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5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남자가 객실 안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녔다.

    챙그랑 챙그랑.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남자가 걸을 때마다 계속 울렸다.

    이 남자는 무슨 불안증이 있는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 했다.

    “규, 규칙. 생각보다 어려워 보이는데.”

    “나, 나는 천재인데. 왜 모르겠지? 문제가 잘못된 건가?”

    혼잣말도 쉬지 않고 계속 했다. 

    거기에 자기 합리화와 허세도 심했다.

    그리고 제일 이상한 점은 객실 안의 날붙이는 모두 챙겨서 테이블보에 담아서 들고 다니는 점이었다.

    너무 이상한 사람이라서 바로 탈락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객실 규칙 함정은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그래도 객실 문제부터 10시간 넘게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꼴을 보니 끝까지 통과하기는 힘들겠네.

    객실을 통과하며 기뻐하는 남자에게 규칙에 정해진 대로 행동했다.

    축하 인사와 스탬프 찍기.

    짝짝짝.

    “축하드려요. 손님!”

    ***

    드디어!

    겨우 객실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거울을 바라보자, 식은땀에 흠뻑 젖은 모습이 보였다.

    추태를 보였군.

    거울을 바라보며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안경을 손으로 들춰 올린다.

    뼈만 남은 앙상한 손목이 보이자, 소매를 내려서 다시 감춘다.

    “후, 후후. 이곳은 나 같은 지성인을 위해서 준비된 곳 같아. 안 그래? 마네킹쨩.”

    “와, 정말 그래요. 손님.”

    내 옆에 선 여성형 마네킹, 마네킹쨩은 짝짝 박수를 치며 동의했다.

    왜 마네킹쨩이냐고?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부르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부르고 있다.

    얼굴이 너무 무섭게 생겼지만, 인형탈을 썼다고 생각하면 꽤 괜찮았다.

    객실에서 나온 퀴즈는 간단했다. 

    이딴 게 살인 퀴즈?

    이런 물음이 나올 정도로 너무 쉬웠다.

    한때 저런 퍼즐 게임에 푹 빠졌던 나에게는 너무 ez 했다.

    EASY MODE 라고 할까나?

    제대로 논리를 이용해서 푸는 명제 문제정도는 나와 줘야, 푸는 보람이 있을 텐데.

    객실 밖을 나서자, 커다란 폭죽 소리가 나를 반겨줬다.

    시원한 밤바람이 땀에 푹 절은 몸을 식혀주었다.

    테마파크 입구에 커다랗게 세워진 지도를 보면서 마네킹쨩과 대화를 하며 계획을 가다듬었다.

    “흐, 후후. 우선 객실에서 스탬프를 하나 GET했으니까. 전략적으로 비슷한 퍼즐을 노리는 편이 좋겠어.”

    푸드 코트를 가리키며 마네킹쨩에게 물었다.

    “이, 이 FOOD COURT 라는 곳이 객실과 비슷한 퍼즐이 나온다고 했지?”

    “네, 손님. 정말 비슷해서 깜짝 놀랄 정도로 유사한 퀴즈가 나온답니다.”

    “조, 좋아. 그럼 여기를 가보자고.”

    챙그랑 챙그랑.

    걸을 때마다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푸드 코트는 단층짜리 넓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푸드 코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쾅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문을 열려고 흔들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 역시. 똑같은 구조네.”

    불안한 마음에 품 안에 넣어둔 칼 한 자루를 쓰다듬었다.

    푸드 코트 안에는 수많은 마네킹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입점한 가게는 7곳.

    빨간색 횟집.

    주황색 일식 돈까스 전문점.

    노란색 부대찌개 전문점.

    초록색 패스트 푸드점.

    파란색 피자 전문점.

    남색 베이커리.

    보라색 치킨 전문점.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주문을 하면 원하는 음식을 받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이 스마일 테마파크의 자랑. 푸드 코트랍니다. 입장한 손님분의 취향에 맞춰서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화,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있긴 하네.”

    그럼, 가게에 붙어있는 색깔이 태그랑 똑같은 역할을 하는 거겠어.

    객실에서 해결했던 퀴즈와 비슷한 요소들이 보이자, 긴장했던 게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정도면 오브젝트도 순식간에 해결하고, 무죄 방면은 거의 확정이랄까?

    푸드 코트 안에도 역시 규칙이 적힌 종이와, 삭제가 적힌 지우개가 있었다.

    “쉬, 쉬워도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스마일 테마파크 푸드 코트 규칙.>

    <스마일 테마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드 코트 이용은 무료입니다!>

    <준비된 음식들은 직원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푸드 코트 밖으로 나서려면 직원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음식을 적어도 한 종류는 드셔야만 합니다.>

    <이하 규칙은 무료 이용자를 위한 규칙입니다.>

    <세심하게 살펴주세요!>

    <이 모든 규칙 중, 한 줄을 삭제하십시오.>

    <일곱 가지 색의 음식 중 최소 6종에 독이 들어있다.>

    <빨간색, 주황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노란색, 초록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파란색, 남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빨간색, 보라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빨간색, 남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노란색, 파란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초록색, 주황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스마일 테마파크 푸드 코트 규칙.>은 객실 규칙과 거의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똑같았다.

