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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누아르는 내 동생이자, 아버지의 아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하다.

     어머니를 흉보려는 건 아니고, 결국 흉을 봐봤자 제 얼굴에 침 뱉기나 마찬가지.

     굳이 누아르의 성향이 어디에서 왔냐고 따져본다면-

     ‘외조부지.’

     어머니의 아버지-외할아버지에게 있다.

     ‘세기의 쓰레기.’

     자크 렘부르 군터 남작.

     난봉꾼이며,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니던 희대의 또라이.

     지금은 영지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를 무능왕에게 팔아서 출세하려고 한 계획이 실패했으니.’

     회귀 전에는 어머니를 데리고 계속 왕도로 향했다.

     왕도의 귀족 전용 병원에 외할머니를 입원시킨 다음, 어머니를 왕도로 오게끔 했다.

     ‘본인이라면 모를까, 외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니 막을 명분도 없었지.’

     아버지는 따라갈 수 없었다.

     협곡을 지켜야 했으니까.

     

     자기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간이고, 60이 넘은 지금의 나이에도 젊은 여자들을 건드리는 추악한 늙은이다.

     누아르는 하필 그런 성향을 가장 많이 닮았다.

     그러니 제어해야 한다.

     어떻게?

     “모두, 고생 많았다.”

     누아르 곁에 아홉 개의 목줄을 채우는 것으로.

     “보육원 아이들과의 만남은 어땠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화이트들은 건물로 돌아와 내 앞에 착석했다.

     “마음에 드는 남자는 있었나?”

     화이트들은 짧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름 얼굴은 반반했을 텐데. 9번. 대표로 답해봐.”

     “얼굴은, 확실히 전반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아무래도 보육원의 아이들은 이들에게 그다지 눈에 차지 않는 모양.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그게…. 아무래도, 저희가 ‘도전’하기에는, 다들 조금.”

     “역시 이성보다 상승 욕구가 더 강하다는 건가? 재미있네.”

     제국의 보건 이론에 따르면 사춘기의 소년소녀들은 이성을 향한 관심이 높다고들 하더라.

     “하긴. 기사 후보생이라고 해봐야 다들 평민이니까. 그래도 한 명 정도는 괜찮은 후보가 있었을 텐데?”

     “에단 세자르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아예 저희에게 관심도 없어 보여서….”

     “그 녀석 말고는 다 별로였나?”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도련님?”

     “물론.”

     그런데 황제의 핏줄 때문일까.

     “아직 저희에게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는데, 벌써 고아 출신의 소년과 이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노리는 건?”

     “최대 며느리나 후처, 아니면 현직 기사의 연인. 그걸 노릴 수 있는데, 굳이 고아의 짝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짝짝짝.

     “굉장하군. 아. 비꼬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거야.”

     

     이성보다는 권력, 신분 상승, 성공에 대한 욕구가 더 높은 것 같다.

     “만일 보육원 아이들이 전부 귀족이었고, 신분이 높은 아이들이었다면 관심을 가졌겠지?”

     화이트들은 침묵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누구나 당연한 거야. 너희는 너희 외모와 능력에 맞게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차마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민망하겠지만, 그 침묵이 곧 긍정의 대답이었다.

     “나는 그런 너희의 태도를 긍정한다. 그러니, 한 가지 부탁을 하지.”

     나는 품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냈다.

     “내 동생 누아르다.”

     “…….”

     “이전에도 언질을 줬지만, 나는 누아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너희들을 꾈 수 있으면 꼬셔봐라. 라고.”

     화이트들이 서로 눈치를 본다.

     누아르가 10살이기는 해도, 화이트들과 나이 차이가 큰 편은 아니다.

     “마음에 들면 누아르의 마음을 훔쳐라. 둘이 함께 해도 좋고, 아홉 명 모두가 번갈아 가도 좋지.”

     “저기, 도련님. 실례가 안 된다면 한 말씀 드려도 됩니까?”

     “좋아. 뭔데?”

     “…도련님은 저희를 누아르 도련님의 첩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전혀.”

     누아르에게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었다.

     “부인이나 첩으로 만들려고 붙여두는 게 아니야. 물론 누아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하면, 그 사랑에 대해서는 응원해 줄 수 있지.”

     “그렇다면…?”

     “누아르를 이용해라. 대신, 녀석이 함부로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지 못하게 해.”

     “어, 음….”

