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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공포새.

         

        꽤 유명한 녀석이었다.

         

        대중매체에서는 스밀로돈에게 잡아먹히는 역할로 자주 나온다.

         

        현실에서도 그랬을까라고 묻는다면, 글쎄다.

         

        저 덩치와 부리를 봐라.

         

        스밀로돈이 까불면 대가리에 구멍이 날 거다.

         

        이곳에서 스밀로돈을 본 적이 없지만 내 생각엔 많이 쳐줘도 5대5다.

         

        공포새가 5, 스밀로돈이 5 정도 된다.

         

        그나저나 덩치가 참 크네.

         

        당소영이 옆에 있었다면 호들갑을 떨었겠지.

         

         ‘저, 저건… 전설 속의 영물 주작!’

         

        얜 이름이 공포새니까 그냥 공포새라고 했으려나?

         

        그게 좀 궁금하긴 하네.

         

        “끼기기기긱!”

         

        공포새는 강한 생물이다.

         

        뛰어난 공격력과 빠른 속도를 갖춘 적이라 생각해야 한다.

         

        특히 밑으로 휘어진 부리를 이용한 공격은 매우 위험하다.

         

        적을 수직으로 내리찍는 저 일격에 당한다면 뼈에 구멍이 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저 공격이 완벽한 공격은 아니다.

         

        놈의 공격이 유효하기 위해선 내 덩치가 놈보다 작아야 한다.

         

        말 그대로 거의 수직으로 내리찍는 기술이었으니까.

         

        두 발로 땅을 딛은 내 덩치는 놈보다 작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다만 가장 위험한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르르르….”

         

        낮은 울음소리로 다시 위협했다.

         

        공포새는 내 덩치를 보고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멀리서 봤을 땐 그냥 덩치가 큰 도마뱀이라고 생각했겠지.

         

        어디가 가려워서 잠깐 일어났다거나.

         

        세상에 어떤 도마뱀이 두 발로 전투를 한다고 생각할까.

         

        놈들의 당황은 당연한 것이었다.

         

        “끼기기기긱!”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된다.

         

        잠시 당황은 했으나, 날 사냥할 생각을 그만둔 건 아니었다.

         

        공포새들은 나와 비슷한 체형의 적을 몇 번이고 사냥한 적이 있을 거다.

         

        두 발로 걷는 도마뱀은 없더라도 두 발로 걷는 공룡은 이 장소에선 흔할 테니까.

         

        “끼기기기긱!”

         

        왼쪽에 있는 놈이 덩치가 좀 작다.

         

        아마 오른쪽에 있는 놈의 명령을 따를 터.

         

        우두머리를 먼저 상대하느냐, 약한 적을 먼저 상대하느냐.

         

        고민할 틈이 없었다.

         

        파바바바밧!

         

        덩치가 큰 공포새가 내게 돌진했으니까.

         

        순간적으로 시속 50km의 속도를 내는 공포새의 돌진은 도마뱀의 짧은 다리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도마뱀은 말이다.

         

        질주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소룡등천보를 사용해 놈의 돌진을 회피했다.

         

        “끼기기긱!”

         

        당황한 듯한 공포새.

         

        곧바로 용조수를 박아 넣었다.

         

        후우우욱!

         

        놈의 날개를 뜯어버릴 생각으로 날린 공격이지만, 깃털을 뽑는 데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공격권이 나에게 있는 상황. 곧바로 반대쪽 손을 이용해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곧바로 몸을 뒤로 날렸다.

         

        지금은 2대1의 상황이었으니까.

         

        공포새라면 내가 두 번째 일격을 꽂는 동안 충분히 내게 닿을 수 있으니까.

         

        투다다다닷!

         

        내가 몸을 피함과 동시에 다른 놈의 부리 공격이 날아들었다.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당하고 말았을 거다.

         

        몸을 한 번 더 뒤로 날렸다.

         

        파밧!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속도의 협공을 근거리에서 피하는 건 힘들 거다.

         

        거리를 벌려, 얼핏 보면 처음의 상황이 다시 만들어진 거 같았다.

         

        “끼기기기긱!”

         

        놈들은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의사소통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저 커다란 도마뱀.

