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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올리비아의 축하에 멜리나의 얼굴에 웃음기가 맴돌았다.

       

       이 말을 듣기 위해서 몇 주를 꾹 참았는지 모르겠다.

       

       ‘진정하자꾸나. 제자 앞에서 몹쓸 꼴을 보일 수는 없으니.’

       

       멜리나는 씰룩거리는 입술을 겨우 감춘 채, 올리비아를 일으켜세웠다.

       

       “따라오려무나.”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손을 살포시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수련장 방향은 아니었다. 

       

       둘은 금탑 뒤쪽에 위치한 숲으로 향했다. 멜리나는 조금 더 걸어간 다음, 작은 연못 근처에서 멈춰섰다.

       

       ‘……긴장되는구나.’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경지를 이미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이리 긴장할 이유가 없다.

       

       지금 멜리나가 하려는건 성취를 평가받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의지.

       

       ‘네 짐을 내가 덜어주겠다.’

       

       올리비아가 받는 부하를 자신도 같이 짊어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스승이 되어서, 언제까지고 제자에게 떠넘기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

       

       “자, 바로 이거란다.”

       

       멜리나의 손짓에 맞춰 황금빛 마나가 피어올랐다. 겉보기에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그 기원이 달랐다. 

       

       대마법사가 평생을 걸쳐 쌓아온 마력은 자연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정순하지만, 결코 자연의 일부가 되지는 못한다.

       

       어디까지나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제한 힘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간의 그릇으로 세계를 담으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세계를 담으려면, 마땅히 그 세계의 일부부터 되야 할진데.”

       

       하지만 이제 그녀가 움직이는 것은 마력이 아니라 마나요, 곧 세계였다.

       

       황금빛 꽃들이 피어올랐다. 

       

       휘날리는 꽃잎들 사이에서 멜리나가 유려하게 움직였다.

       

       올리비아는 그런 멜리나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호감도가 진짜 많이 올랐네.’

       

       일이 예상보다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렸다.

       

       사실, 호감도를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의 숙원을 이뤄주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은 숙원일수록, 그를 이뤄줬을 때 얻는 호감 또한 커진다.

       

       진리에 도달하겠다는 멜리나의 숙원은, 평생에 걸친 숙원이었기에 한 번에 호감도가 저만큼이나 오른것이다.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의 호감도가 별로 오르지 않은 것 또한 같은 이유다. 

       

       그녀의 숙원을 이뤄준것은 자신이지,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가 아니니까.

       

       ‘슬슬 시작해야겠네.’

       

       이제 첫 단계는 끝났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양 쪽 모두 호감도 90은 무난하게 찍을 수 있을것이다.

       

       ‘비련한 여주인공 만들기.’

       

       이제부터 몰살회차의 올리비아를, 상종도 못할 개년으로 만들어야 했다.

       

       멜리나는 이제 자신과 몰살회차의 올리비아를 구분하고 있다. 비록 올리비아의 시간을 읽을수는 없을지언정, 둘 사이에 흐르는 시간의 기류가 다르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멜리나가 두 올리비아를 구분하는 방식은 키엘과 조금 달랐다.

       

       키엘은 파멸을 막기 위해 삶을 양보한 올리비아와, 그 삶을 빼앗은 올리비아로 둘을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치부했다.

       

       하지만 멜리나는 둘을 완전히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올리비아와, 미래의 올리비아라고 생각할 뿐.

       

       멜리나가 두 올리비아를 모두 자신의 제자라고 여기는 이유였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둘은 엄연히 다른 사람이다.

       

       ‘내가 진짜고, 그쪽은 데이터에 불과하지.’

       

       이제 앞으로 생각해야 할 건 세 가지다.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것, 몰살회차를 가해자로 만드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의 멜리나가 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까지.

       

       올리비아와 키엘이 만났다는 사실은 다른 회귀자들은 꿈에도 알 수 없다. 키엘의 행적은 저번 회차에도 불분명했으니까.

       

       하지만 멜리나는 키엘처럼 돌려보내서는 안된다. 그러면 다른 회귀자들이 올리비아가 실존함을 깨닫고 똘똘 뭉치기 시작할테니까.

       

       ‘내 옆에 계속 붙어있게 만들어야 해.’

       

       하지만 어떻게?

       

       “어떠냐?”

       

       멜리나가 활짝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너와 같은 선상에 설 날이 머지 않았단다.”

       “…….”

       

       예전부터 추측하던 것이 있었다. 

       

       시간으로서 진리에 도달하면, 타인의 과거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회귀자의 과거는 무엇인가?

       

       당연히 전 회차다. 회귀자 본인이 회귀했다고 인지한 순간, 본래의 과거는 대과거로 변화하므로.

       

       그렇다면 단서를 사용한 올리비아의 과거는 무엇인가?

       

       ‘빙의한 플레이어의 과거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 그건 여기보다 한 차원 높은 곳의 이야기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어허, 표정이 왜 그러느냐? 스승에게 따라잡힐까 벌써 두려운게냐?”

       “……아니요. 좋아서요.”

       “…….”

       

       멜리나가 웃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약간 다른 웃음이었다.

       

       “이리 오거라.”