     화이트들은 내 의도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괜찮다.”

     

     이해한다.

     “솔직하게 말해줘야 너희들도 확실하게 행동할 테니.”

     이들은 내 눈치를 봐야 하는 이들이고, 내가 이해를 해준다고 해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누아르가 아무 여자나 만나게 둘 수 없다. 누아르 곁에 천한 여자를 두게 할 수 없어.”

     그렇다면, 이들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수밖에.

     “평민 여자나 고아 출신, 능력도 없는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하는 꼴을 볼 수 없어.”

     본의는 아니지만.

     “지난 3년 동안 누아르를 향해 연심을 품은 고아들이 제법 많았지.”

     가장 귀족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설득한다.

     “나는 그런 걸 용납할 수 없다.”

     “아….”

     “능력이라도 있어서 어디 귀족의 작위를 살 수 있는 정도라면 모를까, 그저 지브롤터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을 제 능력인 양 착각하여 감히 지브롤터의 핏줄을 도모하려는 걸 용납할 수 없어.”

     물론.

     ‘눈치챌까? 본인들에게도 하는 말이라는 걸.’

     이는 화이트들에게도 마찬가지.

     “지브롤터의 마음을 훔치려면, 그만큼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우리 어머니만큼 예쁘거나.”

     황제가 이전에 그런 말을 했었다.

     “여자든 남자든, 외모도 능력이지.”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왕국 귀족들 누구와 견주어도 외모는 확실히 압도적인 너희들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아….”

     또한, 여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외모를 칭찬하면 대부분 효과적이다.

     “내가 왕도에 몇 번 가봤는데, 무슨 무슨 영애들보다 여기 있는 너희들이 객관적으로 더 예쁘더군.”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더 높게 평가해준다면 더더욱.

     “드레스 입히고 파티에 참석시킨다면, 아마 다들 지브롤터의 먼 사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숨겨둔 자식이라거나.”

     이들이 바라고 있는 은근한 욕망 또한 자극하여, 자신이 더 아름다워지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모습도 제시한다면.

     “그러니. 너희들에게 지시를 내리마.”

     누아르는 모를 것이다.

     “누아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함부로 여자를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걸 너희들이 옆에서 감시하고, 경계하고, 들러붙는 벌레들을 쫓아내라.”

     “…도련님. 질문이 있습니다.”

     “말해봐.”

     “만일 누아르 도련님이 저희를 품으려고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정답은 하나.

     “성인이 될 때까지, 줄듯 말듯 가지고 놀아라.”

     “엣….”

     “성인이 된 뒤에 아이를 만들든 사랑의 도피를 하든, 그건 둘이든 열이든 알아서 하고.”

     어른이 되고 난 뒤에야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상관은 없다만.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든, 아니면 이건 옳지 않다고 정조를 지키든, 입맞춤만 하며 어떻게든 자제시켜 주든, 녀석이 함부로 성인이 되기 전에 여자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만들어.”

     과거.

     왕국이 멸망하고, 내가 20살이 되는 해에 변경백이 된 뒤.

     약 3년.

     누아르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

     -아, 왜 못하게 막는데!!! 나도 하고 싶다고오오오오!! 형은 맨날 하면서 왜 나만 못하게 하는데에에에에에!!

     그때는, 정말이지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지옥과도 같았다.

     “제국신문을 보아하니, 그런 이야기가 있더군. 거리의 들개나 길고양이가 함부로 늘어나지 못하도록, 땅콩을 제거한다거나 뭐라나.”

     “……!!”

     “만일. 누아르가 함부로 그런 짓을 저지를 경우. 성인이 되기 전에 자기가 책임지지 못할 짓을 저지를 경우.”

     이는, 진심이다.

     “아무나 물려고 하는 들짐승은 입마개를 채우는 수밖에.”

     아예 제거하는 게 아니라 입마개로 구속했다가, 나중에 때가 되었을 때 풀어주면 되는 법.

     “나는 저지를 수밖에 없어. 이는 아버지께서도 승인하신 사안이다.”

     또한.

     “혹시나 누아르가 나중에 그런 걸로 왜 자기만 그러냐고 따진다면.”

     이는.

     “그레이 지브롤터 또한 똑같다고 전해. 지브롤터의 후계자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정절을 지켜야 한다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지브롤터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며, 규율이며, 법칙이니까.”

     라는 대외적인 이유 하나.