         

        속도도 자신들과 대등하니,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토론하고 있는 거겠지.

         

        한 가지 괘씸한 건 후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그르르….”

         

        놈들은 연속해서 실수를 저질렀다.

         

        거리를 둔 나를 곧바로 쫓아오지 않은 게 놈들의 실수다.

         

        도망치거나, 바로 붙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했다.

         

        [「독 생성 lv4」를 사용합니다.]

         

        촤아아악!

         

        별안간 생성된 다량의 독.

         

        공포새는 갑자기 튀어나온 독에 조금 놀란 듯하더니, 이내 다시 나를 노려 보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아노돈토 때는 바닥을 미끄럽게 해 균형을 빼앗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바닥에 풀이 가득 한 이곳에서 그 전략을 따라 할 순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것의 목적은 따로 있으니.

         

        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거리를 벌렸다가 다시 접근하는 나의 움직임에 의문을 표하는가 싶더니, 놈들도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다.

         

        [「독 모으기 lv2」를 사용합니다.]

         

        독을 모을 장소는 내 오른손.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조수로 뜯어 버린 공포새의 깃털.

         

        내가 들고 있는 깃털에 독이 가득 머금어졌다.

         

        한순간에 깃털을 허공에 날렸다.

         

        만천화우를 흉내 낸 기술이었다.

         

        역린을 사용한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만천화우를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역린을 사용한다는 건 곧 내 전력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나는 도마뱀이다.

         

        사자와 같이 초장부터 전력을 다한 전투는 지양해야 한다.

         

        전투 중에는 변수가 많다.

         

        상대가 가진 힘을 파악하기도 전에 전력을 쓰는 건 곧 패배의 지름길이다.

         

        탐색전을 펼친 후 서서히 수준을 올리면서 적에게 걸맞은 힘을 사용하는 전투법.

         

        이것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투법이다.

         

        물론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촤아아아악!

         

        독을 머금은 깃털을 날린 건 놈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게 아니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제1의 목표다.

         

        파바밧!

         

        놈의 두꺼운 털에 대부분의 깃털이 가로막혔다.

         

        하지만 개 중 몇 개는 놈의 피부에 박혔고, 공포새 하나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충분했다.

         

        갑작스럽게 속도가 느려진 동료.

         

        공포새의 속도는 너무 빨라, 상황을 알아차리더라도 선회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1대1의 구도.

         

        쩌어어어어억!

         

        용조수로 놈의 날개를 강하게 후려쳤다.

         

        “끼에에에에!”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을 지르는 공포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콰직!

         

        커다란 이빨로 놈의 목을 물었다.

         

        “끼기기기긱!”

         

        마구 몸부림치는 공포새.

         

        덩치가 큰 만큼 체력도 대단했다.

         

        이 정도로 죽지 않을 거다.

         

        우드드득!

         

        [「독 이빨 lv10」을 사용합니다.]

         

        충분한 양의 독을 주입했다.

         

        데스롤을 사용한다면 그대로 목을 부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빠질 차례였다.

         

        다리를 비틀거리는 또 하나의 공포새가 내게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타닷!

         

        몸을 다시 한번 뒤로 뺐다.

         

        콰각!

         

        스치듯이 놈의 부리가 날아들어 왔다.

         

        파아아악!

         

        놈의 부리는 땅을 뚫을 기세로 내리꽂아졌다.

         

        독 이빨에 당한 공포새도 곧바로 내게 쳐들어왔다.

         

        콰각!

         

        엄청난 속도의 협공이 이어졌다.

         

        왼쪽으로 피한다면 그곳에 놈의 부리가 날아왔고 다시 뒤로 빠지려고 해도 어느샌가 부리가 날아들었다.

         

        부리가 빈 곳은 놈의 날카로운 발톱과 근육이 많은 날개가 끊임없이 날아온다.

         

        파앙!

         

        하지만 놈들은 독에 중독된 상태.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독이 퍼질 테니까.

         

        급조 만천화우를 맞은 놈이라면 몰라도, 독이빨에 당한 놈은 앞으로 수 분 안에 의식을 잃을 확률이 높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기만 해도 내가 이길 거다.

         

        “끼기기긱!”

         

        한 점을 향해 교차하듯 날아오는 놈의 부리들.