    다른 점은 독이 있는 음식을 알려주는 조건문이 3개씩 묶인게 아니라 2개씩 묶여있다는 점뿐이었다.

    “또, 보라색이네. 뭐, 치킨을 제일 좋아하니까 나쁘진 않아.”

    <빨간색, 보라색 음식에 모두 독이 있다.> 

    이 한 줄을 지웠다.

    마네킹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내 풀이는 완벽했다!

    규칙에서 한 줄을 지운다면 중복되지 않은 보라색을 지우는 게 당연하니까.

    키오스크로 판매중인 모든 치킨들을 한 마리씩 주문했다.

    순식간에 트레이에 실려서 온 치킨은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그럼 한 번 먹어 볼까?”

    프라이드치킨의 다리를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천장이 핑 돌았다.

    “어… 어지러워.”

    손바닥을 펼쳐서 바라보니, 손바닥이 보라색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세계가, 보이는 모든 것이 보라색이었다.

    마네킹쨩이 나를 속였어?

    품안을 뒤져서 칼을 꺼내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대로 식탁 위에 엎어졌다.

    엎어져서 올려다보니, 마네킹쨩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째서?”

    마네킹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뚜방뚜방.

    문을 열고 푸드 코트 안으로 들어가자,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와아!

    “환영합니다! 이곳이 스마일 테마파크의 자랑. 푸드 코트입니다. 입장한 손님에게 맞춰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니 만족할 수 있으실 겁니다.”

    마네킹의 장담처럼 푸드 코트는 천국이었다.

    밀봉되어 포장된 요리가 아니라 방금 조리된 따뜻한 요리!

    빨간색 떡볶이 전문점.

    주황색 애플파이 전문점.

    노란색 패스트 푸드점.

    초록색 세계 과자 전문점.

    파란색 푸딩 전문점.

    남색 세계 사탕 전문점.

    보라색 케이크 전문점.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의 풍족한 라인업이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는 구조 같았다.

    폴짝폴짝.

    문제는 키오스크가 너무 높아서 점프를 안 하면 내용이 잘 보이지 않았다.

    폴짝 뛰어서 보라색 가게를 선택!

    우선은 제일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딸기 케이크를 고르고 후다닥 달려가서 보라색 가게 앞에 섰다.

    보라색 푸드 코트 카운터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머리를 내밀고 구경했다.

    케이크는 만드는데 오래 걸려서 그런지 안에서 조리를 하는 마네킹들은 거의 10배속은 되는 것처럼 움직였다.

    나도 저런 능력 하나 얻어둘까.

    멋있기도 하고 편해 보이기도 하네.

    시간 자체가 10배속 이상인지, 케이크는 순식간에 완성되어 내 손에 쥐어졌다.

    잘 먹겠습니다!

    옴뇸뇸.

    ***

    케이크 하나를 다 먹고 나니 마네킹이 스탬프를 하나 더 찍어줬다.

    이젠 스탬프가 3개!

    스탬프가 찍힌 종이를 들어올렸다.

    웃고 있는 인형 얼굴이 3개.

    딱히 귀여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스탬프를 모으는 것도 꽤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놀이 공원을 다 돌아다녀도 9개가 끝.

    테마파크 초대장 인형의 파괴 조건은 10개였는데, 마지막 하나는 뭘까?

    사실 대충 예상하고 있는 답이 있었다.

    딱 한번 내가 종이를 들어서 마네킹에게 들이댔을 때, 마네킹이 엄청 크게 놀랐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다.

    이 가운데 큰 원. 

    마네킹 얼굴이랑 크기가 똑같아.

    히히.

    ***

    케겍.

    케겍.

    테마파크 초대장 인형의 행동이 또 한 번 변화했다.

    왠지 숨겨둔 보물 상자의 위치를 들킨 도둑 같았다.

    마치 더 이상 인생의 희망이 없는 것처럼 행동 중이었다.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격리실 밖을 구경하기만 했다.

    크기는 이미 5m를 초과한 상태. 

    하지만 난동을 부리지도 않고 축 늘어져 있었다.

    케겍. 

    케겍.

    인형의 괴상한 웃음소리는 이젠 구슬프게 들렸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가장 높은 확률은 최고 등급 위험 오브젝트인 회색 사신이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장하다. 회색 사신. 그대로 저 인형을 죽여 버리렴.”

    이세희 연구소장의 중얼거림을 듣고, 나는 노트를 펼쳤다.

    <회색 사신 정신 오염 보고서.>

    <이세희 연구소장.> 

    <회색 사신이 한 것으로 보이는 현상에서 희열을 느끼며 중얼거림.>

    <4등급 정신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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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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