     “성인이 된 뒤에는 얼마든지 낳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

     누아르가 성인이 되기까지, 앞으로 10년.

     

     “너희들과의 사이에서 아이라도 나온다면, 나는 눈물을 머금고 죽여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 전까지, 지브롤터에는 아버지의 아이를 제외하면 어떤 아이도 태어나서는 안 된다.

     * * *

     서재.

     “나리아 공주와 아스타시아 황손녀와 같이 잔다고 들었다.”

     “예.”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에게 호출받자마자, 즉시 추궁당했다.

     “지브롤터의 오랜 규율을 깨트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 성년이 되기 전까지, 지브롤터는 함부로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육욕이라면 더더욱.”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지브롤터는 협곡을 지켜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건하고 굳건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

     “절제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하다. 그런 지브롤터가 개인의 욕망 때문에 협곡을 저버린다면, 지브롤터는 더 이상 지브롤터가 아니게 되는 거지.”

     

     아버지는 서재에서 꺼낸 머스킷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내게도, 형제가 있었다.”

     “…….”

     “나는 사형제 중 막내였고, 내 위로 형이 세 명이나 있었지.”

     “그분들은….”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지브롤터를 떠났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 맞춰보겠느냐?”

     알고 있다.

     “아버지께서 가장 뛰어난 마스터셨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다. 네 검사 중에서 내가 가장 으뜸이었지. 막내인데도 불구하고.”

     하나. 재능의 차이.

     “그리고 다른 이유가 있다.”

     “뭔가, 백부님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만.”

     “더 이상 지브롤터의 성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이들이니, 백부라는 칭호도 함부로 말할 수 없지.”

     “참지 못한 겁니까?”

     “그러하다.”

     아버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브롤터는 한 번 사랑을 하면 그 이외의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자들이다.”

     “성인이 되기 전, 사랑이 찾아오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지요.”

     한창 혈기 왕성한 시기.

     ‘다른 하나.’

     심지어 소드 마스터인 아버지로부터 태어나, 육체적인 활력이 충만한 소년들.

     ‘사랑의 도피.’

     안 그래도 몸에 혈기가 들끓는데, 잘생기게 태어났으니 주변에서 달라붙는 여자들이 어디 한둘이랴.

     그들은 전부 사고를 쳤다.

     사랑에 미쳐, 그만 절제력을 잃고 말았다.

     “그분들, 지금 살아있습니까?”

     “아니.”

     “왜죠?”

     “그 여자들은 지브롤터를 사랑했지, 형들을 사랑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목숨도 잃었다.

     여자에게 버림받은 뒤, 그들은 전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멘테 경에게 물어보니, 아버지께서는 아카데미 시절에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 어떤 여성과도 접촉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지브롤터의 후계자가 될 자격도 함께.

     “어찌 보면, 아버지께서는 다행이군요. 어머니를 성인이 된 뒤에 만나셨으니.”

     “그레이.”

     “예, 아버지.”

     “나는 성인이 되고 난 뒤는 물론이거니와, 네 어머니가 성인이…아니, 결혼식 날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

     아버지가 마치 검술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것처럼 자랑스러워하지만, 나는 갑자기 속이 안 좋아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처음이었지. 후후.”

     “…그런 이야기까지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됐고, 어떻게. 주시렵니까?”

     “아아.”

     아버지가 머스킷을 마저 조정한 뒤, 내 앞에 내밀었다.

     “가져가라. 대신, 어디 가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거다.”

     “보육원 안에서만, 제 방에서만 사용할 겁니다.”

     “그 전에.”

     아버지가 머스킷을 마치 검처럼 움켜쥐며 말했다.

     “멘테 경과 로버트에게 이미 보고를 듣고 있지만, 너는 두 공주를 옆에 두고도 건드리지 않는 절제력을 보였다.”

     “당연합니다.”

     내가 어떻게 그 둘을 건드릴 수 있으랴.

     “두 사람에 대해서, 그 어떤 욕망도 없는 것이냐?”

     “그건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

     “나리아 공주에 대해서는, 그녀를 왕으로 세워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기사로서의 맹세라거나, 나에게 또다른 삶을 살게 해준 것에 대한 보은이라거나.

     “그 근간에 담긴 욕구는 누군가를 제거하고자 하는 강렬한 바람이죠.”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

     “예. 무능왕을 죽여버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조금은 당연한 말이지만.