         

        공중으로 솟구쳐 공격을 피하자마자, 놈들이 몸을 돌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깨달은 거다.

         

        남은 시간 안에 날 죽이는 건 불가능 한 일이라고.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난다면 자신들이 사냥당하고 말 거라고.

         

        체력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한다고.

         

        속도 면에선 놈들이 근소하게 우위니, 도망을 가는 걸 쫓을 순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전력이라는 건 이럴 때 사용해야 하는 거다.

         

        적이 나의 힘을 얕잡아 볼 때.

         

        내가 가진 수가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때.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역발산기개세」를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꽈아아아앙!

         

        압도적인 내공이 놈들의 몸을 짓눌렀다.

         

        백연영과 달리, 내가 사용했을 때의 효과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고룡각.

         

        놈들을 향해 한 걸음 걸었다.

         

        콰드드득!

         

        역발산기개세와 연계한 지금, 중의 묘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느리지만 강하다.

         

        느리지만 피할 수 없다.

         

        강하면서 피할 수도 없다.

         

        이것이 고룡각의 중이다.

         

        강룡진폭.

         

        콰아아아아아아앙!

         

        대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내디딘 곳부터 땅이 갈라졌다. 살아 있는 용이 헤엄을 치는 거 같은 균열은 공포새의 발 바로 앞까지 이어졌다.

         

        푸화아아아악!

         

        적을 집어삼킬 기세로 솟구친 충격파.

         

        도망가던 공포새에게 적중했다.

         

        “끼에에에엑!”

         

        비명을 지르지만, 이미 늦었다.

         

        빠르게 달려가 양손에 힘을 주었다.

         

        수고했다.

         

        두 마리 치킨.

         

        내공을 실은 용조수로 놈들의 머리를 동시에 타격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공포새 두 마리에 3레벨이라.

         

        조금 아쉽긴 해도, 만족할 수밖에 없네.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일단 큼지막한 치킨 두 마리를 구했다는 게 크다.

         

        이 정도 크기면 다 먹었을 때 레벨이 하나 정도 더 오르지 않을까.

         

        그때, 별안간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까아아악!”

         

        피 냄새를 맡고 까마귀가 몰려온 모양이다.

         

        고기 한 점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긴 한데, 조용히 좀 해줄래?

         

        그러다가 다른 놈들이 몰려들 수도 있어.

         

        고개를 들어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까마귀가 아니었다.

         

        덩치는 조금 작고 색이 화려한 새가 공중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앵무새라고 해야 하나?

         

        “도마뱀이 날지 못하는 새를 죽였다아아아!”

         

        앵무새 맞네.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가만.

         

        앵무새가 말하는 건,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경우잖아.

         

        이렇게 주도적으로 말을 할 수가 있나?

         

        저 앵무새가 엄청 똑똑한 돌연변이라도 되는 걸까?

         

        【금강앵무 LV3】

         

        야생의 눈으로 봐도 저 앵무새는 평범한 앵무새였다.

         

        “까아아악! 뱀이, 뱀여왕이 웃고 있다아아!”

         

        무언가 께름칙했다.

         

        뱀여왕은 또 뭘 의미하는 걸까.

         

        뭔진 몰라도 불길했다.

         

        저 새를 일단 잡아보자.

         

        살살 건드리면 뭐라도 토해내겠지.

         

        놈을 잡기 위해 뒷다리에 힘을 주었다.

         

        “우오오오오오….”

         

        쿠구구궁.

         

        거대한 무언가가 나무들을 넘어트리며 이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까아악! 왕이 지나간다아아!”

         

        쿠구궁….

         

        “우오오오….”

         

        마침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순백의 몸이 보인다.

         

        저걸 뭐라고 칭해야 할까.

         

        그 어떤 존재도 저걸 새라고 칭할 순 없을 거다.

         

        목 아래는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새와 같았다.

         

        하지만 그 위가 문제였다.

         

        나풀거리는 검은색 장식.

         

        어쩐지 논어 같은 걸 잘 외울 거 같은 생김새.

         

        기다란 목.

         

        그리고 사람의 얼굴.

         

        “우오오오오!”

         

        저거 인면조잖아!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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