       

       멜리나는 양 팔을 크게 벌렸다. 

       

       “한 번 안아보자꾸나.”

       

       멜리나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등을 토닥이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멜리나는 등을 토닥이다가, 머리를 쓰다듬다가, 다시 손을 매만졌다.

       

       “제자야.”

       “네, 스승님.”

       “너무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거라. 이 스승이 도와주겠다.”

       “…….”

       

       멜리나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쁨과, 평생의 소원을 이뤄준 제자에 대한 감사와.

       

       “나를 믿거라.”

       

       제자가 짊어진 짐을 이제서야 눈치챘다는 안타까움과,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울지 감히 예측도 할 수 없다는 씁쓸함이.

       

       “나를 믿거라.”

       

       자신을 믿어달라고, 멜리나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

       

       네, 스승님.

       

       올리비아는 그렇게 답했다.

       

       

       

       *****

       

       

       2시간 40분.

       

       올리비아는 제게 허락된 시간이 다하기 무섭게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평범한 제자로 돌아왔다.

       

       마치 한 여름의 미몽 같았지만, 멜리나의 손에 들린 종이가 그 사실을 부정했다.

       

       ‘다섯 번째.’

       

       멜리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올리비아는 진리의 편린을 넘겨주기 위해 현자의 면모를 일깨우는 것이 아니다. 현자로서의 면모가 깨어났을 때, 진리를 넘겨주는 것이다.

       

       의식이 깨어나는 시기를 자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억만 과거로 넘어온 것인가?

       

       정신이 온전한 상태로 시간을 넘어왔다면 이럴 이유가 없으니.

       

       ‘……도저히 모르겠구나.’

       

       그나마 평생을 걸쳐 연구한 것이 시간이었기에, 이렇게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넘는다.

       

       멜리나는 신을 믿지 않았다. 모든 마법사들이 그렇듯이, 그녀는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분명 신의 영역이다.

       

       신성왕국이 섬기는 빛의 신 같은 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의 신은 세계 그 자체를 의미했다.

       

       ‘어찌…….’

       

       멜리나로서는 도무지 그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일단 동일선상에 서야겠지.’

       

       최소한 올리비아와 같은 눈높이에 서야, 그녀가 어떤 시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멜리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해내야만 했다.

       

       결심을 마친 멜리나는 다섯 번째 편린을 펼쳤다. 그녀의 주변이 수식들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마법사는 감히 읽을 수도 없다는, 고어와 룬어들로 가득한 수식.

       

       그런 수식들을 멜리나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적어나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멜리나는 제자를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편린을 해석하는데 사용했다. 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웠기에, 뜬눈으로 지새는 날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난해했다.

       

       첫번째 편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난이도였다. 절반 이상은 아예 해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멜리나는 꾸역꾸역 해석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쌓았던 모든 지식을 여기에 쏟아붇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멜리나의 손이 멈췄다.

       

       부족했다. 편린에 적혀있는 내용은 분명 여기까지였다.

       

       멜리나는 수식이 끊긴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몇 주를 투자한 끝에 해석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불가했다.

       

       그녀는 스스로 다음 편린을 발견해낼 능력이 없었다.

       

       올리비아가 있어야 한다.

       

       

       

       *****

       

       ‘……이번엔 7주인가.’

       

       올리비아가 모습을 드러내는 간격은 배로 늘어났다.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같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제자야.”

       “네, 스승님.”

       “네가 모습을 드러내는 주기가 점점 길어진다는 사실은 알고있느냐?”

       

       올리비아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웃었다.

       

       이 시점에서, 멜리나는 올리비아가 치른 대가가 무엇인지 확신했다.

       

       존재의 소멸.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에 준하는 대가를 치뤘을것이다.

       

       올리비아가 그 대가를 담담히 받아들인 이유는.

       

       ‘내게 진리를 알려주기 위해서.’

       

       멜리나는 문득 두려워졌다. 또 잃을까봐.

       

       더 이상 진리의 편린을 넘겨받아서는 안된다. 

       

       이 이상은 위험하다. 올리비아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여기요, 스승님.”

       

       멜리나가 입술을 터질듯이 깨물었다. 진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올리비아가 그동안 얼마나 무모한 짓을 반복해왔던 것인지 깨달은 탓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멈추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멜리나가 종이를 넘겨받았다.

       

       진리를 탐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마음 따위, 이미 옛적에 버렸다.

       

       다만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나도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

       

       올리비아를 구하기 위해, 올리비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하지만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조금만 더 견뎌다오.’

       

       밥 먹는 시간을 줄였다. 자는 시간을 더 줄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올리비아를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의 밀도를 강제로 늘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번째 편린을 해석해냈다.

       

       오직 올리비아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멜리나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두 번.

       

       두 걸음만 더 나아가면, 마침내 올리비아를 구할 수 있다.

       

       ‘이번에는 1년.’

       

       멜리나는 그제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6개월->1년으로 수정했습니다!

    시간 계산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억까몰루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샤를정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ㅡㅏㅏㅏㅏㅏㅏ!!! ㅡㅏㅏㅏㅏㅏ!!!
    만쉐이!
    만쉐에이!
    만쉐에에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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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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