     “나리아 공주가 여왕이 되려면, 그 어떤 부정한 것도 함께해서는 안 됩니다.”

     순결이야말로, 여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가장 큰 상징이 될 것이다.

     “대관식의 날, 유니콘에 오른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을 본다면 누가 감히 함부로 떠들겠습니까?”

     “너는 나리아 공주를 상대로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한 적이 없느냐?”

     “그녀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생각도 있습니다만, 나리아 공주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이는 오직 이성(理性)으로 빚어질지언정, 이성(異性)에 대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는 그녀를 왕으로 보고 있고, 그녀는 저를 자신을 옥좌에 앉혀줄 기사로 보고 있죠.”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구나.”

     “이게 맞습니다. 나리아 공주와 저 사이는.”

     내가 그러하고, 나리아 공주가 그러하기에.

     “그렇다면, 아스타시아 황손녀에 대해서는?”

     “그녀에 대해서는….”

     “네 행동들 하나하나가 말해주고 있더구나.”

     아버지가 진지하게 나를 바라봤다.

     “내 아버지가 그러하셨고, 내 형들이 그러했고, 내가 그러했다. 이제는 내 자식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더구나.”

     “사랑에 빠진 지브롤터의 모습 말씀입니까?”

     “그러하다.”

     아버지가 내 앞으로 다가와, 머스킷을 검처럼 바닥에 찍고 두 손으로 끝을 잡는다.

     “너는 아스타시아 황손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준하는 감정을.”

     “그렇다고 한다면, 제가 확실하게 행동하고 있는 거군요.”

     “뭐라?”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여라.”

     

     나는 아버지에게 가볍게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아버지께서도 제가 아스타시아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저를 바라보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군요.”

     완벽한 위장이다.

     “그레이 지브롤터가 아스타시아에게 푹 빠졌다고.”

     “…….”

     “제국은 이를 이용할 것입니다. 제게 사람을 보내든, 아니면 아버지에게 사람을 보내든.”

     높은 확률로.

     “그레이 지브롤터를 빌미로 하여, 지브롤터를 제국령으로 삼으려고 하는 자들이 다가올 겁니다. 이미 일부, 도착했죠.”

     “그 소녀들…?”

     “예. 그들 중에, 제국의 첩자가 있습니다. 일단은 한 명 잡아내긴 했습니다만.”

     사실 셋이지만.

     “마음껏 보고하라고 하죠. 그래야 더 많은 첩자가 지브롤터에 올 것이며, 저희는 그들에게서 이득을 취하면 됩니다.”

     뇌물이든.

     이권이든.

     아니면 육아용품이나 산후조리를 위한 물건이든.

     “제가 아스타시아에게 빠져있으나 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오랫동안을 끌면 끌수록, 우리는 제국도 상대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겠지요.”

     “…….”

     “무능왕을 끌어내리기까지 7년. 그리고 우리는 그 뒤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왕이 즉위한 뒤, 제국이 왕국을 무시하며 협곡을 넘어오려고 하는 그날을.”

     “너는, 아스타시아를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그야 당연히, 누가 봐도 사랑하는 것처럼 아껴주고 보살펴 줄 것입니다.”

     먼 훗날.

     “설령 성인이 되고 난 뒤에도, 아이가 생길 때까지는 제국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죠.”

     “너, 설마.”

     “아스타시아는 인질입니다.”

     지브롤터의 장남과 황손녀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이루어짐에도, 제국이 언젠가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제가 아스타시아를 유혹하여, 시간을 끌겠습니다.”

     그때는, 황태자의 인내심이 끊어진 날이 되겠지.

     “설령 결혼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는다면.”

     제국이 바라는 것은 지브롤터의 핏줄과 황실의 핏줄이 섞이는 것.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결코 전쟁을 일으킬 생각도 못 할 테니까요.”

     왕국과 제국, 아니 ‘세계’의 상식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법으로 시간을 번다.

     “아버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리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 다들 당연히 아이를 낳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

     “하물며 지브롤터의 장남과 제국의 황손녀? 제국 입장에서는 무조건 바랄 겁니다. 그렇게 태어날 아이를 차기 황제로 만들려고도 하겠죠. 하지만.”

     태어나지 않을 아이를 인질로 삼아, 황제를 죽일 힘을 기를 시간을 번다고는.

     “사랑한다고 해서, 꼭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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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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