 나를 움직이고 있는 건가?”

         

       “산적이 없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주 많다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곧 돈이 된다는 이야기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여일예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는 없었다.

         

       “좋다.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칠보옥대를 약탈했건 직접 산장에서 가지고 나왔건 산장의 원수와 연결되는 물증이다. 여일예는 그 물증에 대한 조사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고 느꼈다.

         

       만약 막여부가 15년전 여가산장을 습격한 본인이라면 단번에 원수들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일이었으니까.

         

       “목적지는 형귀산이요.”

         

       앞장서는 전후담을 바라보며 여일예는 발걸음을 옮겼다.

         

       *** ***

         

       도박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그것은 욕심이다.

         

       가치야 개개인마다 다른 것이지만 어느 개인이라고 할 지라도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이라는 가치를 아주 높게 두곤 한다.

         

       돈의 가치를 높게 두는 사람일수록 도박의 매력에 빠지기 쉽다.

         

       당가의 경우에는 암기와 독이라고 할 수 있지.

         

       암기를 손쉽게 벌 수 있다!

         

       이 점이야말로 당광렬이 당도경에게 도박을 신청했고 이성을 잃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야 낭인! 본인은 도박중독자가 아니오! 거기에 내가 지금 야 낭인에게 의뢰하고 싶은 것은 도경이가 가지고 있는 가주 전용 암기를 회수하는 일이오! 내가 낭인에게 배우고 싶은 것은 기술이요 기술!”

         

       도박중독자들은 절대로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허허 그렇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가주께서 가주 전용 암기를 잃으신 것은 도박을 못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저 말 하는 거 봐봐 저저. 완전 도박중독자들의 대사를 그대로 빼다 박아놓았다. 세상이 날 억까해서 잃은 돈을 다시 되찾으려고 하는 것 뿐이지 나는 절대 도박중독자가 아니다! 지금 따기만 하면 나는 도박 손 털고 나간다!

         

       사정을 쭉 들어보니 당도경에게 지금 너의 행동이 과하니 도박에서 딴 암기들을 돌려주거라! 하면 끝날 문제였다.

         

       그런데 본인의 도박 실력을 과신하여 당도경과의 도박을 통해 가주의 권위를 강화 하고자 했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판돈이 암기가 아니라 권위였을 뿐이고 그리고 아주 훌륭하게 말아먹었지.

         

       “그것은…! 끄응…”

         

       당광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사실은 사실인지라 반응을 못 하는 모양.

         

       당도경은 마음가짐부터 기술까지 이미 한 명의 도박사로서 완성이 되어 있었다. 최후의 야바위에서 내 손을 쫓았다는 것부터 도박판에서는 무인으로서의 마음을 벗어던지고 도박사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고 기술까지 갖추었다고 하니까.

         

       그러나 당광렬 환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실제 도박사로서의 마음가짐은 한 점도 없지만 이미 본인은 경지에 오른 도박사라고 믿는 상태!

         

       솔직히 말해서 당가주의 주문은 아주 양심을 팔아먹은 주문이었다.

         

       환자, 아니 의뢰인의 상태와 의뢰 내용을 알았다면 상대가 당가주가 아니라 태상당가주라고 해도 거절했을 의뢰였다.

         

       당가주가 쓰는 암기가 어디 보통 암기일까? 기본적으로 직계들이 쓰는 것과는 그 질이 다르겠지. 당도경과 당가주가 다시 도박판에 앉게 되면 당도경은 가장 가치가 없는 암기부터 차근차근 꺼낼 것이 분명했다. 왜? 이미 당도경은 도박사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으니까.

         

       결국 당가주가 도박으로 가주 전용 암기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당도경의 암기 대부분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소리였다.

         

       초기의 당도경과 비슷하게 당가주 역시 도박 경험만 많을 뿐이지 도박사로서는 초보나 마찬가지인 무공만능주의자.

         

       이 초보 도박사를 도박사로서의 틀이 잡힌 당도경을 이기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 당가주의 의뢰다.

         

       그런데 뭐? 기술만 좀 배워서 이기게 만들어 줘? 도박이 우스워?

         

       당가주와 풍영대주는 본인들이 신청한 의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인지조차 못 하는 상태다.

       

       그러니 우선 불건전 도박 치료 대상자로 선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불건전 도박자들이 뭐 별것인가? 본인의 역량 파악 못하고 욕심만 부리면 그게 바로 불건전 도박자들이고 장강 입수 희망자들이지!

       

       거기에 솔직하게 말해서 말이야. 진짜 가주의 암기가 넘어간 것을 수습하고 싶었으면 당도경에게 살짝 말해서 그 암기만 돌려 받으면 그만이다. 뭐 사법거래를 하던지 다른 암기랑 바꾸자고 하던지. 당가주가 보이는 행태는 전형적인 따서 갚으면 되잖아의 행태다. 이게 중증도박중독환자지 뭐가 환자야. 듀얼로 벌어진 일은 듀얼로만 갚아줘야한다는 어느 카드게임 속 세계관이냐고.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당가주의 얼굴을 보며 패를 집어들었다. 불건전 도박자들에게 수없이 교육을 베풀었던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우선은 한 판 두시지요. 제 한 판이라도 진다면 가주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아무리 중증 환자일지라도 처 맞으면 낫는다는 것을.

         

       한동안은 빡세게 푸닥거리를 해야 할 듯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업로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글을 다듬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네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